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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491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6.06 22:22
조회
1,992
추천
35
글자
17쪽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8화



“너 이 자식! 감히 두목을 때렸겠다?”


갈매기 눈썹의 부하 중 하나가 야유했다.


고통을 공유라도 하는 걸까. 그들은 하나같이 고간에 손을 얹고 있다.


나의 중성화 펀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


하지만 나도 할 말은 있었다.


“어차피 쓸모도 없을 것 같은데요 뭐.”


고작해야 고아원 빵이나 훔치는 도둑놈이 후손을 남길 일이 뭐가 있겠는가.


부하들도 차마 그 말은 부정하지 못했다.


그저 독한 꼬맹이라고 욕을 지껄일 뿐이다.


“독한 새끼.”

“사탄의 자식 같으니라고.”


한 순간에 빵을 든 어린 천사에서 사탄의 자식까지 이미지가 폭락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악당의 야유는 사람들의 환호와 비례하는 법이니까.


그 증거로 갈매기 눈썹이 쓰러졌을 때 고아원의 아이들에게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도 몇 명이 달려가 쓰러진 눈썹남을 밟으며 분을 풀고 있다.


“빵 도둑!”

“나쁜 어른!”


이크! 영 좋지 않은 부위에서 빨간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애들아! 그거 지지야 지지!”


순수한 아이들에게 더러운 거라도 묻을까 얼른 만류했다.


애들은 곧장 분을 가라앉혔으나 유독 한 명만은 계속 남아 녀석의 모근을 쥐어뜯었다.


고자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대머리까지 만들 속셈이다.


내가 사탄이라면, 저 아이는 루시퍼이리라.


누군가 했더니 끝까지 빵을 사수하며 농성하던 여자 아이였다.


“이제 그만 하자. 폭력은 안 좋은 거야.”

“그래도요! 저 녀석이!”

“자~ 우리 빵 먹을까?”

“헤헤. 좋아요.”


들고 있던 빵을 건네 아이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었다.


정말 빵을 좋아하는 모양,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는 바로 빵을 한 입 물어뜯더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만족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잔챙이들을 잡을 차례였다.


일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제 고작 1명을 쓰러트렸을 뿐.


졸개 중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욕설을 퍼부었다.


“같은 남자끼리 할 짓 못할 짓이 따로 있지!”


이제 와서 잘잘못을 따지는 걸까? 도둑놈이 도의를 논하는 것도 조금 웃기는 노릇이다.


나 역시 기세에서 밀리고 싶지 않았기에 마주보고 독설을 내뱉었다.


“흥. 저런 사람의 유전자는 차라리 없는 게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 같은데.”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우장춘 박사가 인류의 발전에 공헌했듯이 말이다.


휴. 인류에 도움을 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구나.


“너한테도 같은 고통을 겪게 해주마 꼬맹아.”


몸이 오싹해졌다. 꼬마한테 할 말 안 할 말도 구분을 못하는 어른인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믿는 구석은 있다. 나 같은 천재가 이런 상황도 예측을 못했을까.


“그래도 되겠어요?”

“뭐?”


나는 발로 그들의 우두머리를 툭툭 쳤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그쪽 두목은 고.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데요?”


괜히 속임수를 쓰면서까지 갈매기 눈썹을 잡은 게 아니다.


모든 전투는 상대 우두머리를 잡으면 끝이 나기 마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다.


그러니 저들도 두목을 데리고 빠져야 하리라.


나는 그 뒤를 노려, 한 명씩 차근차근 불알을 터트릴 생각이다.


‘이것이 최소한의 힘으로 다수의 적을 물리치는 전략이다!’


20세기의 제갈공명. 어쩌면 그건 나를 부르는 말일지도 모른다.


“상관없는데?”

“에?”

“맨날 시끄럽게 소리만 지르던 두목이다. 고자가 되면 조금은 조용해지겠지.”


이럴 수가. 어쩌면 나는 상대의 쓰레기력을 얕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설마 지들 두목이 고자가 되는 걸 보고만 있을 줄이야.


