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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957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5.30 23:11
조회
2,205
추천
39
글자
18쪽

도장깨기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1화



킥복싱 도장 홍 사범이 스파링을 제안했다.


설마 벌써부터 어른이 싸움을 걸어올 줄이야.


나는 차분히 응대하기로 했다.


“돌았어요?”


7살차이 까지는 해볼 만 했다. 그런데 저 양반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내가 무슨 도장 깨기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사범이랑 왜 한 판 뜨겠는가.


다행히 홍 사범은 아직 대화가 통하는 상태인 것 같다.


그는 콧김을 내뱉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너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단다.”

“알아요.”


원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전문가의 입으로 들으니 새삼 기분이 좋았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내 밑에서 차근차근 배우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니?”

“겁나 쩌는 놈이 되겠죠.”

“그래.”


홍관우 사범은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는 것 마냥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쩌면 내 오랜 숙원을 이뤄줄 사람을 찾은 걸지도 몰라.”

“별로 안 궁금한...”

“내 꿈은 킥복싱계의 스타를 만드는 거다. 킥복싱을 복싱보다 위대한 스포츠로 만드는 거지.”


보통 킥복싱은 복싱의 아류 무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복싱보다는 무에타이에 가까운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킥복싱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지는 노릇이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시장에 흐르는 자본부터가 비교가 안 되었으니까.


돈 때문에 괜찮은 유망주들도 다 복싱 쪽으로 향하니 킥복싱이 따라잡으려 해도 붙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그 앞에 내가 등장했다.


킥복싱 같은 경우는 내가 보유한 3개의 재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또래 중에 가장 유망한 존재임은 틀림없고, 정점에 이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저 아저씨가 왜 나를 그렇게 탐내는지는 이해가 되었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사람이 보석을 탐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니, 홍 사범의 얼굴이 밝아졌다.


“알아줘서 고맙다.”

“별 말씀을.”

“그럼 이제 싸울까?”

“...”


뭔가 이상하다. 근육질들에겐 내가 모르는 의사소통 방식이라도 있는 걸까?


방금 대화의 어느 흐름에서 싸운다는 결론이 도달한 거지?


혹시 모르니 다시 되짚어 보기로 했다.


“제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아저씨의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죠?”

“그래.”

“그러니까 싸우자는 거고요.”

“잘 알고 있구나.”

“...”


음. 아무래도 또라이가 맞는 것 같다.


“상혁아!”


엄마가 링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방범용 최루 스프레이가 들려 있었다.


내가 납치당한 이후, 한 박스 가까이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과격하더라도 아들이 위험한 것보다는 낫다나.


이러다가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기에 일단 엄마를 진정시켰다.


“엄마 괜찮아요.”

“그래?”

“네! 이 사람 안전한? 사람이에요. 그쵸 중기 아저씨?”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답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킥복싱 도장 고참으로 보이는 중기는 눈알을 굴리며 대답했다.


“아기를 때린 적은 없어.”


하지만 이어지는 대답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저렇게 동공이 풀리고 침을 질질 흘리는 것도 본 적이 없지만.”


결국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나는 엄마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렇게 판이 깔렸는데 도망가는 것도 멋이 없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는가? 사범씩이나 되는 사람과 싸우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제가 이기면 저기 현판은 우리 집 도마로 쓸게요.”

“얼마든지.”


대결이 성립되었다. 3살 꼬마의 도장 깨기, 시작이다.


홍 사범이 자세를 취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는데 느껴지는 위압감이 상당했다.


역시 10살 코흘리개와는 기합부터가 다르다.


나 역시 DNA를 활성화시켰다. 두뇌가 집중을 함과 동시에 주위가 서서히 느려지기 시작했다.


고작 3살의 육체로 10살을 이긴 비결이 바로 이 집중력에 있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다 빠르게 포착할 수 있으니, 그만큼 회피하는데 사용할 시간이 많았다.


조금만 데이터가 쌓여도 주먹의 예상 궤도가 그려졌고.


그 때부터는 그냥 보고 피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홍 사범의 주먹이 똑같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함정을 미리 파 두기로 했다.


“선수는 양보할게요.”

“괜찮겠냐?”

“저는 이쪽이 편해서.”


강한 놈이 선수를 양보한다는 말은 티배깅에 불과하다.


생각해봐라 강한 놈이 보기에 내 공격은 얼마나 빈틈이 많겠는가.


가만히 기다려서 상대의 재롱을 구경하다가 카운터를 쳐서 이기겠다는 옹졸한 짓거리에 불과하다.


다행히 나는 그런 수에 넘어가지 않았고 홍 사범의 주먹을 기다렸다.


“그럼 간다.”


홍 사범의 발이 떨어졌다. 이제 주먹을 내지를 터.


