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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0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3.01.01 00:00
조회
348
추천
6
글자
27쪽

재미없고 지루한 해피엔딩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마지막화



집안 한 구석에 마련된 트로피 룸으로 향했다. 며칠 전 우승한 월드컵 트로피가 오늘 도착했기 때문이다.


나는 트로피를 진열장 맨 끄트머리에 놓고 발길을 돌렸다.


대한민국에서 볼 일이 없을 거라 생각되던 트로피다. 그만큼 가치 있고, 대단한 영광을 지닌 물건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수많은 트로피 중 하나일 뿐이다.


윔블던 선수권 대회, 디 오픈 챔피언십, 올림픽 금메달 등. 이미 세계 모든 분야를 한 번 씩 정복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는 별다른 감흥도 없다. 그냥 세계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1년에 한 번씩 ‘박상혁을 이겨라’ 컨텐츠를 하고 있을 뿐이다.


매 년마다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사가 나오지만 매번 내가 정정함을 과시하게 될 뿐이다.


그럼 또 언제까지 해먹을 거냐는 원성이 쏟아지고. 나는 킬킬 거리며 원래의 삶, 세계적인 기업의 CEO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종의 연례행사다. 올해는 그게 월드컵이었을 뿐이고.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다. 한 80살까지만 독식하고 일선에서 물러나야지.


트로피 룸을 벗어나려는데 한 메달이 눈에 들어왔다. 카자하스탄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 게임 메달이다.


“크. 추억이네.”


올림픽도 아닌 아시안 게임의 메달일 뿐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를 가진 물건이었다.


신을 쓰러트리고 지구로 돌아와 딴 첫 메달이니까. 금메달을 확정지었을 때 아이처럼 기뻐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난다.


그 후로 군 면제도 하고, 결혼도 했으니. 저 메달은 내 평탄한 삶의 이정표 같은 느낌이다.


추억을 갈무리하고 트로피 룸을 나가려는데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왁!”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양 팔을 벌리며 튀어나왔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당히 귀여웠기 때문에 놀라는 척을 해주기로 했다.


“깜짝이야! 우리 소빈이 여기 있었어?”

“히히. 놀랐지! 아빠 보러 왔어요!”


이제 5살이 된 소빈이는 나와 한별 누나의 자식으로 우리 가족 중 막내를 담당하고 있다.


하는 짓이 귀엽고 장난기가 많아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왜 아빠들이 딸 바보가 되는지 요새 실감하는 중이다.


우리 귀염둥이를 그대로 안아 올리려 했는데 소빈이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나타나 나의 어깨를 점령했다.


“저는 여기가 좋아요!”

“그래. 우리 소빈이 특등석이지. 그래도 남들 볼 때는 능력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네엣!”


아버지가 신이다 보니 나의 자식들 또한 반신, 그러니까 half god이 되었다.


소빈이는 능력을 막 배우고 있는 시기였기에 틈만 나면 자랑을 하곤 한다. 가끔은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귀여우니까 주의를 주고 말 뿐이다.


뭐.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해결하면 되니까.


“우리 엄마 보러 갈까?”

“네!”


소빈이를 한별 누나에게 데려다주었다. 그녀는 안 그래도 소빈이를 찾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워낙 개구쟁이인 아이라 한 눈을 팔면 사라져서 그녀가 걱정이 많다.


항상 똑 부러지는 여인이고, 배우계의 정점에 오른 여배우였지만 자식에게는 하염없이 팔불출인 그녀였다.


“아빠! 엄마 오늘 되게 예뻐요!”

“엄마는 원래 예뻤어.”

“와아아!”

“이이도 참.”


한별 누나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깔렸다. 30대가 넘은 그녀지만 여배우는 성숙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는 법이다.


“소빈 아빠. 며칠 안으로 저녁에 시간 좀 내줘요. 연기 맞상대가 필요할 것 같아.”


이런. 칭찬이 너무 과했던 걸까. 그녀가 데이트를 신청했다. 말로는 연기 연습이라는데... 과연 연습만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기. 맞지?”

“그럼요. 연기죠.”


이제는 한별 누나의 감정을 읽는 것도 쉽지가 않다. 짬이 차더니 연기가 능숙하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때마침 구원군이 등장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부르세요. 손님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계신대요.”

