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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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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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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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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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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1. 멸종 (10)

DUMMY

161.


“... 그래서 [GZNS]의 비밀 스튜디오란 건 대체 어디 있습니까?”


“그... D-3 거주구역에 있는 [GZNS] 본사 건물, 지하에...”


D-3 거주구역의 [GZNS] 본사 지하. 드디어 [위버멘쉬]의 에그 위치를 찾았다는 달성감도 잠시였다. 술술 불던 황영수는 이내, 술냄새를 잔뜩 풍기는 몸으로 내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말했다.


“그... 권민성 교수... 나 이렇게 아는 대로 다 말했는데... 설마 내 부탁 안 들어주는 건 아니지...? 권민성 교수 그런 사람 아니잖아...”


“... 일단 들어는 보겠습니다. 하시려던 부탁이 뭡니까?”


“그... 그 내가 관리하고 있는 성물이 거대한 기계 알이거든...? 제발 그걸 좀 부숴줘...”


“... 예?”


“그... Type-02란 로봇이 그랬어. 그 기계 알은 엄청나게 강한 존재가 아니면 부술 수 없는데, [안티 러다이트]의 부활의식이 시작하기 전에 그걸 꼭 부숴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


“원래는 마윤재 부장한테 부탁하려 그랬어. 근데 갑자기 권민성 교수랑 같이 수배 맞고 사라져서 망했다 싶었는데... 때마침 권민성 교수가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난 거야... 그러니 제발 내 부탁 좀 들어줘... 안 그러면 우리 다 죽어!”


뭐지? Type-02가 부활의식 전에 [위버멘쉬]의 에그를 부숴야 한다 했다고? 내가 아는 것과 정반대의 사실이다.


Type-02, [아틀라스]는 [위버멘쉬]를 부활시키려던 게 아니었나? 그럼 [피그말리온]이 했던 말은 대체...?


“... 그럼 교수님께선 대체 왜 성물을 숨긴 건가요?”


“그... Type-02는 기계 알을 부화시키려 하는 로봇이 있다고 했네. 이름이 Type-07? [피그말리온]? 아무튼 그가 바로 이번 부활 의식을 주최한 존재라더군... Type-02는 내 연구성과가 다 가짜라는 걸 까발려지고 싶지 않으면... 목숨을 걸고 그자로부터 성물을 지키라 했네...”


내가 ‘그런 놈이 술이나 먹고 앉아있어?’ 하는 한심한 눈으로 황영수를 쳐다보던 그 때, 유아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 말도 안 돼요. 그... 그래! 그럼 교수님은 [GZNS]에서 부활 의식 생중계는 왜 하려던 거였죠?”


“그... Type-02의 말로는 부활 의식을 생중계하면, 신도들의 의지와 반대하는 ‘반발의지’가 일반인으로부터 모여서 부활을 막을 수 있다던데... 자세한 원리는 나도 모르네...”


“...”


“아무튼 나 좀 도와주게. 부활의식 전에 그 알을 못 부수면 우린 다 죽어!”


황영수의 절규에, 유아라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뭐. 그럴 만 했다. 결국 황영수의 말을 정리하자면.


‘Type-07, 피그말리온이 위버멘쉬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였으니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의 사실이었다.


---


위이이잉-


[ 현재 목적지 - GZNS ]

[ 도착까지 남은 시간 - 02 : 04 : 32 ]


“크어...”


[GZNS] 사옥으로 향하는 무인택시 안. 같이 탄 황영수가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동안, 나는 유아라와 나란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


“커어억...”


“...”


위이이잉-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황영수가 풀풀 풍기는 술 냄새에 창문을 열자,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던 유아라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 뭘.”


“... 그 [피그말리온]이라는 로봇이랑, 황영수 교수 말이랑 완전히 상충하잖아요.”


“그렇지.”


“... 당신은 어느 쪽 말이 사실이라 생각해요?”


“... 별로 신경 안 써. 난 원래 아무도 안 믿으니까.”


“... 그럼요?”


“어차피 할 일은 정해져 있어. [위버멘쉬]가 부활하기 전에, 에그 상태에서 부수는 것. 놈들을 만나기 전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군요...”


유아라가 조용히 대꾸하는 것으로, 다시금 찾아온 정적.


“커억... 커어어어...”


그렇게 황영수의 코 고는 소리만 들려오는 시간이 10분 정도 지속될 무렵, 언제부턴가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오므리고 있던 유아라가 조용히 물었다.


