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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71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5.16 20:30
조회
3,096
추천
57
글자
16쪽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7화



빵에 대한 진심과 실력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


그것이 엘리트 제빵사 김봉식의 모든 것이다.


그는 빵에 관해서는 일체의 양보도 없다. 설령 지금과 같이 딱한 사연을 듣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불쌍하긴 해도 그 뿐. 그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아이를 노려보았다.


조폭도 형님이라 모실 험한 인상이다. 조금만 인상을 찌푸려도 아기는 울음을 터트리리라.


그럼 이거 보라고, 이렇게 잘 우는데 어떻게 손님을 잘 모시겠냐고 말할 생각이다.


그런데...


‘왜 안 울지?’


이상했다. 아기는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인다. 마치 그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는 듯이.


기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아기는 피식 웃고는 엄마의 무릎에서 내려갔다.


갓난아기의 눈총에서 ‘보여줄게’라는 자신감을 엿봤다 말하면 누가 믿어줄까.


“상혁아! 어디 가!”


아이가 멀어지자 은주가 다급히 일어났다. 그러나 이내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댜다다!”


아기가 따라 오지 말라는 듯 그녀를 향해 한 손을 펼쳤기 때문이다.


“괜찮아? 어디 안 갈 거지? 위험한 거 안 할 거고?”

“댜.”


그러자 아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는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아기가 무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다.


반면 봉식 부부는 어안이 벙벙했다. 원래 7개월짜리 아기가 저렇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던가?


두 사람의 딸 유리는 2살 때에도 저렇게 똑부러지지 못했다.


유리는 발달이 느린 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빨랐으면 빨랐지.


그러니 평범한 아기라면 상혁이 같이 행동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론과 현실 간의 괴리에 머리가 멍해졌다.


그 때 상혁이 빵 진열대 쪽으로 향했다.


“안 돼!!!”


잠시 탈출했던 정신이 갑자기 확 돌아와 소리쳤다.


아이가 생각 없이 만지다가 진열대의 빵들을 손상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상혁이 멈췄다. 이번에도 말귀를 알아들은 것 마냥.


그리고 놀랍게도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댜댜댜댜댜 바바바 바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적거리기까지. 저 말이 ‘거 아저씨도 얌전히 앉아 계쇼. 방해하지 말고.’라는 뉘앙스다.


그 어이없는 광경에 봉식은 발을 떼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괜찮을 거에요.”


돌덩이마냥 굳어버린 봉식에게 은주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희 상혁이는 정말 똑똑하거든요. 믿음직스럽고, 말도 잘 듣고. 잘 울지도 않고.”

“자기 자식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게지. 말도 잘 듣고, 울지도 않으면 그게 아기인가? 어른이지!”


모든 부모의 눈에는 자기 자식이 천재로 보인다.


봉식만 해도 어렸을 때 반죽을 주무르는 유리를 보며 신이 내린 아이라고 탄성을 터트렸던 기억이 있다.


물론 아니었지만.


그러나 은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 아이는 정말 특별해요. 하늘이 주신 소중한 보물이에요. 만약 저 애가 빵을 훼손한다면... 제가 다 구매할 게요.”


행동은 쭈뼛쭈뼛 하나 그 말만은 확신이 담겨 있다.


생활고에 허덕인다는 여자가 자신의 남은 재산을 모두 약속할 정도로 자신의 아기를 믿고 있었다.


“그리고 안 버리고 다 먹을 거에요. 여기 빵은 정말 맛있으니까요. 히히.”


그 말에 맥이 탁 풀렸다. 옆을 보니 그의 아내 진숙도 깊은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


어째 자신의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래. 일단 지켜보자고.”


봉식은 저 꼬맹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일단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상혁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진열대 옆에 앉아 창문 밖을 구경하고만 있었다.


가끔 사람들이 지나가면 손을 흔들고, 웃고, 박수치고. 그 정도 뿐이다.


아기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뭔가 일어날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기에 조금 실망했다.


그러나 몇 분이 더 흐르고, 차츰차츰 변화가 발생했다.


가게 앞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둔감한 봉식도 그 변화를 눈치 챌 정도로.


처음엔 한 명, 두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며 점차 인파가 늘어났다.


3의 법칙이란 현상이 떠올랐다.


군중을 움직이는 데는 세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법칙이다. 현 상황이 딱 그와 닮아 있었다.


우선 모인 세 사람의 구경꾼들이 다른 구경꾼들을 불러 모았고.