평소 갈매기 눈썹의 하자 있는 행동거지와, 부하들의 쓰레기 같은 인성의 환장의 콜라보였다.


어찌되었든 상황은 안 좋았다. 원래 상정했던 상황과 너무 많이 틀어져버렸다.


우선 새로 계획을 세울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잠시 이야기 좀 할까요?”

“그러다가 불알 깨지는 걸 봤는데 나도 당하라고?”

“쳇.”


생각보다 머리가 돌아가는 졸개다. 역시 두 번이나 날로 먹는 건 힘든 모양이다.


그들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이러면 도망가기도 어렵다.


“하지 마세요!”

“괴롭히지 마요!”


몇 아이들이 도와주러 왔지만, 어른의 손짓 몇 번에 허탈하게 튕겨 나갔다.


풍전등화의 상황. 사방으로 포위당한 항우의 심정이 이것이었을까.


그래도 나는 순순히 목을 내어줄 만큼 담대한 위인이 아니다. 아득바득 살아남아 성공을 쟁취하고 말 것이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들어둔 보험이 있다.


당연히 사망 보험은 아니고. 일발역전이 가능한 비장의 카드다.


다만 시전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저 멀리 유리 누나의 모습이 보였으니.


나의 부탁도 착실하게 수행한 것 같다. 이제는 전면전도 두렵지 않다.


정면에서 싸워도 모두 쓸어버릴 자신이 생겼다.


“지금이라도 제 발을 핥는 사람들은 용서해드리기로 하죠.”


갑자기 180도 바뀐 내 태도에 졸개들이 콧방귀를 터트렸다.


6살 꼬맹이의 재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전력 차가 명백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승리를 낙관하는 모습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느긋하게 엄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아득.


짭짤하고 비린 핏물이 조금 새어나왔다.


적들이 지척에 다가오고, 그들의 그림자가 하늘을 가리웠다.


그러나 두렵지 않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나는 손을 활짝 펴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소환술!”


상대의 표정이 콩알탄을 맞은 비둘기와 같이 되었다.


꼬맹이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들렸다. 저 멀리서 시작되는 익숙한 닌자 bgm이.


나X토는 두꺼비를 소환하고, 오로X마루는 큰 뱀을 소환하더랬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는 최강의 인물을 이 자리에 소환한다!


“상혁아!!!”


걸어 다니는 인간 병기, 반월동의 양아치 슬레이어, 킥복싱 경력만 도합 13년에 이르는! 그 이름하야 홍관우 사범.


나의 마지막 보험이 지금 막 도착했다.


“아 사범님 왜 이제 와요!”

“아니 유리씨가 부르자마자 바로 달려온 건데...”

“아 몰라요! 나 여기 손에서 피나는 거 안 보여요?”


사실 소환술 기분 좀 내려고 스스로 낸 상처지만 지금 막 도착한 사범님이 이를 알 겨를이 없다.


“뭐? 이 새끼들이!”

“휴~”


다급했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도착한 이상 게임은 끝이다.


이제부터는 맘 편하게 뒷짐을 지고 있어도 괜찮으리라.


“어이. 비키지?”


아직도 얼빵하게 서있는 졸개들을 툭툭 치며 포위에서 벗어났다.


“그럼 고생들 해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마리의 야수가 졸개들을 덮쳤다. 효과 한 번 끝내주는 소환술이었다.


“아 맞다. 사범님! 저 사람들은 불알이 약점이래요. 콱! 아시죠?”

“... 그래.”


코웃음 친 녀석들을 위한 특별 레시피도 잊지 않았다. 다 고자나 되어버리라지.


나는 뭔가가 반으로 접히고, 부서지고, 터지는 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들에게 향했다.


“애들아 우리 보물찾기나 할까?”


어차피 애들이 보기엔 부적절한 장면이다. 졸개들이 숨긴 빵이나 찾고 있는 게 나으리라.


