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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421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6.04 22:07
조회
2,095
추천
40
글자
17쪽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6화



결국 그 날 유리는 요구조건을 다 이행하지 못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사과를 거부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정확히 3대가 내리 찍히는 순간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기절한 사람을 끌고 가서 무릎을 꿇리는 취미는 없다.


추운데서 자면 입 돌아가니까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을 뿐이다.


돌아오는 길은 마음도 발도 가벼워 춤을 추듯 매끄럽게 귀가했다.


그리고 다음 날. 평소처럼 빵집에서 일을 하고 있자니 유리가 찾아왔다.


“유리야?”

“응 유리? 어쩐 일이냐?”


사전에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한 봉식 부부는 또 깽판이라도 칠 까봐 눈치만 살폈다.


확실히 유리의 분위기가 심심치 않았다. 빨갛게 부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이다. 어제는 너무했다는 원망, 도대체 5살 꼬마가 저러는 게 말이 되냐는 혼란, 빵집에 다시 방문하기까지의 부담과 두려움.


꽤나 골머리 좀 썩히겠다만 어차피 내 골머리가 썩는 게 아니다. 나는 그녀에게 싱긋 웃음을 보냈다.


유리는 입술을 물어뜯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어그적 어그적 나에게 다가왔다.


“여보 유리 걸음이 이상하지 않아?”

“그러게요. 치질인가? 어제 그런 말은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왜 저렇게 몸을 배배 꼬며 걷는지 몰랐기에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지만. 진상을 아는 나로써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어린애한테 궁둥이를 맞았다고 다음 날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꼴이라니.


“푸흣. 푸흐헤헤.”

“야!”


기어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리가 고함을 빽 지르긴 했지만 이전과 같은 독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못 가요.”


유리가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자 엄마가 내 앞을 막아섰다. 결코 뒤로 보내지 않겠다는 필사적인 항전의 기세다.


엄마 역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다. 알았다면 굳이 나서지도 않았을 터.


유리는 잠시 엄마와 대치했다. 그리고 몇 번 호흡을 가다듬더니 고개를 숙였다.


허리는 쭉 내려가다가 완벽한 90도를 이루고서야 멈췄다.


“미안해요. 제가 말이 너무 심했어요. 상처 줘서 미안합니다.”

“...”


예상치 못한 행동에 엄마를 포함한 다른 어른들은 깜짝 놀란 듯하다.


“우리 딸이 사과를?”

“말도 안 돼. 꿈은 아니겠지?”


유리는 평소였으면 그런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겠지만 의외로 잠잠했다. 조용히 엄마의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다.


“상혁이한테는요?”


그 말에 그녀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상혁아. 너는 정말. 정말...”


그녀가 잠시 말을 골랐다. 눈동자가 떼구르르 한 바퀴 굴렀다.


대충 뛰어나다고 하면 될 걸, 뭐 저렇게 말을 고른담.


칭찬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라?


설마 어제 맞았다고 곧이곧대로 칭찬이 안 나오는 게 아닐까?


혹시 몰라 오른손을 치켜드니 곧바로 칭찬이 튀어나왔다.


“어른스러운 아이야. 타고난 아이지. 내가 오해했어.”


예상이 정확했던 것 같다. 개과천선을 하더라도 성격이 어디가지는 않나보다.


정말이지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다.


오히려 좋다. 어제처럼 축 쳐져서 있느니 저렇게 기운찬 게 나으니까.


원래 미래에선 유명한 제빵사가 되는 사람이니, 이곳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럼 가게는 더 번창할 것이고, 엄마랑 내가 떼어먹는 콩고물은 더욱 늘어나겠지.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결말이다.


엄마 역시 유리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 일어나요. 그 사과 받을게요.”


조금 정도는 꼬장을 부려도 상관없을텐데, 엄마도 사람이 모질지 못하다.


유리 누나가 나를 칭찬한 게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유리는 힐끔 눈치를 살폈다. 이제 괜찮냐는 뜻이다.


더 이상 흠 잡을 것도 없을 만큼 깔끔한 사과였기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제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나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아저씨에게 다가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저씨!”

“으헛! 왜 부르냐.”

“저랑 유리 누나랑 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그러려면 누나가 기초적인 제빵 업무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아저씨가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대머리에겐 너무 어려운 말이었던 걸까? 그는 연달아 충격을 받은 것처럼 드문드문 대답했다.


“유리가... 빵을 배운다고?”

“네.”

“정말이니 유리야?”


모두의 시선을 받은 유리는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 해보고 싶어.”