“어. 그래. 가야지. 가자 이든아.”


아쉬워하는 한별 누나를 뒤로 하고 파티 열릴 연회장으로 향했다.


“이든아.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어.”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아버지.”


내 옆을 거닐고 있는 잘생긴 미소년은 바로 우리 집의 장남 박이든. 얼마나 잘생겼는지 행동 하나, 하나에 품격이 느껴진다. 고작 10살이지만 지금도 수많은 여자들이 이든을 생각하며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어머니는 크리스티나. 그녀는 내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시작된 경쟁에서 가장 먼저 결실을 거둔 여인이다.


듣기로는 초인류 협회의 온갖 지원을 다 받았다고 하는데.


첫째 갖기 싸움에 등골이 휘는 건 다름 아닌 이 몸이었다. 초월을 몇 번 했는지 모를 나지만 힘들긴 힘들더라.


어쨌든. 장남의 어머니 자리를 차지한 크리스티나는 당당하게 안주인 역할을 차지했다.


지금도 파티를 참석한 사람들을 맞이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호호. 오늘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제가 영광이죠. 혹시 그 분은 어디 계신지...”

“남편은 이제 곧 오실 거에요. 그런데 선약이 잡혀 있어서 금방은 못 보실 것 같은데. 그래도 왔다고 말씀은 드릴게요.”


그녀는 손님들의 사회적 지위나, 나와의 친분을 고려하여 스케줄을 정리했다. 참으로 유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그녀가 1등이 아닌 2등, 3등이었어도 손님을 맞이하는 건 그녀가 아니었을까.


“크리스티나. 저 왔어요.”

“오셨어요. 당신?”


내 목소리에 크리스티나의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흘러넘치는 기쁨 때문에 그런 피로는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그녀의 행동을 용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꽤나 엄격하고, 종종 집착하지만 그 모든 게 나를 향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크리스티나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했다.


“X는 어디 있어요?”

“연회장 중앙에 있을 거에요. 자. 이든아. 우리 이든이는 엄마랑 손님 맞아야지?”


맏아들이니 손님들과 얼굴을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 같다.


이든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나와, 전직 초인류 협회의 수장.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이든은 주변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그 관심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본인은 그렇게 잘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든을 저 자리에서 데리고 나와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떠나기로 했다.


저런 고민은 남들이 간섭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내가 별로 기대 안 하고 있다고 부담 갖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상처를 입을 것이다.


스스로 이겨내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다 정말 힘들어하면 아빠 노릇을 할 생각이다.


연회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천하제일 빵집, 킥복싱 도장 같은 동네 지인들부터 시작해서 세계의 유명 인사들.


초인류 협회와 같은 비밀 조직들,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로 위장한 해방군 전우들까지 모두 모였다.


덕분에 회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거렸다. 클라우디오를 비롯한 경호원들이 길안내를 돕지 않았다면 정말 난잡했으리라.


X는 연회장의 가운데에서 바쁘게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빈아! 꽃다발 준비는 어떻게 됐어?”

“오늘 아침 도착했습니다.”

“음식들은.”

“준비 끝났답니다.”

“그래. 손님 중에 식사를 먼저 하시는 분도 계실 테니까. 지금부터 요리 시작하라 그래.”


X는 나이가 있는 만큼 일선에서 물러난지 조금 되었지만, 오늘과 같이 큰 행사가 있으면 나서 직접 진두지휘를 한다. 아직은 다빈이가 못미덥다나.


그와 리허설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근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연아! 무슨 일 있었어? 옷이 왜 그래?”

“우웅. 근처에 위험한 사람이 있어서 구해주고 왔어.”

“또 마법소녀 놀이 하고 온 거야? 이제 곧 행사 시작하는데 어쩌지?”


화사한 스타일의 미인이 그녀를 꼭 빼닮은 여자 아이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무래도 리허설을 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다.


“승윤아. 무슨 일이야?”

“상혁아! 글쎄 주연이가 글쎄 옷을 더럽힌 거 있지?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정말 못 말린다니까.”


꼭 자식의 잘못을 일러바치는 듯한 모양새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승윤이와 대화하고 있으면 초등학교 시절이 곧잘 떠오른다.


“아빠가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 그랬는뎅.”

