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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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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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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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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9쪽

176. 이별 (11)

DUMMY

176.


스으으으...


한가을이 스스로를 화장한 잔해가 옅은 바람에 날아갔다. 의외로 대단한 생각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기껏해야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싶은 정도.


“...”


한편 나와 나란히 서서 한가을이 사라진 자리를 먼 산 보듯 응시하던 한겨울이, 약간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신기해.”


“... 뭐가.”


“나 진짜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거든... 오히려 후련할 것 같았는데... 또 막 그렇지만도 않아서...”


“... 그게 당연할지도.”


나는 녀석의 손을 꽉 잡았다. 녀석도 그에 화답하듯 깍지를 끼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 넌 나 두고, 어디 가면 안 돼.”


“... 노력은 해 볼게-”


“아니!”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양 볼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고개를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하는 한겨울. 녀석이 눈에 쌍심지를 켠 채 이야기했다.


“나 이제 너가 노력한다는 말 안 믿을 거야.”


“... 갑자기 왜.”


“왜냐고? 봐! 이게 뭐야. 안 다친다 노력한다더니, 무슨 옷도 몸도 걸레짝이 돼가지고는. 니 노력 열 번 믿었다간 나 결혼도 못 하고 과부 되겠다.”


“... 결혼을 못 한 사람은 과부가 안 돼. 이 사람아.”


“그게 중요해? 아무튼! 노력하지 마. 그냥 해.”


“...”


“그냥... 그냥 계속 내 곁에 있어. 나도... 어디 안 갈 테니까. 알겠지?”


거세게 명령조로 말하고 있지만, 정작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날 혼자 두지 마. 제발...’


간절히 호소하듯 젖어든 녀석의 눈빛에, 나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머쓱하게 대답했다.


“... 알았어.”


“... 이히히. 그래. 이쁘다.”


“...”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내 품에 폭 안기는 한겨울.


뭔가 조련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뭐 어때.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


한편 이번 ‘매지시아 생체마법공학연구소 화재 사건’의 사이즈가 작지 않았던 만큼,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합 측의 사람들도 우리가 있던 현장에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 끄러 나온 재난안전관리부와 피해자 숫자 체크하러 나온 행성관리본부, 그리고 왜 왔는지 모를 안보부까지.


“불부터 꺼! 불!”


“안에 사람 있는지 확인해!”


연합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익숙한 인간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바로 물리적 대화를 통해 다시 안보부의 수장 자리를 되찾은 남자. 마윤재였다.


“후후. 이거 참 면목이 없군. 내가 다 처리하겠다고 장담해 놓고선, 정작 가장 까다로운 한가을 이사는 제군들이 처리해 버렸으니 말이야. 고생했네.”


“...”


“그래서 말인데... 제군은 내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내 재량으로 요석에 앉혀 줄 수 있네.”


“...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안보부는 일 많이 시켜서 싫다고.”


“하하하! 제군이라면 역시 그렇게 대답할 것 같았지. 나도 그냥 해 본 소리네.”


“...”


늘상 하는 안보부 들어오라 한 번 찔러 보기 이후, 호탕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마윤재. 한겨울이 대놓고 엄청 싫다는 티를 냈지만, 마윤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불을 붙인 이후 말을 이었다.


“제군들. 연구소 내부 수색 결과에 대해 들었나?”


“... 아뇨.”


“불법 생체병기 다수 발견, 뇌 이식 장비 발견, 클론 제조 시설 발견. 고작 연구소 하나에서, [딥페이크]를 제외한 연합 7대 금지기술은 전부 다 어겼더군. 매지시아 관련인 전부를 날려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대사건이지.”


“...”


꾸욱-


옆에 있던 한겨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뭐. 녀석은 ‘기록적으로’ 매지시아와는 관련 없다. 설령 있어도 내가 지킬 거지만.


“허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네. 그게 무엇인지 아나?”


“... 뭡니까?”


“이곳에서도 원로운을 찾지 못했다는 거네. 분명 어디선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마윤재가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말하기가 무섭게.


“원로운? 아. 맞다맞다맞다! 야야야야. 이럴 때가 아니야!”


“...”


내 옆에서 맹하니 있던 한겨울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내 팔뚝을 다급하게 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왜 그래. 갑자기.”


“아니. 그... 있잖아. 이게... 그... 이걸 뭐라... 그래! 저번에 우리 전에 축제장 갔을 때 종 친다 했던 거 기억나지?”


“... 종?”