주먹의 궤적이 눈에 보이는 즉시 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저 주먹은 안 느려지는 거지?”


주먹이 얼마나 빠른 걸까.


전력을 다했음에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왜 리듬게임 하다보면 그런 구간이 있지 않나.


한 번 박자를 늘어트리다가 갑자기 빨라지는 구간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다행히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는 일은 없었다.


“좋구나!”


홍 사범은 주먹이 빗나가서 기쁜 것 같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비슷한 속도의 주먹을 몇 번이고 휘둘렀다.


숨이 턱 막혔다.


내 입장에선 즉사기를 일반 공격마냥 휘두르는 보스를 상대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튼튼한 다리를 활용하여 어떻게든 공격을 피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머리는 상대의 공격을 감지하며 분석했다.


공격 리듬을 파악하고, 주먹의 궤도를 수치화하여 시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찾아낸 빈 공간.


이번에야말로 근육이 가득 찬 팔이 나설 시간이었다.


머리가 지시하는 타이밍에 맞춰 상대의 빈 공간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윽! 하하!”


무서우니까 아파하던가, 웃던가 둘 중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다.


모처럼 기회를 잡았으니 다시 한 번 주먹을 꽂으려 했으나 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긴급 탈출 경고였다.


내가 고개를 틀자마자 머리가 있던 곳으로 커다란 주먹이 지나갔다.


안 피했다면 그대로 녹다운이었다.


“사람이 치사하게 한 대를 더 안 줘요?”

“강한 사람은 치사해도 되는 법이란다!”


어린애한테 참 좋은 거 가르쳐준다.


다시 홍 사범이 턴을 잡았다. 그런데 미묘하게 주먹이 빨라졌다.


정확히 0.25배 정도 속도를 높인 것 같다.


“뭔데 이거.”


다음에 이어지는 주먹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 사범은 한 번 속도를 높인 뒤, 그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새로운 속도에 적응을 하면서 또 한 번 빈틈을 찾았다.


이번에는 왼쪽 다리가 비어 있었다.


주저 없이 킥을 날리려고 하는데 잡스러운 생각이 끼어들었다.


‘생각보다 버틸만 하네?’


아니 잡 생각이라기보단 기시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눈치 챌 수 있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다.


그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고, 빈틈이 사라졌다.


홍 사범이 내려다보며 물었다.


“지쳤나보지?”

“그런 건 아닌데요.”


저쪽이 나보다 키가 크니까 내려다보는 게 맞긴 한데, 왠지 기분이 나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쉴 틈 없이 주먹을 날렸고, 나는 한동안을 회피에 주력해야 했다.


잠시 뒤 홍 사범의 패턴이 정립되고 다시 빈틈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빈틈은, 아까 놓친 자리와 똑같은 곳이었다.


“아.”


그제야 기시감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양반, 멀쩡하구만.’


생각해보면 고작 3살 꼬마가 사범의 주먹을 몇 번이고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적절히 손대중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성을 잃은 척 했던 것은 나를 몰아세우기 위함이었을 테고.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스파링’이라기보단 ‘지도대련’에 가까웠다.


일정 단계마다 속도를 높이며 내가 한계와 마주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타격을 입히는 건 현재 단계를 통과했다는 지표였고.


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고수들은 기계보다 자기 손이 정확하다고 하지 않나.


저 양반이 직접 나선 것도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다.


혜성과 같이 나타난 유망주가 얼마나 뛰어난지 직접 맛보기 위해서였다.


저, 저 봐라. 지금도 일부러 똑같은 자리에 빈틈을 드러내고 살랑살랑 흔들고 있지 않나.


여길 때리라고, 왜 이걸 눈치 못 채냐고.


거길 때리면 또 0.25배만큼 속도를 올릴 게 뻔하다.


우락부락한 체격에 비해 생각보다 현명하게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자! 여기다 여기! 여기를 노려야지!”


생각보다 꼴받는 사람이기도 하고.


‘감히 나를 속여먹으려 그랬단 말이지?’


순순히 따라주기엔 자존심이 상했다.


하여, 한창 바쁜 두뇌에게 새로운 명령을 넣었다.


한 방 더 먹이고 싶다고.


‘... 가능’


두뇌는 불가하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어려울 뿐.


‘3, 2, 1. 지금.’


두뇌가 타이밍을 제시한 건 홍 사범이 다시금 빈틈을 노출했을 즈음이다.


정확히는 그보다 ‘반 박자’ 빠르게.


상대가 빈틈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경을 돌렸을 때.


상대적으로 가드가 느슨해진 반대편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크헛?”


그가 빈틈을 마련한 왼쪽 다리가 아닌, 내가 처음으로 타격에 성공했던 옆구리에 다시 주먹을 박아 넣었다.


