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6,876
추천수 :
15,646
글자수 :
948,632

작성
22.09.04 18:50
조회
582
추천
23
글자
13쪽

150. 탈출 (5)

DUMMY

150.


여운휘의 목을 붙잡은 마윤재. 그에겐 더 이상 눈앞의 노인을 존대할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마윤재는 범인, 즉 악(惡)을 심문할 때와 같은 목소리, 말투로 말했다.


“여운휘 소장. 이제 좀 조사에 응할 마음이 생겼을 거라 믿소.”


“... 마... 마윤재 부장. 지... 진정하고 일단 이거부터 놓... 커억...”


마윤재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여운휘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통으로 물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소장이 할 수 있는 건 내 말에 대답하는 것뿐이오. 이해했소?”


“끄으... 으...”


괴로움 속에서 안간힘을 짜내 고개를 끄덕이는 여운휘. 그제야 마윤재는 손의 힘을 조금 풀었다.


“좋소. 일단 하나씩 대답하시오. 이번 내 클론 사건, 당신과 관련이 있소?”


“마... 만든 건 나지만... 사용한 건... 누군지 모르...”


“소장. 묻는 것에만 대답하시오. 나는 연합 비서실장 원로운을 의심하고 있소. 그에 대해 알고 있소?”


“모... 모르오- 커억!”


“소장. 나는 꽤 많이 참았다고 생각하는데.”


“저... 정말이오...”


“...”


모르쇠로 일관하는 여운휘의 모습에, 마윤재가 답답함을 느끼던 찰나.


[ 마윤재 부장님. 소장님의 행적과 명령 내용은 모두 제게 저장돼 있습니다. ]


그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한 목소리. 인간 여성 형태의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AI 베아트리체였다.


“베... 베아트리... 체...”


“베아트리체? 이곳 푸가토리움을 관리하는 AI인가 보군. 그나저나 여운휘 소장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기록돼 있다는 그 말이 사실인가?”


[ 예. ‘푸가토리움 운영 매뉴얼’의 ‘연구소장의 권한과 의무’ 항목에 따라, 여운휘 소장님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기록돼 별도로 저장됩니다. 다만 마윤재 부장님은 현재 권한 부족으로 인해, 해당 기록을 열람하실 수 없습니다. ]


“열람이 가능한 권한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 ‘푸가토리움 운영 매뉴얼’의 ‘비상사태에서의 지위체계 구성’ 항목을 띄우겠습니다. ]


지이이잉-


순간 홀로그램으로 떠오르는 수백 줄이 넘는 문서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을 잠시 지켜보단 마윤재가


“이 별칙 6에 따르면... 여운휘 소장을 죽이면 돌고 돌아 안보부 부장인 내가 임시 소장직을 맡게 되는군.”


[ 그렇습니다. ]


순간 사색이 되는 여운휘의 얼굴. 그가 목을 붙잡힌 채로 열심히 소리쳤다.


“마... 마윤재 부장! 난 진짜 몰라!”


“권한 이전에는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지?”


[ 연구소장의 사망 즉시 이전됩니다. ]


“그럼 망설일 이유가 없군.”


“베... 베아트리체! 네가 감히 어떻게-”


뚜두두둑-!


순수한 악력으로 여운휘의 목을 ‘찌그러트리는’ 마윤재. 그가 더 이상 아무런 힘도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 여운휘를 한구석으로 집어던지자, 베아트리체의 홀로그램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 반갑습니다. 푸가토리움의 임시 연구소장 마윤재 님. 임시 소장의 권한으로, 전 연구소장 여운휘의 기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


“... 확실히 도움은 되지만, 기계는 역시 정이 안 가는군... 아.”


문득 잊고 있던 민성이 떠오른 마윤재. 그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고 있지 못한 민성의 플라스마 구속구를 해제해, 편한 자세로 눕히고는 어깨를 흔들며 물었다.


“제군. 내 말 들리나?”


“...”


“제군?”


“...”


짜악-!


“흐음. 의식이 없군.”


“...”


마윤재가 강하게 뺨을 한 대 쳐 봤지만, 그저 볼만 퉁퉁 부어오를 뿐 미동도 없는 민성.


‘그런데 신기하게도 숨은 쉬고 맥도 잘 뛰는군.’


그런 민성의 볼을 쥐고 얼굴을 몇 번 돌려보던 마윤재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베아트리체. 여운휘에 관한 기록 열람 전에 하나 묻지. 지금 권민성 교수의 상태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 마나 스캔과 생체 데이터 스캔 결과, 현재 권민성 강사는 ‘기억 범람’ 상태로 추정됩니다. ]


“기억 범람?”


[ 예. 수많은 정신체들과 의식이 혼합되는 바람에, 기억이 오버플로우돼 역으로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


“회복시킬 방법은?”


[ 없습니다. ]


베아트리체의 단호한 반응에, 마윤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 방법이 없다니, 사실인가?”


