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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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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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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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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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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2. 멸종 (1)

DUMMY

152.


유아라네 본가에서 묵는 첫날밤.


“이쪽 세계의 ‘나’라. 그 녀석을 어따 쓰려는 거... 응?”


사박... 사박...


씻고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복도 쪽에서부터 아주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박... 사박.. 사박. 사박-


발소리는 점점 선명해지다가, 내 방문 바로 앞에서 멈췄고.


‘야야. 권민성. 나 왔어~ 누가 보기 전에 문 좀 열어줘. 얼른~’


이내 문밖에서 한겨울이 소곤소곤, 하지만 다급하게 이야기해왔다.


끼이이이...


“어. 왔냐-”


“쉿!”


문을 열자마자 왼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더니, 살금살금 들어와 조심스레 문을 닫는 한겨울. 상당히 가벼운, 어쩌면 헐렁헐렁하게까지 보이는 차림의 녀석은 문 잠금장치를 싹 다 걸어놓고서는,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뱉는다.


“하아~ 심장 떨려서 죽는 줄 알았네. 누가 보면 어쩌나 하고.”


“... 그냥 당당하게 오면 되지, 뭐가 문제야.”


“응? 아~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왠지 오다 보니까 조금씩 죄짓는 기분이 들더라... 히히.”


음흉하게 웃는 한겨울. 나는 녀석을 보고 한숨을 작게 쉰 뒤, 욕실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 욕조 저기 있으니까, 확인하고 니 방으로-"


“욕조는 무슨. 나 진즉 씻었는데.”


“... 그럼 왜-”


“됐구. 일루 와 봐.”


그리 말한 한겨울은 내 팔을 잡고 침대로 끌고 가더니, 당연하다는 듯 그 위로 올라가 자기 옆자리를 팡팡 친다. 나는 문에 잠금장지가 제대로 걸려 있나 한 번 슬쩍 확인하고는 녀석의 옆에 누웠다.


자연스럽게 마주보고 누운 나와 한겨울. 녀석은 아직 살짝 덜 말라 있는 내 머리를 한 번 만져보곤.


“너도 씻었나보네? 그럼 어디..."


라 말하며 내 목덜미에다가 얼굴을 파묻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 시작한다.


“... 뭐 하냐."


“충전.”


“... 충전?”


“하루치 권민성분 충전. 스으. 하아...”


“...”


“평소랑은 좀 다른 향인데... 니 몸에서 나는 냄새라 그런가? 이것도 좋다. 히히."”


“... 변태네. 한겨울.”


“뭐래. 자기도 은근 즐기면서. 권민성 너도 변태야, 너도.”


파묻고 있던 고개를 홱 들고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대꾸하는 한겨울. 문 잘 잠겨 있는 거 맞지?


“하아. 그나저나


한편 한겨울이 다시금 내 가슴팍에다 고개를 묻은 채 1분 정도 지나자, 녀석이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근데 있잖아... 나 오늘 나도 모르던 나의 일면을 발견한 것 같아.”


“변태인 거?”


“이씨... 그거 말구, 일단 들어봐봐. 난 여태 내가 꽤나 겁이 없는 편이라 생각했었거든?”


“그렇긴 하지... 근데?”


“응. 근데, 아까 너 쓰러져있는 거 보고, 나 진짜 너무 겁이 났어. 마윤재 선배님이 너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니까 갑자기... 막... 눈앞이 캄캄해지고, 눈물이 막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


“너무 나답지 않은 얘긴가? 헤헤.”


“... 너다운 게 뭔데.”


“음... 이런 거 전혀 신경 안 쓰고 사는 거? 푸흐흐...”


“... 좀 신경 쓰고 살 필요도 있지. 뭐...”


“그런가? 흐히히...”


평소 보여주는 활발하다 못해 우렁찬 모습과 달리, 오늘따라 조금은 힘없이 웃는 한겨울. 그러면서도 내 손을 꾹 잡으면서 나를 응시하는 모습이...


