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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98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5.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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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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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17쪽

천하제일 아기대회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화



“상혁아.”


엄마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천천히 제 박자를 되찾고, 이내 깊은 안도가 행복과 함께 전신을 감쌌다.


돌아왔다. 정말 검정 상혁의 말대로 다시 살아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안도는 얼마 가지 못했다. 정말 그리웠던 엄마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처럼 물기에 젖어 있던 탓이다.


“상혁아. 엄마가 미안해.”


무슨 일일까. 엄마는 항상 뭐가 그렇게 미안할까.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앞으로 그녀가 눈물 흘릴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돌아왔으니, 이제 모든 것이 제 궤도로 돌아갈 차례였다.


물론 지금은 쥐뿔도 없는 놈이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죽을 각오로 성공을 집어삼키고 엄마에게 보은할 테다.


일단은 눈물을 닦아드리는 것부터였다.


그렇게 다짐하며 눈을 떴다. 나를 안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탓인지 오늘따라 엄마가 30년은 젊어 보인다.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동안 고생해서 주름진 얼굴만 봐 왔기에 지금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손을 들어 애초 계획했던 것처럼 엄마의 눈물을 닦아드리려 했으나, 몸의 감각이 이상했다.


팔이 너무나도 가벼운 느낌. 고개를 돌리니 빈약하고 짤막한 팔이 보였다. 마치 아기 팔처럼.


“다댜? 댜???”


응? 분명 ‘이게 뭐지?’라고 말했는데 입 밖으로 나온 건 아기의 옹알이다.


젊은 어머니의 모습, 빈약한 팔, 옹알이까지.


상황은 하나의 정답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기였을 때로 돌아 왔구나!”


물론 나의 탄성은 주변에는 ‘빠야빠야!’ 같은 소리로 치환되어 들렸을 것이다.


“그래. 엄마한테는 우리 상혁이 밖에 없어. 고마워.”


엄마는 힘찬 내 옹알이를 보고 나름의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다행이다.


나는 품에 안겨 흔들리는 가운데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선 아기 때로 돌아온 것은 매우 기쁜 오산이다.


‘전생’만큼이나 좋은 것이 ‘회귀’라고 하지 않던가.


30살과 1살은 잠재력부터 차이가 난다. 지금부터 차곡차곡 토대를 다져 놓으면 성공에 가는 길이 조금 더 순탄할 것이다.


물론 불우했던 환경이 이번에도 발목을 붙잡으려 들겠지만.


벌써부터 약한 소리를 낼 수는 없다. 그래도 한 번 겪어 본 일 아닌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으댜다!”

“그래 우리 상혁이 장하다. 장해.”


역시 엄마는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덕분에 자신감이 좀 채워졌다.


다만 신경이 쓰이는 건 몸 상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장 부근이 이상했다.


묘하게 뜨겁고 이물감이 느껴진다. 무언가 6개의 구슬 같은 것이 심장 부근에 뿌리를 내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기는 원래 이런 건가? 아기였을 때의 기억이 있어야 알지.


살면서 심장 문제로 애를 먹은 적은 없었기에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어쩐지 검정 상혁이 매만졌던 부분이랑 같은 위치인 것 같은데... 이 자식 설마 힘 조절 못한 건 아니겠지?


신과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녀석이다. 그런 힘으로 평범한 인간을 밀었으니 자국이 남을만도 하다. 나중에 만나면 꼭 AS를 받으리라.


그러고 보니 검정 상혁이 내 심장을 만지며 뭐라고 말했던 것 같다.


“무슨 무슨 금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서둘러 양손을 보았으나 황금 같은 것은 들려 있지 않다.


잠시 고민해 보았으나, 이내 포기했다. 때가 되면 어련히 생각이 날 것이다.


지금은 그것보다 현재 상황에 집중해야 했다. 엄마는 왜 이런 곳에서 슬퍼하시고 계신 걸까?


혹시 알아들으실까 싶어 말을 건네 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오구오구와 궁둥이 팡팡이었다.


“꺄아!”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린 육체는 솔직했다. 엄마의 손길이 닿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 때 멀리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들! 이제 모여주셔야 합니다!”

“네! 지금 갈게요!”