우리는 놀이를 하는 것처럼 숨겨두었던 빵을 찾아 나섰고, 머지않아 다시 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애들은 빵을 받자마자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짜식들. 우유도 사줘야겠네.”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 코를 쓱 훔치고 있자니, 수녀님이 다가와 빵을 내밀었다.


“빵이 하나 남았더군요.”


잠입을 위해 빵을 하나 가져왔었는데, 그 때문에 하나가 남는 것 같다.


“수녀님 드세요.”

“저는 안 먹어도 괜찮습니다.”

“에헤이. 저는 매일 먹는 건데요 뭐.”


결국 둘이서 반씩 갈라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아뇨.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빵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다 같이 힘든 시기에 남을 등쳐먹는 쓰레기를 족쳤을 뿐인데 칭찬을 받다니 아직 사회는 살만한 모양이다.


“형! 빵 맛있어요!”

“그러게 어디 빵집인지 참 맛있네.”


열심히 일한 뒤 먹는 빵은 평소보다 더 맛있었다.


고아원에서의 사건도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 * *


빵을 다 먹어갈 때 쯤 경찰이 도착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녀석들을 땅에 묻어 처리할 수는 없었기에, 적법한 절차를 밟으려는 것이다.


“아무 도움도 못 준다 그러던데...”


수녀님은 이미 경찰을 부른 적이 있는지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때 수녀님이 본 경찰과 지금 찾아온 경찰은 아마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왜냐? 지금 오는 아저씨들은 나랑 안면이 있는 우리 빵집 단골들이었으니까.


“오! 상혁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그동안 잘 지냈어?”


자주 보진 못해도 가끔 빵을 받아가기 때문에 곧잘 아는 척을 해온다.


그들은 바로 현장을 둘러보며 일처리에 들어갔다.


“아~ 이 새끼들 아직도 여기에 있었네? 어떻게, 끌고 가서 적용할 수 있는 혐의 다 때려 박아 버릴까?”


어쩜 이렇게 듣기 좋은 말만 하시는지. 이게 사람들이 그렇게 인맥, 인맥 하는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적용할 수 있는 거 다 적용하면 이 사람들 다신 고아원으로 못 올까요?”


내 질문에 경찰들이 난처한 기색을 띄웠다.


“흠. 그건 좀 어렵지. 고작 깽판에 절도 행위 가지고 무기징역을 먹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는 안 된다. 어중간하게 손 봤다가 훗날 역풍을 맞는 건 멍청한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악은 뿌리까지 뽑아 그 싹을 근절해야 한다.


“아니 선생님. 저희가 피해자라니까요. 주먹이랑 발로 막 맞았다니까?”

“터졌어요! 저 터졌다니까요!”

“시끄러 이 새X야.”


저 봐라. 지금도 뭘 잘했다고 언성을 높이고 있지 않나. 불알을 덜 맞은 게지.


때마침 내게 좋은 생각이 있었다.


“아저씨. 이 사람들 채무 관계 같은 건 조사 못하세요?”

“음. 우리 쪽 일이 아니긴 한데... 조사하면 안 나올 건 또 없지. 왜 그러냐?”

“이 사람들을 처벌하기엔 따로 적합한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 말에 경찰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두루뭉술하게 말했지만 사실 간단한 이야기다.


IMF 외환위기 시국의 젊은 부랑자들은 보통 자영업을 하다가 빛 폭탄을 감당하지 못하여 도피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빚쟁이. 그 사람들한테 넘기는 건 어떨까요?”

“히이익!”

“제발! 그것만은 봐줘!”


빚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방금까지 강짜를 부리던 사람들이 질색 팔색을 한다. 정곡을 찌른 것 같다.


눈물까지 흘리는데 이제야 좀 얼굴이 볼 만 하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경찰들이 사적 제제를 허용할까 였는데, 걱정과 다르게 그들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야 그럼 편하고 좋지 뭐.”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다.


물론 관계도 없는 사람이 와서 사적제제를 제안하면 정색을 하겠지만 우리가 남도 아니고.


평소에 받은 게 많은 만큼 편의를 봐주겠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럼 부탁 좀 드릴 게요. 아, 봉식 아저씨한테는 이야기 해 둘 테니까 나중에 가게 들르세요!”

