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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29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21 22:00
조회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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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흑역사 박람회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91화



때는 2007년. 남우리 중학교가 세계 최고의 중학교에 등극한지도 벌써 2년째가 되었다.


학교의 위상이 올라갔지만 의외로 큼지막한 변화는 없었다.


남우리 엘리트가 해체를 선언하며 패악질을 부리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양아치들 또한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안 보이게 되었으니 사건이 발생할 건덕지가 없어진 셈.


덕분에 남우리 중학교의 학생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물론 외부의 간섭이 없다고 해서 삶이 무미건조해졌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


비단 남우리 중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학생들은 유래 없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어느덧 내 나이가 15살. 질풍노도의 중학교 2학년이었으니 바야흐로 중2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보통 15살 전후로 2차 성징이 일어나곤 한다.


호르몬이 주체할 수 없이 솟구치며 그로 인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증상을 훗날 ‘중2병’이라고 부른다.


떠올리기만 해도 이불을 뻥뻥차게 만들 흑역사들도 보통 이때 생성되곤 한다.


덕분에 나는 모처럼 재밌게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나만 멀쩡한 상태에서 흑역사를 직관하는데 어찌 재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샘숭에 부탁해서 디지털 카메라도 하나 구해왔다. 친구들의 지금 이 순간을 메모리에 담아 훗날 보여준다면 분명 기쁨에 몸서리를 칠 것이다.


나는 인식을 저해시킨 뒤 친구들을 찾아 살금살금 이동했다.


- 원조 라이벌 김지훈의 경우.


지훈이 있는 중학교에 도착하자 큰 인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 대다수가 여자였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오. 이거 시작부터 재미있겠어.”


나는 그들의 틈에 섞여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저 멀리서 한 명의 소년이 고고하게 등장했다.


짙은 금발에 잡티 없는 하얀 피부. 캐주얼한 옷차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호욕구를 자극한다.


동화 속 왕자님이 그대로 나온 것만 같은 모습을 보며 여자 애들이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왕자님!!!”

“오늘도 너무 멋져요! 끼야아악!”

“사.랑.해.요. 김지훈! 안.아.줘.요. 김지훈!”


예상대로 저 겉멋이 잔뜩 든 녀석이 바로 김지훈이었다. 녀석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팬클럽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팬클럽은 꺅꺅 거리면서 각자 가져온 조공품을 바쳤고 지훈은 곤란해하면서도 왕자님처럼 물건을 받아 주었다.


날이 쌀쌀하다며 보온병에 코코아를 타 온 학생에게는.


“고마워. 하지만 나를 챙긴다고 네가 춥다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라며 느끼하게 손을 잡아주었고.


수제 샌드위치를 싸온 여학생에게는.


“기뻐. 음식보다도 나를 생각해주는 너의 마음이 정말 기쁘다.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부른 것 같아.”


라며 물리법칙을 초월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팬클럽의 눈동자에 하트가 뿅뿅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크흐흡. 크그으으윽크흡.”


이를 숨어서 지켜보던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눈물이 많던 코찔찔이가 멋드러진 왕자님 행세라니. 변화가 너무 심하지 않나.


처음부터 호르몬에 휘둘리는 케이스가 등장했다.


지식집단 첫 모임 때만 해도 저렇지는 않았는데 어쩌다가 저렇게 변했을까. 짐작이 가는 게 없지는 않았다.


항상 2인자에 머물러야 했던 지훈이다. 중학교에 가서 1등을 차지했다고 들었는데 그 해방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꿈에서도 바라던 1등을 차지한 순간, 그동안 억눌려왔던 인정 욕구가 지훈을 집어삼킨 것이다.


‘이제는 1등이니까 1등처럼 행동해도 돼. 이상적인 1등이 될 거야.’


분명 이런 생각을 가졌을 터. 그 결과 나온 캐릭터가 저 ‘고고한 왕자님’이다.