이윽고 가게 바깥은 상혁을 위한 팬클럽 모임이 되어버렸다.


귀여운 아기가 지나가는 이들에게 손짓을 하며 방긋방긋 웃는데 이겨낼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와 비슷하다. 귀여움은 곧 진리니까.


“어머~ 은주씨 말대로 아기가 참 복덩이네요.”


진숙은 두 손을 맞대며 이 상황을 반겼다. 아기의 행동이 놀랍기도 했지만 그보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 기쁨이 더 컸다.


빵이 맛있어도 손님이 적다는 것이 언제나 그녀의 고민이었으니까.


광고를 늘리자고 해 봐도 남편은 절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빵집은 빵만 맛있으면 된다나 뭐라나.


그러니 현재의 상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당장 바깥에 모인 사람들만 해도 오늘 가게 방문자 수보다 많았으니.


“흥. 아직은 모르는 거지. 우리는 빵을 파는 가게지, 아기 재롱을 구경시켜주는 가게가 아니잖아.”


봉식은 제 자존심을 세웠다.


그렇다고 아예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게의 매출에 도움이 되려면 결국 빵을 팔아야 한다.


그게 봉식의 강경하게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근거였다.


* * *


“흠. 그렇게 나오시겠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큐티 핸섬 베이비를 연기하는 중이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봉식은 알고 있을까? 어느새 자신의 판단기준이 올라간 것을.


언제부터 내가 매출에 도움을 줘야 했던가? 그저 안 울고, 방해 안 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그만큼 내가 신경이 쓰인다는 이야기지.’


살짝 치졸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그만큼 내 주가가 오른다는 소리였으니까.


이제 절정에 무르익은 기대치를 빵 터트릴 차례다. 쇼 타임이다.


나는 까르르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내 손짓에 집중하던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하늘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엔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허공을 보며 손가락질을 한 거니까.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며 다시 시선을 내렸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바깥이 웅성웅성 시끄러워졌다.


“뭐야. 어디 갔지?”

“oh~ baby! where are you going!”


너튜브에서 힐링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버퍼링이 걸리고, 광고가 뜨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원성이 자리 이탈로 이어지기 직전, 나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기야!!!”

“여기! 여기! 인사해줘!”


나는 배시시 웃다가 다시 진열대 뒤로 몸을 숨겼다.


“왜! 아기야!”

“Please show me!”


그리고 다시 아슬아슬할 때 쯤 진열대에서 나왔다.


“아가!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숨바꼭질 놀이하는 거니?”


고개를 저었다. 놀리고자 함이 아니다.


설마 답변을 들을 줄은 몰랐던 관중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 말을 알아들은 걸까요?”

“에이. 도리도리 잼잼이라도 한 거 아니에요?”


사람이 많은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그 중 상혁에게 많은 관심을 보내던 여대생이 나섰다.


“다시 물어보면 되잖아요. 아가. 숨바꼭질 놀이한 게 아니라고?”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바깥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맙소사. 이 아기 천재야.”

“고결한 영혼이야.”

“하늘은 왜 나를 낳고 또 저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


엉겁결에 나와의 통역관이 되어버린 여대생은 침착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왜 모습을 숨기는 거야? 우리는 너랑 계속 놀고 싶은데.”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다. 나는 진열대에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덕분에 아기만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드디어 빵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다.


천천히 다시 시선을 거둔 뒤, 이번엔 손님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없이 전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문을 가리키고는 아장아장 몸을 움직였다. 빵들이 가득 놓인 진열대 뒤로.


나는 빵과 같이 있을 테니, 생각이 있으면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우리보고 들어오라는 걸까요?”

“빵이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아 씨 밥 좀만 덜 먹을 걸.”

“어머, 저기 디저트도 있는 것 같은데?”


구경꾼들은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빵집 방문을 고민했다.


가게 밖과 다르게 실내는 정적이 흐르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세 사람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역시나 똑똑한 내 아들이라면서 자랑스럽다는 눈길을, 진숙은 놀라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일이 궁금하다는 눈치를, 봉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계획의 성패가 드러난다.


솔직히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세상 일에 100퍼센트가 어디 있나.


지금껏 살아온 바를 돌이켜 보았을 때, 일이 잘 풀리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건 1회차고, 지금은 2회차 아닌가.


시작과 동시에 승리를 차지한 이번 인생은 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아기의 귀여운 면모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설계에 나섰다.


