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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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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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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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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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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0쪽

166. 이별 (1)

DUMMY

166.


덜컥-! 저벅- 저벅-


“응? 어디 갔지?”


제 방마냥 들어와서는 바로 잠금장치를 걸고, 방 안을 돌아다니며 혼잣말하는 한겨울.


부스럭- 부스럭-


“뭐야. 얘 진짜 어디 갔대?”


침대 이불 들추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세수하듯 목욕물로 얼굴을 한 번 닦으며 말했다.


“... 나 욕실이야.”


“욕실? 아. 목욕하고 있었구나?”


“... 어. 금방 나갈게. 기다려.”


“아냐아냐. 천천히 나와. 아님...”


“... 아님 뭐.”


“그냥 나도 들어갈까? 나 샤워만 대충 하고 오기도 했고... 욕조 좋던데.”


“... 선생님. 헛소리하지 마시고, 밖에서 기다리세요.”


“치. 좋으면서 내숭은. 너 엄청 밝히는 거 다 알거든?”


“... 사람이 어떻게 좋은 일만 하고 사냐.”


그리 말하면서, 나는 진짜 들어올까 황급히 씻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난입 선언은 그냥 해 본 소리였는지, 한겨울은 이미 침대와 동화된 것처럼 퍼질러진 채 누워 있었다. 대놓고 자고 갈 생각인지, 파자마 차림으로 말이다.


“... 대낮부터 팔자 늘어졌네.”


“으으응... 이런 날엔 하루 정도 늘어져도 돼. 너도 빨리 와서 누워.”


그리 말하며 자기 옆을 손바닥으로 팡팡 치는 한겨울에게, 나는 수건을 쥔 손을 열심히 놀리며 대꾸했다.


“... 머리만 말리고.”


---


풀썩-


내가 침대에 누웠을 때도, 창밖은 아직 해가 중천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위버멘쉬가 부활한 것이 새벽이었으니까. 한편 내가 눕자마자 한겨울은 꿈틀꿈틀 옆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고, 내 쪽으로 웃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어때? 한낮부터 침대에서 뒹굴대는 거, 좋지?”


“... 응. 좋네.”


“이히히히... 이렇게 매일매일 너랑 게으름 피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도, 모레도.”


“...”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아마 힘들 것이다. 당장 내일만 해도, 아침에 여운휘의 마나 데이터 소켓 리딩이 끝나면서 바빠지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낮잠이나 좀 자자.”


쉴 수 있을 때, 쉬어둬야 한다. 이런 좋은 기회라면 더더욱.


“음... 그럴까? 사실 나도 좀 피곤하긴 했어.”


“... 그래. 자자.”


“...”


“...”


“... 야. 자?”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자기로 한 지 1분도 안 돼서 말을 걸어오는 한겨울. 사실 나도 딱히 졸리진 않았다. 의무감으로 눈을 감았던 것뿐이었으니까.


“... 아니. 왜.”


“그냥 오늘 있던 일 생각해 봤는데... 아까 예원이 언니 너무 무리해서 잠시 쓰러졌었을 때, 아라 되게 위험했었잖아. 그 로봇이 안 감쌌으면 큰일 날 뻔 했었고.”


“... 그랬지.”


“근데 그 로봇 말이야... 왜 아라 대신 자기가 죽은 걸까?”


피그말리온이 유아라를 감쌌던 이유. 짐작 가는 것이 하나 있긴 하다.


피그말리온과의 첫 만남. 먹어서 얻는 기억. 유아라의 술주정. 예술 하다가 슈마허에서 쫓겨난 유아라의 아버지. 부성애.


수많은 단서들을 따라가다 보면, 진실의 실루엣이 흐릿하게나마 비친다.


물론.


“... 모르겠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짐작일 뿐, 진실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에게 남은 결과는 그저, 피그말리온이 죽었고 유아라는 살았다. 그게 전부니까.


“흐음... 너도 몰라?”


“... 응.”


“... 하아. 뭐. 좀 께름칙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치?”


내 쪽을 보며 환히 웃는 한겨울. 그 모습에 문득, 이유 모를 불안감이 스쳤다. 녀석이 아니라, 내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이었다.


“... 야.”


“응? 응. 왜에?”


“넌...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


나의 물음에, ‘얜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는 한겨울.


녀석은 한참 동안이나 그러고 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음흉한 웃음을 짓더니, 무심한 척 대꾸한다.


“음... 글쎄? 아마 금방 잊고 다른 잘생기고 착한 남자 만나서 잘 살지 않을까?”


“... 진짜?”


“응. 진짜. 죽은 사람 기다려서 뭐 해?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시간으로 잊어야지. 근데 왜?”


“...”


스윽-


장난인 걸 뻔히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돌아눕게 되는 나. 등 뒤에서 한겨울이 황당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얼씨구? 얘 좀 봐. 먼저 되도 않은 소리 하더니, 내가 장난치니까 자기 혼자 삐져서 돌아눕네.”


“... 안 삐졌어.”


“삐졌잖아.”


“... 안 삐졌다니까.”


“이 삐짐쟁이야~ 잘생긴 얼굴 왜 벽한테 보여주고 있어. 나한테 보여줘야지~”


“...”


“지금 안 돌아보면, 앞으로는 계속 뒤통수에다가만 뽀뽀한다?”


그리 말한 한겨울은 내 등 뒤에 꼭 달라붙어 목에 팔을 감더니.


쪽-


내 뒷목에다가 입을 맞추었다.


쪽. 쪽. 호오. 쪽.


계속해서 입을 맞추다가, 내 목줄기에다가 입바람도 불어 보는 한겨울. 이 의도조차 알 수 없는 묘한 공세에 난 결국 다시 돌아눕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한겨울이, 묘하게 심통 난 얼굴로 내 양 볼을 꼬집었다.