“... 있잖아요...”


“... 응? 어. 왜.”


“아까 전에... 당신... 아무도 안 믿는다 했잖아요...?”


“그랬지. 왜.”


“혹시... 겨울이도 안 믿나요...?”


“... 걘 예외지.”


당연한 물음을 하던 유아라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어왔다.


“... 그럼... 저는요?”


“... 어? 뭐라고?”


“아... 아니에요. 말이 헛나왔어요. 조... 좀 졸려서. 아하하..."


... 손사래를 치며 허둥대는 유아라. 하긴 뭐. 졸릴 만도 하지. 이미 새벽녘이다. 한겨울은... 잘라나.


“다... 당신은 안 졸려요? 커... 커피라도 좀 먹지 않을래요?”


갑자기 말이 빨라진 유아라는 허둥지둥 핸드백을 뒤져, 꽁꽁 숨겨 두었던 캔커피 두 개를 꺼냈다. 이전에 내가 자판기에서 뽑아다 줬던, 그 커피. 녀석은 내 눈치를 보며 은근히 하나를 건넸다.


“당신도 하나...”


“난 됐어.”


“... 그... 그래도 두 개인데... 같이 먹는 게..."”


“아니. 난 커피 별로 안 좋아해."


“... 그래도...”


“편하게 먹어. 1도 신경 안 쓸 테니까.”


“... 그럼 실례할게요...”


치이- 호록.


조심스럽게 캔을 따서, 한 입 무는 유아라. 녀석은 내 쪽을 한 번 보고는, 택시 창 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 저 혼자만 마시려니까... 왠지 조금 쓰네요.”


---


나와 유아라, 황영수가 [GZNS]의 사옥 앞에 도착한 건 슬슬 동이 터 올 무렵이었다. 무인 택시에서 내려 [GZNS] 건물을 보던 유아라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살다 살다 제가 이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 넌 무슨 할머니 같은 소리를 하고 있냐.”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여기 [GZNS]가 저희 슈마허에선 광고도 주지 않는 악질 언론사란 거예요. 전에 당신이랑 나랑 기사도 그렇고... [GZNS]의 기자들은 그냥 기사 조회수 늘리는 것밖에 생각을 안 하는 작자들이니까요.”


“... 그건 그렇지.”


유아라 말대로, [GZNS]가 그런 쪽으로 악명 높은 언론사인 건 사실이다. 오죽하면 연예인 한 명 죽을 때마다 [GZNS]의 기자들 10명이 차를 새로 뽑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하긴, 그런 [GZNS]니까 사이비 종교의 부활의식을 생중계할 생각을 하지, 다른 언론사였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아직 술도, 잠도 덜 깬 모습의 황영수에게 물었다.


“... 그래서 [에그], 아니. 성물은 어디 있습니까?”


“... 음... 음? 아. 서... 성물이라면 사... 사옥 안의 지하 스튜디오에 있네. 날 따라오게.”


황영수는 앞장서서 불이 꺼진 사옥의 정문으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내 댔다.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녀석은 복도 한구석에 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 이게 비밀 스튜디오로 통하는 유일한 엘리베이터네.”


“황영수 교수님께선 건물 구조에 아주 빠삭하신 게, 이곳 [GZNS] 사옥에 자주 오셨던 모양이네요오.”


"그... 나... 나라고 좋아서 온 건 아닐세.”


“...”


쿠우우우우... 띵!


순식간에 건물 지하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허나 그곳엔 약간의 조명장치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순백의 광장형 스튜디오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유아라가 곧바로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으로 황영수를 쳐다보았다.


“... 저기요, 교수님. 기계 알은커녕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오? 혹시..."


“자... 잠시만 기다려 보게. 스텔스 필드가 설치돼있어서 그런 거니... 해... 해제만 하면...”


스으으으으...


황급히 자기 마나블렛을 몇 번 만지는 황영수.


스으으으으-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내 스튜디오 정중앙에서 희미하게 계란형 윤곽이 드러나더니.


“저게 바로... 내가 말했던 그 기계 알이네.”


얼마 지나지 않아 식초에 담근 계란처럼 반투명한 껍질의 기계 알과, 그 안에 담겨 있는 몸 절반 이상이 사라진 [위버멘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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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 멸종 (10) +3 22.10.04 522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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