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464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5.14 22:21
조회
3,722
추천
64
글자
19쪽

악연을 끊는 법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5화



경기가 끝나고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170cm의 거구가 70cm 정도로 줄어들었으니 삶의 모든 부분이 크게 달라졌지만, 의외로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며칠 지내본 결과 아기 팔자만큼이나 상팔자가 또 없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엄마한테 착 달라붙어 있다가, 낮잠 자고.


또 배가 고파지면 엄마를 찾으면 된다.


“응애~ 나 아기 상혁. 맘마줘!”


그럼 엄마가 한숨을 푹 쉬고는 웃으며 안아든 뒤 젖병을 물려준다.


어째서 현대 사회에 유아퇴행이 유행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따뜻함이다.


“크아아~ 뻑 예!”


분유는 기대만큼이나 맛있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대회라더니 고급 분유를 상품으로 준비한 모양이다.


“으구~ 그렇게 맛있어?”


엄마는 그런 나를 흐뭇하게 보고는 볼을 콕콕 찌른다.


그럼 나는 서비스 차원에서 엄마에게 애교를 떨어준다.


“예아! So 딜리셔스!”

“오구구. 그랬어? 잘 먹네 우리 아기?”


30살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끔씩 현자타임이 찾아 왔지만,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애교가 또 나가곤 했다.


어려져서 그런가? 하루 종일 엄마와 붙어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생신날 부고를 전해드릴 뻔 했다는 죄책감에 대한 발로일지도 모르고.


어찌 되었든 나는 5평 남짓의 낡고 작은 월셋방에서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지금처럼 잠이 들면 나는 비밀스런 탐구를 시작했다.


탐구 주제는 심장 부근의 이물감. 나를 대회에서 우승시켜준 고맙고도 이상한 현상이다.


며칠간의 관찰 끝에 세 가지 사실을 특정할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신체의 강화는 즉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능력이다.


대회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내 다리엔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다.


시험 삼아 집에서 쉼 없이 걸어보았는데, 1시간이 흘렀음에도 다리는 아무런 고통 없이 멀쩡했다.


체력이 다하지만 않았어도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뛰어 놀았을 것이다.


고작 7개월 된 아이가 말이다.


“후우.”


나는 괜히 전신 거울 앞으로 가서 이런 저런 근육 포즈를 잡아보았다.


기저귀 아래에 붙은 이 조각 같은 다리를 보아라. 누가 이 다리를 보고 아기 다리라고 믿겠는가?


헛웃음이 났다. 마치 하체 부분만 다른 생명체로 진화를 한 것 같다.


단언컨대 세상 모든 아기를 데려와도 나보다 다리 힘이 좋은 아기는 없으리라.


그리고 두 번째. 다행히도 이 다리 근육은 on/off가 가능한 것 같다.


정확한 원리는 모르겠다. 그냥 내 의지에 의해 근육이 빵빵해졌다 홀쭉해졌다 한다.


그래도 다행인 부분이다. 만약 하루 종일 조각 같은 다리로 생활했더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의심을 받을지도 몰랐을 테니까.


덕분에 평소에는 평범한 꼬마 행세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라운 사실.


내가 대회장에서 겪었던 이상 현상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라는 점.


대회장에서의 이상 현상은 심장 근처에 박힌 이물질이 깨지며 시작되었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다리와 심장이 뜨거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몸을 천천히 관찰한 결과, 그러한 흔적이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대상은 머리.


심장에서 다리로, 그리고 심장에서 머리로. 총 두 가지의 열기가 몸 안에서 흐르고 있다.


만약 그 뜨거운 이상 현상이 내 두터운 다리처럼 머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면?


충분히 그럴듯한 추측이다. 상식적으로 7개월 된 아기가 서른 시절과 같이 사고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한 결과, 잠정적으로 결론을 하나 내릴 수 있었다.


내 심장 근처의 구슬은 신체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시킨다.


아니. 지속되는 능력이니 강화가 아니라 진화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으리라.


실로 사기적인 능력이요, 치트가 아닐 수 없다.


무슨 만화나 영화에서만 보던 능력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점. 아직 내 심장에는 5발의 총알이... 아니, 5개의 구슬이 남아 있다.