“... 너 오늘따라 뭔가... 쫌... 귀엽네.”


“... 응? 뭐래. 나 원래 귀엽거든?”


“아니. 평소보다 더...”


“... 진짜? 으히히히...”


“...”


“있잖아. 너도 귀여워. 세상에서 제일. 히히히...”


물론 단순한 건 여전하지만. 뭐. 그게 얘 매력이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야. 권민성. 근데... 나 사실... 오늘...”


한편 둘이서 껴안고 서로 꿈틀거리던 가운데, 한겨울이 결심이라도 한 듯 무슨 말을 하려던 바로 그 순간.


“제군. 안에 있나?”


갑자기 문 밖에서 들려오는 마윤재의 목소리에, 눈이 동그래지는 한겨울. 녀석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입모양만으로 물었다.


‘야야야야... 어... 어떡해?’


‘다... 당황할 건 또 뭐야. 그냥 당당히 있으면-’


펄럭-


그리 말하면서도 나는 녀석을 이불로 싹 덮어버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방문으로 향했다.


철컥- 드륵-  끼이이이...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자, 그곳에는 푸가토리움에서 입었던 옷만 새 것으로 갈아입었을 뿐, 평소와 같은 모습의 마윤재가 서 있었다.


“제군. 트레이닝이라도 하고 있었나? 땀도 좀 흘렸고, 얼굴도 붉군.”


“...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제군의 상태가 괜찮나 확인하러 온 것뿐일세. ‘기억 범람’에 빠졌던 후유증은 없나 해서 말이지.”


“... 괜찮습니다.”


“다행이군. 아. 별 일 없다면 잠시 시간 좀 내게. 소장의 기억을 읽은 이후의 일에 대해서-”


타악-


은근슬쩍 내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 마윤재를, 나는 온몸으로 막았다.


“그... 급한 이야기입니까...?”


“급하진 않네만, 무슨 일 있나?”


“아뇨. 그... 그냥 여운휘에 대한 일은 내일 이야기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


“...”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마윤재. 녀석은 곁눈질로 방 안을 한 번 살피고서는 갑자기 피식 웃더니.


“그래. 제군이 내 부하도 아닌데, 개인시간을 방해할 이유는 없지. 실례했네. 쉬게나.”


라 말하며 계단을 내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휴우- 달칵.


나는 문을 닫고도 방문에 귀를 딱 대서, 마윤재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이후 다시금 잠금장치를 하고 침대로 돌아갔다.


“... 이제 나와.”


‘... 가셨어?’


“어. 갔으니까 이제 나와.”


펄러덕-! 파아-!


크게 숨을 내쉬며, 이불을 뒤집는 한겨울. 얼굴이 붉게 상기된 한겨울은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푸하... 나 심장 떨려서 숨도 못 쉬었다. 히히.”


“...”


“와... 나 땀 흘린 거 봐. 또 씻어야겠네.”


얇은 티셔츠를 펄럭이며 웃는 한겨울.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니가 한 말... 조금 이해할 것 같아.”


“응? 어떤 거?”


“... 죄짓는 느낌. 확실히 없진 않네.”


“... 히히히. 그치?”


“...”


녀석이 자기 방으로 돌아간 건, 유아라가 아침 먹을 거니까 나오라고 모두에게 메시지를 돌리고 난 이후의 일이었다.


----


이튿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모두가 마나 데이터 소켓 리더기가 있는 슈마허 본가 내의 연구동으로 모였다.


“... 그럼 슬슬 시작할게요. 우선 잔류인격 삭제부터.”


지이이잉- 치이이이-!


유아라가 검게 빛나는 여운휘의 데이터 소켓을 수십 개의 마나 컴퓨터가 연결된 소켓 리더기에 꽂자, 검은 스파크가 튀었다.


아니. 스파크라기보단 검은 마나 덩어리였다.