“그래. 그거 잘 되었구나. 암. 내가 가르쳐 줘야지.”


얼레? 내가 기대하던 반응이 아니다.


‘뭐? 유리가 빵을 배운다고? 크하하하하! 우하하하하. 상혁아 고맙다 고마워!’ 정도는 기대했는데. 너무 담담하다.


아저씨가 뭐라도 잘못 먹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는 둑이라도 터진 것 마냥 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내가학. 우리 유리를. 흑. 가르쳐 줘야지흑.”

“이이가. 울긴 왜 울어!”


아저씨의 등짝을 때리는 아줌마의 눈에도 눈물은 고여 있다.


평생의 소원을 갑자기 일시불로 처리하니 감정이 벅차는 것이리라.


진숙 아줌마는 두 손을 벌리며 다가와 나를 와락 안았다.


“으구. 상혁아. 너지? 어제 네가 집에 가서 유리랑 이야기 한 거 맞지?”


굳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에이 왜 그래요. 우리 사이에.”


괜히 부끄러워 손사래를 쳤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맞아. 우리 사이지. 우리 사이야. 봉식씨랑 내가 죽기 전까지 우리 사이는 우리 사이로 남자.”


평생을 챙겨주고, 보듬어주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야 가족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은데, 나쁘지 않았다. 저들은 좋은 사람이니까.


그 후로도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기뻐했다. 게임 상태창으로 따지면 호감도 MAX가 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는 것.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회귀 이전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살던 나에게는 색다르고 뜻깊은 일이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확장 공사 대소동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제 곧 겨울이다. IMF는 지금부터였다.


* * *


해가 바뀌고 1998년이 되었다. 보통 연초에는 신년다운 떠들썩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조용하고 삭막하다.


대한민국 전체를 짓누르는 경제 불황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회사가 기울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현재 길거리를 터덜터덜 걷고 있는 43살의 중년 남성 권대현도 그 중 하나다.


무려 20년을 넘게 일한 회사에서 떠밀려 쫓겨났다.


그동안 회사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기에 쫓겨나지 않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당연히 노후대비 따위는 해두지 않았고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그에 비해 돈은 빠르게 떨어져 바닥을 드러냈다.


딸과 아내를 굶길 수는 없다. 하지만 은행 역시 실업자에게 돈을 빌려줄 여력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발품을 팔며 돈을 꿔야 하는데, 여유가 있는 녀석들도 경제가 언제 좋아질지 모른다며 허리띠를 조이려 한다.


구걸하다시피 받아온 3천원. 이걸로 세 사람이 연명해야한다. 그것도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기약 없이.


답이 없다. 빈도를 최저로 줄이고, 질을 최악으로 떨어트린다 하더라도 돈이 부족했다.


돈, 돈, 돈. 세상이 이렇게 끔찍한 곳인지 그동안은 몰랐다.


그 때 길모퉁이의 어떤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맛은 없지만 적당한 열량, 다양한 영양소,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까지.


딱 그의 상황에 적합한 음식들이 한 봉투에 담겨져 있었다.


그래. 음식물 쓰레기다.


저걸 식단에 넣는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나라도 입을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무의식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 죽을까?”


사실 입을 줄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20년을 일한 회사에서 쫓겨날 때 그의 인생이 부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음식물 찌꺼기를 먹는다면 사람으로써의 무언가가 무너질 것 같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단호하게 대답하기엔 현재가 너무 비참했고 부정하기엔 가족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의 가슴팍엔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오라며 딸이 건네준 응원의 편지가 꽂혀 있었다.


“하. X발.”


대현은 고심 끝에 봉투를 집어 들었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매듭을 풀려는 순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대현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흐엇! 차! 아니 이건 그런 게 아니고... 응? 상혁이?”


쓰레기를 황급히 숨기던 그의 손이 느려졌다. 왜냐면 마주한 사람이 아는 꼬마였기에.


그의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소년은 반월동 인기 빵집의 마스코트였다. 그 이름은 박상혁.


오랜만에 봤다는 반가움도 잠시 기분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가게에 발길을 끊었던 이유가 바로 돈이 없어서가 아니던가.


거기에 현재 상황이 지옥 같아 더욱 얼굴을 마주하기 껄끄러웠다.


음식물 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도대체 뭐라 설명한단 말인가.


“아~ 아저씨 쓰레기 버리러 나오셨나 봐요!”

“응? 아 그렇지. 맞아.”


다행히도 저쪽의 형편 좋은 판단 덕분에 난감한 상황은 벗어날 수 있었다.


쓰레기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다른 장소를 찾거나 나중에 다시 오면 된다.