원래부터 얼굴은 곱상한 편이었기 때문에 조금 꾸미는 것만으로도 많은 인기를 끌었겠지.


실제로 많은 여자 아이들이 지훈이를 좋아하지 않나.


잘 된 일이다, 박수를 보낼만한 일이고. 아마 다른 남자 아이들은 지훈이를 어지간히 부러워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지훈이가 훗날 이 시기를 웃으며 회상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자기 별명이 ‘왕자님’이라고 팬클럽을 ‘공주님들’이라고 부르는 상황인데 어떻게 아무런 타격을 안 받겠나.


아마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언행이 느끼했음을 깨달을 것이다.


나는 특등석에서 왕자님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얼마나 즐거운지 팝콘이 벌써 바닥을 보일 정도였다.


“사진은 찍었고... 이제 뭐를 해 보실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금 나타나 지훈이를 놀리는 것. 아니면 지금은 몸을 숨겼다가 훗날 지훈이를 놀리는 것.


놀리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어떻게 놀려야 더 재미있는 반응이 나올까가 중요할뿐.


고민을 해보았는데 지훈이의 경우는 지금 놀려도 충분히 재미있는 반응을 보일 것 같다.


나는 잠시 학교를 벗어나 다른 아이들처럼 조공품을 구해온 뒤, 인식저해를 풀었다.


지훈은 갑자기 늘어난 팬을 보고 잠깐 놀랐으나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 다가왔다.


“오홍홍. 왕자님.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빵집의 신상품이에요.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을 거랍니다?”

“...”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훈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다.


“사사상혁아?”

“에잉. 너무 삭막하당. 왜 저한테는 공주님이라고 안 불러줘용? 크흡. 크으으윽.”


지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것 같은데 제대로 된 언어로 나오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괜찮아. 무슨 상황인지 다 이해하고 있어.”

“... 정말?”

“정말. 잘 어울리는 거 같아.”


가만히 있으면 지훈이가 충격을 받을 것 같았기에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어디까지나 놀리러 온 거지 괴롭히러 온 게 아니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즐겼다.


“솔직히 너 정도면 이렇게 왕자님 노릇해도 이상하지 않아. 외모도 잘생겼지, 공부도 잘하지. 누가 뭐라 그래?”

“... 그럴까?”


지훈이의 멘탈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다름 아닌 나의 칭찬이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기는 듯하다.


“그렇다니까. 여자 애들한테 고백 엄청 받는 거 아냐? 막 책상 서랍 가득히 러브래터가 채워져 있고.”

“에이. 그 정도는 아냐. 하하.”


훗날 지금 이 순간이 흑역사가 될 걸 안다고 해서 응원을 아껴서는 안 된다. 이 또한 성장과정 중 하나였으니까.


마구 응원해주고, 마구 날뛰게 만든 다음, 훗날 스스로 깨닫고 성숙해지는 게 베스트다.


나는 지훈이의 왕자 생활이 부디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 맞다. 헤어지기 전에 하나만.


“그래서. 여자친구는 있어? 아니면 마음에 드는 애라도?”

“헉!”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반응만으로도 들은 셈이나 다름이 없으니.


“쪼그만하던 애가 벌써 다 커서 여자친구도 만들고. 이 형님은 지훈이 네가 자랑스럽구나.”

“놀리지 마! 그런 거 아니야!”


방방 뛰는 지훈이를 피해 도망치듯 학교를 벗어났다.


지훈이가 여자친구라니. 아마 미래의 지훈이와 술을 마신다면 굳이 안주가 필요 없을 것 같다.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추억이 샘솟으니 말이다.


- 직속 정보부대의 수장 이다빈의 경우.


다빈이는 나를 따라서 남우리 중학교로 오기도 했고, 여전히 보고도 자주 올리기 때문에 얼굴을 볼 일이 많았다.


그런데 다빈이의 경우 초등학교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자주 봐서 바뀐 티가 안 나는 걸까? 아니면 2차 성징이 늦는 건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겠지만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월자가 아닌가. 거기에 바쁜 일정을 거의 다 끝마친 한가한 초월자기도 하다.


