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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7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6.01 04:18
조회
2,123
추천
36
글자
23쪽

원 투 킥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2화



“경찰입니다. 강인준 씨 면회하러 왔습니다.”

“오늘도 의식이 없어서 힘들 것 같은데요.”

“아니. 무슨 계단에서 구른 거 가지고 일주일 째 의식을 잃고 계시답니까?”


경찰의 목소리가 병원 카운터를 울렸다.


벌써 일주일 째 헛발을 차고 있기 때문에 약이 오른 모습이다.


하지만 간호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계단에서 구르셔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 그러면 그 아내 분 신수정 씨는 왜 의식이 없으시다는 겁니까?”

“화상이요.”

“화상 때문에 의식도 잃어요?”

“그럼요.”

“제기랄!”


경찰은 애꿎은 쓰레기통만을 발로 차고 병원을 나갔다.


아무리 법을 대행하는 사람이라고는 해도, 의식을 잃은 사람을 끌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나가고 잠시 후, 간호사가 전화기를 들었다.


* * *


“네? 네네. 언제나 감사합니다. 네.”


인준은 전화기를 끊고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태웠다.


병원 내부에서는 담배를 필 수 없게 되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2인실이고 나머지 한 명은 그의 아내였으니까.


수정은 담배 냄새가 싫은지 말없이 창문을 열었다.


의식이 없다는 것치고는 두 사람 다 멀쩡한 모습이다.


“또 왔대요?”

“응.”

“질긴 사람들.”


경찰이 찾아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를 떨쳐내기는 어렵다. 그들은 범죄를 저질렀고, 그 사실을 들켰으니까.


나른한 오후, ‘박상혁 납치’를 주도했던 납치범 부부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가는 표 샀어, 교통편도 구했고.”

“네.”

“재산 처분도 거의 다 끝났어. 집이랑 가구들은 헐값이 되어버렸지만 원래 급매가 그렇지 뭐.”


어떤 꼬맹이에 의해 불에 탄 사실은 애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좀 더 여유가 있었을 텐데.


그래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인준은 미소를 지으며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미국까지만 가면 범죄고 뭐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그러나 수정의 표정은 삭막했다.


“아이는요?”

“미국은 의료 강국이래. 거기서 또 노력하면 되지.”

“불임이 미국 간다고 낫겠어요? 몸뚱이는 그대로인데.”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그의 아내는 이 상황까지 와서도 아이를 포기하지 못했다.


“거기서 입양이라도 할까?”

“금발 아이한테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어떡하자는 이야기야.”


그는 말을 하면서도 돌아올 대답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 예측이 틀리길 바랄 뿐.


“우리는 호적 상 이미 아들이 있잖아요.”

“그래. 한 명 더 데려가는 건 일도 아니지. 새로운 아이를 알아볼게.”

“제 아들은 한 명이에요.”


빌어먹게도 예측이 맞았다. 인준은 흥분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다해야 했다.


“상혁이?”

“장훈이.”

“그래. 장훈이. 우리 싫다고 불까지 지른 아이한테 뭘 하자고.”

“설령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고 하더라도 부모는 품어야 하는 법이에요.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리면 그게 유기랑 뭐가 달라요?”


인준은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가 알고 있는 지식과, 언변을 모두 구사하여 그녀를 설득하고자 했다.


허나 수정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럼 저 그냥 여기 있을래요. 굳이 뭘 하고 싶지 않네요.”

“수정아!”


잠깐의 대치가 있었다. 결국 뜻을 굽힌 건 인준이었다.


사랑하는 것이 죄라면 죄일 터.


그는 다시 한 번 상혁의 납치를 준비했다.


상대는 영악한 꼬맹이다. 분명 방비를 했으리라.


그러니 이쪽은 그 이상으로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했다.


“... 아는 지인 중에 옛날에 이런 쪽으로 잘 알던 친구가 있어. 연락해 볼게.”

“부탁해요. 이번에는 반드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데려와주세요.”


그제야 수정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인준은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수정이 좋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래. 애만 챙기고 바로 뜨자고.”

“네. 사랑해요. 여보.”


