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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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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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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68. 이별 (3)

DUMMY

168.


정예원 일행 몰래 [GZNS] 사옥을 빠져나온 나와 한겨울은, 손을 잡고 축제 준비가 한창인 거리를 돌아다녔다. 한겨울은 간만의 데이트에 들떴는지, 슈마허 CM송을 흥얼거리며 노점들을 살폈다.


“조강지처가 좋더라~ 슈마허가 좋더라... 그나저나 연 가게가 거의 없네.”


“뭐. 그레이트 오프닝까지 아직 일주일은 남았으니까.”


“그렇긴 한데... 어? 저거 봐봐. 저기 타코야키 파는 트럭은 벌써 장사 하나봐.”


대체 저걸 어떻게 찾았는지 싶을 정도로, 멀리 있는 노점을 가리키는 한겨울. 확실히 조금이지만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 그러네.”


“야. 근데 너, 타코야키 좋아해?"


“... 몰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어.”


“아. 진짜?”


나의 대답에 한겨울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그럼 이 참에 한 번 먹어봐. 아하하!”


내 어깨를 찰싹 치고선 후다다닥 노점으로 달려가더니, 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 용기를 들고 돌아온다.


“... 야. 우리 아침 먹은 지 2시간도 안 됐다.”


“이 정도 간식은 괜찮아~ 그보다... 자. 아~”


이쑤시개로 문어빵 하나를 찍곤, 호호 불어 내 얼굴에다 들이미는 한겨울.


“... 애도 아니고 무슨... 됐어. 알아서 먹을게.”


“내숭떨지 말고, 식기 전에 아~”


“... 아.”


내가 주변을 살피다가 마지못해 마스크를 내려 문어빵을 받아 먹자, 한겨울은 묘하게 웃으며


“어때? 맛있어?”


“어. 뭐. 그냥저냥 맛있네...”


“그래? 어디 그럼 나도 하나... 하뜨. 하뜨.”


문어빵을 입에 넣고, 입을 가린 채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는 한겨울. 얘 딱 보니까, 자기가 먹고 싶어서 사 왔다.


“허. 흐. 정말. 허. 좀 뜨겁지만 맛은 있다. 그치?”


“... 그러네.”


“마스크 한 번 더 내려 봐. 하나 더 줄게.”


“... 아.”


문어빵을 다 먹은 이후로도, 나와 한겨울은 계속 거리를 걸었다.


“야야. 저거 봐봐. 저 큰 종 보이지? 아까 [GZNS] 기자분한테 들었는데, 이번 그레이트 오프닝엔, 자정에 연합 탄생 400주년 타종 행사 한다나 봐. 행성마다 다 한다나 뭐라나?”


“... 별 쓸데없는 걸 다 하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우리는 축제장 가장자리 공터의 벤치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벤치에 앉은 한겨울은, 허공에다가 물장구라도 치는 것처럼 발을 팔딱이며 말했다.


“간만에 이렇게 느긋하게 돌아다니니까 좋다. 그치?”


“... 좋네. 평화롭고.”


“그러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마윤재... 아니. 마윤재 선배님은 괜찮으시겠지? 에덴으로 돌아가신 것 까진 좋은데, 막 함정에 빠지시고 그런 건 아니겠지?”


“... 마윤재 그 인간이 함정에 빠지면, 아마 함정이 먼저 망가질 걸.”


“... 그건 그래. 어제 로봇이랑 싸울 때... 와... 박준 선배랑 마윤재 선배랑 둘 다 장난 아니시더라...”


... 괜히 내가 인정하는 두 사람이 아니다.


“야. 근데 있잖아. 혹시 마윤재 선배님이 그 원로운인가 이원인가 하는 사람 잡으면, 이런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되는 건가? 인류가 멸망할 일도 없는 거고?”


속단하긴 이르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종족전쟁의 한 축 [F.E.E.]는 이미 우주에서 자취를 감췄고, 신인류 역시 ‘저쪽 세계’만한 위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인간들 사이에서 링크가 퍼지게 된 가장 큰 계기, 세르부스 내전이나 1차 기업대전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신인류의 머리나 다름없는 존재를 잡아버린다면-


“...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되지 않을-”


띠링-! 띠링-!


한겨울에게 대답하던 바로 그 순간, 내 마나블렛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바로, 아침에 자기 부하들이랑 연합에 쿠데타 일으키러 갔던 마윤재였으니까.


[ 마윤재 -> 권민성 : 보여주고 싶은 게 있네. ]

[ 마윤재 -> 권민성 : 저녁까진 돌아갈 테니, 내 방에서 모두 기다리게. ]


“... 이 인간은 이제 대놓고 명령이네.”


내가 그리 중얼거리며 마나블렛을 도로 주머니에 넣자, 옆에 앉아 있던 한겨울이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물어왔다.


“... 누구야? 설마 아...”


“마윤재야.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저녁에 이야기하자네.”


“아... 어. 미안. 응. 마윤재 선배님이셨구나. 응. 난 또...”


순간 무안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더니, 발을 작게 구르며 슈마허 CM송을 허밍으로 흥흥거리는 한겨울. 살짝 토라진 건지 불안한 건지 모를 그 모습에, 내 안에서 대체 나도 어디서 난 지 모를 이상한 용기가 샘솟았다.


스윽-


나는 은근슬쩍 녀석의 손을 잡고는.


“... 조강지처가 좋지. 슈마허보단.”


한 번 더 해 보라면 절대 못 할 정신 나간 소리를 중얼거리고 말았다.


