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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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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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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9. 멸종 (8)

DUMMY

159.


유아라의 친할아버지이면서, 또 ‘저쪽 세계’에서 유아라를 깡통로봇들에게 바친 장본인 유태석. 전동휠체어를 타고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녀석에게, 유아라가 우물쭈물 대답했다.


“하... 할아버님. 이... 이 사람과 저는 그런 게 아니라...”


“해명할 거 없다. 너도 이미 어엿한 숙녀인데, 하나하나 트집 잡아 무엇 하겠느냐.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는 법인데.”


인자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하는 유태석. 허나 녀석이 그 다음 말을 덧붙일 땐, 약간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다만 네 아비처럼, 사랑이니 예술이니 하는 쓸데없는 것들에 취해서 멍청한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알겠느냐?”


“... 예. 할아버님.”


“알았으면 됐다. 그나저나, 점심은 먹었느냐?”


“아뇨. 아직...”


“마침 잘 됐구나. 그럼 점심도 먹을 겸, 오늘은 여기에 한 번 가 보거라.”


전동휠체어를 만지작대는 유태석. 이내 허공에 홀로그램 코드 하나가 떠올랐다.


[ 파티 입장 코드 - 3E1ABB90 ]


“... 파티 입장 코드? 이게 뭔가요. 할아버님?”


“적혀 있는 그대로란다. 조지 V 사인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의 입장 코드지.”


“... 파티요?”


“그래. 이번에 [안티 러다이트]라는 종교단체가 이곳 행성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인데,  집회 전에 행성별 지부장과 주요 인사들이 파티를 벌이는 모양이더구나. 그쪽에서 친히 와 줬으면 좋겠다고 초대장을 보내 왔으니, 가서 점심이라도 한 끼 하거라.”


“아... [안티 러다이트]에서요?”


“그래. 못해도 1억 명이 참석하는 대형 비즈니스가 될 거라더구나. 안 그래도 어떻게 숟가락을 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지. 후후.”


“...”


“하여간 그리 됐으니, 아라 네가 친구와 함께 갔다 오거라. 너로서도 좋은 경험에 될 테다.”


“하... 할아버님. 그게...”


“아라야. 말하기 전에, 잠시 이리 와 보련?”


유아라가 머뭇머뭇 다가가자, 유태석은 고개를 잠시 숙여보라 손짓하고는 나도 듣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한다.


“... 아니 그게... 할아버님 그게 아니라... 그게... 네...”


유태석의 말에 조금씩 대꾸하며, 실시간으로 붉히는 유아라.


“알겠지? 친구랑 같이, 잘 다녀오거라.”


“네... 할아버님.”


귓속말을 마쳤을 즈음엔, 녀석의 얼굴은 이미 잘 익은 자두보다도 더 새빨간 상태였다.


---


위이이이잉-


조지 V 사인 호텔로 향하는 무인택시 안.


“...”


“...”


무인택시에 탄 이후로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유아라와, 창밖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 권민성. 두 사람은 딱히 어떠한 말도 나누지 않고 있었다.


‘[안티 러다이트] 지부장들끼리의 파티라면... [위버멘쉬]의 에그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놈이 부활하기 전에 끝낼 유일한 기회네.’


그 정적 속에서 민성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뿐이었지만.


‘할아버님께선 대체 왜 그런 말을 하셔서... 아니.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겨울이는 무슨 낯으로 보지...’


유아라의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이 맴돌고 있었다. 유태석이 한 말들 때문이었다.


- 저 권민성이란 친구, 알아보니 어린 나이에 이니시움에서 교수 노릇도 하고 괜찮더구나. 데릴사위로 들인다면 흔쾌히 허락하마.

- 애써 부인할거 없다. 지금 당장은 수배중이라지만, 아라 네 말대로라면 곧 오해가 풀리지 않겠느냐? 마윤재 부장과 커넥션도 있어 보이고, 라인하르트 교수와도 인맥이 닿는 모양이더구나. 무엇보다 다른 기업들과 관련이 없는 게 마음에 드는구나.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 내 사랑하는 손녀 아라야. 너는 내 유일한 혈육이다. 네 표정만 봐도 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훤히 보인단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맘 편히 다녀오거라.