엄마는 다급하게 대답하며 인파를 따라 이동했다. 그녀의 몸에서 미약한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몸에 딱 붙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미미한 아기의 몸이니, 적어도 상황파악이라도 하자는 의도에서였다.


그렇게 따라간 곳엔 아기들이 가득했다.


“꺄아!”

“으웨애애애앵!”


즐겁다고 난리치는 아기, 짜증난다고 우는 아기. 별 이유 없이 옆 애 따라서 칭얼대는 아기까지.


각자 자신의 어머니를 부여잡고 신나게 존재감을 뿜어내는 중이다.


그들 사이로 사회자가 교통정리를 하고, 카메라를 든 남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천하제일 아기대회라도 여는 건가? 몇 번의 도리도리 끝에 벽에 붙은 현수막을 찾아냈다.


‘서울시 아기 경주 대회’


what the... 저게 뭐람. 정말 아기 대회였네?


때마침 사회자가 설명을 하는 것 같아 귀를 기울여 경청했다.


“저희 대회는 가장 빠른 아기를 찾고 있습니다. 대회 규칙은 간단합니다. 예선 한번 결승 한번. 각 조별예선에서 1등을 차지한 아기들이 결승에 올라가고 우승한 아기는 영예의 트로피와 상품을 차지하게 됩니다!!!”


사회자는 강당 한 쪽에 무더기로 쌓인 기저귀와 분유를 가리키며 실내의 분위기를 띄웠다.


그렇다. 이곳은 한국. 옆집 아이보다 뭐 하나라도 앞서야 하는 경쟁사회였다.


설마 하다하다 아기들 기어 다니는 속도까지 비교할 줄이야.


얼핏 재롱잔치로도 보일 수 있는 대회였으나, 실내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몇 아줌마들의 표정에서 마감 세일을 앞둔 것만 같은 결연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대회를 통해 아이가 튼튼하게 자랐다는 보증을 받고, 자신의 육아를 증명하려는 듯한 느낌이랄까.


“참 나.”


이런 줄 세우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도 없을 뿐더러, 인생의 가치관에도 위배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어렸을 때 밤낮을 새워가며 준비한 대회에서 처참하게 탈락한 나에게 엄마가 해주신 위로다.


이는 내 인생의 모토가 되었으며, 그 덕에 나는 세상 실패들 속에서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다.


“...”


그리고 날 이곳에 데려온 사람도 엄마다.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나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신 어머니가 어째서 이런 곳에 온 것일까.


품 안에서 살포시 벗어나 엄마의 행색을 살폈다.


꾀죄죄한 옷차림, 파리한 얼굴. 젊은 나이에도 투박한 피부는 그녀의 현재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린 나이에도 꾸밀 여력이 없다는 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자연스레 상품 쪽으로 눈이 갔다. 유아용품은 어린 아이가 사용하는 만큼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이는 당장 제 앞가림도 힘든 그녀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의 홀쭉하게 들어간 볼이 처연해 보였다. 경쟁을 싫어하는 그녀가 이런 곳까지 기웃거릴 정도면 얼마나 몰려있다는 말인가.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다. 현재 그녀는 집과 의절당하고, 홀몸으로 갓난아기를 키우는 24살의 젊은 여성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꼭 붙들고 있다. 힘들면 버리고 가더라도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할 텐데. 내가 뭐라도 되는 것 마냥 소중하게 붙들어주고 있다.


그것이 초보 엄마의 선택이었다. 이런 곳을 전전할지언정 아기를 안고 가겠다는 숭고한 선택이다.


그 사랑이 너무나도 따뜻해 울컥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지금은 아기니까 엉엉 운다고 하더라도 티가 나지 않겠지.


그러나 울지 않았다. 지금 내가 울면 엄마가 불안해진다. 기대를 받았으면 응당 부응하는 것이 아들의 도리일 터.


“걱정 마요 엄마. 당신의 선택은 최선이 될 테니까.”


수척한 엄마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 어린 아이의 옹알이에 불과했지만, 마음은 제대로 전해진 모양이다.


“김은주 어머니! 이쪽으로 아기 데리고 오세요!”


사회자가 엄마의 이름을 호명하고, 주위의 이목이 끌렸음에도 그녀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자, 이제 양학의 시간이다. 30살 어른이 1살 아기의 몸으로 펼치는 효도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지.