“크. 역시 상혁이가 최고다!”


음. 어쩌면 경찰 아저씨들은 빵만 먹을 수 있으면 만사가 괜찮은 걸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 만나면 저희 죽어요!”


졸개들이 울부짖고


“어라? 여기 사람이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설마 죽었나?”


알이 터진 갈매기 눈썹이 발견되어 한바탕 소란이 일었지만.


애써 귀를 닫았다. 아동 학대범들의 인과응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뒤처리도 깔끔하게 끝냈으니 이제 기억에서 지워도 괜찮으리라. 뇌 용량 아깝다.


기억할 건 저 아이들의 미소로 충분하다.


“형. 또 와야 해!!!”

“그래. 또 빵 진짜 많이 들고 올게!!!”


우리는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기분 좋게 고아원을 나섰다.


* * *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홍 사범님.”

“응? 응. 그래. 별 거 아니지.”


집에 돌아가는 길은 쾌적했다. 강한 사람과 같이 걸으니 괜히 길이 더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그 홍 사범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내가 너무 굴렸나?’


약간 필요할 때마다 찾는 도라X몽 같은 기분이라 가끔 불렀는데 그게 좀 과했을지도 모른다.


도의상 킥복싱 도장에 가입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 그가 입을 열었다.


“매번 이렇게 위험한 곳을 돌아다니는 거니?”


다행히 화가 난 것 같지는 않다. 화 보다는 걱정에 가까운 감정인 듯하다.


“에이~ 매번 이러면 빵 나눔을 어떻게 해요? 오늘만 운수가 안 좋았던 거지.”

“그러냐?”

“네. 그리고 한 명은 제가 이겼는데. 가르쳐 주신 원 투 킥으로 아작을 내버렸다고요.”


넉살을 떨어보았지만 관우의 얼굴은 펴질 기미가 안 보였다.


“가끔 보면 너는 위험한 장소에 찾아가는 기질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야. 이제 겨우 6살 꼬마가 아니냐.”

“네...”


저번 납치 사건부터, 이번 고아원 전투까지. 그동안 홍 사범도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내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꼬맹이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나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팩트는 내가 위험한 장소에 찾아가는 게 아니라, 어째선지 눈을 뜨고 보면 위험한 장소에 놓이게 되는 거다.


다만 괜히 나섰다간 잔소리만 길어질 것 같아 눈치껏 가만히 있기로 했다.


“휴우.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 혼내겠냐 싶지만 말이야.”


관우를 짓누르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른으로써 본을 못 보였다는 죄책감이리라.


만약 그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기부 행사를 주도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 사범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도장을 운영하는 것만 해도 바빴으니까.


현재 상황과 이상 사이에서 비롯한 일종의 자기혐오인 것 같다.


‘착각도 유분수지.’


걱정은 고맙지만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몸이 아기일 뿐 엄연한 성인이다. 성인이 자기 의지대로 봉사를 했을 뿐. 그가 책임감을 느낄만한 요소는 어디에도 없다.


솔직히 내가 너무 멋대로 부려먹어 오히려 조금 미안한 걸.


홍 사범이 풀이 죽은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아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도장은 요새 좀 어때요?”

“무탈하게 다들 잘 지낸다. 네 덕분에.”


참고로 킥복싱 도장엔 미리 외환위기를 조심하라고 미리 귀뜸을 건넸다.


덕분에 수강생들이 많은 도움을 받아 이 시국에도 도장을 무사히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가 부채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을 텐데, 가끔 보면 너무 성실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앞으로도 종종 같이 다니죠?”

“그래. 일 있으면 꼭 불러라.”


홍 사범은 그제야 얼굴을 조금 폈다.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한 모양이다.


그는 저런 밝은 얼굴이 어울린다. 앞으로도 활기차게 킥복싱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그건 그거고,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얻었다.


‘앞으로 힘쓸 일 있을 때마다 맘껏 굴리면 되겠다.’