그쪽이 준비한 대련 대로 따라갈 생각이 없으니 엿이나 먹으라는 의미였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대요.”

“이 자식이?”


홍 사범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서렸다.


하지만 이내 만면에 미소를 띄우기 시작했다.


“니가 선택한 거다.”


타격에 성공했기 때문에 홍 사범의 주먹도 그만큼 빨라졌다.


나는 기꺼이 자체 하드 난이도를 맞으며 때렸던 곳만을 계속 공략했다.


피하고, 때리고, 속도가 빨라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상대에게 주먹을 꽂기 위해서는 생각이 끝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했다.


본능에 몸을 맡기며 필요 없는 감각들을 지워나갔다.


주변의 침음 섞인 탄성도, 과한 시각 정보도 지워지며 점차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또 피하고, 때리고, 속도가 빨라지고.


피하고, 때리고, 속도가 빨라지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커다란 주먹이 눈앞에서 급정거를 하고 있었다.


팡!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땀이, 글러브의 고무 내음이 얼굴을 두드렸다.


스파링이 끝이 났다.


* * *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DNA는 여느 때보다 강하게 활성화된 느낌이다.


마치 잘 벼린 칼과 같다고나 할까.


이번 대련이 좋은 자극이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주먹을 날렸다. 물론 홍 사범의 옆구리에.


“악! 스파링은 끝났다고!”

“그랬나요? 몰랐네요.”


응애 상혁은 그런 거 모른다. 반면 홍 사범은 내가 고의로 그랬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나는 주먹을 멈췄는데!”

“그럼 그쪽도 아기 하시던가.”


손대중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건, 아기가 가지는 어드밴티지 중 하나다.


그렇게 낄낄거리고 있자니, 주변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설마 하룻강아지가 이렇게 뛰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


반면 엄마는 열심히 사진기를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 쪽을 향해 멋진 포즈를 지어보였다.


내가 생각해도 이번 일은 조금 멋있었던 것 같다.


홍 사범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링에서 내려가, 제자들에게로 향했다.


“크~ 죽이지 않냐?”


그들도 본 게 있었기 때문에 부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니들은 저렇게 못하니? 3살짜리도 저렇게 쉽게 하는데. 피하고 때린다. 이것만 하면 되는 스포츠인데.”


천재는 존재만으로도 애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법이다.


그나마 중기가 툴툴대며 반박할 뿐이었다.


“쟤는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면서요.”


홍 사범은 마치 자기 칭찬이라도 들은 것처럼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늘이 내린 재능이지. 우리 킥복싱계의 기둥이 될 재목이고.”


그의 머릿속에서 무하마드 알리, 마이크 타이슨이 스쳐 지나갔으리라.


잠시 감격에 잠겨 있던 홍 사범은 땀을 닦고 있는 나에게 달려와 두 손을 꼭 붙잡았다.


“상혁아! 우리 같이 킥복싱을 세계 최고로 만들자꾸나!”


그런데 이 사람, 벌써 김칫국을 한 동이를 마시고 있다.


“그럴 생각은 없는데요.”


나는 킥복싱 도장을 다닐 생각이 없었으니까.


“응?”


내 시니컬한 답변에 홍 사범은 말 그대로 돌이 되었다.


“그게... 무무무슨 소리니? 우리 도장에 다니고 싶은 거 아니었어?”

“누가 아이가 배우기엔 위험한 운동이라던데.”

“누가! 어떤 자식이 그런 개소리를 해!”


‘그쪽이요’라는 시선을 보내자 관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도 끝까지 철판을 두를 생각인가보다.


“상혁아. 제발 부탁하마. 이렇게 놓치기엔 네 재능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 수강비는 받지 않으마. 아니 내가 돈을 줄게.”


어느덧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 이제는 홍 사범이 우리를 붙잡아야만 했다.


‘그래도 정말 생각이 없는데’


애초에 팔, 다리가 강력해진 김에 싸움에 대한 기초나 배워볼까 하고 온 것이기 때문에 미련이 없었다.


“이것만 배워도 충분할 것 같아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원, 투, 킥만 배우고 충분하다니. 아직 배워야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왜 배워야 하는데요?”


대답이 없었다. 고작 3살짜리가 격투기를 잘해서 쓸 곳이 없을 테니.


결국 홍 사범은 뇌를 거치지 않고 아무런 말을 지껄일 수밖에 없었다.


“음. 마음에 안 드는 애들을 혼내줄 수 있나?”

“사범님?”

“사범님!!”


주변에서 무수한 물음표 세례가 쏟아졌다.


지들 끌고 와서 나쁜 새끼라고 때릴 땐 언제고 저런 말을 하는 게 억울한 모양이다.