납치범 부부는 다시 한 번 납치를 준비했다.


그들의 사랑은 맹목적이고 뒤틀려있었다.


때문에 3살 아기를 납치하기 위해 범죄자를 고용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기만 돌아오면 그들의 가정이 다시 행복해질 것이라 믿으며 두 사람은 눈을 감았다.


* * *


“하~ 참나. 이제는 하다하다 세 살배기도 납치를 해야 되네.”


상룡 흥신소 김상룡은 며칠 전부터 대한제일 빵집 앞에서 잠복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강인준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람 죽이는 일 빼고는 모두 한다는 흥신소였지만 그래도 아기 납치는 이색적인 일이었다.


그도 사람이었던지라 거절할까 했지만...


“페이가 좋으면 해야지 뭐.”


보수가 괜찮았기 때문에 받았다. 돈은 중요한 문제였으니까.


졸개들은 현재, 납치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심성으로는 복잡하게 일을 꾸미는 것보다, 그냥 우르르 쳐들어가 휙 데리고 뜨는 게 좋았다.


그의 수하만 10명이 넘는데 고작 저 꼬마 한 명 못 데리고 가겠는가?


다만 의뢰인이 위험한 녀석이라고, 만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기 때문에 조심스레 움직이는 중이다.


“별 것 없어보이는구만 뭐.”


오랜 시간 관찰한 결과 그래봤자 빵 팔이 소년에 불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이한 사항도, 주변의 경호원들도 없다.


그런데 슬슬 움직여도 되겠다 싶은 타이밍에 ‘녀석’이 등장했다.


어느 날, 상룡과 마찬가지로 근처에서 빵집을 엿보는 남자가 나타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거구의 남자였다.


문신도 많았으며, 가끔 아기를 보면서 군침을 흘린다.


냄새가 났다. 저 남자는 그와 동류의 사람이었다.


상룡은 바로 전화기를 꺼내 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경쟁 업체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 그게 무슨 소리야?”

“저쪽에도 선수가 하나 있잖소. 그것도 꽤 센 놈으로. 보수에 2장을 더 얹어주셔야겠소.”


일의 난이도가 달라지면 보수도 달라진다. 당연한 상식이거늘 의뢰인은 부정할 뿐이었다.


“경호원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않나.”

“하~ 참나. 저렇게 인상 더러운 경호원이 있다고? 지랄 마쇼. 딱 봐도 우리 쪽 사람이구만. 어쨌든 더 안 주면 일 못하요.”

“... 오늘 중으로 보내마.”

“오케이~”


사그러들었던 의지가 다시 솟았다. 애들을 모두 동원해야겠지만 2장이면 남는 장사다.


“그 대신 아기는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

“에이 걱정 마쇼.”


불법과 법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활동하면서도 아직 잡혀가 본 적이 없는 상룡이다.


의뢰 달성률이 80%가 넘는 스페셜리스트인 만큼 자신이 있었다.


의뢰인한테 설명을 하고 있는데, ‘녀석’과 눈이 맞아버렸다.


목소리가 조금 컸던 모양이다.


“에잇. X팔. 끊으쇼.”


전화를 끊고 몸을 가다듬었다. 이런 건 기세가 중요하다.


여차하면 바지에 있는 연장을 사용할 생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잠시 후 녀석이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큰 것 같다. 거구에서 오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 바닥에서 구른지 오래 되었다고 자부하건만 왜 저런 놈을 여지껏 몰랐을까?


능력 있는 초짜이거나, 평소라면 눈도 못 마주칠 거물임이 틀림이 없다.


녀석이 고개를 까딱이며 불량하게 물었다.


“넌 뭐냐? 왜 빵집을 그렇게 보고 있어?”

“에헤이 선수끼리 왜 그래? 너도 쟤 데려가려고 그러는 거잖아.”


잠깐의 정적 후, 대답이 들렸다.


“... 선수였지. 너도 우리 사람이었나보군.”


역시 상룡의 추측이 맞았다.


설마 선수를 킥복싱 선수 같은 걸로 착각하지 않는 이상, 저 녀석도 이쪽 계열의 사람이 틀림없다.