* * *


천하대일 아기 대회, 아니 ‘서울 아기 경주 대회’에 참석한 사람은 총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부잣집 모자들.


딱 보면 태가 나는 고급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다.


정말 큰 대기업 며느리 같은 사람은 안 보인다만, 그래도 어중간하게 잘 사는 부자들은 꽤나 보였다.


내가 속한 조에도 2명이 속해 있다. 두 사모님은 다른 이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서로 견제했다.


“호호. 광진 유업의 귀하다는 손자가 여기 올 줄은 몰랐네요.”

“왕명 쪽에서도 사람이 나올 줄이야. 요새 여유 좀 있으신가 봐요?”

“아뇨. 여전히 공사다망하긴 한데 우리 아이가 워낙 장군감이어서 말이죠.”

“아 그래요? 우리 아이는 대통령감이라는데 호호호.”


보기만 해도 치열한 공방이다. 어중간한 부자들이니만큼 이런 곳에서의 성과가 중요한 듯하다.


그 성과를 집안에 자랑할지, 다른 사모들한테 자랑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니다.


어차피 우승은 나일 것이고 그들이 자랑할 일은 없을 테니까.


혹시나 하는 심정에 나는 같은 출발라인에 선 부잣집 자식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부뎨에에에엥. 마망!”

“꺄으으.”


한 놈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고, 다른 놈은... 짜식 잘생겼네.


어린 아기에게도 귀티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괘념치 않는다. 나도 어린 시절만큼은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했으니.


“그래도 우리 아이가 저 못난이보다는 잘 할 거야.”

“하?”


지금 나를 손가락질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두 번째 부류. 자기 자식 잘난 맛에 사는 어머니와 그 자식이다.


전형적으로 콩깍지가 쓰여 우리 아기는 천재고, 잘나서, 엄청 높고 위대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렇지만 부잣집 자식들은 건드리기 좀 그러니 나머지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다.


그래.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세 번째 부류는 그냥 별 것도 없이 온 사람들이다.


집안이 잘나지도, 아기가 잘나지도 않음에도 뭔가 한다고 하길래 이곳에 온 이들.


그들 중 대부분은 장내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창피를 당하기 전에 자신의 아이를 챙겨 자리를 떴다.


그러나 엄마는 떠나지 못할 이유가 있었고, 운 나쁘게도 같은 조의 콩깍지 아줌마가 나를 보며 욕하는 것을 듣고야 말았다.


“지금 뭐라고 그러셨어요? 지금 우리 상혁이한테 그런 거에요?”


콩깍지 아줌마는 잠시 움찔했으나 엄마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능청을 떨기 시작했다.


“아니요? 왜. 찔리기라도 하시나 봐요? 확실히 아기 옷이 허름하긴 하다. 그럼 그렇게 오해할 만도 하네.”


우리 엄마 김은주 여사는 여린 사람이지만 강단이 있는 편이다. 아니다 싶은 문제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러나 그녀는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해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역린과도 같은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꽤 젊네. 몇 살? 애 아빠는 몇 살이고? 같이 왔어?”


안 그래도 나이가 곧 계급이던 시대다. 그렇기에 젊은 어머니는 아줌마들이 씹어대기 좋은 대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미혼모라는 사실마저 들키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졌음에도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 X발 새끼가.”


사람들은 아직 내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만일 또렷한 발음으로 말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1살 아기가 쌍욕을 박는 모습에 충격을 먹어야 했을 테니까.


“당신은 용서 안 한다. 딱 대.”


콩깍지 아줌마는 안 그래도 불타오르던 내 의지에 기름을 부었다. 이겨야 될 이유가 하나 늘어난 셈이다.


모든 어머니들이 아이를 출발점에 놓고 골인 지점으로 향했다. 이제 경기 시작까지는 사회자의 선언만이 남아있다.


기분 좋은 고양감이 전신을 감쌌다. 머지않아 기다리던 신호가 떨어졌다.


“준비~ 시작!”


어머니들은 시작과 동시에 하나같이 자신의 자식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 부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몇 아기가 발을 뗐다.


그 중 단연 우세를 드러내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는 당연하게도 나, 박상혁이다.


“캬하하하하하!”


나는 악당과 같은 웃음을 터트리며 질주를 즐기고 있었다.