“...”


“...”


한편 나의 말에 ‘뭐야. 너 권민성 맞아?’ 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금세 입술을 입 안에 말아 넣으며 배시시 웃는 한겨울. 녀석이 팔꿈치로, 살랑 내 옆구리를 찌르며 중얼거렸다.


“웬일이래? 우리 삐짐쟁이가 그런 말을 다 하고.”


“...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그래? 그럼... 이런 날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흐히히...”


“...”


아니. 방금 확실히 깨달았다. 인생에서 두 번은 못 할 짓이란 걸.


---


그날 밤. 우리는 모두 마윤재가 머무르던 방에 모여 녀석을 기다렸다. 저녁에 이야기하자던 말이 무색하게, 마윤재는 자정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 마윤재 부장이 많이 늦는군요.”


“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그 때였다.


슈우우우우-


행성간 순간이동의 잔영과 함께, 마윤재가 돌아왔다. 아침만 해도 깔끔했던 양복과 넥타이는 온통 피투성이였고, 오른손에는 알 수 없는 환자복 차림의 남자를 든 채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타 부서 부장들과 짧게 이야기 좀 나눈다는 게, 생각보다 길어져 버렸군.”


“그럴 수 있죠. 그보다, 보여 주고 싶으시단 건 뭔가요?”


“이 남자네.”


털썩-


마윤재가 들고 있던 남성을 우리 앞에 던지는 것과 동시에, [빅 데이터]가 바로 창을 띄웠다.


[ 원로운 ( 26세 ) ]

[ 마나량 : 15 ]


“...”


남자의 정체는 바로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원로운. 한편 그 사실을 모르는 링링이 마윤재에게 물었다.


“이... 이 남자는 누군가요...?”


“그건 ‘진짜’ 원로운이네. 어쩌면 우리가 찾는 남자의 허물이라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군.”


“허... 허물이라면... 설마...”


“알맹이는 도망갔네. 다른 몸을 한 채.”


모두의 시선이 남자의 머리에 감겨져 있는 붕대에 꽂혔다. 한편 유아라는 잠시 생각하다, 날카로운 눈매로 마윤재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걸 왜 저희에게 보여 주시는 거죠? 아침만 해도 어른의 일이라 하셨던 것 같은데요.”


“물론. 제군 말대로 이 일은 내 선에서 처리할 예정이네. 허나 어제 로봇과의 소동으로, 제군들은 나와 연루가 돼 버렸지. 그래서 조심하라 당부하고 싶었던 것뿐이네.”


“메시지 정도만 보내셔도-”


“연합 최고 시설 [푸가토리움]에도 쳐들어오는 제군들에겐, 이렇게까지 보여주지 않으면 알아들어먹을 것 같지 않더군. 기우였다면 사과하지.”


“...”


마윤재의 일침에 모두가 조용히 머쓱한 듯 고개를 돌렸다. 뭐. [Li4U] 현재 인기 급상승 동영상은 거의 다 어제 위버멘쉬와의 싸움 편집본으로 도배가 돼 있던 것도 한몫했다.


“여튼 놈을 검거하면 그 때 따로 언질을 주도록 할 테니,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지내도록 하게. 마침 이니시움도 휴교 중이니 잘 됐군.”


“... 아니. 그래도-”


“미안하지만 이만 가 보지. 아직 연합 내에서 할 일이 많아서.”


슈우우우-


순식간에 ‘껍데기’ 원로운을 업고, 도로 사라지는 마윤재. 그 모습에 한겨울이, 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뭐야. 이러려고 기다리라 한 거야? 정말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네.”


“... 안보부 출신들이 다 그렇지, 뭐.”


“어머. 아라 후배님 방금 말하는 거, 꼭 권민성 후배님 말투 같네?”


정예원의 말에 순간 유아라는 제 입을 가렸다가, 싸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차... 착각이거든요? 아무리 선배님이라지만, 기분 나쁘니까 그런 농담 하지 말아 주세요.”


“흐음. 그래? 정말 기분 나쁜 거 맞...”


“전! 조... 좀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 볼게요. 가요. 링링.”


“... 네? 네. 언니...”


녀석은 황급히 링링을 데리고 마윤재의 방에서 도망치듯 나갔고.


“아라 후배님도 놀리는 재미가 있는 친구라니까. 우리도 가자. 준아. 슬슬 자야지.”


“응? 어. 응.”


정예원 역시, 박준 형을 데리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나와 한겨울 둘만 남은 상황. 녀석이 은근슬쩍 팔짱을 끼며 말을 걸어왔다.


“... 우리도 슬슬 갈까?”


“... 넌 니 방 있잖아.”


“에이. 또 그런다. 또...”


띠링-!


순간 울리는 마나블렛. 이번에는 내 것이 아니었다. 한겨울의 것이었다.


“어? 누구지. 연락 올 사람이 없는데... 뭐야. 이 새끼가 왜 갑자기 연락하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마나블렛을 확인하던 한겨울의 표정이, 순식간에 확 굳었다.


“... 누군데.”


“... 직접 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화가 난 표정으로, 메시지 창을 내게 보이는 한겨울.


[ 친구 등록이 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

[ 한가을 -> 한겨울 : 겨울아. 권민성 교수님과 같이 본가에 한 번 들르렴. 아버지가 너흴 보고 싶어 하셔. ]


메시지의 발신자는, 왠지 ‘알맹이’의 행보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남자였다.


작가의말

늦어서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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