과거형인 걸로 보아 한 번 은퇴했다가 복귀했다거나 그런 거겠지.


“통성명이나 하지. 김상룡이올시다.”

“홍관우다.”


역시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다.


통성명을 마친 두 사람은 서로의 위아래를 훑었다.


선수끼리 으레 그러듯 견적을 잡는 것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홍관우였다.


“상혁이를 데려간다고.”

“그래.”


그러자 관우에게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사람 여러 명을 죽여 본 것이 틀림이 없다.


“저 아이는 내가 먼저 발견했어. 손 떼는 게 좋을 거야.”


무슨 호랑이가 그르렁 거리는 줄 알았다. 조금은 쫄렸지만 선금을 받은 이상 도망칠 수는 없다.


상룡 역시 한 발자국 나서며 강짜를 부렸다.


“너도 알잖냐. 이 바닥은 먼저 먹는 쪽이 임자라는 거.”

“이 자식이!”


관우가 상룡의 멱살을 붙들었다.


‘케헥. 무슨 힘이...!’


어디서 힘으로 꿀려본 적이 없었던 상룡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용을 써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연장도 손에 힘이 들어가야 잡는다. 결국 상룡은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놔... 놔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탁하자, 그제야 멱살이 풀렸다.


“후우우.”


상룡은 한동안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었다. 부하들을 불러서 한 번에 치거나, 회유를 해야했다.


“저 꼬마애. 얼마 정도 받아낼 거냐?”


의뢰금을 얼마나 받았냐는 소리다. 그걸 알아야 돈으로 회유하든 뭘 하든 기준을 삼을 수가 있다.


그런데 관우는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다가와 기분 나쁘게 머리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얌마. 너는 돈 때문에 데려가려는 거야? 눈이 없냐?”

“돈이 아니면 왜 데려간다고.”

“X발. 업계의 부흥과 발전 때문이지! 너 그런 식으로 할 거면 때려 쳐.”


소름이 돋았다. 돈을 안 받고 범죄를 저지르다니.


그것도 흥신소 업계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라고?


의뢰를 받고 납치를 하는 것이 아닌, 납치를 해서 의뢰를 하게끔 만드는 것.


발상의 전환이라면 발상의 전환일 수 있다.


‘미친놈이다.’


다만 미친놈의 발상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


상룡은 눈앞의 남자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됐고. 우리끼리 드잡이질 하는 것도 보기 안 좋으니까 상혁이한테 고르라 그러자.”


상룡의 두 눈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아니, 납치 대상한테 동의를 구하는 납치범이 있던가?


“저 아이한테 물어보자고?”

“그래. 싫으면 우리끼리 깔끔하게 해결하던가.”


관우가 다시 주먹을 쥐었다. 상룡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관우는 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납치 대상이 제 발로 나타났다.


“홍 사범님? 어쩐 일이에요?”

“상혁아! 보고싶었단다!”


반갑게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상룡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납치범과, 납치 대상이 저렇게 하하호호 웃을 수 있다니.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쪽으로 갈 건지 정해달라고 이렇게 부른 거란다.”


관우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두근거리며 상혁의 선택을 기다렸다.


“저는... 홍관우 사범님으로 고를게요.”

“아자잣!”


관우가 힘차게 포효했다. 그리고는 좌절하고 있는 상룡의 어깨를 두드렸다.


“임마! 나는 저 빵집 단골이야. 상혁이 호감 얻는다고 고생 좀 했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다. 세상에 호감작 여부로 납치가 결정되는 게 어디 있나.


그런건 흥신소가 아니다. 세상이 인정해도 상룡은 인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따지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꼬마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데 홍 사범님. 저 사람은 누구에요?”


정적이 흘렀다. 관우는 스턴이라도 걸린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 누군지 몰라?”

“네. 오늘 처음 보는데요.”


세 사람 모두 정확하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이들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킥복싱 도장의 최고참 김중기였다.


중기는 어떤 남자를 끌고 와 상혁의 앞에 무릎 꿇렸다.


“상혁아. 이 사람 아는 사람이냐?”

“모르는데요. 왜요?”