실패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성공하면 우리 모자는 안정적인 터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all or nothing. 그래서 이 찰나의 순간이 이렇게 짜릿하고 두근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띠링


현관종이 청량한 소리로 울었다. 몇 사람이 눈치를 보며 들어온 것이다.


조그만 등에 전율이 흘렀다. 계획한 것을 그대로 이뤄낸 게 과연 얼마만일까?


승리는 막 구워지고 있는 빵의 냄새만큼이나 뜨겁고 달콤했다.


“어서 오세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진숙이 손님을 맞이했다.


얌전히 지켜보던 역할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그녀가 상혁의 편에 붙기로 했음을 의미한다. 봉식의 표정이 구겨졌다.


“천천히 보시고, 필요하거나 물어볼 게 있으면 부담가지지 말고 말해주세요.”


진숙의 대응은 침착하고 능숙하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손님은 오랜만인 듯 목소리가 조금은 떨렸다.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손님이 계산을 마치기 전까지는 아무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게다가 아직 이 가게의 고질적인 문제는 아직 여전하다는 사실을.


꽤 많은 인원이 들어왔음에도 아무도 선뜻 지갑을 꺼내지 않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음. 가격이...”


손님들의 머릿속에는 슈퍼의 저렴한 빵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같은 빵이라면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빵을 고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여기서 좀만 더 지체되면 어색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다 몇 사람이 빠지기 시작하면 끝이라 봐도 좋다. 헛물만 잔뜩 켜고 끝내고 말겠지.


물론 나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


물고기는 잡았다고 끝이 아니다. 탈출하지 못하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뒤흔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비장의 한 수를 선보일 차례다.


나는 관전을 그만두고 손님에게 다가갔다. 통역관을 자처했던 바로 그 여대생에게다.


“아기야?”


눈치만을 보고 있던 그녀가 반색했다. 아기를 위해 들어왔는데, 방금 그 보상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아직 머뭇머뭇 거리는 그녀에게 아장아장 다가가 손가락을 잡아끌었다.


“어? 으응?”


당황하면서도 끌려간 그녀. 도착한 곳에는 빵을 담는 선반과 집게가 있었다.


“댜다다!”


홀린 듯 따라가던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어느새 선반과 집게를 들고 있었다. 빵을 구매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이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던 그녀였다. 그래서 선반을 내려놓으려 했으나...


“댜다.”


아기는 손을 놓지 않았다. 하여 그녀도 선반을 놓지 못했다.


“아기야? 누나가 밥을 먹어서...”


설득을 시도해보았으나 아기는 손을 저었다.


“댜다댜다다. 다다다. 냐나나나니뇨.”


진열대를 그녀와 산책하며, 오히려 빵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 있다.


마치 밥 배, 빵 배 따로 있지 않냐면서. 이 집 빵 잘한다고, 자기 믿고 먹어보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킬 포인트는 댜다 뷰다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기는 그럴듯하게 말하고 있다는 듯한 저 자신감 있는 태도.


그 깜찍한 광경은 그야말로 뇌살이라 부를만했다. 여대생은 그럴듯한 반격 한 번 못하고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함락된 것이다.


“꺄악! 아기야!!!”


쓰러졌다가 눈을 번쩍 뜬 여대생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에스코트가 너무 과했나.’


이대로 가다간 와락 붙잡혀서 볼 부비부비를 당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인생에서 맞은 대 위기. 어쩌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을지도...


“잠시만요!”


나를 구해준 것은 엄마였다. 그녀는 여대생과 나 사이를 가로막아, 든든한 방벽이 되어 주었다.


“뭔가요!”


방해받은 여대생은 눈을 치떴으나.


“맘마!”

“아이 엄마인데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바로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평소였으면 비슷한 나이인데 벌써 애가 있다며 놀랐겠지만, 지금은 이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안 그래도 귀여운 아기가, 말도 잘 알아듣고, 얌전하고 심지어 잘 웃는다. 헤롱헤롱 홀리는 것이 당연하다.


“안아 봐도 될까요?”

“상혁이한테 허락만 맡으신다면요.”


엄마는 굳건하게 막아선 것 치고는 순순히 허락해주었다. 이것이 가진 자의 여유일까.


어차피 자신은 집에서 아기를 계속 안을 수 있으니,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게 아량을 베풀어 기회를 나누어 주는 것 같다


“상혁아! 널 안아도 괜찮을까?”


그녀는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물었다. 덩달아 나도 조금은 긴장해버렸다.


전생이었다면 바로 철컹철컹 철창 행이었을 텐데, 이거 윤리적으로 괜찮은 건지 고민이 되었다.


