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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60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5.12 21:29
조회
4,464
추천
74
글자
17쪽

vs 최강(아기)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3화



재능(才能). 천재와 둔재를 가르는 기준. 나의 전생은 그놈의 재능이라는 게 없어서 참 고달팠다.


나는 전력을 쏟아도 꿈쩍도 안 하던 문제가 다른 이에 의해 가볍게 해결되었을 때 오는 허무함이란.


가난한 놈이 재능마저 없는 것이 말이냐며 방구냐며 하늘을 원망하던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온 지금. 경주에서 양학을 마치고 전능감에 빠져있던 나는, 그 재능의 벽이라는 녀석을 다시 마주하고야 말았다.


때는 조별예선의 마지막 경기. 나는 아직도 엄마의 품에서 우쭈쭈를 당하고 있었다.


“아이구 우리 잘생긴 상혁이. 기어 다니는 것도 잘하네? 정말 멋지다. 최고야!”


평소라면 부담스러워 했을 과한 칭찬이다. 하지만 아주 오랜만에 차지한 1등이었기에 그 보상이 매우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 때 실내의 분위기가 변화했다. 사람들이 경기장의 한 곳을 보며 웅성거리고기 시작했다.


“저게 아기라고?”

“사람이긴 해? 곰탱이 아냐?”


잠깐의 소란이라며 무시하기엔 그 내용이 조금 과격했다.


“다댜.”


내가 손을 내밀자 엄마도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 덕에 소란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씹.”


절로 욕이 나왔다. 그곳엔 같은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체구의 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기들이 보병이라면 저 아이는 중갑차다. 사람들의 말마따나 탱크나 곰탱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기어 다니는 일에도 재능이 있는가? 예전이었으면 겨우 그 정도 일에 재능은 무슨 재능이냐고 비웃었겠지만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 기어 다니는 것도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의 최고봉은 현재 내 앞에 있노라고.


저 아이야말로 천하제일아기의 칭호가 어울리는 녀석이다.


예선에서 승리하며 얻었던 안이함이 싹 걷히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긴장과 불안이 함께 찾아왔다.


다 큰 어른이 고작 아기를 보고 쫀다는 것도 웃기긴 했지만, 저 두터운 팔과 나무 몸통만한 다리를 보면 절로 몸이 떨려왔다.


게다가 지금은 나도 평범한 아기이지 않은가. 피지컬의 차이는 확연하다. 거대한 벽을 마주한 것만 같았다.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이겨야만 한다. 약해지려는 마음을 붙잡았다.


덩치만 큰 쭉정이일 수도 있으니 우선은 상황을...


“크와아아우앙”


조별예선이 시작하자마자 그 곰탱이는 포효하며 바닥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그 우렁찬 소리에 많은 아이들이 겁에 질려 눈물을 터트렸다. 그나마 몇 아이들이 대항하기 위해 따라 붙었으나 그 육중한 육체 앞에서 추풍낙엽과 같이 스러졌다.


다른 모든 이들을 쓰러트리고도 폭발적인 기세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패왕의 모습과 같았다.


그 아이는 결국 결승선을 통과하고 다시 한 번 포효했다.


“저게 나랑 같은 1살?”


속 빈 강정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국가가 몰래 개발 중인 인간병기가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 10분의 휴식 후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10분. 그 안에 승리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직 조그만 머리를 풀가동 시키며 끙끙거렸다.


‘도핑으로 신고를 할까? 아니면 상대의 아줌마를 회유해서 경기를 포기시킨다던지’


성공하면 나름 성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이다.


상대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으며, 이를 지적할 방법도 없다.


내가 사회자에게 가서 부정을 토로하면 그는 뭐라고 생각을 할까?


이 아기 옹알이 한 번 잘하네 생각하고 말겠지.


“그럼 어떡하지.”


그렇게 한창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 하니, 예선에서 나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사모님들이었다.


그들은 엄마의 근처로 다가와 딱 목소리만 들릴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지껄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정말 실력이 있는 아이가 우승할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그쪽도 저희도 운이 나빠서 떨어졌지만 그래도 운으로 우승하는 건 좀 아니죠?”


아까까지는 서로 으르렁거리더니 그새 패배자들끼리 의기투합을 했나보다.


지들 자식의 탈락은 불운으로 치부하고, 누가 봐도 우승할 거 같은 녀석을 응원하며 자존감을 회복한다라.


객관적인 눈으로 봐도 상당히 추했다.


하지만 은근슬쩍 신경을 계속 긁어대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엄마도 마찬가지인지 몸을 돌려 두 아줌마를 쳐다보았다.


“뭐야!”

“뭐 지까짓 게 보면 어쩔 건데.”


