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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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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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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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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5. 멸종 (4)

DUMMY

155.


한편 유아라의 본가 별채.


“...”


우우우우웅-


한겨울은 자기 방 침대 위에 정좌한 채로, 마나 운용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 주위에는 연푸른색 레이저 같은 얇은 [빛]의 고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10번 반사되는 느낌... 가상의 거울 10개를 유지한다는 마음으로...’


원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10각형을 이루고 있는 [빛]의 고리.


여덟 시쯤 눈을 붙였다가 열한 시가 되기 전에 깨어난 한겨울은, 잠도 깰 겸 세수 한 번 한 것을 제외하고는 네 시가 지난 시점까지 거의 딴눈 팔지 않고 수련하고 있었다.


그리 하는 이유는 역시 본연의 성실함. 과거 한가을이 걸었던 금제가 해제되기 이전, 그녀가 이니시움 아카데미에 아등바등 매달릴 수 있었던 유일한 원동력이 바로 독기와 성실함이었으니까.


물론 최근 민성과 어울리며 그녀의 독기는 꽤나 많이 사라진 상태였지만.


‘... 내가 어떻게든, 권민성한테 도움이 돼야 해. 평생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독기는 더 강하고 열렬한 감정으로 대체됐을 뿐, 성실한 건 그대로였다. 헤실대고 어리광부리는 건 어디까지나 ‘같이 있을 때’ 만 한정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으니까.


스으으으으...


마나 컨트롤만큼은 자신있는 한겨울답게, 그녀는 [빛]의 고리를 자유자재로 변화시켜 보기도 했다. 꼭지점을 12개, 17개, 19개로 차차 늘려가며 원의 형태에 가깝게 바꿔보기도 하고, ‘반사’뿐만 아니라 ‘굴절’까지 섞어가며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미 이니시움 아카데미 교수들과 비해도 손색이 없는 그녀의 마나 운용을 선보인 한겨울. 허나 그녀는 이내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마나를 흩뜨리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으... 결국 위력, 위력이 문제야. 마나량을 갑자기 늘릴 수 있는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역시 이전에 [위버멘쉬]가 이니시움 아카데미를 습격했을 때의 기억.


- 야. 권민성... 너... 너 죽으면 내가 진짜 너 죽여버릴 거야. 그러니까... 나 두고 죽지마... 알겠지...?

- ... 말 시키지 마라... 쿨럭...


자신의 일격이 [위버멘쉬]에게 더 유효타로 들어갔더라면, 자신이 조금만 더 도움 되는 존재였더라면.


민성이 열흘이나 입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연유였다.


“하아... 그래도 어떡해. 할 수 있는 게 이거뿐이니, 이거라도-”


띠리링!


다시금 집중해서 수련하려던 찰나, 순간 울려오는 마나블렛 알림소리. 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띠링-!’이 아니라 ‘띠리링!’이니까. 그녀는 슬쩍 입꼬리가 올려간 채로 마나블렛을 확인했지만.


[ 권민성 -> 한겨울 : 나 늦을 것 같음 ]


화면에 떠 있는 텍스트를 본 순간, 그녀의 입꼬리는 다시 표준위치로 회귀해야만 했다. 자기 자는 동안 유아라랑 나가서 같이 점심 먹는 건 그렇다 쳐도 늦기까지 한다니. 그녀는 입이 대빨 나온 채로 답장했다.


토도독.


[ 한겨울 -> 권민성 : 얼마나? ]

[ 한겨울 -> 권민성 : 많이 늦어? ]


[ 권민성 -> 한겨울 : 잘은 몰라 ]

[ 권민성 -> 한겨울 : 꽤 늦을 거 같은데 ]


[ 한겨울 -> 권민성 : ㅡㅡ ]

[ 한겨울 -> 권민성 : 밤에는 들어와라 ]

[ 한겨울 -> 권민성 : 니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ㅡㅡ ]


술술 이어지던 대화가 잠시 끊겼다가, 30초쯤 뒤 마나블렛이 울린다.


띠리링!


[ 권민성 -> 한겨울 : 그러던가 ]


“흐흐흐... 분명 니가 그러라 했다.”


순간 내려갔던 입꼬리가 살짝 다시 올라가며, 음흉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한겨울. 아무도 없는데 가슴에다가 마나블렛 화면을 가리고 주변을 살피고 재차 화면을 쳐다본다. 물론 마지막 메시지가 변할 리는 없다.