“올해 그레이트 오프닝의 타종 행사 말하는가 보군. 우주표준시 기준으로 0시가 되면, 연합 소속 행성의 모든 구역에서 종을 울리기로 했다.”


“네네네네! 그거요! 그거! 너도 기억나지?”


“... 어. 응. 대충... 근데 그게 왜.”


“그게 사실 링크 발생기래. 그 원로운인가 이원인가 하는 인간이 시간 역행에 필요한 마나를 모으려고 설치한 장치래!”


... 그런 거였나. 호들갑 떨 만 했다. 한편 한겨울은 마윤재 쪽으로 시선을 돌려, 당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윤재 선배님. 빨리 지금 전 우주에 종 설치된 다 철거해버려야 해요. 그레이트 오프닝까지 아직 시간 남았잖아요? 그러니까 ”


“제군. 애석하게도 그것은 문화관광부 소관의 일이다. 안보부 부장인 내가 간섭하는 건 그림이 좋지 않아.”


“... 아니. 선배님. 지금 그림이 좋은지 노래가 좋은지 그게 중요해요?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면 권민성이-”


그 때였다.


구우우우웅-


어디선가 들려오는 묵직하고 웅장한, 금속의 울림소리.


종소리였다.


“어? 왜? 그레이트 오프닝까지는 아직 5일이나 남았는데...?”


구우우우웅-


한겨울이 알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화답하듯 종이 한 번 더 울린다. 허나 라인하르트가 했던 말과는 달리,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링크]가 만들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화재 진압 끝! 모든 섹터에 불씨 하나 없습니다!”


“지하 4층에서 불법 생체병기를 더 찾았습니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일처리 하고 있는 연합 사람들은 묘하게 텐션이 좀 낮아진 듯 했지만, 그래도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링크 발생기는 무슨. 라인하르트가 또 라인하르트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 마윤재 선배님. 아니. 안보부 부장님. 저 종 지금이라도 빨리 치워야 한다니까요?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면, 권민성이 평행세계 미아가 될 수도 있다고요!”


“... 한겨울 제군. 미안하지만 제군은 망상벽이 꽤 있는 것 같군.”


“아니라고요!”


한편 무섭지도 않은지 안보부 부장 마윤재한테 으르렁대고 있는 한겨울. 나는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야. 마윤재 그만 귀찮게 하고, 일단 집에 가자. 나 씻고 싶-”


그리고 그 순간.


구우우우우우우우웅-!


이전의 두 번 보다 확연히 크게 울린 세 번째 종소리에.


스르르륵-


“... 어라?”


나의 손이 한겨울의 어깨를 통과했다.


“응? 야. 이거 진짜 종들 다 부숴야 돼. 안 그러면 너 진짜 미아... 뭐야? 너 왜 그래?”


“... 방금 내 손이 니 어깨 통과했어.”


“그... 그거 말고... 아니. 그것도 신기하긴 한데... 그보다... 너 지금... 흐릿해졌어...”


“... 뭐라고?”


“제군. 제군은 지금 우리 눈에 반쯤 투명하게 비치고 있네.”


“...”


한겨울과 마윤재가 나를 보는 눈에, 거짓 따위는 비치지 않았다. 허나 믿기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마윤재와 한겨울이 반쯤 투명해 보였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반쯤 투명해 보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 아하하하!

- 티미. 오랜만에 나들이 오니까 좋지?


내가 살던 ‘이쪽 세계’는, 또 다른 내가 모를 세계와 ‘겹쳐’ 보이고 있었다.


구우우우우웅-!


스르르륵-


“야... 너... 더 흐려졌어...”


“...”


네 번째 종소리에는 이번엔 세 개의 세계가 겹쳤다. 한겨울과 마윤재, 나들이 온 가족, 무인택시만 한두 대 지나가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동시에 내 눈에 들어왔다.


스르르륵-


몇 초 지나지 않아, 종소리도 없이 네 개, 다섯 개의 세계가 겹쳤다.


“야... 어디... 방금... 약속... 나... 가지...”


이제는 한겨울이 뭐라 하는지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20%밖에 보이지 않는 녀석의 입모양만을 유심히 쳐다볼 뿐.


그리고 녀석의 입이 멈췄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 꼭 돌아올게.”


구우우우우우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종소리가 울렸고.


파라라라라라락-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세계가 범람하며 뒤섞였다.


작가의말

감기인줄 알았는데 코로나였습니다 ㅠ

모두 건강하세요

다음화가 마지막화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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