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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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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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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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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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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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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54. 멸종 (3)

DUMMY

154.


우우우웅...


[ 슈마허 인더스트리 서비스센터에 도착했습니다. ]


무인택시가 멈춘 서비스센터엔, 건물 밖으로도 사람들이 길게 줄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의 행렬이라 여기기엔 너무나도 질서정연한 모습. 모두가 [오토라이프] 유저들이 분명했다.


“... 사람 많네.”


“그럴 수밖에요. 이곳 행성 사인에서만 지원하는 서비스인데도 [오토라이프] 사용자 수는 이미 10억을 넘었으니까요. 그보다...”


그리 말한 유아라는 챙겨온 가방을 부스럭대더니, 이내 비닐로 포장된 검은 마스크와 모자, 안경 케이스를 꺼내 내게 건넸다.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짙은 검은색의 선글라스였다.


“당신 지금 수배중이니까, 급한 대로 그거라도 쓰고 있어요. 그럼 제 수행원 정도로 생각하지, 딱히 의심하진 않을 거예요.”


“어... 고맙다.”


스윽-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걸치고, 케이스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걸치니 시야가 확 좁아지는 가운데, 내 눈치를 살살 살피던 유아라가 어렵사리 물어왔다.


“어... 어때요?”


“뭐가.”


“... 선글라스 말이에요. 불편하거나, 사이즈 안 맞거나 그렇진 않아요?”


“뭐. 그냥저냥... 어디까지나 변장용이니까.”


나의 말에 유아라의 표정이 순간 뚱해졌다가.


“... 그거 비싼 거예요.”


“알았어. 조심히 쓰고 돌려주면 되잖아.”


이번엔 살짝 당혹감이 서린다. 이니시움에 있는 유아라 추종자들은 얘가 이렇게 바보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고 상상이나 할까.


“... 왜 또.”


“아니. 그... 그 말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 딱히 안 돌려줘도 상관은 없긴 한데...”


“... 응? 왜. 비싼 거라며.”


“아니... 그... 하아... 됐어요.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나 하죠. 처리해야 할 클레임이 산더미라구요.”


덜컥-


우물쭈물하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갑자기 혼자 무인택시 밖으로 나가는 유아라. 역시 나랑 유아라는, 진짜 안 맞는다.


---


무인택시에서 내린 이후 유아라의 모습은, 한 마디로 ‘치열했다.’


“일단, 오류가 발생한 [오토라이프] 기기들의 통신 로그부터 확인해야겠어요.”


녀석은 가장 먼저 기기와 중앙 서버간의 통신을 관리하는 데이터실에 들렀다가.


“통신엔 아무 문제 없고... 그 다음은 내부 알고리즘 체크...”


[오토라이프]에 코딩된 내용을 유지보수하는 연구실로 움직였고.


“알고리즘 오류 없음. 그럼 기기에 단체로 하자가 발생했나?”


이후엔 판매한 기기들의 원격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테스트실로 움직였다가.


“원격 검사 결과, 전 기체 내부 결함 없음...? 대체 뭐지? 아. 설마...”


뭔가가 떠오른 듯 중얼거리며 기기를 판매하는 매장 쪽으로 움직이는 둥, 자기 할아버지 유태석이 부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서비스센터를 발발발발 뛰어다니며 머리를 굴렸다.


웃기는 일이었다. 슈마허 인더스트리라는 우주단위 대기업의 후계자로서 ‘치열하게’ 움직이는 그런 녀석의 모습이.


- 젠장. 이 뇌 같이 생긴 뮤턴트는 대체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는- 윽! 우웨에엑...


과거 내가 ‘저쪽 세계’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기억과 비슷했으니까. 오죽하면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한편 이런저런 검사를 해봐도 결국 [오토라이프]에 발생한 오류의 이유를 당최 알아낼 수 없자, 유아라는 나름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오토라이프] 사용자들의 눈에 심는 렌즈형 블랙박스.


그 영상 기록을 일일이 살피며, 오류가 발생한 상황에서의 정황을 하나하나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 410번째 오류 케이스의 블랙박스 렌즈 데이터가 끝났습니다. ]

[ 이어서 411번째 오류 케이스의 블랙박스 렌즈 데이터를 재생합니다. ]


“...”


평소 이니시움에서 연기하던 부잣집 영애의 모습 따윈 온데간데없고, 그저 궁상맞은 포즈로 마나 컴퓨터 앞에 쪼그려 앉아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는 유아라. 저런 모습 보면 링링이랑 쟤랑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자매긴 자매다.