“며칠 전부터 가게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게 눈에 띄어서 유심히 지켜봤지. 그런데 오늘 보니까 칼이랑 밧줄을 들고 있지 뭐냐.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데려왔다.”


무릎 꿇은 남자의 얼굴에는 피멍이 들었지만, 상룡은 그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의 부하였으니까.


다시 한 번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차,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상혁이라는 꼬맹이였다.


녀석은 박수를 치더니 이제야 모든 걸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상룡에게 다가와 비스듬하게 고개를 들었다.


“강 사장이 보냈소?”


* * *


“헉 그걸 어떻게!”


상룡이라는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역시 저 사람은 대학교수씩이나 되어서 납치를 하고 있는 한심한 남자, 강인준이 보낸 사람인 것 같다.


그 양반도 참 포기를 모른다. 설마 또다시 나를 노릴 줄이야. 불 맛이 부족했나?


그래도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좀 탐나는 존재이긴 하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가는 치명적인 보석과 같다.


도벽을 유발하는 보석이랄까?


“상혁아? 이게 무슨 소리냐?”


한편 홍 사범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묻고 싶은데요. 아저씨는 왜 납치범이랑 짝짝꿍하고 있었어요?”

“납치범? 분명 선수라고...”


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견적이 나왔다.


선수라는 말을 운동선수라고 착각한 것이 틀림없다.


뭐, 나를 스카우트 하러 온 유도 쪽 관장 정도로 생각한 게 아닐까.


나는 경멸과 한심하다는 눈빛을 반 정도 섞어 홍 사범에게 보냈다.


얼마나 단련을 열심히 했으면 뇌도 근육이 되어버렸을까? 불쌍하기도 하지.


홍 사범은 빨개진 얼굴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 나도 다 알고 있었지. 그 뭐야. 함정수사? 그런 거라고. 하하하.”

“네. 그러시겠죠.”


대충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도 될 것 같다.


과정이야 어땠든, 킥복싱 도장 사람들이 큰 공훈을 세운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만약 혼자서 이번 적들을 맞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번 일은 미래를 바꿨기 때문에 일어난 후폭풍이었다.


회귀 이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응할 수 없는 부류의 사고다.


거기에 상대는 칼과 밧줄을 들고 있는 전문 납치범들이었고.


아마 정점의 DNA를 모두 활성화했다고 하더라도 무사하지는 못했으리라.


엄마나 봉식 아저씨가 휘말렸다가 크게 다쳤을지도 모르고.


그녀가 다칠 뻔 했다고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철렁했다.


우연히 킥복싱 도장을 방문했던 것이 큰 방패가 되어 돌아왔다.


재발방지 대책 회의 대 성공이다.


나는 중기에게 다가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삼촌. 덕분에 별 일이 없었어요.”

“응? 아~ 당연한 일이지. 이제 우리는 한 식구 아니냐.”


분명 체험학습을 했을 뿐인데 식구가 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방금까지는 빵을 많이씩 사가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는 생각을 조금 달리 해야 할 것 같다.


“상혁아 나는! 나는!”


공로를 빼앗긴 홍 사범이 매달렸지만 모른 척 했다.


중기가 눈치를 살피다가 관우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형님. 그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니가 뭘 알아!”

“아 왜, 형님이 말하던 거 있지 않습니까. 건덕지 만들기! 지금이 기회입니다!”


그러자 홍 사범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은혜를 씌워 우리 도장으로 불러들인다는 계획 말이구나!”

“네. 그거!”

“흐하하하하. 그러네. 오히려 좋다.”


이 정도면 지극정성이다. 내가 그렇게 좋을까.


나를 향해 열렬한 눈빛을 보내는 홍 사범에게 손을 휘적거렸다.


“아 일단 나머지 사람들도 잡고 이야기합시다.”

“그래! 우리 상혁이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렴!”


관우가 총알과 같이 튀어나가 상룡을 걷어찼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였다.


납치를 시도했던 남자는 걸레짝마냥 튕겨져 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크흑. 니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내 밑으로만 10명이 넘어!”


용케도 아직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10명? 고작?


“크후후후후후.”