하여 다빈이의 과거와 현재를 꼼꼼히 비교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곧바로 나왔다.


자주 봐서 변화를 못 느낀 건 아니다. 다빈이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예의바르고 격식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2차 성징이 늦게 온 걸까? 아니. 그것도 아니다. 다빈의 신체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성장했다.


저렇게 호르몬이 활발하게 작용하는데 사춘기가 안 왔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숨기고 있는 거구나.”


입꼬리가 히죽 귀에 걸렸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그 혈기를 바깥으로 뿜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속으로 꽁꽁 숨기고 자신만 즐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빈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나름 정보부대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게 관리를 했던 모양.


그러나 그래봤자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이 있는 법이다.


굳이 내가 나설 필요도 없다. 다빈이를 관리하는 것은 X였으니까.


“X? 중2병이라고 들어봤어요?”

“예. 알고 있습니다.”

“다빈이는 그런 거 없나요?”

“흐흐. 안내하겠습니다.”


X가 자료를 모아두었다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는 먼저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미있는 영상인가 봐요?”

“볼만하실 겁니다.”


X의 입가가 실룩였다. 젊은 사람들의 방황을 관람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의 특권이다.


버터에 구운 오징어와 땅콩을 가져온 X는 빔 프로젝터를 가동했다. 그러자 가면과 망토를 착용한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고딕 느낌이 나는 어두운 아지트에서 홀로 포즈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훗. 오늘도 세상은 평화롭군.”

“크하하하학! 크흐흑? 쿠헬헬헬헬.”


웃음이 터지기까지는 5초면 충분했다. 그만큼 다빈이의 비밀은 치명적이었다.


“쟤는 왜 가면을 쓰고 저런 포즈를. 프하하하학 하학 학!”


아무래도 활동하는 영역의 차이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훈이는 대면활동을 자주하고, 다빈이는 음지에서 정보를 수집하니까. 각자의 이상향이 다를 수밖에 없지.


음지에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신원불명의 히어로. 얼마나 멋진가?


비록 내 누적 나이가 40대를 돌파했을지라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했다.


“과연 이 안건을 주군께 보고를 드려야 하나... 나의 선택에 따라 수많은 생명이 죽고 살아나겠지. 선택은 하늘이 하시되, 준비는 이 몸이 하는 것이도다.”


참고로 영상 속 날짜의 보고 안건은 남우리 중학교의 급식 선호도 조사였다. 한창 성장할 시기의 중학생에게 급식은 중대사긴 하지만 그래도 생명이 걸렸다는 말은 msg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


나와 X는 킬킬거리며 오징어를 씹었다.


“후후. 나야 지고하신 분의 충실한 종복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소년은 아니란 말씀. 다크 스타 쉐도우 버스터를 사용하면 모두가 심연으로 사라질지어다.”

“흠... 필살기는 다크 스타 쉐도우 버스터...”


영상을 지켜보며 다빈 세계관의 설정을 기록해두었다. 세밀하면서도 엉성한 것이 딱 중학생이 지을만한 설정이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어둠과 동화할 수 있음... 아. X. 이거 영상본이면 지금은 뭐하고 있어요?”

“실시간 영상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정기 보고 시각까지는 아직 40분가량이 남았다. 다빈에게 있어서는 몇 안 되는 자유시간이다.


실시간 영상 속에서 다빈은... 이전 영상과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평화란 때론 따분한 것이지. 평범한 이들에게는 안식의 시간이겠지만 나와 같은 야수에게는 그저 독에 불과하구나.”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다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실시간 방송답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아... 나는 저 들판의 맹수가... 으헉? 상혁이? 이 시간엔 어쩐 일로? 무슨 일 생겼나?”


어둠의 다크 마스터는 어디가고 다빈이 다시 튀어나왔다. 다빈은 허둥지둥하다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 상혁아!”