“흐흥흥...”


갑자기 들떠버린 한겨울. 왠지 수련할 기분은 아니게 돼 버린 그녀는, 슬리퍼를 신고 자기 방을 나가.


 똑똑-


“언니. 저예요~”


옆방, 그러니까 정예원과 박준의 방 문을 두들겼다. 정예원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겨울이니? 들어와~”


달칵-


자기 방과 같은 정예원과 박준의 방. 박준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가운데, 링링과 정예원은 소파에 앉아 마나블렛 영상을 보고 있었다. 한겨울이 은근슬쩍 그녀들 옆에 앉으며 물었다.


“둘이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드라마?”


“응? 아. 리디스가 찍어내는 양산형 막장드라마인데, 꽤 괜찮더라고.”


“... 막장드라마요?”


“나... 나름 재미있어요...”


“그럼, 그럼. 겨울이 너도 지금부터 같이 보지 않을래?”


“아... 아뇨. 괜찮아요. 저는 그런 건 취향이 아닌지라...”


절레절레 손을 휘젓는 한겨울. 허나 정예원은 순간 음흉하게 웃더니, 자기 드라마 속 인물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봐. 겨울아. 이 여자배우가 주인공인데, 역할이 뭔지 아니?”


“... 뭔데요?”


“그러니까 이 여자가... 자기 동생이 짝사랑하던 남자를 동생으로부터 떼어 내려다가, 자기가 더 빠져버리는 그런 역할이야. 약간 어릴 때 아빠랑 헤어지면서, 의지할 대상을 찾다가 그렇게 되거든.”


“그렇구나. 근데 드라마는 잘 안 봐서 모르지만... 그런 건 흔한 역할 아니에요?”


“거기까진 그렇지. 근데 있잖아, 그거 아니? 이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한테는 이미 애인이 있는데, 그게 자기 절친이야.”


“윽...”


“그래서 이 여자가 막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미쳐가는 그런 드라마인데...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니?”


“에이. 세상에 그런 억지 같은 스토리가 어디 있어요. 드라마지만 쫌 너무했다.”


한겨울이 작게 웃으면서 하는 말에, 정예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흐음. 그렇지?”


---


“저기요오...”


“뭐.”


“아... 아무리 그 [피그말리온]이라는 사람, 아니. 로봇 찾으려는 거라지만... 저희끼리 이런 곳에 와도 괜찮은 걸까요...?”


나와 유아라는, 현재 무인택시를 타고 거주구역 변두리의 환락가에 와 있다.


이유야 물론 렌즈형 블랙박스 영상에 녹화된 대로, 바텐더로 위장한 [피그말리온]을 찾기 위함.


처음에는 [오토라이프]의 오류 영상에 녀석의 모습이 나온 게 우연인가 싶었지만, 413번째 오류 영상 말고도 녀석이 찍힌 영상은 꽤 됐다. 오히려 초반부의 400개에 나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 왜 갑자기 이제 와서 딴소리야. 아깐 할아버지 과제 해결의 열쇠가 여기 있을 거라고, 얼른 가자며.”


“아니. 그게... 직접 와 보니까 뭐랄까... 이 거리 느낌이 생각보다... 더 그래서...”


유아라의 말에 나는 무인택시 바깥을 둘러보았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시점에도 이미 네온등을 하나둘 키기 시작한 거리.


거의 헐벗은 차림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벌써부터 술에 취해가지고 서로를 만지작대며, 러브호텔로 들어가는 남녀들.


어느 행성, 어느 거주구역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환락가인 셈이다.


“뭐가 문제야. 이니시움에서 실기평가 하면서 여기보다 더한 곳도, 더한 꼴도 봤을 거 아냐.”


“그... 그건 그렇긴 한데요...”


“그렇다고 니가 여기 있는 양아치들보다 약할 리도 없고. 명색이 이니시움 수석인데.”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아니면 뭐.”


“괘... 괜히 이런 데 돌아다녔다가... 저번처럼 또 이상한 기사 나는 건 아닌가 해서...”


“...”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


도착했다는 기계음과 함께, 적막이 흐르는 무인택시 안. 녀석이 고개를 못 들고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눈치 보던 그 때.


“... 이걸 니가 쓰면 되겠네.”


나는 녀석에게 받았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돌려주었다.


“... 이걸 제가요...?”