“오늘은 마법소녀 놀이 끝!”


주연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박씨 일가의 장녀이자 둘째인 9살 꼬마 아이는 엄마의 야단에 속이 상한 듯하다.


딸이 눈물을 흘리기 전에 안아 들었다. 엄마를 닮은 탓인지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상혁아. 자식은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안 되는 법이랬어!”


그런 것 치고 승윤이는 맨날 어리광을 부리는데.


내가 보기에는 똑 닮은 두 사람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녀 나름대로 지켜야 하는 위엄이 있는 모양이다.


“흥. 나는 아빠가 더 좋아!”


주연이는 누구 보라는 것처럼 내 목을 껴안았다. 우리 딸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승윤이가 화난 너구리 모드가 되기 전에 그녀의 볼에 입술을 맞추었다.


“주연이는 내가 갈아입히고 올게.”

“... 아니. 내가 해도 되는데.”


그럴 리가. 이대로 보냈다가는 모녀간에 또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입막음비가 부족한 것 같아 다시 한 번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승윤이가 베시시 웃었다. 좋다. 이제 화가 어느 정도 풀린 모양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사랑해. 승윤아.”

“나도 사랑해 상혁아. 헤헤.”


연회장을 U턴해서 나가 옷을 갈아입을 곳을 찾았다. 그러는 동안 따님은 입을 삐죽였다.


“거짓말 아닌데.”

“아빠는 우리 딸 믿어.”

“진짜? 정말?”

“그럼. 아빠가 못 믿으면 누가 믿겠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그러자 주연은 얼굴이 환해져 신나게 무용담을 자랑했다.


“바깥을 보는데 저기 큰 다리에 차가 막 강으로 떨어지려는 거야! 그래서 달려가서 사람도 구해주고, 차도 구해주고 그랬어.”


연회장 근처에는 강이 없다. 차를 타고 1시간은 나가야 한강이 나온다. 게다가 9살 꼬마가 차를 들어 올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주연이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4명의 자녀 중에서 나의 피를 가장 진하게 물려받은 아이다. 주연이는 고작 9살에 불과하지만 초인과 같은 힘을 낼 줄 안다.


얼마 전에 심심하다길래 바엘을 소환해 놀이 상대를 맡겼는데 바엘이 백기를 들고 대가리를 박는 게 아니겠나.


아마 이 지구 안에서 우리 딸보다 강한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이든이가 자신 없어하는 이유 중 주연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적지 않다. 둘째가 자신보다 뛰어나니까 좀처럼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역할이 중요하다. 이든이랑 주연이 둘 다 삐뚤어지지 않도록 잘 달래주면서, 또 바른 아이가 될 수 있게 교육해야 하니까.


부모가 되는 게 참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 딸. 오늘 중요한 날인데 옷이 더러워지면 안 되겠지? 옷을 안 더럽히고 도움을 줬다면 엄마도 안 혼내지 않았을까?”

“... 넴.”

“엄마도 주연이를 너무 사랑해서 혼낸 거야. 이따가 화해하는 거다? 아빠랑 약속?”


조그마한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인다.


“좋아. 착한 아이한테는 상이 필요한 법이지. 아빠가 신기한 능력 알려줄게.”

“신기한 능력?”


주연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과장스럽게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아이가 입고 있던 드레스가 깨끗해졌다. 그 뿐 아니라 보석들이 곳곳에 꽃처럼 피어나 한층 아름다움을 더했다.


“우와아아! 아빠! 나도 이거 할래요!”

“그래. 이게 어떻게 하는 거냐면...”


딸아이의 환기를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제 혼났던 건 기억도 안 날 것이다.


주연이랑 손을 잡고 돌아가는데 저 멀리 성아 누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약속 시간에 한참 늦은 걸 보면 어제도 밤을 새워 별을 보다가 늦잠을 잔 것 같다.


그리고 일어나서는 다급하게 샵에 들렀다가 지금 막 모양. 그녀는 여전히 별을 정말 좋아했다.


“자기님. 미안해요. 미안. 미안해요. 제가 약속을 깜빡한 게 아니라.”

“괜찮아요. 누나. 아직 시작 안 했어요.”


크리스티나처럼 철두철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성아 누나처럼 허술한 사람도 있다. 나는 그들의 모든 부분을 사랑한다.