즉, 이와 비슷한 재능을 5개나 더 개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다.


“크크크크큭”


지금 내 심장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어쩌면 단순히 성공한 삶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고를 노려도 무리가 아닐 정도의.


“정점이 되어라.”


검정 상혁이 헤어지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다른 말들은 흐릿했지만 그 말만은 유독 똑똑하게 기억났다.


“정점의 DNA.”


내 안의 이물감, 아니 치트 능력에 그런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이 능력이 나를 정점까지 이끌어 줄 것이라 기원하며.


그래. 되어 보마. 나 같은 하류 인생 따위가 감히 최고가 되어 보이겠단 말이...


“상혁아~ 거기서 뭐하니?”

“먀마삐아!”


갑작스런 엄마의 등장에 황급히 아기 모드로 돌아왔다. 아까까지 곤히 주무시더니 내 중얼거림에 잠이 깨신 모양이다.


나는 아직은 잠이 덜 깬 엄마에게 순순히 안기며 들뜬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최고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매일같이 노력을 하는 데도 정점의 DNA의 사용법을 익히지 못했으니.


“검정 녀석, 사용 설명서는 좀 넣어주지.”

“응? 뭐라고? 똥 쌌어?”


엄마는 귀저기를 확인해 보시곤 배가 고픈 모양이라며 분유를 타오셨다. 분유는 달콤했다.


그녀는 나를 안은 채 통장과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휴. 식비를 그렇게나 줄였는데도 벌써 이 모양이네.”


슬쩍 통장을 내려다보았다. 내용물이 상당히 빈약했다. 아끼고 아껴봐야 1달 정도면 다 떨어질 그 정도의 금액이다.


분유 값과 기저귀 값이 들지 않음에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전생의 엄마는 대체 얼마나 쪼들렸다는 소리일까.


“알바라도 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돈은 벌지 않으면 결국 사라지게 되어 있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내가 때려치우고 싶어도 매일 회사를 나간 이유였지.’


아직도 노예처럼 고생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어쨌든, 경제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엄마는 이제 24살이니 배우는 것도 빠를 테고, 체력도 딸리지 않을 터.


그런데 문제는...


“상혁아. 어떡하지?”


나의 존재다. 이 몸은 현재 한시라도 눈을 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약한 존재다.


당연히 운신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고를 수 있는 일자리의 폭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엄마를 향해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수심 가득한 얼굴에 조금은 빛이 돌았다.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문제 같은 건 없을까?”

“네. 엄마. 괜찮을 거에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얼굴을 피며 미소를 지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아구~ 우리 상혁이 왜 이렇게 똑똑해?”


그녀는 나를 부둥켜안고 뒹굴었다.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내가 누군가. 회귀자. 정점의 DNA의 소유자. 치트 인간.


평범한 아이라면 짐이 되겠지만 박상혁 MK2는 다르다. 어른의 경험, 미래의 지식을 살려 오히려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좋아. 그럼 가볼까?”


엄마는 나를 포대기에 두르곤 힘차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전단지를 한가득 모아 다시 돌아왔다.


내가 태어난 1993년에는 알바천X, 알X몬 같은 어플이 없었다. 그래서 보통 신문이나 전봇대에 붙은 구인공고를 보고 일을 구했다.


88년을 기점으로 쭉 성장세를 보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다행히 일자리가 부족하진 않았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음. 생각보다 많네. 뭐가 뭔지.”


그녀는 성인이라고는 하나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새내기일 뿐이다.


집안일을 도우며 어느 정도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을 뿐, 그 밖의 일에는 무지했다.


“이럴 땐 내가 나서야지.”


현재 시점에서는 내가 엄마보다 사회 경험이 많다.


게다가 나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고를 사기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미래시, 결국 미래까지 살아남는 집이 잘 팔리는 집이 아니겠는가?


2020년까지 어떤 가게가 살아남고 문 닫는지가 이 머릿속에 들어있다.


노비도 대감 집 노비가 최고라 그랬다. 그러니 잘 나가는 가게에 들어가야 기술을 배우든, 2호점을 내든 떡고물이 떨어질 것 아닌가.


나는 엄마가 한 눈을 판 틈을 타 전단지를 정리했다.