“여긴 어쩐 일이니?”

“으음. 아저씨 만나러 왔죠!”

“하하. 정말? 고마워.”


여전히 상혁은 영리하고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알고 있는 꼬마였다. 설마 아직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최근에 염세적인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아이의 순수한 위로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조금은 힘차게 쓰레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서 부드러운 버터와 곡물이 뒤섞인 향기가 바람을 타고 왔다.


봉투 속 음식들이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그런 천상의 냄새다.


그 향기는 상혁의 뒤 쪽에 서 있는 여자 쪽에서 흘러 나왔다. 정확히 그가 품에 안고 있는 거대한 봉투로부터였다.


“빵?”


저도 모르게 내뱉고 말았다. 입이 필터 역할을 하지 못할 만큼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냄새였기 때문이다.


부실한 반찬을 먹을 때면, 대한제일 빵집의 빵이 생각나곤 했다.


맛은 물론, 영양소도 고르게 들어가 있으면, 먹고 나서는 왠지 가슴이 따스해지기까지.


그에게 최고의 음식이 모친의 김치찌개였다면, 두 번째 음식은 대한제일 빵집의 빵이었다.


꼬르륵.


그의 배가 울었다. 여느 때처럼 배가 고프다는 의미가 아니라, 맛이 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신호다.


‘먹고싶다. 하다 못해 냄새라도 많이 맡아두자.’


대현이 코를 벌름거리고 있는데, 상혁이 예상치도 못한 말을 꺼냈다.


“네. 빵 맞아요. 유리 누나! 부탁해요.”


상혁이 신호를 보내자 유리라고 불린 여성이 빵 하나를 봉투에서 꺼냈다. 그리고 대현을 향해 내밀었다.


“받으세요.”

“네?”

“받으시라고요.”


뭐하자는 걸까. 이 사람은 왜 빵을 건네고 있을까. 여기는 빵집도 아닐 텐데.


문득 방문 판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집도 불경기일지도 모르지 않나.


“제가 지금 지갑이 없어서요.”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표했지만 내밀어진 빵은 돌아갈 기미가 안 보였다.


“안 산다니까요?”

“파는 거 아니에요.”

“네? 그게 무슨.”


유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릴 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옆에 있는 꼬마를 향해 눈길을 건넬 뿐이다.


마치 그 꼬마가 자신의 상급자이며, 현재 상황을 의도한 계획의 입안자라는 것처럼.


대현은 홀린 것처럼 상혁을 보았다. 꼬마는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희 빵집은 지금 나눔 행사를 하고 있어요.”

“나눔 행사?”

“네. 저희 가게에 요새 손님이 없어서요. 만드는 양을 줄여 봐도 빵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빵이 남는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


간단한 이치이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겨울나기에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빵이 남으면 먹어 치우면 될 텐데 그걸 다른 이들에게 나눠준다? 빵집도 매출이 떨어져 힘들 텐데?


그로써는 이해하지 못할 판단이요, 엄청난 결단이 필요했을 문제였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은 근심이나 걱정 하나 없이 밝다.


“부담 가지지 않고 받으셔도 돼요. 딱딱하면 맛없으니까 한 번 데워 왔어요. 히히.”


그 순간, 대현은 자신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만약 굶주리거나 아까워했다면 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상혁은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주고, 진심으로 위해준다.


대한 제일 빵집도, 저 상혁이라는 아이의 가정도 국가를 집어삼키고 있는 외환위기에 타격이 하나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선뜻 선행을 베풀 정도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얼마나. 얼마나 부유했기에 저럴 수 있을까?


20년 넘게 회사에서 계산기를 만지던 대현이지만 쉽게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더 큰 회사도, 더 잘 나가는 가게도 쉽게 거꾸러지는 걸 목격했다.


운이 심하게 좋았거나, 이런 위기가 오리라는 걸 알고 미리 탄탄하게 대비를 했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물론 후자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참사를 예상할 수 있을까.


“아저씨?”

“응? 아. 응.”


상혁의 말에 잡스러운 생각을 털어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대현의 눈앞에 빵이 놓여있다.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탐스러운 빵이.


지금 그의 내면에 일렁이는 감정을 퍼센테이지로 표현하면 부끄러움 13%, 고마움 17%. 그리고 기쁨 80%일 것이다.


100%를 채우고도 기쁨이 10%가량 넘쳤다.


기쁨. 압도적인 기쁨이 휘몰아쳤다. 음식물 찌꺼기에서 고급 빵으로 식사가 바뀌었다. 어쩐지 지옥에서 천국으로 배경이 바뀐 느낌이다.