‘... 대체 이걸 어떻게 해명해야-’


“야. 근데 있잖아.”


정적을 먼저 깬 건, 의외로 민성 쪽이었다. 시선만큼은 계속해서 창밖을 향한 채로 묻는 민성에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유아라가 화들짝 놀라 대꾸했다.


“네? 네... 왜... 왜요?”


“나 아직 수배중인데... 이런 공개적인 파티에 가도 되나?”


“그...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걸요.”


“... 왜?”


“알아보니까... [안티 러다이트]의 지부장들 중에선 수배중인 사람들도 꽤 있거든요. 개중엔 마윤재 부장과 당신보다 더 많은 현상금이 걸려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유아라의 말에 민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윤재와 민성이 현재 ‘사상범’정도의 범죄자라면, [안티 러다이트]의 지부장들은 실질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놈이 대부분.


게다가.


- 야. 이거 안 놔?

- ... 약한 주제에 건방지군.

- ... 준아. 어린애 멱살 그만 잡고, 그냥 놔주고 얘기하지 그러니?


‘저쪽 세계’의 그의 사부 박준이 패러독스에 왔던 것도, [안티 러다이트]의 지부장 중 하나를 잡으러 온 것이기도 했다.


“... 그럼 다행이고.”


“... 근데 있잖아요...”


“응? 뭐.”


“아니... 그... 당신 나랑 파티 가는 거-”


띠링-! 띠링-!


유아라가 어렵사리 말을 꺼내려던 찰나, 민성의 마나블렛이 타이밍 나쁘게 울렸다.


“잠깐만. 나 메시지 좀 확인하자.”


“... 네.”


마나블렛을 확인하는 민성을 보자마자, 유아라는 누구로부터 메시지가 온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 이 사람이 이런 표정을 지을 때도 있구나...’


살짜쿵 입술을 핥는 민성의 입꼬리는, 미세하게나마 올라가 있었으니까. 이내 민성이 다시금 마나블렛을 주머니 안으로 밀어넣자, 유아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겨울이인가요?


“응? 응.”


“... 무슨 일 있대요?”


“아니. 그냥 파티 가서 자기 몫까지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고, 뭔 일 있으면 전화하고, 괜히 다쳐서 오지 말라고... 별 말 안 했어.”


“... 정말 별 말 안 했네요.”


“... 그렇지. 뭐.”


“...”


“...”


띠링-! 띠링-! 띠링-!


적막 속에서, 이번에는 유아라의 마나블렛이 울렸다.


[ 겨울이 -> 유아라 : 아라 너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와 ㅋㅋㅋ ]

[ 겨울이 -> 유아라 :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

[ ‘겨울이’ 님이 ‘햄스터 원투’ 이모티콘을 보냈습니다. ]


“... 한겨울이지?”


“...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왠지 너한테도 연락할 것 같았어. 걔 너 꽤 좋아하니까.”


“...”


민성의 말과 한겨울이 보낸 일말의 의심 없는 메시지에, 유아라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렸다.


---


조지 V 사인 호텔.


[ 파티 입장 코드 확인중... ]

[ 성공적으로 인증되었습니다. ]


“확인 완료됐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네에. 수고하세요오.”


“...”


호텔 매니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가는 유아라. 나는 녀석과 나란히 걸으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너 아직도 그 말투 하냐?”


“저... 저라고 좋아서 하는 거 아니거든요? 대외활동 할 땐 어쩔 수 없다구요.”


눈을 흘기는 유아라로부터 시선을 피해,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지 V 사인 호텔은 이전에 한겨울이랑 유니온픽 보러 갔을 때 묵었던 호텔보다도 훨씬 더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는데, 아무래도 [안티 러다이트] 놈들은 이 호텔을 통째로 빌린 모양이었다.


“... [안티 러다이트] 놈들, 돈도 많네. 호텔을 통으로 빌리고.”


“종교도 꽤 돈이 되는 비즈니스 중 하나니까요. 신도수가 1억이 넘는 사이비가 이정도 돈도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걸요.”