“강훈식당. 여기는 파리만 날리고, 딩동분식 여기는 어렸을 때 문 닫은 거 같은데? 그리고 이 반찬 집은... 최악이지.”


촤르륵 소리를 내며 빠르게 정리되는 문서들. 단순히 매출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엄마에게 어울릴지를 고려하여 순서대로 정리하였다.


이 순서대로 알바를 지원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응? 순서가 이상한데... 상혁아 너가 이거 만졌어?”

“헤에. 모른다요.”


화장실을 다녀온 엄마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아기가 만진 것 치고는 깔끔한 흔적이다.


엄마가 다시 정리하려 할 때마다 팔에 매달리며 방해를 넣었고, 그녀는 결국 체념하며 면접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렇게 나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나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차가웠다.


1지망이던 대박 삼계탕 집에서는.


“저희는 남자만 뽑아요.”


라며 거절당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거기 가게를 얼마나 갔는데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가타부타 따지려 했지만 탸댜뷰댜로 발음이 되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가게 아니면 알바 자리가 없냐며 찾아간 두 번째 가게. 꾸준함의 대명사 순대국밥 집에서는.


“애 딸린 여자는 좀...”


이라며 거부했다. 엄마는 최선을 다해 나의 천재성을 토로했고, 나도 그에 부흥하며 여러 장기를 선보였지만 사장이 아직 젊어서 그런지 씨알도 안 먹혔다


쳇. 아직 전단지는 많이 남았으니까 괜찮을 거라며 위안을 삼았지만.


“너무 젊은데? 우리 가게랑은 안 맞겠다.”


“미안해요. 우리 가게는 힘들겠네요.”


전단지는 빠르게 떨어져 동이 났다. 그리고 어느새 마지막밖에 남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계획하는 것은 사람이되 이루는 것은 하늘의 역할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원래의 계획은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마지막 가게는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지뢰와도 같은 곳이었으니까.


“할매 반찬, 할매 반찬... 여기다.”


그러나 엄마는 내 만류에도 기어코 그 끔찍한 장소에 이르고 말았다.


계속되는 거절에 조금 의기소침해졌지만, 등에 먹여 살려야 하는 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상혁이가 어쩐 일로 이렇게 보챌까? 걱정마 아가. 이곳은 별다른 조건도 없으니까.”


그 부분이 바로 함정이다. 실제로 전생의 엄마는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 할매 반찬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 결과가 어땠던가. 할매 반찬의 마귀할멈은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었다.


제 월급을 제대로 안 챙겨주는 것은 기본이요.


반찬 만드는 법을 배우면 나중에 가게를 차릴 수 있다며 엄마를 꼬드겨 수업료를 받아냈으며.


아기를 돌봐줬다며 보육비까지 뜯어냈다.


그래서 엄마는 한 달을 일하고도 쥐꼬리 만한 돈밖에 받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엄마는 일을 그만두겠다며 화를 냈지만 그녀는 이미 마귀할멈의 손아귀 속이었다.


그만두려면 그만 두라고, 애 딸린 여자를 나 말고 누가 받아주겠냐고. 섭섭하다고 오히려 강짜를 부린 것이다.


당시의 아기 상혁은 정말 말 그대로 응애 상혁이었고, 갈 곳이 마땅치 않던 엄마는 결국 반찬 가게에 몸을 계속 의탁하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가스라이팅에 의해 자립심을 잃어 갔고 나중에는 할매의 수족을 들어야만 했다.


엄마가 뼈를 깎아가며 일했음에도 우리 가족이 항상 가난했던 데에는 반찬 가게 할멈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이번엔 그런 꼴은 못 본다. 알면서도 당해줄 수는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엄마를 설득했다. 모자간의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믿었다.


“엄마! 제발! 거긴 이미 쓰레기라고 검증이 된 곳이라니까? 내가 다른 곳 찾아 줄게!”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오는 것은 궁디팡팡과 둥가둥가일 뿐이었다.


“상혁아.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고기 먹여줄게!”


탱크네 아줌마가 했던 말을 의외로 신경 쓰고 계셨던 모양이다.


결국 모자간의 하이퍼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은 없었다.


‘X발 내가 억울해서라도 반드시 말부터 배우고 만다.’


대화가 안 되니 불편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게 누구요?”


