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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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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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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2.09.2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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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9
추천
22
글자
11쪽

157. 멸종 (6)

DUMMY

157.


“서... 선배.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아. 마침 잘 됐다. 링링. 이 주정뱅이 녀석 좀 네 방에 재우자.”


“... 네? 주정뱅이... 요?”


“응. 얘 칵테일 두 잔 먹고 쓰러졌는데, 내가 얘 방문 열 방법을 몰라.”


“...”


링링은 잠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만 그것도 잠시, 녀석은 쫄레쫄레 자기 방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며 중얼거렸다.


“이... 일단 누가 보기 전에... 얼른 들어오세요...”


---


달칵-


링링이 잠금잠치를 거는 동안, 나는 유아라를 침대에 뉘였다.


“으음... 아빠... 나 추워...”


“... 나 니 아빠 아니라니까.”


스륵- 스르륵-


신발을 벗기기가 무섭게, 그대로 이불을 돌돌 말고 쿨쿨 자는 유아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링링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라 언니의 이런 흐트러진 모습... 처음 봐요...”


“... 그런가? 저번에 정예원네 집들이 할 때도 저랬던 것 같은데.”


“그... 그땐 제가 먼저 잠들어버려서...”


하긴. ‘저쪽 세계’의 링링도 술은 약했었지. 한편 링링은 침대에 누워 있는 유아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도 저는 언니의 이런 흐트러진 일면을 볼 수 있다는 게 기뻐요.”


“... 그러냐.”


“네... 옛날의 아라 언니는 제게 그저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 하셨거든요... 요즘은 실수하는 모습도, 당황하는 모습도 보여주시고... 언니가 좀 더 마음을 열어 주신 기분이에요.”


“...”


“... 모두 선배 덕분이에요.”


그게 왜 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유아라는 요즘 많이 유해졌다. 예전보다 더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늘었다. 물론 나한테는 거의 짜증만 부리지만 말이다.


“아...”


한편 유아라의 볼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쪽을 한 번 흘깃하는 링링. 녀석이 얼굴을 붉히며, 머뭇머뭇 거리다가 묻는다.


“그... 그런데... 어째서 민성 선배가 언니랑 이 늦은 시간까지 칵테일을-”


“링링. 지금 몇 시야?”


“... 네? 아니. 그 1시쯤 되긴 했는데... 그보다 어째서... 두 분이...”


“1시라고? 너무 늦었네. 슬슬 들어가 봐야겠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굳이 상대해 줄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 링링 침대에서 자고 있는 주정뱅이가, 내일 아침에 깨어나면 지가 알아서 해명할 테니까.


나는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하품하는 척을 하며 말할 뿐이다.


“하암... 미안. 링링. 얘기해주곤 싶은데, 너무 피곤해서 난 이만 방으로 돌아가 볼게. 유아라 깨면 직접 물어봐.”


“아... 네...”


“잘 자. 링링.”


“... 네. 선배도 안녕히 주무세요...”


일단 말은 그렇게 하고 빠져나왔지만, 방으로 돌아가도 잘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왜냐면.


덜컥- 달칵- 달칵-


“... 나 왔어.”


“... 왔어? 흐히히.”


내 방 침대 이불 안에는, 잠 못 자게 하는 괴물이 살고 있으니까.


---


“하암... 그래도 2시간이면 많이 잤지...”


이튿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입술을 매만지며, 여운휘의 마나 데이터 소켓 탐색이 잘 되고 있나 확인할 겸 연구동로 향했다.


위이이이이이잉-! 슈우우우우-


어제 아침만 해도 실온이었던 연구실은 이미 마나 데이터 소켓 리더기가 내뿜는 에어컨 사이의 치열한 냉난방 싸움으로 번져 있는 가운데.