“자! 식기 전에 한 입 하세요. 아~”


그렇다면 이건 천사의 목소리이리라. 대현은 순순히 천사의 인도를 따랐다.


앙.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빵의 달콤함이 입 안을 넘어 전신으로 퍼졌다.


뇌는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다 못해 녹아 내렸고, 배는 허기를 호소하며 더 많은 빵을 요구했다.


그는 정신없이 빵을 섭취했다.


대현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빵은 모두 뱃속으로 들어간 이후였다.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없었지만 뇌 한 편에 여운으로 남은 행복이 그의 식사를 증명했다.


“아.”


그렇게 배가 차고 나서야 가족에 대한 생각이 미쳤다.


대한 제일 빵집의 빵은 아내나 딸도 참 좋아하는 음식이다.


집으로 돌아가서 나눠 먹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죄악감이 심장을 두드렸다.


빵을 더 받을 수 있을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도 염치가 있다. 베푸는 측이 허용한 것 이상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니 상혁이 다가왔다. 그의 손엔 다른 빵 2개가 들려 있다.


“이건 아줌마 거랑 지윤 누나 거. 두 사람 모두 잘 지내고 있죠?”

“... 두 사람 것도 챙겨주는 거니?”

“그럼요. 세 분 다 저희 가게 단골 분이셨잖아요.”


빵을 받는 손이 덜덜 떨렸다.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아 이를 악 물었다.


이 아이는 신이 내린 아이가 틀림없다. 선하고 고귀하며 성스러워 마치 천사를 보는 것 같다.


상혁이 대현의 부들거리는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아요. 지금은 어렵지만 결국은 지나갈 거에요. 그리고 그 날이 되었을 때, 아줌마랑 누나랑 가게에 방문해 주세요. 기다리고 있을 게요.”

“뜨흑. 하윽. 으허허헝~”


결국 대현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간의 설움이 두 눈을 타고 쏟아졌다.


한참을 울었다. 겨우 눈물을 추슬렀을 땐 상혁이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꿈은... 아니겠구나.”


양 손에는 아직도 빵이 들려있다. 꿈이 아니다. 따뜻한 희망이 깃든 현실이다.


“읏차. 집에 가야지.”


여전히 그는 실직한 상태이며, 수중엔 3천원이 전부다.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그래도 그는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돌아갈 이유가 생겼으니까.


빵 두 개. 주저앉은 가정을 일으키는 데는 그걸로 충분했다.


이제 대현은 멈춰서지 않을 것이다. 길고 긴 터널의 끝에는 봄이 만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그날 밤 한 가정은 모처럼 행복한 식사를 즐겼다. 정말 달콤하고 따뜻해 가슴이 벅차는 그런 식사였다.


작가의말

토요일입니다. 여러 분들의 하루가, 내일이 시원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은 언제나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선호작도 추천도 감사, 또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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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행복을 전하는 반월동의 꼬마 예언가 22.06.08 1,893 33 17쪽
29 7살 꼬마가 대 예언가를 뛰어넘는 방법. +1 22.06.07 1,969 35 16쪽
28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6 1,992 35 17쪽
27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2 22.06.05 2,024 34 22쪽
»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4 2,096 40 17쪽
25 찰싹 +2 22.06.03 2,045 34 15쪽
24 미안해 22.06.02 2,030 34 18쪽
23 1997년의 5살 +1 22.06.01 2,113 42 14쪽
22 원 투 킥 +2 22.06.01 2,121 36 23쪽
21 도장깨기 +1 22.05.30 2,201 39 18쪽
20 학원 Boom! +2 22.05.29 2,310 43 19쪽
19 재발방지 대책 회의 +2 22.05.28 2,383 42 15쪽
18 세 번째 각성 22.05.27 2,438 41 15쪽
17 내 이름은 박상혁 22.05.26 2,372 41 15쪽
16 빡치네 22.05.25 2,358 42 13쪽
15 키드냅 당한 키드 그게 바로 나에요 +3 22.05.24 2,516 44 13쪽
14 보리차처럼 시원하고 달달한 것. +3 22.05.23 2,565 50 19쪽
13 NTR 속 금태양 아기가 되다. +1 22.05.22 2,713 47 15쪽
12 vs 라이벌 +1 22.05.22 2,699 4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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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2.05.19 2,710 58 12쪽
9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다 +2 22.05.18 2,816 54 16쪽
8 아기는 빵집을 구원한다. +1 22.05.17 2,917 55 21쪽
7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1 22.05.16 3,094 5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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