건물 밖의 소란을 보고 있었는지 안에서 이복순 할매가 뒷짐을 지며 등장했다.


엄마는 공손하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전단지를 보고 찾아왔는데요. 반찬 만드는 걸 도울 사람을 뽑는다고...”

“아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먼.”


노괴가 우리 모자를 위아래로 스캔한 뒤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들?”

“네. 제 아들입니다.”


‘이 할매가 어디다 대고 손가락질이야? 팍씨 물어버릴라’


이빨을 앙 깨물어보았지만 선홍빛 잇몸만이 물컹거렸다.


할매는 신경도 안 쓰고 호구조사를 이어갔다.


“남편은 일하는 거 신경 안 쓰나보지?”

“아... 아이 아빠는...”


엄마는 곤란한 듯 말을 흐렸다. 순간, 할매의 입가에 미소가 스쳐간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아 뭐 그럴 수 있지.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마치 커다란 호구를 낚은 것과 같이 기뻐하는 모습이다.


이를 눈치 챌 만큼 엄마는 성숙하지 못했다. 그녀는 순진하게도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띄웠다.


물밑 작업이 끝나고, 노예계약이 채결되기 직전이다.


“아이고. 우리 왕자님 한 번 안아봐도 될까?”

“그럼요! 물론이죠!”


엄마는 순순히 나를 넘겨주기 위해 포대기를 푸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하하. 왕자님? 지랄 염병을 하고 있다.


어미가 종이면 그 아들도 당연히 종놈이다. 내가 키운 것과 다름이 없으니 응당 가게 일을 도와야 한다.


내가 누구한테 그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종놈처럼 잡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엄마 때문에 눈치를 보며 설설 길 수밖에 없던 건 또 누군데?


“씨발 빡치네.”


이렇게 정면으로 저 낯짝을 보니까 갑자기 열이 확 뻗친다.


결정했다. 지금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저 간악한 흉계를 부숴놓기로.


거기에 저 뻔뻔한 낯짝에 한 방 먹이지 않으면 속이 안 풀릴 것 같다.


엄마는 한 손으로는 내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내 등을 잡은 채 나를 할멈한테 건네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뒤 다리를 버둥거려 그녀의 손 위에서 일어서는 데 성공했다.


“꺄악! 상혁아! 위험해! 위험! 빨리 앉아!”


엄마는 당황하여 나를 눕히려 했지만 나의 행동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나는 엄마를 밀어내며 반동을 주었다.


그리고 다리의 힘을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몸을 돌려 그녀의 손에서 뛰었고.


허공을 날아올랐다.


한 마리의 맹금류와 같은 움직임이다.


“사응혀억아아아!”

“에에그머어니나!”


주위의 반응이 퍽 요란하다. 하늘을 나는 아기는 처음 보는 모양이다. 사실 나도 본 적은 없지만.


그녀들의 반응이 느린 동작과 같이 보였다. 중요한 상황이 되면 찾아오는 각성 상태일까.


다리 힘이 받쳐주었기 때문에 도약은 완벽했다.


나는 천천히 몸을 구부리며 허공에서 한 바퀴 회전했다.


그리고 발끝이 할멈을 향했을 때, 두 발을 모아 내질렀다.


퍽 소리와 함께 할매의 턱이 돌아갔다. 3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깔끔한 드롭킥이다.


“크아아악!”


할매는 턱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나는 할매의 옷을 붙잡고 떨어지는 속력을 줄인 뒤 안전하게 착지했다.


계획한 것도 아닌데 일련의 과정을 차분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이것도 DNA의 효과일지도 모른다.


“상혁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엄마는 다급하게 다가와 나를 안아들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후훗.”


안심하라며 믿음직한 미소를 보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엉덩이 맴매였다.


“누가 그렇게 위험한 짓 하랬어! 응? 그럼 돼 안 돼!”

“으애애앵!”


물론 힘은 크게 실리지 않았다. 그녀는 어지간히 놀랐는지 연신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엄마에겐 내가 세상 모든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내가 다치거나 죽을 뻔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녀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보며 내가 과했음을 인지했다.


물론 폭력 자체가 부당하다는 말은 아니고. 앞으론 좀 더 얌전하게 때리거나, 미리 말이라도 한 마디 하고 해야겠다.