[ ‘원로운’을 핵심 키워드로 마인드맵 서치 진행중... ]

[ 예상 소요 시간 - 51 : 19 : 36 ]

[ 현재 탐색중인 키워드 - 400년 전 우주 개척 시대, 도미니티카, 마나석... ( 더보기 ) ]


리더기가 띄우는 홀로그램 창엔 딱히 큰 문제도, 큰 발견도 없어 보인다.


“... 별 일 없네.”


나는 그대로 리더기가 있는 연구실을 나왔다. 괜히 뭐 해보겠다고 건드렸다가, 혹시라도 데이터가 꼬여버리면 큰일이니까.


어제 유아라가 경고했던 대로 말이다-


“아.”


“아...”


얘도 양반은 아니네. 이름 석 자 떠올리기가 무섭게, 연구실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유아라와 마주친다.


“... 잘 잤냐?”


“그... 잘 자긴 했는데...”


안 그래도 아침부터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이던 유아라는 날 보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며 말꼬리를 흐리더니.


“다... 당신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봐요. 서치 잘 되고 있는지 확인만 하고 바로 나올 테니까, 저랑 얘기 좀 해요.”


하고는 후다닥 연구실에 들어간다.


어차피 나는 피그말리온이 말한 비밀 연구실. 그러니까 유아라네 본가 뒷마당 정원에 있는 풀숲 미로로 가야 하니 조금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 줄 참이었는데, 유아라는 10초도 되지 않아서 나온다.


“... 너 제대로 확인은 하고 나온 거 맞냐?”


“벼... 별 일 없던데요. 마인드맵 서치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그보다!”


“그보다 뭐.”


“저... 저 어제 무... 무슨 실수 같은 거 하진... 않았죠...?”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며, 양 손을 모으고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묻는 유아라.


조금 의외였다. 녀석이라면 당연히 링링한테 자기 술 취하고 흐트러진 모습 보여줬다고 찡찡댈 줄 알았는데,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까.


“... 근데, 대체 어떤 게 실수인데.”


“뭐... 뭐. 그... 술김에 막 당신한테... 아니. 그냥... 하면 안 될 만한 말 하고 그러진 않았냐고요...”


“딱히 뭐... 아. 맞다. 너 나한테 업혀온 건 기억나냐?”


순간 사색이 돼버리는 유아라. 녀석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중얼거렸다.


“다... 당신이 절 업고 왔다고요...?”


“... 아무리 깨워도 니가 정신을 못 차리는데 어떡해. 굴려서 올 순 없잖아.”


“... 아... 아니. 그것보다... 업혀왔는데요? 그 동안”


“나한테 업혀서, 너 아빠 타령 하더라.”


“... 제가... 요? 아빠”


“응. 내가 너한테 거짓말해서 뭐 어따 써.”


“그렇긴 한데... 말을 해도 정말...”


“야. 그것보다...”


나는 유아라에게 어젯밤 녀석이 술에 취해 쓰러진 이후 피그말리온이 말했던 사실들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했다. 피그말리온 본인이 [오토라이프]에 오류를 발생시킨 이유, 그리고 곧 있을 [위버멘쉬]의 부활, 그리고 ‘비밀 연구소’의 위치까지.


의외로 앞의 두 이야기에 녀석은 꽤나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연구소의 위치를 들었을 때만큼은 예외였다. 녀석은 적잖이 놀란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비... 비밀 연구소가... 풀숲 미로의 중앙 분수대 근처에 있다고요?”


“어. 그곳이 왜.”


“아... 아니에요. 일단 뒷마당 정원으로 빨리 가보죠. 제가 안내할게요.”


나는 앞장서 걸어가는 유아라를 따라갔다. 실험동에서 빠져나와 우리가 머물고 있는 별채를 지나, 거의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미술품과 골동품이 장식돼 있는 유아라네 본채 복도를 통과하자 풀숲 미로가 있는 뒷마당 정원이었다.


차칵- 차칵-


정원사 안드로이드들이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벽은 높이가 거의 2m는 돼 보이는 가운데, 유아라가 은근슬쩍 내 옷소매를 잡고 끌었다.