[ 예. 다른 영혼들과 기억이 뒤섞이는 것은 비가역적 반응입니다. 심지어 ‘기억 범람’ 상태에 빠졌다면, 돌아올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


언제나 기세등등한 마윤재가, 웬일로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스스로를 정의라고 믿으며 단 한 번도 후회해 보지 않은 마윤재. 입술에서 쓴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꽤나 오랜 시간 침묵을 유지하다, 젖은 숨과 함께 무거운 한 마디를 내뱉었다.


“... 유감이군.”


왜애애애애앵-!


- 긴급 사태 발생! 긴급 사태 발생!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난데없이 [푸가토리움] 전체에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과 경고음. 베아트리체는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죄송합니다. 마윤재 소장님. 권민성 강사의 상태는 유감이지만, ‘푸가토리움 운영 매뉴얼’에 따라 긴급 사태부터 처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무슨 일이지?”


[ 현재 출입 권한이 없는 인물들 다수가, 궤도 엘리베이터를 무단 조종해 옥내로 침입 중인 상태입니다. ]


마윤재는 이내 다시 평소와 같이 냉정한 얼굴로 돌아섰다.


“간 큰 자들이로군. 아무리 소장이 썩었다 한들, 연합 최고의 감옥인 푸가토리움에 불법 침입하려 하다니. 대체 어떤 자들인가?”


[ 궤도 엘리베이터 내의 CCTV 화면을 띄우겠습니다. ]


지잉-


베아트리체가 띄운 홀로그램 영상에서는.


[ 침입 동기 파악을 위해, 궤도 엘리베이터 내의 대화를 재생하겠습니다. ]


- 하아... 내가 좀만 신경 썼더라면... 장난으로 보낸 메시지인줄 알고...

- 준아. 니 잘못 아니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 미... 민성 선배한테 벌써 큰일이라도 난 아니겠죠...?

- ... 권민성 그렇게 약한 녀석 아냐.

- 그 남자가... 그냥 죽을 사람은 아니긴 하죠.


마윤재도 익히 알고 있는 이니시움 출신 인물 5명이 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푸가토리움으로 올라오고 있었고.


움찔-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민성의 손이 움직였다.


------


자아의 혼동을 한 번 겪고 난 이후, 민성은 무의식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그의 무의식이 그려내는 풍경은 딱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했다.


하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또 다른 하나는 그 어둠 속에 펼쳐진 것은 수십 만 개가 넘는 길들. 또 그 길들과 연결된 셀 수조차 없이 많은 갈림길들. 바로 ‘기억의 길’들이었다.


‘기억의 길’ 중 하나에다 민성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자.


- 루이 쥘리. 너를 헌터 독살 혐의로 체포한다.


영화처럼 떠오르는 이미지. 다른 길들도 마찬가지였다. 무의식 세계에 펼쳐진 이 길들은 전부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이건 죽인 사람들의 어금니를 모으던 살인자의 기억... 이건 호텔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였던 기업가의 기억... 대체 어떤 게 진짜 나지...?’


어떤 것이 자신의 ‘기억’인지 몰라 어떠한 길도 걸어 나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 하고 멈춰만 있던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권민성 그렇게 약한 녀석 아냐.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친근한 것 같으면서도, 또 그리운 느낌의 목소리...’


그 순간.


우우우웅-

온통 어둠으로 뒤덮여 있는 수많은 길 중 하나가 희미하게 붉은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


민성은 고민 끝에, 빛나는 길에다가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그의 앞에, 영화관 스크린처럼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 이런 것도... 너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기억은 베란다에서 낯뜨겁게 자신에게 입 맞추고 부끄러워하는 한 명의 아름다운 소녀를 비추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고.


우우우웅-


자신이 걷고 있는 길과 연결돼 있는,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가 빛이 나기 시작했다.


“...”


- 이런 얘기 할 수 있는 동생이 생겨서 좋네.

- 고맙네. 자네를 만나서 참 다행이야.

- 누가 그러게 길에서 대놓고 귀여우래?

- 흐어어엉. 레이첼 씨가...

- 당신은 진짜... 말을 해도 꼭...


민성은 빛을 따라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과 관련된 기억들이 계속해서 스쳐지나갔다.


- 눈이다.

- 나 너 좋아해...


그 중에는 행복한 장면도 있었고.


- 동족이 되어라. 인간 전사여.

- 이교의 소년이여. 죽어라.


괴로운 장면도 있었다.


- 그냥 노세요. 어차피 세상은 망합니다.


창피했던 만큼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었고.


- 누나가 미안해...

- 쉿. 죄송하다 하지 말고, 그럴 땐 고맙다고 하는 거야. 쿨럭!


잊어버리려 해도 가슴 속에 박혀서 빠지지 않는 기억마저도 마주하며, 취한듯 나아가는 민성. 그리고 어느 한 지점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바로 10년 전, 어린 시절의 민성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의 민성은 더 나아가려는 민성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여기까지야.”


“... 어째서?”


“그야. 이젠 너가 누군지 알고 있을 테니까.”


10년 전의 자기 자신의 말에, 민성은 뒤를 돌렸다. 여태껏 걸어왔던 하나의 길이, 수많은 색깔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내가 누구였는지.