“아기야... 싫어?”

“싫지 않습니다요.”


에라 모르겠다 싶어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지금의 나는 아기다. 게다가 내가 먼저 음흉한 마음을 품고 덤벼든 것도 아니다.


‘정당방위. 불가항력이야.’


그녀의 품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잠시 볼을 만지작거린 여대생은 나를 내려놓았다.


그 뒤 뭔가 개운한 표정이 된 그녀는 내가 설명하는 족족 빵들을 골라잡고 계산대로 향했다.


“3500원입니다.”


빵 치고는 과한 가격이다. 하지만 돈을 꺼내는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여기 아기 너무 귀여워요. 사장님! 왜 그동안은 못 봤을까요?”


그 말에 봉식의 표정이 구겨질 뻔 했다. ‘여기’ 아기란다. 아직 자기는 채용을 결정하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렇다고 여기서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저 하하 웃으며 흘러 넘길 수밖에.


“아기야! 또 봐! 또 올게!”


그녀는 하트를 날리며 가게를 나섰다. 아마 별점 시스템이 지금도 있었다면 별 10개는 따 놓은 당상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즐거웠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도, 앞뒤 꽉 막힌 대머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하읍!”


풀어지려는 볼을 찰싹 때렸다.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가격에 불만을 가지던 손님들은 어느새 한 줄로 가지런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사람씩 나의 에스코트를 즐기기로 합의를 마친 모양이다.


손잡고 가이드, 약간의 스킨십 후 결제를 하는 그런 과정이 하나의 약속처럼 굳어졌다.


아무래도 볼따구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한가.


이번 생은 최선을 다해, 성공을 위해 살 것이다.


그게 설령 7개월의 어린 나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날 대한제일 빵집은 갓 구운 빵까지 모두 완판시켰으며, 오픈 이래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가의말

으흐흐흐. 활기찬? 기분 좋은? 월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파이팅입니다!

언제나 읽어주신 분들, 추천 눌러주신 분들, 선호작 눌러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파이팅!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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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행복을 전하는 반월동의 꼬마 예언가 22.06.08 1,894 33 17쪽
29 7살 꼬마가 대 예언가를 뛰어넘는 방법. +1 22.06.07 1,971 35 16쪽
28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6 1,994 35 17쪽
27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2 22.06.05 2,025 34 22쪽
26 6살 꼬마가 IMF를 넘기는 방식 +3 22.06.04 2,098 40 17쪽
25 찰싹 +2 22.06.03 2,047 34 15쪽
24 미안해 22.06.02 2,032 34 18쪽
23 1997년의 5살 +1 22.06.01 2,115 42 14쪽
22 원 투 킥 +2 22.06.01 2,123 36 23쪽
21 도장깨기 +1 22.05.30 2,203 39 18쪽
20 학원 Boom! +2 22.05.29 2,313 43 19쪽
19 재발방지 대책 회의 +2 22.05.28 2,386 42 15쪽
18 세 번째 각성 22.05.27 2,441 41 15쪽
17 내 이름은 박상혁 22.05.26 2,374 41 15쪽
16 빡치네 22.05.25 2,361 42 13쪽
15 키드냅 당한 키드 그게 바로 나에요 +3 22.05.24 2,518 44 13쪽
14 보리차처럼 시원하고 달달한 것. +3 22.05.23 2,567 50 19쪽
13 NTR 속 금태양 아기가 되다. +1 22.05.22 2,715 47 15쪽
12 vs 라이벌 +1 22.05.22 2,702 49 16쪽
11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 +1 22.05.20 2,713 55 12쪽
10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한다. 22.05.19 2,713 58 12쪽
9 엄마에게도 엄마는 있다 +2 22.05.18 2,819 54 16쪽
8 아기는 빵집을 구원한다. +1 22.05.17 2,919 55 21쪽
» 아기는 사람들을 함락시킨다. +1 22.05.16 3,097 57 16쪽
6 엄마의 취업은 내가 따낸다. 22.05.15 3,326 55 14쪽
5 악연을 끊는 법 +5 22.05.14 3,724 64 19쪽
4 천릿길 효도도 한 걸음부터 22.05.13 4,013 76 17쪽
3 vs 최강(아기) +5 22.05.12 4,464 74 17쪽
2 천하제일 아기대회 +5 22.05.11 5,560 86 17쪽
1 세상이 날 억까해 +6 22.05.11 7,897 9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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