아무리 그래도 파티가 시작한 뒤에 왔으면 조금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우리 셋째는 어디 갔어요?”

“아...”


성아 누나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렸다.


“두고 온 것 같아요. 샵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집에서 기다리라고 그랬는데 급하다고 바로 와버려서...”

“데리고 올 게요.”

“미안해요.”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 마요. 주연이랑 들어가 있어요.”


폼으로 아빠인 게 아니다. 셋째가 어디 있는지는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


하늘이 잘 보이는 다락방. 셋째 진우는 거기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진우야. 재미있는 거라도 보여?”

“네. 별의 흐름이 아름다워서요.”


대답을 마친 진우는 일어나 내 손을 붙잡았다. 말수가 적지만 똑똑한 아이다.


그리고 성아 누나를 닮아서 그런지 별에 참 관심이 많다. 나이가 조금만 더 차면 진우를 데리고 우주여행을 다녀 올 생각이다.


내 아들은 해방군, 아니 우주 평화 유지군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재였다.


셋째마저 데리고 연회장으로 들어오니 어느새 파티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리허설 없이 진행을 해야 할 것 같다.


X에게 시작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가 유창한 진행 솜씨를 뽐내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은 존귀하시고 찬란하며 위대하신 박상혁님에게 뜻깊은 날입니다.”


수천이 넘는 사람들이 X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기 위해.


“바로 상혁님의 모친이신 김은주 여사님의 53번째 생신이십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폭죽이 터지고 오케스트라가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한다.


성화와 같은 축하를 받은 어머니는 어쩔 줄 모르며 당황하셨다. 매 년마다 겪으면서 아직 적응이 안 되신 것 같다.


당신께서는 조촐한 생일파티가 좋다고 하셨지만 이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우리 엄마가 누구의 어머니인데.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가난한 상황에서 나를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키우신 것만 봐도 세상 모든 사람들의 찬사와 축복을 받아 마땅하다.


그 모습이 보기 참 좋았다. 회귀 이전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고생을 덜 하신 만큼 여전히 미모도 고우시고, 성공한 커리어 우먼답게 자신감과 기품이 넘쳤다.


정확히 30년 전 오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생일날에 듣게 한 불효를 이제는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불이 꺼지고 커다란 스크린에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상영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며 추억을 만끽했다.


이제 우리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시작할 시간이다.


나와 아내들, 그리고 자식들은 준비한 선물을 들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의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영상이 꺼지고 불이 켜졌다. 우리를 발견한 엄마의 표정이 한없이 밝아졌다.


“어머니!”

“할머니!”

““생신축하드립니다!””


결국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 모습이 뭉클했다.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는지.


그래도 오늘은 그럴 일 없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겠지.


이 우주에 더 이상 나를 강제할 존재는 없을 테니까.


아. 검정 상혁 정도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나랑 얼굴을 붉힐 일이 뭐가 있겠는가. 당장 지금만 해도 엄마의 근처에서 손수 포장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있는데.


앞으로는 매순간 매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보낼 것이다. 나는 그래도 된다.


어머니의 생일 파티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 * *


공식 행사가 끝이 나고 피로연이 시작했다.


나의 업무는 피로연부터 시작이었기에 한동안 정신없이 손님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다 시간이 나서 힐링을 받으러 자식들을 찾았다.


“크리스티나. 이든이는요?”

“어머님 곁에 있어요. 어머님이 이든이를 많이 아끼시잖아요.”


그랬다. 내가 4명이랑 결혼을 한다고 밝혔을 때는 충격을 받으셨던 분이, 손주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충격을 회복하셨다.


아들을 이뻐했던 것만큼 손주도 이뻐하시는 것이다. 이든이는 그 중에서도 첫째고, 아들이니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럼 주연이는요?”

“주연이도 아마 어머님이랑 있을 걸요? 진우랑 소빈이는 할머님, 할아버님께 갔고요.”


참고로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든을 바라보고 계시지만 아직 정정하시다. 얼마나 정정하냐면 어지간한 중년들보다 더욱 건강하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젊음의 비결을 묻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두 분은 손자를 잘 둬서 그렇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고 한다.


그 말은 사실이다. 내가 초월자의 힘을 사용해서 노화를 늦췄으니까. 그래도 되냐고? 물론. 내 맘이다.