“여기는 가장 ‘뒤’야. 앞으로 가.”


“...”


“빨리. 다들 기다려.”


“... 응.”


‘나’는 뒤돌아, 왔던 길을 달려나갔다.


행복했던 순간도, 괴로웠던 순간도 다시 지나쳐왔다.


추억도 나였고, 트라우마도 나였다. 모든 순간이 나였다.


살아가는 무게만큼 숨이 찼지만, 계속 달렸다.


- 어... 어?

- 바... 방금 분명 움직이신 것 같은데...


희미하게 이 세계의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겨울 목소리. 링링, 정예원, 박준 형, 유아라까지. 나의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그 목소리는 점차 선명해진다.


“하아... 하아...”


어느덧 나는, 걷기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쉬지 않고 달려왔던 길을 뒤돌아보았다. 처음에 있던 수십만 개가 넘던 길들은 다 사라지고, 남은 건 오로지 빛나는 나의 길과.


“앞으로 가!”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과거의 나뿐이었다.


내 앞에 있는 것은 하나의 문.


나는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눈이 떠졌고.


“... 니들 너 왜 우냐. 바보같이...”


“... 이씨이... 이게 진짜... 훌쩍.”


“사... 사람 걱정시켜놓고 하는 말이 고작 그거예요? 훌쩍.”


내 주변에는 모두가 있었다.


“아니. 근데 왜 다들 여기...”


“당연히 후배님 구하러 왔지. 준이한테 메시지 남기고 갔었잖아.”


“... 죄송해요. 형. 아니. 다들 걱정 끼쳐서 미안...”


“아냐. 민성아 잘 했어. 잘 됐고...”


“서... 선배가 무사하시니 다행이에요...”


분명 정신을 잃기 전만 해도 나와 마윤재뿐이었는데, 눈 뜨고 보니까 [푸가토리움]에 5명이나 와 있는 상황. 나는 원래 나와 같이 이곳에 왔던 마윤재 쪽을 살폈다.


“베아트리체. 어째서 회복할 방법이 없다 거짓말을 한 거지?”


녀석은 자기 옆의 여성형 홀로그램을 노려보며 추궁하고 있었다.


“베아트리체. 해명해라.”


[ 역시 예상대로군. ]


“... 뭐?”


차라라라라락-!


순간 여성형 홀로그램이었던 베아트리체는 픽셀 단위로 쪼개지며 재구축되더니.


[ '치유'.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의 원형마저도 복구할 수 있는 힘... ]


흰 머리에 흰 피부, 흰 가운의 노인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 수억이 넘는 영혼들을 통합한 인격, ‘슈퍼에고’ 속에서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낸 여운휘, 그는 입이 귀까지 걸린 채 흰 이를 보이며 웃었다.


[ 드디어 찾았군. 홀홀홀... ]


작가의말

150화!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봐 주세용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022.11.20) +2 22.03.20 570 0 -
183 후기 +21 22.11.14 768 34 2쪽
182 177. 이 별 (完) +9 22.11.14 743 31 20쪽
181 176. 이별 (11) +7 22.11.11 497 21 9쪽
180 175. 이별 (10) +4 22.11.09 483 18 15쪽
179 174. 이별 (9) +2 22.11.07 479 19 14쪽
178 173. 이별 (8) +2 22.11.04 501 17 10쪽
177 172. 이별 (7) +6 22.11.02 485 18 12쪽
176 171. 이별 (6) +2 22.10.31 508 19 12쪽
175 170. 이별 (5) +3 22.10.28 509 17 10쪽
174 169. 이별 (4) +2 22.10.26 505 18 10쪽
173 168. 이별 (3) +3 22.10.24 514 18 10쪽
172 167. 이별 (2) +2 22.10.18 523 21 12쪽
171 166. 이별 (1) +3 22.10.16 533 22 10쪽
170 165. 멸종 (14) +6 22.10.12 523 22 10쪽
169 164. 멸종 (13) +4 22.10.10 506 22 11쪽
168 163. 멸종 (12) +2 22.10.09 496 20 9쪽
167 162. 멸종 (11) +3 22.10.06 503 22 10쪽
166 161. 멸종 (10) +3 22.10.04 519 20 9쪽
165 160. 멸종 (9) +1 22.10.02 537 19 12쪽
164 159. 멸종 (8) +3 22.09.28 569 22 12쪽
163 158. 멸종 (7) +3 22.09.24 544 21 14쪽
162 157. 멸종 (6) +2 22.09.22 537 22 11쪽
161 156. 멸종 (5) +3 22.09.21 535 20 13쪽
160 155. 멸종 (4) +4 22.09.15 573 23 12쪽
159 154. 멸종 (3) +6 22.09.14 561 22 9쪽
158 153. 멸종 (2) +3 22.09.12 571 22 9쪽
157 152. 멸종 (1) +5 22.09.11 574 24 11쪽
156 151. 탈출 (6) +5 22.09.08 579 21 14쪽
» 150. 탈출 (5) +3 22.09.04 583 2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