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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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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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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2. 이별 (7)

DUMMY

172.


콰과과광-!


한가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컴퓨터실로 하나의 존재가 들이닥쳤다. 몸통만 인간이고 팔다리는 온통 촉수와 곤충의 앞다리 같은 것으로 이루어진 생체병기, [올 포 원]이었다.


“이제야 또 만났다! 내가... 내가 너를 얼마나 죽여 버리고 싶었는지 알아?”


카가가각-!


사방으로 사마귀 발처럼 생긴 낫을 퍼뜨려, 예측하기 어려운 경로로 공격해오는 [올 포 원].


[ 올 포 원 ]

[ 마나량 : 27132 ]


전에 만났을 때에 비해 딱히 마나량이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한테 마나량도 밀리지만 상대하기는 몇십, 아니 몇백 배나 까다로워졌다. 사실 [올 포 원]의 장점은 사실 마나량보다는 40000개의 뇌가 동시에 ‘전투’만을 학습하는 성장속도에 있으니까.


“내가! 너란 존재를 이기기 위해 몇억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렸다고 생각해? 응? 한낱 게임 캐릭터인 널 이기려고! 씨발!”


“크윽!”


캉-! 캉-! 캉-! 캉-!


아직도 ‘현실을 게임으로’, ‘게임을 현실로’ 착각하는 [올 포 원]. 녀석의 매서운 공격을 마나 사브르로 하나하나 맞받아치는 와중에 한가을의 클론이 중얼거렸다.


“매제. 아니. 권민성 교수님. 제가 두 가지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바로... 지금 얌전히 항복하고, 스스로의 몸을 내주시는 것. 그렇게 된다면, 다른 몸을 드리도록 꼭 약속하겠습니다. 건강하고, 얼굴도 꽤 잘 생긴 몸으로요.”


“이 씨발 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는지 알아? 한낱 게임 캐릭터인 너 때문에?”


“물론 겨울이가 마음에 걸리시겠지만...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겨울이가 교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겉모습쯤은 바뀌어도 계속 사랑해 주겠죠. 그렇지 않다면 사실 사랑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이였던 것 아니었겠습니까? 그저 대단한 감정인 척 착각하며 스쳐 지나가는, 그런 사이 말입니다.”


카앙-! 카앙-! 스극-


... 젠장. 한가을 말 듣다가 [올 포 원]의 앞발에 베였다. 맹독이라도 발라져 있었는지 상처가 빠르게 새까매져 [치유]를 쓰자, 한가을의 클론이 싱긋 웃으며 물어왔다.


“[치유]가 능숙한 몸이시군요. 여튼 어떻습니까? 꽤 괜찮은 제안이라 생각하는데요. 다칠 일도 없고, 겨울이의 진심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 좆까.”


“... 하하하. 그렇게 나오시는군요. 교수님도 은근 고집이 세신 분이십니다. 그렇다면... 결국 소거법상 두 번째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군요.”


쿵-! 쿵-! 쿵-!


그 순간, 또 한 번 들려오는 거대한 발소리. 허나 소리가 들려온 것은 복도 쪽이 아니었다.


“... 천장?”


“사실 두 번째 선택지는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닙니다. 그저...”


- 끼에에에에에에!


쿵-! 콰과광-!


위층 천장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두 미녀 얼굴이 달린 키메라. 허나 온몸은 고기로 된 방아깨비처럼 생긴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봄과 한여름을 베이스로 한 생체병기 [아수라]였다.


“그저... 저희 말썽쟁이 누나들과 잠시 놀아주시면 됩니다. 힘이 다 빠지실 때 까지만요.”


띠링-!


[ 아수라 ]

[ 마나량 : 20145 ]

[ 마나량 : -15884 ]


한봄과 한여름. 특유의 혈통과 일란성 쌍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마이너스 마나’, ‘음의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들.


허나 그 사실을 알아본 유일한 존재가 한가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생체병기화되고 만 비운의 여자들.


- 끼에에에에에!


“너는 오늘... 여기서 죽을 줄 알아.”


[올 포 원]이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말하는 가운데.


지이이이잉...


[아수라]의 두 얼굴 중 한여름의 얼굴 쪽에,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날카로운 마나가 구체 형태로 모이기 시작했다.


---


한편 매지시아의 본가.


“... 안 돼!”


방에 비치된 테이블에 앉아 권민성을 기다리다 깜빡 졸던 한겨울이, 비명 비슷한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은 격렬한 운동이라도 한 것마냥,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말이다.


“바... 방금 뭐였지?”


말도 안 되는 지독한 악몽이었다. 곤충처럼 생긴 두 마리의 괴물들에게 포위된 권민성이, 강력한 일격을 맞고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그런 악몽. 어찌나 생생하던지, 잠시 동안 멍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한겨울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 그럴 리가 없지. 개꿈이야. 개꿈. 요즘 진짜 별의 별 꿈을 다 꾸네... 하아.”


한겨울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생수를 마시며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는, 마나블렛을 켰다.


[ 현재 시각 - 16 : 31 ]


“...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니지? 그치?”


한겨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불안감의 씨앗이 싹텄다. 먼저 연락해 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혹시나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섣불리 연락조차 하지 못하던 그 때였다.


띠리리링-!


순간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 전화가 왔습니다. ]

[ 발신자 : 라인하르트 교수님 ]


허나 발신자는 그녀가 바라고 바라던 사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싶은 사람이었다.


“...”


톡-


“네. 교수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


- 허허.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하네. 민성 군이 연락이 안 돼서 말이지. 혹시 자네랑 같이 있는가?