홍 사범도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아니. 나쁜 녀석들을 혼내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영웅처럼 못된 녀석들을 혼내주고 싶지 않니?”

“아니요.”

“왜?”

“나쁜 사람들 잡아가는 건 경찰이 할 일이잖아요.”


이것도 맞는 말이다. 격투가의 직업은 싸워서 이기는 것. 나쁜 사람들을 잡는 게 아니었다.


홍 사범은 수습도 못하고 더욱 더 혼란에 빠져갔다.


“그리고 저는 제 사람들만 지키는 것도 벅차요.”

“그렇구나...”


완곡하면서도 성숙한 거절이다. 홍 사범에게는 이제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대뜸 엎드리기 시작했다.


최후의 방법, 체면이고 뭐고 엎드려 빌기였다.


“상혁아! 어머님! 부탁드립니다! 저희 킥복싱계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다 큰 어른이 저자세로 나오는 걸 보는 것도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덕분에 좋은 경험도 했고, 다시 한 번 재고해보기로 했다.


“음... 싫어요.”

“왜!!!!!”


왜기는, 다시 생각해봐도 싫으니까 그런 거지.


아무리 킥복싱이 괜찮은 운동이고, 홍 사범이 괜찮은 사람이라도 내게는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었다.


“어려서 운동 많이하면 키 안 큰대요.”

“...”


키는 어쩔 수 없다. 남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에는 반드시 180을 찍고 만다.’


그동안 3cm가 모자라서 얼마나 애가 탔던가.


남자는 군대에서도 큰다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지만, 괴로운 기간만 늘어날 뿐이었다.


때문에 이번에는 계획적인 삶을 살 예정이다.


우유 잘 먹고, 반찬도 골고루 잘 먹고, 10시 이전에는 잠든다.


이렇게 20년만 하면 잃어버린 3cm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타당하고도 논리적인 주장에 홍 사범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신도 내 사연을 들었다면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아.”


홍 사범의 한숨이 구슬펐다.


길에서 5만원을 주워 행복한 저녁식사를 꿈꿨는데, 알고 보니 씨앗은행이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 그럼 나중에라도 우리 도장을 찾아줄 수 있겠니?”

“네. 좋아요.”


홍 사범은 결국 나중을 기약하기로 한 모양이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도장을 나섰다.


도장은 깨지 못했지만, 금 정도는 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 * *


“역시 전문가들은 우리 상혁이의 천재성을 알아볼 줄 알았다니까?”


엄마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건지신 모양이다.


“그런데 아깝지 않니? 그 사람 말로는 뭐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는데.”

“괜찮아요.”


정점에 오르는 건 다른 방면으로도 가능하지만, 키는 한 번 성장이 멈추면 끝이다.


이번 생은 좀 길다란 기럭지로 높은 공기 좀 마셔보고 싶다.


게다가 아직 개화하지 못한 재능만 4개나 남았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분야라도 능히 정점을 찍을 수 있으리라.


“엄마는 아쉬워요?”

“아니. 아들이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결국 어떤 학원도 선택하지 않은 셈이다.


역시 3살은 학원을 다니기엔 이른 나이가 맞는 것 같다.


‘뭐. 나 좋다는 데는 많으니까. 내키면 나중에라도 가면 되고.’


한 2년쯤 있다가 생각해도 겨우 5살이다. 천천히 생각해도 좋으리라.


“아들! 이제 어디 갈까?”

“음~ 나는 엄마랑, 할머니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은데.”

“꺄아! 상혁아!!!”


허를 찌르는 애교에 엄마는 기쁜 비명을 질르며 나를 안아주었다.


역시 아기는 부모의 품에 있는 게 최고인 것 같다.


납치범 부부? 까짓 거 나타나면 원, 투, 킥을 먹여주지 뭐.


* * *


그 날 ‘더 큰 주먹, 더 강한 발차기’의 인원 명부에는 명예 회원 칸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곳에는 ‘박상혁’이라는 이름이 적혔으며 도장의 회원들은 누구나 그 아이를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러지 않으면 끄나풀을 만들어서라도 관계를 이어가려던 홍 사범에게 죽도록 맞았기 때문이다.


3살 꼬마는 학원에서 체험학습을 했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락부락한 삼촌들이 늘었다.


어째서인지 빵집의 매출 역시 꽤 상승했지만 봉식과 진숙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작가의말

오늘도 평소보다 조금 늦었습니다.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찍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월요일입니다! 체감상 월요일은 없던 일도 어디선가 만들어서 가져오는 것 같아요!

모두 행복하시고 힘이 솟구치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선호작 언제나 감사 또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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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6 1,996 3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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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4 2,102 4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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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장깨기 +1 22.05.30 2,206 3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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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이 날 억까해 +6 22.05.11 7,910 9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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