“하아...”


영상을 보다가 짙은 한숨을 내뱉는 유아라. 아무래도 일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잠시 데이터실 밖을 빠져나와 발발발발 뛰어다닐 때 얼핏 본 자판기로 향했다.


“... 무슨 자판기에 아이스티가 없어.”


아쉬운 대로 다른 걸 정해 누르자.


[ 레몬맛 콜라 M - 4400 코인 ]

[ 캔커피 M (HOT) - 4000 코인 ]


덜컹- 덜컹-!


연합의 신뢰도가 붕괴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홀로그램 영수증과 함께, 나오는 음료수들. 나는 손에 하나씩 들고, 데이터실로 돌아왔다. 내가 은근슬쩍 빠져나올 때의 그 자세 그대로 412번째 블랙 영상을 보고 있는 유아라에게, 나는 캔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야. 이거라도 마시면서 해.”


“... 네? 아. 괜찮아요. 마음만 받을게요. 바쁘기도 하고, 저 음료수는 거의 안 먹...”


거절하려다가 내가 내민 캔커피를 보고 말꼬리를 흐리는 유아라. 녀석은 머뭇머뭇거리다, 이내 캔커피를 받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제가 이거만 마시는 건 어떻게 알았대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노래방에서 니가 그걸로 뽑아 달라며.”


“아...”


“마셔. 내가 사는 거니까.”


“... 잘 마실게요.”


치익. 치이...


유아라가 홀짝홀짝 캔커피를 마시며 영상을 마저 보는 가운데, 나 역시 녀석의 옆에 앉아 콜라를 홀짝였다. 솔직히 영상에 집중하기보단 ‘한겨울은 이런 이상한 맛의 음료수를 좋아하는구나... 아니. 녀석이 좋아하는 맛이라니까 좀 괜찮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생각뿐이었다.


한편 연신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유아라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기요오...”


“... 뭐.”


“미... 미안해요...”


“뭐가.”


“그냥... 당신 처음 봤을 때 막 대했던 것도... 돈 줄 테니까 링링이랑 연 끊어달라고 했던 것도... 전부요...”

“... 그럴 수 있지.”


“그게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당신이 편입했을 때 필기 1등 했었잖아요...?”


“... 그랬지.”


“사실 당신 오기 전에... 저 계속 1등이었는데... 제가 1등 뺏겼던 거 때문에... 조금 화가 나서... 당신한테 함부로 대했었던 것 같아요...”


“...”


“제가 미숙했었던 거, 사과할 테니-”


꼬르르륵...


커피를 홀짝하며 진지하게 얘기 하다, 배에서 요란한 울림이 나는 유아라. 안 그래도 살짝 상기돼 있던 녀석의 얼굴이 한 층 붉어지더니, 양 팔을 쭉 뻗으며 중얼거린다.


“아... 아니아니아니! 지금 세 시 넘었잖아요? 우리가 아침을 여섯 시에 먹고 여태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이건 당연한 생리현상...”


“누가 뭐래냐.”


“... 당신이란 사람은 정마알... 말을 해도 꼬옥...”


같은 말이라도, 오늘의 유아라는 왠지 평소와는 느낌이 달랐다. 원래라면 날카롭게 노려보며 또박또박 이야기할 터인데, 지금은 캔커피를 연신 홀짝이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거만 봐도 그렇다.


“...”


“...”


“... 영상 2, 3개만 더 확인해 보고... 밥 먹고 올까요...?”


“... 너 편한 대로 해라.”


“근처에 평범한 햄버거집밖에 없는데... 괜찮아요...?”


“이니시움 미역국 수준만 아니면, 먹는 거는 딱히 안 가리는데.”


“괘... 괜찮다는 거죠?”


“응.”


“...”


“...”


순간 정적이 한 번 내리깔리더니, 그 이후로는 유아라나 나나 별 말없이 블랙박스 렌즈의 화면만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만 지속되던 그 때.


“... 어?”


“아.”


나와 녀석이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414번째 블랙박스 렌즈 영상이자, 술집에서 오류가 발생했던 [오토라이프]의 기록에 있는 ‘바텐더’는.


- 기계에게 빼앗긴 당신의 자유의지를 위하여, 건배.


“지금 여기 이 거... 그때 미네르바에서 마주쳤었던 그 로봇이죠?”


"... 어. 그러네."


[피그말리온]이었으니까.


작가의말

빨리빨리 쓰겠습니다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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