“... 그도 그렇네.”


“혹시 슈마허의 유아라 아가씨 아니십니까?”


유아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파티장을 거닐던 그 때, 머리 까진 남자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와 물었다.


“맞는데요오. 그쪽은...?”


“아이고. 유아라 아가씨 맞으시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제 행성 아르테미스 교구에서 대주교를 맡고 있는 나가에 히로미츠라고 합니다.”


“어머. 나가에 대주교님이셨군요오. 만나뵈어서 영광이에요오.”


“허허허. 도리어 제가 영광이죠. 유아라 아가씨께선 저희 교단에서는 기계의 성녀라 불리는 분이신데요.”


기계의 성녀 이야기를 듣자 유아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행성 미네르바에서 지하통로로 빠져나왔던 것이 고작 사흘 전 일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옆에 계신 분은 이니시움의... 어이구. 그 열애기사가 사실이었군요. 허허허.”


“아니. 그건-”


“반갑습니다.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권민성입니다.”


“아이구. 반갑습니다. 그 기사 보니까 연합에서 이번엔 교수님을 음해하려 하는 것 같던데, 전 다 이해합니다. 사실 저희 같은 종교인들에겐 익숙한 일이죠. 허허허.”


“...”


내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유아라. 녀석은 나가에 히로미츠에게 보이지 않도록 입을 가리고 뻐끔뻐끔 작게 말했다.



‘... 당신 그렇게 말하고 다녀도 돼요...?’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 만나는 사람마다 일일이 다 해명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건 그렇죠...’

‘사소한 건 신경 끄고, [위버멘쉬]의 에그 위치를 알아내는 데에나 집중하자고.’

‘... 그렇네요. 해야 할 일이 있었죠. 당신 말이 맞아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유아라. 녀석은 이내 ‘대외용 미소’를 지으며, 나가에 히로미츠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나가에 대주교니임. 이번에 [안티 러다이트]가 이곳 행성 사인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고 들었는데, 어떤 집회인가요오?”


“아. 모르셨습니까?”


“네에. 그저 할아버님께서 파티에 가 보라 하셔서 급히 온 터라... 준비가 미숙한 점 사죄드려요오.”


“아이고, 아이고! 이러지 마십시오. 고개 숙이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야 아가씨께서 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유아라가 고개를 숙이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가에 히로미츠. 유아라의 다 알고 있으면서 전혀 모른다는듯한 연기가 일품이었다.


“어떤 집회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오?”


“아유. 물론이죠. 이게 어떤 집회냐면... 일종의 신도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인데...”


“퍼포먼스요?”


“예. 저희가 입수한 성물(聖物)을 가지고, 의식을 치를 생각입니다.”


“성물이라면...”


“성물이 뭐냐면... 정말 커다랗고 간간히 스팀이나 마나 파동이 발생하는 기계 알인데... 이제 기계신께서 잠들어 있다고 여겨지는 물건입니다.”


‘기계 알’이라는 단어에 나와 유아라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위버멘쉬]의 [에그]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 성물이란 건, 지금 어디 있나요오?”


“아. 그건...”


꿀꺽-


내숭쟁이 유아라조차도 침을 삼키는 가운데, 뜸을 들이던 나가에 히로미츠가 말을 이었다.


“저도 모릅니다.”


“... 네에?”


“아. 이게 말씀드릴 수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진짜 모릅니다. 총대주교님께서 말씀하시길, 대주교끼리의 패권경쟁에 성물이 악용되거나 빼돌릴 가능성이 있으니 집회 전까지 성물은 ‘보안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하셨거든요.”


“... 보안 전문가요?”


“예. 아가씨께서도 아시는 분- 아. 마침 저기 계시군요.”


뭔가를 발견한 듯 파티장 한구석을 가리키는 나가에 히로미츠.


나와 유아라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고, 그곳에 있는 것은.


“저분이 바로, 현재 성물을 관리하고 계신 보안 전문가십니다.”


이니시움 아카데미 교수이자, 김석봉의 담당교수. 그리고 ‘세기를 앞선 공학자’라 불리는 황영수 교수였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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