“... 아뇨. 권민성이라면... 한가을이랑 밖에 나갔어요. 한 두 시간 전쯤에.”


- 그 친구가 한가을이랑 함께 나갔다고? 무슨 일 있었나?


한겨울은 잠시 고민하다가, 여태껏 있었던 일을 라인하르트에게 소상히 설명했다. 한겨울의 이야기를 들은 라인하르트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 허허... 자네가 매지시아 한씨 가문의 숨겨진 넷째였다니 놀랍군. 이니시움 생도들에 대해선 꽤나 상세하게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전혀 몰랐네. 허허.


“이 집안 전체가 인맥이란 인맥은 총동원해서 기록을 지웠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순 억지지만...”


- 허허.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구먼. 그 친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이렇게 연락두절이 돼버리다니. 타이밍이 좋지 않아.


“네? 알아야 할 사실이요? 그게 뭔가요?”


- 허허. 역시 자네는 수업 태도가 좋군. 어떤 말 안 듣는 뺀질이 교수와는 다르게 말이지. 허허허.


“... 본론만 얘기하세요. 교수님. 권민성이 알아야 할 사실이 뭐냐고요.”


- 허허. 농담이니 화내지 말게. 그보다 혹시, 자네 타임 패러독스라고 알고 있나?


“타임 패러독스라면 마나물리학2 시간에 배우는... 시간 역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맞네. 예를 들자면 자네가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자네를 죽이면, 지금의 자네가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모순들이지. 잘 알고 있는 듯하구먼. 허나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했을 때, 세계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는 자네도 모르겠지?


라인하르트의 질문에, 한겨울이 천장을 보며 기억을 뒤졌다.


허나 마나물리학 2책엔 분명, ‘타임 패러독스 발생 이후 세계의 반응’따위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론 점수 끌어올리겠다고 책을 통째로 외웠으니, 틀림없이 그런 것 확실했다.


“네... 전혀 모르겠는데... 어떻게 되나요?”


- 허허. 타임 패러독스, 평행세계끼리의 간섭, 공통사건 변화 등의 ‘세계단위 모순’이 발생하면, 우주가 크게 충격을 받게 되네. 그리고 우주는 그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지. 그 결과, 기존의 세계는 수많은 평행세계들로 갈라지게 된다네. 이해했나?


한겨울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늘 그랬듯 이해할 수 없다면 외우기로 했다.


어차피 말한 것만 그대로 외워서 전달해 주면 권민성이 알아듣고 틱틱대며 설명해 줄 터, 이야기할 거리가 늘어났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 일단 말씀하신 건 전부 외웠어요. 그 다음은요?”


- 요즈음 이니시움 아카데미 근처에서, 그레이트 오프닝 준비를 한다고 시끌벅적하지 않던가? 노점상 깔리고, 이것저것 구조물들도 설치하고 난리도 아니더구먼.


“... 네? 갑자기 그레이트 오프닝 이야기는 왜...”


- 허허. 마저 들어 보게. 여튼 하루는 너무 시끄러워서, 대체 뭘 하려고 이 소란인지 거리로 한 번 나가 보았네. 막상 돌아다녀 보니 좋더구먼. 간만에 따끈한 문어빵도 먹어 보고.


“아. 네...”


- 그런데 돌아다니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네. 바로 이번에 타종 행사라는 핑계로 설치했던 ‘종’이 바로, 링크 발생기라는 사실을 말이야.


링크 발생기. 순간 한겨울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사가 떠올랐다.

[ 타종 행사 준비 완료... 그레이트 오프닝 준비 끝나 ]


“설마...”


- 그 설마일세. 자네들이 쫓고 있는 존재는, 이미 ‘시간 역행’을 할 준비를 마쳤다네.


한겨울의 등골이 짜르르 떨렸다. 여태껏 불안했었던 모든 것이 실체화되는 느낌. 한겨울은 한 층 다급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요! 누군가 시간 역행을 해서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면... 이 세계가 여러 평행세계로 갈라진다면... 저흰 어떻게 되는 거죠?”


- 허허. 사실 우리에게는 별 일 없다네. 이 우주의 일부인 우리로서는, 우주가 나눠지는 것도 모를 테니까. 허허.


“하아. 다행이네요-”


한겨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바로 그 때, 라인하르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허나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는 이야기가 다르지.


“... 네?”


- 민성 군 말이네. 그 친구는 다른 세계에서 오지 않았던가. 설마 여태 몰랐던 건 아니겠지?


“아... 아뇨. 아... 알고는 있었는데...”


- 허허. 그렇다면 다행히 얘기가 빠르겠군. 세계가 갈라지게 되면,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 그 친구는 영원한 미아야. 수많은 평행세계가 중첩되어,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과 시간조차도 없는 다중세계에 갇히게 되네.


“그 말은 곧...”


- 그렇다네. 이 세계의 존재인 우리와는 영원히 이별하게 되는 셈이지.


영원한 이별.


그 말에, 마나블렛 너머에서 라인하르트는 계속 혼자 중얼중얼거렸지만, 더 이상 한겨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 허허. 마음 같아서는 나도 지금 권민성 군이 있는 곳으로 가 빠르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만... 이전에 행성 디시플라나에서의 일 이후로 마나를 모두 잃어 버렸네. 둘이 싸우는 데 발목이나 안 잡으면 그만-


띠링-!


[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


한겨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여태껏 무슨 일 있지는 않을까, 그저 조마조마하던 한겨울은 더 이상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명백해진 그녀는 그저, 겉옷을 입으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 아라나 명훈이한테 자동주행 내역 뽑아 달라 하면, 한가을 그 새끼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을 거야.”


한겨울은 아직, 민성을 보낼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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