“크헬헬헬헬헬.”


홍 사범과 중기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나도 코웃음을 쳤다.


상룡이 벙찐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았기에 친히 설명해주었다.


“제가 좀 삼촌이 많아요.”


홍 사범은 시간 되는 도장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집령을 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확히 52명의 사람이 내 앞에 모였다.


“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게. 저 사람들도 험한 사람들이래요.”


내 설명이 더해질수록, 상룡의 낯짝이 굳어갔다.


원래 양아치, 불량배 출신이라 그런지 다들 인상이 험악했다.


“뭐해요. 안내 안 하고?”


상룡은 동료를 팔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관우의 주먹을 2대 정도 맞으니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가 안내한 곳에는 웬 봉고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는 그냥 봉고 째로 범죄자들을 끌고 가 경찰에 인계하기로 했다.


여러 명이 몰려와 봉고차를 강제로 끌고 가는 건 꽤나 볼만한 광경이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니들이 하려던 거. 납치.”


아마 납치범들 중에 납치를 당해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들은 경찰서로 끌려가면서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힘으로는 이겨낼 도리가 없고,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이래서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하는 법이다.


“하이고. 실적들이 굴러 들어오네?”


경찰 아저씨의 입이 째지려 그랬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경찰 측이 범죄자들을 바로 조사하려 했기에 멈춰 세웠다.


“아저씨 잠시만요!”

“응? 왜 그러니?”

“이왕 하시는 거 이따가 한 번에 해버리는 건 어때요?”


이 사람들을 단순히 감방에 처박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쓰레기도 재활용이 된다고 하지 않나? 아직은 쓸 곳이 한 군데 더 있었다.


“강인준이랑 접선장소. 알고 있죠? 같이 가요. 납치 성공했다고 문자 돌리고.”


다만 같이 가는 건 나 혼자 뿐이 아닐 예정이다.


도장 사람들도 몇 데려가고, 경찰들도 데려갈 생각이다.


상룡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나보고 장사 밑천을 털어먹으라고?”

“그럼 콩밥을 먹으시던가요.”

“악독한 놈 같으니라고.”

“응. 다음 아기 납치범~ 무지개 반사~”


칼을 휘두를 땐, 칼에 찔릴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다.


납치범 부부가 준비한 칼이 그들을 향할 시간이었다.


* * *


야심한 새벽, 병원 근처에 회색 소나타가 세워져 있다.


그 옆으로 봉고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봉고 주인은 차에서 내려 회색 소나타의 창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소나타 내부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위스키”

“퍼플”


이전에 정해두었던 암구호다. 봉고 주인의 신원을 확인한 회색 소나타는 창문을 내렸다.


인준과 상룡이 시선을 마주했다.


“늦었군.”

“말도 마쇼. 죽을 뻔 했소.”

“아기는? 장훈이는?”


말을 꺼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수정이 끼어들었다.


상룡은 따지는 일 없이 조용히 봉고의 창문을 내렸다.


그곳엔 그녀가 꿈에서도 바라던 아이가 앉아 있었다.


“장훈아!”

“상혁이라니까 그러네.”

“장훈아! 흑흑.”

“거 참. 어쨌든 반가워요. 아줌마.”


인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군데만 계획에서 어긋났어도 모든 게 망가졌을 텐데, 다행히 일이 무사히 끝난 것 같다. 돈을 많이 쓴 보람이 있었다.


하여 상룡에게 잔금을 건네주려던 찰나, 위화감이 들었다.


다름 아닌 저 꼬마에게서.


“생각보다 얌전하군요.”

“우리는 프로니까 당연하요.”


상룡이 가슴을 쳤지만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준이 경험한 저 꼬맹이는 죽었으면 죽었지 얌전히 따라올 꼬맹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의식도 멀쩡한데 저렇게 얌전히 있는다라.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때, 인준과 상혁의 시선이 맞닿았다.


꼬마가 히죽 웃었다.


“반가워요 아저씨.”


무어라 대답할까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굳이 인준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말을 받았기 때문이다.


봉고 뒷자석에서 근육이 우락부락한 청년 하나가 내렸다.