“으이그... 이 뭐만 하면 삐지는 삐짐쟁이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러게 누가 이상한 소리 하래? 니가 왜 죽냐? 죽을 일이 생겨도 무조건 살 생각을 해야지.”


... 너무 정론이라 반박도 못 하겠네.


“그리고! 니 갑자기 죽으면, 내가 참~ 잘도 지내겠다. 헤벌레~ 하면서 다른 남자도 만나고. 그치?”


“...”


“야. 우리 처음엔 사이 엄청 안 좋았던 거 기억하지?”


“... 서로 안 죽인 게 용했지.”


“그래! 근데 내 성격에 누굴 만나냐? 그러니까 어디 가서 죽는다는 헛소리 하고 다니지 말고, 살아서 나 끝까지 책임지라고.”


“...”


“... 대답은?”


“... 응.”


나의 말에 그제야 심통어린 표정을 푸는 한겨울.


“... 그치. 그래야지. 내 남편이면.”


쪽-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천장 쪽으로 돌아눕는 한겨울. 녀석은 왠지 모르게 후끈후끈한 이불 안을 한 번 환기하고, 자기 파자마도 살짝살짝 펄럭이며 중얼거렸다.


“어우. 이상한 소리에 열 냈더니 땀이 다 나네. 이젠 진짜 자자.”


“... 그래. 자자.”


“... 잘 자.”


“... 너도 잘 자.”


서로 잘 자 한 마디를 주고받자, 조용해지는 침대 위.


숨소리만 울려 퍼지는 정적 속에서.


“... 멀리 간단 소리 한번만 더 하면... 그땐 나 진짜 화낼거야.”


내 손을 꾸욱 붙잡는 한겨울의 손은, 절대 놓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듯했다.


---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둘은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 으음...”


“인났어?”


“응... 몇 시야...?”


“아직 밤 10시. 더 자. 너 어제도 아라랑 일하느라 못 잤잖아.”


“아니. 괜찮아... 충분히 잤어...”


하나는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을 못 잔다는 것이고.


둘째는.


“아. 근데-”


띠리리링! 띠리리링!


“... 알람?”


“아. 내 꺼야. 아까 자기 전에 아침 7시에 알람 맞춰 놨거든.”


“... 벌써 7시라고?”


9시간은 의외로, 사소한 얘기 나누기에도 짧은 시간이라는 것. 이렇게 두 개였다.


아무튼 나와 한겨울이 씻고, 마나 데이터 소켓이 있는 연구동으로 향했을 땐, 이미 와 있을 사람은 다 와 있었다.


“... 젊음이 좋긴 하군.”


마윤재가 가장 먼저 커피를 마시며 우리를 맞이했고.


“... 어... 두 사람 모두 안녕...”


“어머. 둘이 같이 오네? 혹시? 우후훗.”


그 다음으로 왠지 모르게 힘이 없는 박준 형과 얼굴색이 부쩍 좋아진 정예원과 마주쳤으며.


“으으...”


“어... 언니. 무리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이전에 같이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쓰던 보행 보조기에 몸을 맡긴 채 괴로워하는 유아라와 링링이 눈에 들어왔다. 꼬리뼈 다친 것이 꽤나 고통스러운 모양인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아파하는 유아라. 나는 잠시 고민하다 녀석에게 다가갔다.


“... 야.”


“으으... 네? 네. 네. 왜... 왜요?”


“잠깐만...”


스으으...


나는 말없이 마나를 운용해, 녀석의 꼬리뼈에다가 [치유]를 댔다가 뗐다. 링링과 유아라의 눈동자가 실시간으로 휘둥그레지는 가운데, 한겨울이 살기 넘치는 눈으로 물어왔다.


“... 야. 너 왜 아라 엉덩이 만져?”


“... 치료해 준 거야.”


“... 치료? 아. 그러고 보니...”


자기 엉치를 몇 번 만져보고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는 걸 깨닫는 유아라. 녀석은 쭈뼛쭈뼛 내게 다가와 이야기하다.


“고... 고마워요. 당신. 아니. 그... 다... 당신이 아니라... 그쪽.”


“...”


한겨울의 눈에서 나오는 서슬 퍼런 안광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호칭을 바꾸고 만다.


[ 예상 소요 시간 - 00 : 00 : 03 ]

[ 예상 소요 시간 - 00 : 00 : 02 ]

[ 예상 소요 시간 - 00 : 00 : 01 ]

[ 키워드 - 원로운에 대한 마인드맵 서치 완료. ]


한편 모두가 모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료된 마인드맵 서치. 그리고 검색이 끝나기가 무섭게.


치이이이이...


여운휘의 마나 데이터 소켓에서 진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 언니... 어... 어떡하죠? 데이터 소켓에 과부하가...”


“걱정할 것 없어요. 과부하가 걸렸다는 건 오히려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는 반증이니까요.”


띠링-!


[ ‘원로운’ 에 대한 마인드맵 서치 결과를 ‘동영상’ 파일로 재생하시겠습니까? ( Y/N ) ]


어느샌가 마나 컴퓨터에 떠오른 하나의 창.


“... 그럼. 틀게요.”


유아라가 모두의 시선 속에서, Y 버튼에 손가락을 뻗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ㅠ

드디어 마지막 에피소드!

그간 읽어주신 독자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결말까지, 또 차기작까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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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170. 이별 (5) +3 22.10.28 509 17 10쪽
174 169. 이별 (4) +2 22.10.26 504 18 10쪽
173 168. 이별 (3) +3 22.10.24 514 18 10쪽
172 167. 이별 (2) +2 22.10.18 523 21 12쪽
» 166. 이별 (1) +3 22.10.16 533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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