엄마는 현명했다. 괜히 나섰다가 힘만 빠지고 건져가는 게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분을 못 이겨 망설이던 찰나.


엄마를 대신해 내가 나섰다. 나는 그녀들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쟤 뭐하니?”

“설마... 욕?”

“어쩐지 아까부터 이상했다니까요? 욕할 줄 아는 게 틀림이 없어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기가 손목을 치며 노는 것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까부터 나에게 능욕을 당했기에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어휴. 애기가 노는 거 가지고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다 있네. 교양 있다는 집은 다 그런가?”


이제는 엄마가 반격할 차례였다. 상식적으로 아기가 주먹감자를 날릴 일은 없기에 명분은 엄마에게 있었다.


“자 결승에 오르신 어머니들께서는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네~ 갈게요! 가자 상혁아. 예선 통과한 사람들 찾는다.”


그 말이 쐐기였다. 두 사모님의 잘난 자식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으니 그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솔직히 좀 웃겼으나 마냥 웃지는 못했다. 쉬는 시간 사이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떡한다...”


쓸 데 없이 시간이나 잡아먹고, 정말 도움 하나 안 되는 아줌마들이었다.


* * *


결승에 오른 아기들은 하나 같이 비범해 보였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아기, 에너지가 넘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기, 당장이라도 엄마 품으로 달려가려고 하는 아기까지.


다들 각자의 재능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한 유망주들이다.


그러나 한 따까리 한다는 녀석들 사이에서도 탱크는 유독 눈에 띄었다. 낭중지추, 천외천(天外天)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녀석이다.


이대로 가면 우승이 힘들다. 100% 진다는 말은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밀려날 것이다.


그렇기에 그 전에 손을 쓰기로 했다. 내게도 저 녀석보다 유리한 영역이 하나쯤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른의 일처리 능력.


나는 아장아장 기어가 탱크의 옆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 녀석의 옆엔 아무도 없어 가는 길이 수월했다. 절대자는 고독한 법이다. 우선 그 점을 공략해볼 생각이다.


“어이 덩치.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나도 힘깨나 쓰는 녀석인데... 으악!”


녀석은 내가 가까이 가자마자 나를 밀쳐냈다. 대적할 수 없는 거력에 한 바퀴 데구르르 굴러야 했다.


공감대를 형성하며 합의점을 찾으려는 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레파토리는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


“어이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이 대회에서... 크헉.”


“이 대회에 우리 가족의 명운이 걸려 있다니... 켁.”


“자 하나 둘 셋 하면 넌 내 말을 따르게 된... 프엥!”


녀석은 피도 눈물도 없었다. 협박도, 동정심 유발 작전도, 최면요법도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갈 때마다 밀쳐내는 바람에 경기는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몸이 축날 지경이다.


“아기가 왜 이렇게 폭력적이야?”


어쩌면 순자 선생 말마따나 인간의 본성은 악할지도 모른다.


한 편 장외에서는 엄마가 사회자에게 한창 항의를 하고 있었다.


“저 커다란 애기가 우리 상혁이를 막 밀었다니까요?”


사실 내가 먼저 다가간 거라 할 말이 없긴 하다. 사회자도 같은 생각인 듯 땀을 뻘뻘 흘리며 엄마를 설득하고 있다.


잠시 소란이 벌어진 틈을 타 플랜 B를 꺼냈다.


덩치 녀석이 안 된다면 다른 녀석들을 꼬드기는 수밖에.


“어이, 같이 일 하나 안 할래?”

“탸다다?”

“거기 너. 내 동료가 돼라”

“찌야아아아!”


X발. 그러고 보니 이 어린 녀석들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의사소통을 하려고 해도 옹알이로 대답하니 지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플랜 B도 실패다. 이제 남은 건 순수한 실력의 부딪힘 뿐.


“결국 믿을 건 내 몸뚱아리밖에 없구나.”


“자~ 결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하시고오~”


사회자가 손을 들어올리는 와중에도 탱크 녀석은 나한테 눈길 한 번 보내지 않았다.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것 치고는 뭔가 이상했다.


녀석은 홀린 것 마냥 눈이 흐리멍텅했다. 가만히 보니 입가에서 침도 줄줄 흐른다.


‘얼레?’


확실히 시합에 집중하려는 선수의 모습은 아니다. 내 시선은 자연스레 탱크 녀석이 멍하니 보고 있는 곳을 따라갔다.


그 녀석은 자기의 엄마를 보고 있었다. 탱크는 그쪽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기분 탓인지 주변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와...”


부력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율에 ‘X발 유레카!’를 안 외치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여러 조건을 갖춰야 했지만 승리를 향한 길이 보였다.


할 수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다. 해야만 한다. 우승을 위해, 그리고 엄마를 위해.