“반갑수다. 아저씨.”

“이게 무슨...”


이런 남자를 데려온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봉고 트렁크가 열리더니 거기서 경찰 세 명이 내렸다.


“반가워요. 아저씨 아줌마들? 의식을 잃었다는 양반들을 여기서 다 보네?”


그 외에도 어디선가 사람들이 계속 튀어나와 인준의 차를 에워쌌다.


이쯤 되니 사람이 튀어나오는 거에 노이로제를 느낄 지경이었다.


인준이 상룡을 노려 보았다.


“그 돈을 처받고 함정을 파?”

“나도 살아야할 것 아니요.”

“쓰레기 같은 자식.”


그 말은 별 타격이 없었다. 애초에 상룡은 쓰레기 같은 자식이 맞았기 때문이다.


인준이 황급히 창문을 올리려 했지만 근육질의 손이 우악스럽게 들어와 창문이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이내 차 문을 열기까지.


인준과 수정은 순식간에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칼을 챙겨왔...


“아저씨들! 저 사람 칼 휘두르는 거 좋아해요!”

“뭐? 이 녀석이!”


칼을 꺼내기도 전에 제압을 당하고 말았다.


“역시 악마의 자식이 틀림이 없어.”

“두 번 당하는 쪽이 등신이죠 뭐.”


상대적으로 그에게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수정이라도 도망쳤다면 좋았겠지만 그녀는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듯 상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 차라리 저 애라도 망가트리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다.


수정이 솥뚜껑만한 손으로 꼬마를 날려보내길 바랐다.


그러나 상혁은 이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전과는 다르다. 이전에는 결연하게 맞서 싸웠다면 지금은 그저 편안해 보였다.


그 사이에 성장이라도 한 사람처럼, 이제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마냥.


꼬마가 뒷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저 아줌마는 학습 능력이 없으신가?”


수정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가 꼬마를 붙잡았다.


아니 붙잡은 줄 알았다. 그러나 꼬마는 어느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아플 거에요.”


상혁이 오른손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수정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크흣!”


고통에 찬 신음 소리에도 상혁은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주먹이 또 한 번 같은 궤적을 그렸다.


아까와 정확하게 같은 부위였다.


“그... 그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우리 이걸로 이제 그만해요.”


상혁이 드디어 손을 거두었다.


“장훈아...”

“내 그럴 줄 알았지.”


대신 발을 내밀었다. 그의 굵직한 다리가 수정의 허벅지에 직격했다.


쩍 소리와 함께 수정은 앞으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는 완벽한 원, 투, 킥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리신 분들께 면목이 없습니다.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요 근래 부쩍 느끼는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상혁이의 학원 탐방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 났습니다.


한동안은 빵집과 관련된 이야기가 다시 나올 예정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댓글도 추천도 선호작도 언제나 소중하고, 또 감사합니다.


다들 평안하고 행복한 휴일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내일, 아니 오늘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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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2 키첼
    작성일
    22.07.09 23:32
    No. 1

    그냥 엄마가 다칠뻔 했다면 으로 쓰면 되지.. 그녀라고 굳이...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서지구.
    작성일
    22.07.10 16:42
    No. 2

    호칭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엄마를 대신할 말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당신은 이라고 부른다면 너무 글이 나이 들어보일 것 같고, 그녀라고 부르는 경우는 가족을 부르는 말로 적절하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고민 끝에 그녀라고 채택한 건데 역시 깔끔하지 않다고 느끼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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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2.05.19 2,713 58 12쪽
9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다 +2 22.05.18 2,819 54 16쪽
8 아기는 빵집을 구원한다. +1 22.05.17 2,920 55 21쪽
7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1 22.05.16 3,097 57 16쪽
6 엄마의 취업은 내가 따낸다. 22.05.15 3,326 5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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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릿길 효도도 한 걸음부터 22.05.13 4,013 76 17쪽
3 vs 최강(아기) +5 22.05.12 4,464 74 17쪽
2 천하제일 아기대회 +5 22.05.11 5,560 86 17쪽
1 세상이 날 억까해 +6 22.05.11 7,897 9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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