- 열등인류....! 원죄....! 신...!


그것은 손과 얼굴 등 인간 몸의 형태를 갖췄다 흩어지며, 마나 데이터 소켓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여운휘의 ‘잔류인격’. 비위가 약한 링링이 손으로 입을 가리자, 정예원이 녀석의 등을 두드렸다.


- 인류가 곧 신이 되는데... 이런 얼간이들에게......


사아아아...


여운휘에게 가장 강한 원념(怨念)을 전부 표출하고 나서야 사라지는 여운휘의 잔류인격. 데이터 소켓 리더기가 홀로그램으로 뇌의 형상을 띄우자, 리더기를 조종하던 유아라가 입을 열었다.


“마나 데이터 소켓이 가진 정보는 그 양이 너무 방대하기도 하고, 뇌랑 비슷한 형태로 데이터를 저장하기에 키워드 검색을 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마윤재 부장님에 대한 데이터를 찾자면...”


그리 말한 유아라가 검색어 키워드로 ‘마윤재’를 입력하자.


[ 검색 시작 ]


위이이잉-


뇌 형상의 홀로그램에서, 마치 신경세포가 작동하듯 일부 부위가 움직이더니 금세 결과창을 띄웠다.


[ ‘마윤재’ 검색 결과 ]

[ 검색 결과 15,237,996 건의 데이터가 존재합나다. ]

[ 검색반응 우선순위 정렬로 로딩합니다. ]


[ 1순위 - 영상 데이터 ]

- 소장.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면, 한 번은 붙잡았어야지.

- 아... 안 돼! 이 빌어먹을 열등종자가-


“... 이런 식이죠.”


“우와. 신기하다. 아라 넌 이런 것도 만질 줄 알아?”


“뭐... 뭐. 전 어릴 때부터 만졌으니까요. 이거 말고도...”


“야. 근데 이런 식으로 일일이 찾았다간 세상 다 멸망하고 나서야 뭔가 건지겠는데.”


한겨울의 천진난만한 칭찬에 살짝 우쭐하다가, 순간 내 쪽으로 눈을 흘기는 유아라.


“말을 해도 꼭...”


“... 사실이잖아.”


“... 뭐. 키워드 하나로만 검색하다면 당신 말이 맞겠죠. 하지만 ‘마인드맵 서치’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원하는 데이터에 다가가는 데 고작 며칠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거예요.”


“‘마인드맵 서치’라. 슈마허의 영애는 그 나이에 대단한 재능을 가졌군. 안보부 특급기술자도 쉽게 하지 못하는 기법인데.”


오늘따라 유아라의 입꼬리가 자주 씰룩거리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인드맵 서치.’


인간의 마인드맵처럼 하나의 핵심 키워드에서 연상되는 단어들을 이용해 데이터를 찾는 알고리즘. 무의식 영역에 있어 일반검색으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정보도 캐낼 수 있는 훌륭한 탐색법이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마인드맵 서치면... 입력할 핵심 키워드가 제일 중요할 텐데... 뭘 검색할지 생각은 해 놨니?”


그 단점이란, 정예원 말대로 첫 핵심 키워드가 검색의 모든 것을 좌우할 정도로 너무 중요하다는 것.


말 그대로 마인드맵이기 때문에, 핵심 키워드를 신중하게 정하지 않으면 여운휘 무의식에 있는 엉뚱한 정보가 튀어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무 생각 없이 ‘피자’를 입력했다가 뜬금없이 화장실 변기 취향의 성벽이 동영상으로 재생됐다는 일화는 꽤나 유명했다.


물론 찾아내야 하는 것은 정체를 숨긴 누군가이자, 이 모든 사태를 만든 흑막(黑幕).


키워드 하나 잘못 입력했다간 귀한 시간을 며칠이나 날려버릴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원로운.”


마윤재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우주연합 비서실장 원로운.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일단 그 자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군.”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늦었지만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해피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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