사회자는 실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한창 말을 끄는 중이다. 나는 그의 팔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시작하자마자 치고나가야 한다. 1초 차이로 승부가 날 수 있었기에 집중, 또 집중했다.


양 손을 어깨 넓이로 벌린 뒤 바짝 엎드려 상체를 바닥에 붙인다. 그 뒤 앙증맞은 다리를 최대한 뻗어 뒤로 내민다.


크라우칭 스타트라고 불리는 출발 자세다. 솔직히 아기가 크라우칭 스타트를 한다고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또한 언제라도 튀어나갈 수 있게 몸을 달궈놓았다.


일정 단계를 거치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마침내 사회자의 손이 떨어졌다.


“시작합니다!”


열기가 후끈한 경기장에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만전을 기하고 있던 아기 하나가 선두로 치고 나가며 생긴 공기의 흐름이다.


“상혁아! 잘 하고 있어! 힘내!”


엄마의 응원에 부응하듯, 가장 먼저 선두를 차지한 것은 이 몸이었다.


다른 아기들 역시 결승에 오른 인재답게 제 때 출발했으나, 나는 그 애들보다도 한 박자 빨랐다.


가장 경계하던 탱크는 육중한 덩치 때문인지 출발이 빠르지는 않았다.


“좋아.”


절호의 스타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탱크가 무서운 기세로 쫓아오며 경쟁자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아마 머지않아 선두 자리를 뺐길 것이다.


그 전에 계획을 성공시켜야 했다. 나는 빠르게 탱크네 아줌마가 있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 탱크의 위치를 확인한 뒤 진로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목표로 하는 곳은 탱크와 아줌마의 사이. 정확히는 탱크의 시야에 내 뒷태가 들어올 만한 위치였다.


몇 번의 조정 끝에 원하던 위치에 안착할 수 있었다.


계획한 것은 모두 펼쳐냈다. 이제는 성공하기만을 믿고 나아갈 뿐이다.


“후우, 후욱.”


뒤에서 녀석의 콧김이 느껴졌다. 어느새 지척까지 쫓아와 나를 붙잡으려 하고 있다.


녀석과의 격차가 점점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나도 다른 녀석들처럼 튕겨 나가 한 명의 엑스트라로 남게 될 것이다.


“제발! 빨리!!!”


내가 할 수 있는 건 따라잡히지 않게 안간힘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효과가 나타날 시간이 한참이 지났음에도 압박감은 여전했다.


‘틀렸나? 착각에 불과했나?’


떨어지려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올렸다. 다시 돌아간다면 최선을 다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저 달리고 달렸다. 어지러워 세상이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중 깨달았다.


어느새 나를 삼킬 것 같던 위압감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을.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니 축 늘어진 탱크의 모습이 보였다.


패왕 같던 모습은 어디가고, 녀석은 힘없이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해냈다.”


힘이 거의 소진되고, 다리가 후들거릴 즈음,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그들도 예상외의 접전에 손에 땀을 쥐며 구경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저 황소 같던 녀석이 잠잠해졌어!”

“뭐야! 갑자기 왜 저래?”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주던 녀석이 갑자기 빌빌거리니 당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그 중에 가장 눈에 띄게 반응하는 것은 탱크 녀석의 엄마였다.


“소한아!!! 뭐 하는 거야! 빨리 와야지!”


탱크는 익숙한 목소리에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힘없이 떨궜다.


그 녀석의 시야를 내 뒤통수가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못난이 녀석이?”


탱크의 엄마는 이상의 원인을 파악한 듯 자리를 옮기며 어떻게든 탱크의 시야에 들어가려고 애썼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그 때마다 내가 번번이 진로를 변경하며 탱크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소한아 여기 봐! 여기야! 여기!”

“어딜! 내가 어떻게 잡은 기횐데.”


그녀는 자식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 했고,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아, 하아. 빌어먹을 애새끼. 귀신같은 애새끼. 뭘 알고나 저러는 거야 지금?”


탱크 엄마가 답답해 죽으려 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연히 그녀의 의도는 잘 알고 있다. 현재 이곳에 ‘젖병’을 들고 있는 사람이 그녀 말고 더 있던가?


오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탱크의 신들린 질주의 비밀은 바로 저 젖병에 있다.


탱크 엄마는 지금까지 먹을 걸 통해 탱크를 유인하고 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우연이다. 탱크 녀석이 젖병을 멍하니 보며 침을 줄줄 흘리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구르릉. 얼핏 듣기에 천둥과도 같은 소리는 놀랍게도 탱크의 배에서 나고 있었다.


그 덕에 깨달았다. 저 녀석이 저렇게 필사적으로 달리며 가공할 파괴력을 보이는 것은 그저 배가 고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잔인하고, 몰상식한 방법이다. 하지만 효과적이기도 했다.