두 손, 두 발을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감각이 어색했지만 다행히도 금방 적응을 마칠 수 있었다.


집에서 일어나기 귀찮다고 기어 다니던 경험 덕분이다.


그럴 때마다 네가 손이 없냐고 발이 없냐고 애새끼냐고 잔소리를 하시던 어머니가 지금은 내 질주를 보며 기뻐하시고 있으니,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법이다.


그와 별개로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상영 등급을 매긴다면 19금을 매겨야 할 정도로 격차가 컸다.


잘난 집의 자식도, 천재라는 아기도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이제부터 여유를 부리며 탭댄스를 추다가 들어가도 순위는 뒤집히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상대는 아기다. 자기가 지금 경쟁에 나왔다는 것도 제대로 이해 못할 나이다. 이는 아마 대통령이나 금메달리스트의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일 터.


이 순간, 승리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은 나 혼자 뿐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승리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짜릿한 것은 나를 보며 야유를 보내는 저기 저 잘난 아줌마들 때문일 것이다.


“영호야! 뭐 해!”

“저 꼬질꼬질한 애는 뭔데 이렇게 빨라?”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게!”


더 크게, 더 시끄럽게 짖어라. 나의 질주는 당신을 위함이 아니요, 당신들의 비난은 나에겐 환호가 될 것이니.


“상혁아!!!”


그래. 내가 달리는 이유는, 나를 불러주는 엄마의 기쁨을 위해서다.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광경을 직접 목도하고 있었다.


“뭐야? 시끄럽게.”

“운 좀 좋다고 나대기는.”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졌지만, 더 이상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들이 자신의 면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아니, 세워주다 못해 하늘 위로 날려 주었다.


그래도 저렇게 열광적인 팬들을 저버릴 수 있나.


‘잠깐만 기다려요. 엄마.’


골인 지점을 앞두고 잠시 멈춰 섰다. 여전히 우리 모자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팬 서비스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야. 멈췄다.”

“이럼 아직 모르는 거 아냐?”


사람들은 기회가 생겼다며 기뻐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낯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거... 춤이야?”

“그런 것 같은데요?”


내가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고 박수를 치며 춤을 췄기 때문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앉았다가 엎드렸다를 반복하며 엉덩이를 씰룩였으며 한 쪽 손을 들어 스스로의 궁둥이를 팡팡 쳤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그들은 수군거리며 내 행동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기의 행동이야 원래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이 태반이다만 묘하게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답을 맞춘 것은 내가 하품을 하며 지루하다는 행색을 보였을 때이다.


“설마. 지금 놀리는 걸까요?”

“에이. 아기가 무슨...”

“그래도 하는 짓이 그렇잖아요.”


충분히 의심할만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이를 지적하지 못한 것은 상대가 아기였기 때문이다.


고작 한 살 아기가 뭘 안다고 상대를 능멸하겠는가?


나는 일부러 몸을 그쪽을 돌리며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오만에 찌든 너희를 능욕중인 것이니라!”


끝을 낼 수 있음에도 일부러 시간을 끌며 상대를 능욕하는 행위. 소위 이런 행동을 게임 용어로 ‘티배깅’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 그들의 앞에서 티배깅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중이었다.


“크하하하하.”


원래 티배깅을 하면 건너편에서 상대가 의자를 들고 쫓아오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나는 아기고, 하는 말은 옹알이에 불과하다. 진실을 밝히며 상대를 비웃어도 증거가 남지 않는다.


30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부잣집 꼬맹이가 어느 새 꽤나 가까워졌다. 이대로 계속 딴짓하는 척을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먼저 들어가는 것이 최고의 결말이리라.


하지만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하기로 했다. 엄마가 혹시나 역전이라도 당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뿐하게 발을 떼, 현장의 모두가 갈망하고 있는 선을 넘었다.


“아 씨!”

“하아. 내 계획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퍽 웃겨, 산책하듯 그들 앞을 지나가며 그들의 얼굴을 감상했다.


그리고 그 끝에 계신 어머니께 가서 안겼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에이 또 우시네.”


이제 좀 그만 울었으면 좋겠는데, 그 눈물 속의 감정이 슬픔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제 결승만 남았다. 반드시 승리해 엄마에게 상품과 영광을 안겨드리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결승 상대는 실로 어마어마한 놈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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