“저 잘 따라오세요. 이 안에서 길 잃으면 꽤나 난감하거든요.”


---


미로에 들어오고 30분 정도 지났을까. 옷 여기저기에 나뭇잎이 묻었고, 바짓단은 이미 흙투성이가 됐건만, 코스모스 덤불은커녕 아직 중앙 분수대도 찾지 못했다.


“... 미로가 뭐 이리 쓸데없이 넓고 복잡해.”


“처음이라 그런 거지 익숙해지면 그렇게까지 복잡한 편은 아니에요. 크기도 1.5에이커? 그 정도일 거예요.”


1.5에이커면 대충 6000제곱미터에 1800평. 일반인은 길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즈다.


“그리고 거의 다 왔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고... 그 다다음 갈림길에서 또 오른쪽으로 가면... 아. 찾았어요. 여기가 중앙 분수대에요.”


유아라 말대로 돌자, 계속 좁은 길목뿐이던 미로에서 거대한 하트 모양 석조 분수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수대를 지켜보던 유아라가 조금 꽉 막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7살 때 이후로 처음 와 보는데, 여전하네요. 관리도 잘 돼 있고.”


“그런데 잘도 길 다 기억하고 있네.”


“그러게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유아라는 멍하니 분수대를 쳐다보다 하늘을 한 번 보고,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했다.


“후우.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겠죠. 따라오세요. 제 기억대로라면 코스모스 덤불은 이쪽-”


쿵-!


“...”


“...”


유아라가 발을 디딘 땅바닥이, 마치 벽을 찼을 때처럼 크게 울렸다. 이전에 행성 테라미시의 사막에서처럼 말이다. 한편 자기가 낸 발소리에 얼어붙은 유아라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있잖아요... 저 그렇게...”


“너 마른 편인 거 누구보다 잘 아니까, 좀 비켜봐.”


“... 네...”


유아라가 있던 바닥을 발로 조금 쓸자, 바로 원형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복잡한 형태의 플러그가 있는 것이, 출입하려면 특수키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혹은 강한 주먹이 필요하거나.


“어릴 때 이 주변에서 자주 놀았었는데, 전 이런 문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네요.”


“너가 왔던 건 10년 전 일이기도 하고... 1년 전에 놈들이 풀려나면서, 위장해놓은 게 약해졌나 봐.”


“... 설득력이 있네요. 그러고 보니 주변 지반이 조금 깎여나간 것 같기도 해요.”


“그래. 근데 일단 그것보다...”


“문 부술 거니까 귀 막으라고요?”


이미 귀를 막은 채 말하는 유아라. 녀석이 괜히 이니시움 수석이 아니다.


---


쿵-!


철문을 부수고 계단을 내려가자, 말 그대로 ‘비밀 연구소’이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장소가 나왔다. 원형 공동의 가장자리에는 12개의 실린더가 위치해 있었고, 가운데에는 기계 팔이 잔뜩 달렸지만 이미 빛을 잃은 메인 컴퓨터가 있었다.


툭- 툭-


내가 메인 컴퓨터를 건드려봐도 반응이 없는 와중에, 실린더 주위를 배회하던 유아라가 중얼거렸다.


“Type-00, 02, 03... 이것들이 그 로봇들이 들어 있던 실린더인가 봐요. 저와 링링을 노리는...”


“그런 것 같네... 근데 이 메인 컴퓨터 킬 순 없나?”


“아마 목적을 제 목적을 다한 만큼 안 켜지겠지만... 일단 시도는 한 번 해 볼-”


나의 부름에 유아라가 메인 컴퓨터로 다가온 바로 그 순간.


치직... 치지지직!


메인 컴퓨터가 갑자기 스파크를 내며 작동하더니.


위이이이이잉-!


축 늘어져 있던 기계 팔들이 전부 녀석을 향했다.


작가의말

빨리빨리 쓰겠습니다 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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