원래 비인도적인 수단을 동원할수록 더 큰 힘을 얻는 법이다. 악마와의 계약이나 무림의 혈교가 그렇지 않던가.


저 몸부림이 배고픔에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녀석이 조금 측은해졌다.


하지만 그건 녀석의 사정에 불과하다. 녀석만 굶주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여기서 탈락하면 엄마는 밥을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남의 형편을 위해 자신의 형편을 도외시 할 만큼 난 미련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을 세웠다. 탱크를 달리게 만드는 것은 젖병이다. 그러면 녀석의 시야를 가리기만 해도 엔진의 동력을 끌 수 있지 않을까?


그 미약한 가능성을 보완해서 만들어낸 것이 현재의 결과였다.


탱크는 여전히 아장아장 걷고 있으며, 다른 녀석들과의 거리도 충분히 벌린 상태이다.


이제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며 걸어도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너무 고깝게는 생각하지 마라. 사는 게 다 그런 거다 임마.”


고생한 탱크에게도 미리 위로를 건넸다.


탱크 아줌마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가방을 챙겨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실패를 경험했으니 그녀도 앞으로는 이런 짓을 안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내 계획이 탱크의 고통의 굴레를 끊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상혁아! 힘내! 거의 다 왔어!”


긴장이 풀린 탓인지 온 몸의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멈추면 안 된다.


저기서 날 응원하는 엄마를 위해,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꼬르륵.


이번엔 내 배에서 나는 소리다. 배가 고프다. 빨리 경기를 마치고 분유나 마시고 싶다.


“음?”


그런데 어디선가 고소한 죽 냄새가 났다. 그냥 밍밍한 죽이 아니라 달콤한 고기 향이 섞인 죽 냄새다.


꿀꺽


침을 삼키고 킁킁거리며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곳엔 비열한 미소를 띄우며 죽 냄새를 풍기는 탱크네 아줌마가 있었다.


“소한아! 밥 먹어야지 밥!”


등골이 서늘해졌다. 시야는 가릴 수 있어도 냄새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딱딱하게 굳은 고개를 끼릭끼릭 돌렸다.


힘없이 터덜터덜 기어가고 있던 탱크의 눈에 다시 불이 타올랐다.


“크와아아앙!”


폭주 기관차가 경적을 울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X발. 여기서 페이즈가 하나 더 나오는 거냐고...”


고작 아기 대회치고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한동안 글은 9시~10시 사이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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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행복을 전하는 반월동의 꼬마 예언가 22.06.08 1,895 33 17쪽
29 7살 꼬마가 대 예언가를 뛰어넘는 방법. +1 22.06.07 1,971 35 16쪽
28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6 1,994 35 17쪽
27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2 22.06.05 2,025 34 22쪽
26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4 2,098 40 17쪽
25 찰싹 +2 22.06.03 2,047 34 15쪽
24 미안해 22.06.02 2,032 34 18쪽
23 1997년의 5살 +1 22.06.01 2,116 42 14쪽
22 원 투 킥 +2 22.06.01 2,124 36 23쪽
21 도장깨기 +1 22.05.30 2,203 39 18쪽
20 학원 Boom! +2 22.05.29 2,313 43 19쪽
19 재발방지 대책 회의 +2 22.05.28 2,386 42 15쪽
18 세 번째 각성 22.05.27 2,441 41 15쪽
17 내 이름은 박상혁 22.05.26 2,375 41 15쪽
16 빡치네 22.05.25 2,361 42 13쪽
15 키드냅 당한 키드 그게 바로 나에요 +3 22.05.24 2,518 44 13쪽
14 보리차처럼 시원하고 달달한 것. +3 22.05.23 2,567 50 19쪽
13 NTR 속 금태양 아기가 되다. +1 22.05.22 2,715 47 15쪽
12 vs 라이벌 +1 22.05.22 2,702 49 16쪽
11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 +1 22.05.20 2,713 55 12쪽
10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2.05.19 2,713 58 12쪽
9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다 +2 22.05.18 2,819 54 16쪽
8 아기는 빵집을 구원한다. +1 22.05.17 2,920 55 21쪽
7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1 22.05.16 3,097 57 16쪽
6 엄마의 취업은 내가 따낸다. 22.05.15 3,326 55 14쪽
5 악연을 끊는 법 +5 22.05.14 3,724 64 19쪽
4 천릿길 효도도 한 걸음부터 22.05.13 4,014 76 17쪽
» vs 최강(아기) +5 22.05.12 4,465 74 17쪽
2 천하제일 아기대회 +5 22.05.11 5,561 86 17쪽
1 세상이 날 억까해 +6 22.05.11 7,898 9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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