두 분은 천수 이상으로 삶을 누리실 것이다.


아이들 중 누구를 볼까 고민을 하다가 엄마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쪽은 사람 수가 딱 맞는데 엄마는 두 아이를 맡고 계시지 않나. 한 명 정도는 나의 힐링을 도와줘도 괜찮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든이 한 명 뿐이었다.


“어머니 주연이는요?”

“아까 삼촌 만나러 간다며 달려가던데?”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우리 둘째는 나의 힘을 짙게 이은 만큼 나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삼촌이라 함은 지훈이, 미르, 광언이 같은 친구들을 이야기하는데, 주연이에게 걔들은 재미있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전무도, 세계에서 주목받는 회사의 CEO도, UFC 챔피언도. 모두 주연이에겐 한 주먹거리였으니까.


요즘은 주연이가 나 대신 애들을 괴롭히는 바람에 나는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딸과 합작해서 친구들을 괴롭힐까 생각하던 찰나. 날카로운 비명이 회장의 분위기를 뒤집어놓았다.


“꺄아악!!”

“의사! 의사를 불러요!”


누군가 다친 것 같다. 도와주러 가려는데 한 사람의 발언이 내 뒤통수를 후리고 지나갔다.


“저 아이. 상혁 씨 딸 아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곧바로 권능을 사용해 소란의 중심지로 이동했다. 누가 보던 말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곳에는 나의 딸 주연이가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기시감이 들었다. 케이크 가게에서 엄마의 생신을 축하하려던 내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그 때의 내 나이가 서른이었고, 지금도 서른이다. 엄마의 생신이라는 점도 마찬가지.


다만 사람이 바뀌었을 뿐이다. 더 이상 나를 데려가지 못하니까 내 딸을 죽인 것이다.


“X발. 빌어먹을 운명.”


근처에 있던 닥터 파울로가 주연이의 상태를 살펴보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숨은 쉽니다. 그런데 의식이 없어요. 자세한 건 검진을 해봐야 알겠지만 뇌에도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자는 것도 아닌데. 이게 도대체 왜 그러는지...”


숨만 붙어 있으면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다고 자신하는 파울로가 난색을 표했다.


“당연하지. 영혼이 없으니까.”


이 지구에 더 이상 주연이의 영혼은 없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주연아!!!”


소식을 들은 승윤이가 달려와 눈물을 터트렸다.


“승윤아.”

“상혁아! 우리 딸이! 딸이이!”

“괜찮아. 갔다 올게.”

“어디로?!”

“주연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우리 딸이 어디에 있던 나는 그곳에 갈 것이다.


* * *


“여기는 어디지?”


주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까지 삼촌들을 놀릴 생각에 히히덕거렸는데 눈을 떠보니 사방이 하얀 공간이었다.


그 때 한 존재가 허공을 가르고 나타나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우와. 예쁜 언니다!”

“호호호. 칭찬 고마워요. 박주연 양.”

“어? 저를 아세요?”

“그럼요. 당신은 강하고, 선한 아이잖아요?”

“맞아요!”


주연이 양 팔을 허리에 붙이고 엣헴 가슴을 내밀었다.


여성은 두 손을 모아 가련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주연 양을 이곳에 불렀어요. 부탁이에요. 주연 양. 저희 세상을 구해주세요!”

“세상이요?”

“네. 사악한 마왕이 부활해서 사람들을 핍박하고 있어요! 용사님이 필요하답니다!”


여성의 절절한 부탁이 주연의 마음을 감화시켰다.


“제가 용사가 될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거죠?”

“그렇습니다!”


거의 다 넘어왔다 싶자 여성이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용사님이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주연님의 소원을 하나 이뤄드리겠습니다. 여신 이센느의 이름을 걸고!”


소원이라는 말에 주연이 헤실헤실 웃었다. 좋은 걸 받아 아빠를 놀래켜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납치에 이어 불공정 거래가 진행되려는 찰나, 허공이 찢어지고 그곳에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럼 동의하신 걸로 알고. 이쪽 포탈을 이요혹!”


여신 이센느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허공에서 떨어진 존재가 그녀의 머리에 무릎을 내리 꽂았기 때문이다.


“아빠!”