“원래 니 물건이잖아. 내가 빌린 거고.”


“그렇긴 한데... 누가 당신 얼굴 알아보기라도 하면... 위험해지지 않을까요...?”


“괜찮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취하러 와서, 적당히 마스크랑 후드만 걸쳐도 사람들 나 못 알아봐. 너 얼굴 팔리고 이런데 돌아다녔다고 기사 나는 것보단 나을 거 아냐.”


“...”


“빨리 써. 괜히 택시요금만 더 나오겠다.”


“고... 고마워요.”


자기가 줬던 물건을 돌려받는 건데도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유아라. 녀석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걸치는 와중에, 나 역시 마스크를 쓰며 녀석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피그말리온]이 있는 술집 이름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이었지? 이 근처 어디일 텐데.”


“저... 저기 바로 앞에 있네요.”


“그러네. 일단 택시에서 내리면 바로 들어가자. 빨리 어두운 데로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


“... 네...”


덜컥-


나와 유아라가 동시에 택시에서 내리자, 곧바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림잡아 100m도 안 되는 거리. 내가 앞장서 걷는 가운데, 내 윗옷 옷자락을 잡고 따라오던 유아라가 안절부절못하며 중얼거렸다.


“저기요... 주변에서 우리 지켜보고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절대로 그럴 리 없으니까, 쓸데없는 걱정 마. 세상 사람들 우리한테 신경 1도 안 써.”


“아... 아니... 바... 방금 입술에 피어싱 잔뜩 한 남자가... 저희 수상하게 쳐다봤는데...”


“그냥 무시해. 의식하면 더 쳐다볼걸.”


“... 네...”


- 끼예에에에에!


입구에 채 다다르기 전부터 강렬한 샤우팅이 들려오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나와 유아라는 거침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내부는 확실히 어두워서, 누군가가 우리를 알아볼 걱정은 아예 안 해도 될 정도.


어둠이 자기를 가려주자 자신감이 붙은 유아라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바 한구석을 가리켰다.


“아. 저기 있네요. 그 [피그말리온]이라는 로봇-”


“어이. 친구들. 처음 보는 얼굴이군.”


그리고 그 순간, 어디선가 대머리 노인이 나타나, 녀석의 앞길을 막으며 봉투를 흔들었다.


“처음이니 싸게 해 주지. 4g에 7만 코인이야. 20g 하면 30만 코인에 해 주지.”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건, 도재명과 동업하는 사이인 내게는 꽤나 익숙한 물건이었다. 유아라도 내용물을 알아보고, 평소 타인에게 비추는 평소의 ‘가짜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죄송해요오. 저희는 그런 거 안 하는-”


“에... 아가씨 입술이 특히 예쁘군. 새빨간 게... 이곳 여자들치고는 정말 생기가 넘쳐.”


허나 유아라의 정중한 거절에도 오히려 고개를 들이밀며, 누런 이를 보이는 노인. 평소 이런 부류의 장소와 인물들과는 거리가 먼 유아라가 순간 주먹을 쥐었다가, ‘실력 행사’를 했다가는 일이 커진다는 걸 깨닫고 웃는 표정으로 굳어버린 가운데.


“그 입술에 어울리는 건 역시 아이스 리자드의 피지. 어디 보자. 샘플이 어느 주머니에- 으윽!”


“비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어디서 개수작이야.”


나는 그냥 길게 생각할 거 없이 노인을 밀치고, 유아라의 팔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녀석이 종종걸음으로 따라붙으며, 개미 걸음소리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 고마워요...”


“그냥 저런 놈들한테는 대꾸하지 마. 말 한 번 받아주기 시작하면 계속 달라붙으니까.”


“네...”


저벅저벅- 털썩-


요란한 음악과 퇴폐적인 조명을 뚫고 바 쪽으로 다가온 나와 유아라. 바 쪽은 그나마 조명이 있는 편이라, 우리는 구석 쪽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녀석이 숨을 한번 고를 무렵.


“거기 있는 꼬마 손님들. 죄송하지만 이곳 행성 사인은, 미네르바와 달리 만 18세 미만에게는 음주가 허락되지 않는 곳입니다.”


바텐더 로봇으로 위장한 [피그말리온]이 컵을 닦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작가의말

빨리빨리 쓰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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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166. 이별 (1) +3 22.10.16 535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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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164. 멸종 (13) +4 22.10.10 507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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