저만한 고급 인력을 어디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뽕을 뽑을 수 있을 만큼 뽑아야 한다.


내가 음흉한 표정으로 견적을 뽑자, 홍 사범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챈 것 같다.


“얼마나 오래 활동을 이어가려고?”

“음~ 제가 도울 수 있을 때 까지?”

“크흠. 네 나이엔 집에서 좀 놀고 그럴 필요도 있을 것 같은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벌써 장난을 칠 정도로 기분이 회복되었나보다.


그래도 그의 시선엔 여전히 걱정이 담겨 있다.


지금은 웃으며 넘어가지만 아직 의문이 온전히 풀리지 않은 것이리라.


어째서 6살짜리가 저렇게 열심히 남들을 돕고 다닐까?


다른 사람이랑 다투면서까지 지속해야할 이유가 있는 걸까?


지금도 그런 의문을 담은 채 왜? 어째서? 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왜냐고 물어보신다면 대답해 주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다만 솔직히 이건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 눈물을 흘리면서도 수돗물을 마시던 어머니. 어두컴컴한 집안.


지옥 같던 1998년, 그날의 기억을 조리 있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웃으며 어물쩍 넘기기는 수밖에.


“제가 좋아서 하는 건데요 뭐.”


크게 보면 거짓말도 아니다. 빵을 기부하는 일은 내게 있어서도 큰 위안이 되었으니까.


그래. 굳이 따지자면 또 하나의 1998년, 그날의 나에게 위로를 보내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말

공휴일이 끝났습니다...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겠군요.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댓글도, 추천도, 선호작도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어... 그리고 제가 첫 후원을 받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받은 후원이라 그런지 실감이 안 나면서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감사를 표시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저도 공지에 감사 인사를 남기려고 합니다.


만약 불쾌하시다면 바로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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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행복을 전하는 반월동의 꼬마 예언가 22.06.08 1,893 33 17쪽
29 7살 꼬마가 대 예언가를 뛰어넘는 방법. +1 22.06.07 1,970 35 16쪽
»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6 1,993 35 17쪽
27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2 22.06.05 2,024 34 22쪽
26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4 2,097 40 17쪽
25 찰싹 +2 22.06.03 2,046 34 15쪽
24 미안해 22.06.02 2,031 34 18쪽
23 1997년의 5살 +1 22.06.01 2,114 42 14쪽
22 원 투 킥 +2 22.06.01 2,122 36 23쪽
21 도장깨기 +1 22.05.30 2,202 39 18쪽
20 학원 Boom! +2 22.05.29 2,312 43 19쪽
19 재발방지 대책 회의 +2 22.05.28 2,385 42 15쪽
18 세 번째 각성 22.05.27 2,440 41 15쪽
17 내 이름은 박상혁 22.05.26 2,373 41 15쪽
16 빡치네 22.05.25 2,360 42 13쪽
15 키드냅 당한 키드 그게 바로 나에요 +3 22.05.24 2,517 44 13쪽
14 보리차처럼 시원하고 달달한 것. +3 22.05.23 2,566 50 19쪽
13 NTR 속 금태양 아기가 되다. +1 22.05.22 2,714 47 15쪽
12 vs 라이벌 +1 22.05.22 2,701 49 16쪽
11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 +1 22.05.20 2,712 55 12쪽
10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2.05.19 2,712 58 12쪽
9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다 +2 22.05.18 2,818 54 16쪽
8 아기는 빵집을 구원한다. +1 22.05.17 2,918 55 21쪽
7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1 22.05.16 3,095 57 16쪽
6 엄마의 취업은 내가 따낸다. 22.05.15 3,325 55 14쪽
5 악연을 끊는 법 +5 22.05.14 3,723 64 19쪽
4 천릿길 효도도 한 걸음부터 22.05.13 4,012 76 17쪽
3 vs 최강(아기) +5 22.05.12 4,463 74 17쪽
2 천하제일 아기대회 +5 22.05.11 5,558 86 17쪽
1 세상이 날 억까해 +6 22.05.11 7,895 9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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