‘아 맞다. 나 아직 말 못하지?’


의외의 맹점에 고민하고 있자니, 할멈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런 호로 새끼가!!!”

“엄살은.”


아흔이 넘도록 쩡쩡하던 할매다. 지금 나이는 60대 후반이 아닌가. 고작 아기 발차기가 그렇게 아플 나이는 아니다.


“호로 새끼? 지금 말 다하셨어요?”

“다 했다! 방금 느그 자식이 내 턱주가리를 발로 찬 거 못 봤어?”


다행히 분위기는 삽시간에 흉흉해졌다. 면접을 보러 왔어도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남남이다.


엄마는 남이 자기 자식을 멸시하는 것을 참지 않았다.


계획대로 엄마가 이 집에서 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십 년의 종살이도 바이바이다.


“애기가 발버둥친 것 가지고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돌덩이에 맞은 줄 알았어! 무슨 애가! 그따구야?”


할매가 정말이라며 빨갛게 부은 턱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강화된 다리는 걷기 뿐만 아니라 발차기 위력도 강하게 만들어준 모양이다.


엄마는 당황했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마귀 같은 할멈을 힘껏 때려도 처벌 받지 않는다니, 아기 생활도 나쁘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씩씩 거리는 할매를 향해 혀를 내밀고는 도발했다.


“그러게 전생에 잘하셨어야지!”

“아니 저 자식이!”


할매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는지 내 도발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녀의 머리에서 연기가 솟아날 지경이다.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열받나? 안 됐구만! 아무도 미성년자인 나를 심판하지 못해! 그게 이 나라 사법의 한계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지껄이자 할매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화를 내기 시작했고, 엄마는 빠르게 나를 챙겨 장소를 벗어났다.


그렇게 상황은 끝이 났다. 나는 악연과의 질긴 고리를 드롭킥으로 끊어낼 수 있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모든 분, 추천해주신 분, 선호작 눌러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행복을 전하는 반월동의 꼬마 예언가 22.06.08 1,893 33 17쪽
29 7살 꼬마가 대 예언가를 뛰어넘는 방법. +1 22.06.07 1,970 35 16쪽
28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6 1,992 35 17쪽
27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2 22.06.05 2,024 34 22쪽
26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4 2,096 40 17쪽
25 찰싹 +2 22.06.03 2,045 34 15쪽
24 미안해 22.06.02 2,030 34 18쪽
23 1997년의 5살 +1 22.06.01 2,113 42 14쪽
22 원 투 킥 +2 22.06.01 2,121 36 23쪽
21 도장깨기 +1 22.05.30 2,201 39 18쪽
20 학원 Boom! +2 22.05.29 2,311 43 19쪽
19 재발방지 대책 회의 +2 22.05.28 2,385 42 15쪽
18 세 번째 각성 22.05.27 2,439 41 15쪽
17 내 이름은 박상혁 22.05.26 2,373 41 15쪽
16 빡치네 22.05.25 2,360 42 13쪽
15 키드냅 당한 키드 그게 바로 나에요 +3 22.05.24 2,517 44 13쪽
14 보리차처럼 시원하고 달달한 것. +3 22.05.23 2,566 50 19쪽
13 NTR 속 금태양 아기가 되다. +1 22.05.22 2,714 47 15쪽
12 vs 라이벌 +1 22.05.22 2,700 49 16쪽
11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 +1 22.05.20 2,712 55 12쪽
10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2.05.19 2,711 58 12쪽
9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다 +2 22.05.18 2,818 54 16쪽
8 아기는 빵집을 구원한다. +1 22.05.17 2,918 55 21쪽
7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1 22.05.16 3,095 57 16쪽
6 엄마의 취업은 내가 따낸다. 22.05.15 3,324 55 14쪽
» 악연을 끊는 법 +5 22.05.14 3,723 64 19쪽
4 천릿길 효도도 한 걸음부터 22.05.13 4,012 76 17쪽
3 vs 최강(아기) +5 22.05.12 4,463 74 17쪽
2 천하제일 아기대회 +5 22.05.11 5,558 86 17쪽
1 세상이 날 억까해 +6 22.05.11 7,894 98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