“후우. 주연아!”


이센느가 쓰러지건 말건 주연은 상혁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언제 보아도 좋은 아빠였기 때문에.


“아빠는 여기 언제 왔어요?”

“방금 왔어. 오는데 애 좀 먹었다.”


딸과 달리 상혁은 껍데기만 웃고 있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을 잃을 뻔 했는데 웃을 수 있겠는가.


딸의 앞이라 흉흉한 기세를 억누르고 있을 뿐이지.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신은 누구죠?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에요!”


머리를 박았던 이센느가 벌떡 일어나 불청객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머지않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 안 건넸음에도 두 신의 격차는 명백했다.


이센느는 어쩌다 저런 존재가 튀어 나왔는지 눈알을 굴리며 땀을 뻘뻘 흘릴 뿐이었다.


상혁이 주연을 바닥에 내리며 말했다.


“딸. 아빠는 저 아줌마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

“나도 가고 싶은데.”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야.”


그는 곧바로 이센느에게 향했다. 그녀가 아무리 뒷걸음질을 쳐도 두 신의 거리는 결코 늘어나지 않았다.


이윽고 이센느에게 어깨동무를 한 상혁이 흉폭한 기세를 터트렸다.


“야. 이 개X발 새끼야. 누구 맘대로 내 딸을 이세계로 소환시키려는 건데?”

“개...발이라뇨. 무슨 그렇게 심한 말을 하세요.”


살면서 그렇게 험한 말을 들어본 적 없던 이센느가 울먹거렸지만 상혁은 멈추지 않았다.


“딸이 죽을 뻔 했는데 안 하게 생겼냐? 이것도 신사적으로 말한 거야. 이 차원이 생긴 게 내 책임이 조금 들어가 있어서 말이야.”


이 뒤틀린 차원은 신이 사라짐과 동시에 나타났다. 명백한 이상 현상이다. 그러니 신을 죽인 상혁의 책임이 조금은 있다고 할 수 있다.


“... 그러면 용사님을 보내주시는 건가요?”

“되겠냐? 당장 내 딸 데리고 돌아갈 거야. 마왕은 니가 현신해서 죽이던가. X년아.”


용사의 소원을 들어줄 능력은 있으면서 마왕을 죽일 힘은 없다니 실로 모순적이지 않나.


여신은 뭐라, 뭐라 이유를 설명했지만 상혁은 듣지 않았다.


이센느도 어깨를 푹 숙이고 새로운 용사를 탐색하려 했는데, 주연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듬으로 상황이 반전했다.


“아빠! 저 용사 하고 싶어요!”

“주연아. 무서운 사람들이랑 싸우고, 죽이고 그래야 할 수도 있어.”

“그래도요! 이곳에 힘든 사람들이 많대요!”

“하아.”


상혁이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의 교육이 발목을 붙들었다. 신념이라는 건 이랬다, 저랬다 편한 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벌써부터 딸에게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이세계. 이세계라...”


따지고 보면 모든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곳이 이세계였다. 동료와 여행하며 멋진 추억을 쌓을 수 있으니까.


특별한 힘을 가진 주연이라면 지구보다는 이세계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주연아. 아빠랑 두 개만 약속하자. 첫째 한 번 시작한 이상 변덕으로 그만두면 안 되는 거다?”

“응! 아빠. 나 열심히 할게요.”

“그래. 두 번째는 힘들 때 반드시 아빠를 호출할 것. 아빠가 언제든지 달려와서 다 해결해 줄게.”

“응! 아빠 사랑해요! 정말 좋아!”


약속이 체결되자 이센느가 포탈을 열었다. 혹여나 결정이 번복되기 전에 주연을 보내려는 것이다.


“어이. 스톱.”

“... 네?”

“우리 아직 이야기 덜 끝났어.”

“따님과 약속하셨잖아요?”

“그건 주연이랑의 이야기고. 여기 싸인해.”


상혁이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그곳에는 그의 요구사항이 계약서의 형식으로 적혀 있었다.


1. 이세계와 주연의 육체를 동기화할 것.

2. 이센느가 지니고 있는 권능들을 대다수 주연에게 양도할 것.

3. 매일 7시가 되기 전에 주연을 지구로 돌려보낼 것.


이를 읽은 이센느는 잠시 말을 꺼내지 못했다.


1번이야 그렇다 쳐. 한 쪽에서 활동하는 동안 다른 쪽이 시체가 되는 건 싫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2번부터는 말이 안 되었다. 권능을 양도하라니? 그럼 그냥 손가락만 퉁겨도 마왕이 반으로 갈라질 텐데?


위험이 하나도 없는 무적 치트 용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팔불출!”

“응. 맞아.”


용기 내어 뱉은 질타가 곧바로 상쇄되었다.


“그래요. 여신이니까 용사에게 축복을 줄 수는 있죠. 좀 많이 줬다고 생각하면 되어요. 그런데 3번은 좀 아니지 않아요?”


세상 그 어떤 용사를 찾아 봐도 집에서 출퇴근 하는 용사는 없을 것이다. 그럼 야간 작전은 어떡하라고. 밤에는 마왕군이 안 쳐들어오나?


그러나 상혁은 완고했다.


“안 그래도 불법 노동력 착취를 하면서 야간에도 굴리겠다? 니가 사람새끼냐? 아. 신 새끼지.”


이센느는 망설였다. 3번을 충족하기 위해선 두 차원을 이어야 하는데 그럼... 사실상 이 세계를 갖다 바치는 꼴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만 해도 이렇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데 옆집 이웃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센느는 죽어도 그럴 수는 없었다.


“차라리 다른 용사를 찾겠습니다.”

“그래. 주연이를 네가 설득하면 그것도 괜찮지. 후보는 있고?”

“네. 박이든이라고 주연 양에 버금가는 재능을 가진 아이가...”


상혁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주먹을 꽂아 넣었다.


만약 이센느가 두 아이의 성을 유심히 살폈더라면. 이든이 상혁의 아들임을 알았더라면 맞지 않았을 것이다.


* * *


결국 이센느는 노예 계약을 체결했고, 주연은 즐거운 이세계 모험을 시작했다.


상혁은 틈틈이 이세계에 강림해 딸에게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모두 없앤 뒤 돌아가고는 했다.


만약 구경꾼들이 존재했다면 재미없다며 팝콘을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상혁은 자신의 선택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원래 해피엔딩은 재미가 없는 거라며.


앞으로도 쭉, 그가 죽기 전까지는 잔잔한 행복만 있을 거라면서 말이다.


작가의말

드디어 상혁이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감정이 벅차오르고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잘 정리해서 내일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독자님들이 있어서 글을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신 분들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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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0 newdayb
    작성일
    23.02.18 22:57
    No. 1

    유치한듯 하지만 설정도 구멍이 많지만 유쾌하고 재미난 열혈물 이었습니다. 그렌라간 같은 애니 한편 본 기분으로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by******..
    작성일
    23.08.17 00:28
    No. 2

    수고 하셨어요
    편하게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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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없고 지루한 해피엔딩 +2 23.01.01 349 6 27쪽
202 22.12.31 271 6 29쪽
201 리셋 22.12.31 240 6 22쪽
200 신의 선택 22.12.30 240 5 18쪽
199 구원자 22.12.30 227 5 23쪽
198 북쪽 전선 22.12.29 219 4 21쪽
197 검정 상혁과의 만남2 22.12.29 225 5 22쪽
196 검정 상혁과의 만남 22.12.28 232 5 18쪽
195 고3의 숙명 22.12.27 232 5 17쪽
194 사랑의 형태 22.12.24 245 4 19쪽
193 사랑과 전쟁 2 22.12.23 232 5 22쪽
192 사랑과 전쟁 22.12.22 237 5 19쪽
191 흑역사 박람회 22.12.21 246 5 18쪽
190 차원의 틈 22.12.20 221 5 18쪽
189 참교육 22.12.17 235 5 17쪽
188 주제파악 22.12.16 228 5 19쪽
187 힘을 숨긴 찐따?가 되다 22.12.15 248 5 22쪽
186 졸업, 입학 22.12.14 251 5 15쪽
185 관측 22.12.13 266 5 18쪽
184 악마와 함께하는 제주도 투어 22.12.10 257 5 18쪽
183 바엘 22.12.09 230 5 20쪽
182 제주도 현장학습 22.12.08 253 5 25쪽
181 샌드백 필요 22.12.07 267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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