“그래. 다빈아. 다름이 아니고 정기 보고를 조금만 일찍 받을 수 있나 해서. 바쁜 일 있어?”

“어? 어어. 어. 아니. 갈 수 있어. 갈게.”


다크 마스터는 다급히 가면과 망토를 벗어 던지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세상을 뒤에서 조종하는 실권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고마워요. X. 덕분에 좋은 구경했네요.”

“아닙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머지않아 다빈이가 도착할 테니 약속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봤자 한 걸음 거리라 이동이 수월했다.


장소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자니 다빈이가 헉헉거리며 뛰어와 보고를 시작했다.


“그래서 인근 중학교에서는... 왜 그렇게 봐? 혹시 이상한 거라도 있어?”


다빈은 보고를 하다 말고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지훈이 때처럼 흑역사를 건드릴지 말지 고민을 하다 보니 시선 처리에 실패한 모양이다.


지금 다크 마스터를 소환해도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번 안건은 과감히 덮기로 했다.


혼자만의 망상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켰다? 나였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은근히 멘탈이 약한 다빈이라면 충분히 스스로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모른 척 하기로 했다. 초조한 듯한 다빈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언제나 고생이 많다 싶어서. 이번에 보너스 좀 챙겨줄 테니까 필요한 곳에 사용해.”

“어?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마워. 잘 쓸게.”


근시일내로 다크 마스터의 사무실에 새로운 장신구가 추가될 것 같다. 앞으로도 틈틈이 다크 마스터의 행적을 기록해두었다가 나중에 소설로 발간이나 해볼 생각이다. 첫 부는 다빈이에게 줘야지.


이제는 다음 타겟으로 넘어갈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번에는 해외로 유학을 간 광언이를 만날 생각이다. 성에 개방적이고, 술과 마약이 판치는 외국이니 어쩌면 광언이도 파격적인 변신을 했을지도 모른다.


- 골목대장 김광언의 경우.


“어. 상혁아! 오랜만이다! 여긴 어쩐 일이야?”


기대와 달리 광언이는 별 일이 없었다. 성장기를 맞아 체격이 조금 좋아졌다 뿐?


문신도, 담배도, 여자도. 그 어떤 불량의 기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추럴 본 불량 김광언이라면 무언가 큰 임팩트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건실한 청년이 된 걸까. 조금은 실망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광언이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기쁜지 나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일 때문에 출장 온 거야?”

“어. 비슷하지. 네 생각이 나서 보러 왔어. 잘 지내지?”

“흐... 감동이다. 뭐. 요새도 하루 종일 맞고만 산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요즘엔 조금은 때리기도 한다는 점?”


광언의 말 덕분에 어째서 녀석이 중2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주먹은 때론 치료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분노조절을 못한다는 환자도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지 않나. 광언이의 케이스도 그와 비슷하다.


주변에 강한 사람뿐이니 탈선이라도 했다간 많이 맞았으리라.


하루 종일 운동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니 호르몬에 휘둘릴 일도 없고.


상담 선생님들이 사춘기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괜히 운동을 추천하는 게 아닌 듯하다.


“재미없는 녀석.”

“응? 뭐라고 그랬어?”

“아니. 오랜만에 스파링이나 뜨자고.”


실망이 컸다. 그렇기에 다른 수단으로 즐거움을 대체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광언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 내가 성장을 하긴 했지만 아직 너한테는 안 될 거 같은데...”

“올라 와.”

“오늘 레슨이 곧 시작이기도 하고...”

“스승님이라는 사람이랑 같이 올라 와. 실력 좀 보자.”


거부권이 없다는 걸 깨달은 광언은 의지를 불태우며 링에 올랐고, 곧바로 나가 떨어졌다.


악마의 왕이랑 대련해도 아쉬움을 느끼는 이 몸이다. 기대 받는 유망주라고 해서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속은 시원해졌기에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흠. 이제 남은 인물이 누가 있더라...”


대적자 출신 남미르는 아직 초딩이라 중2병에 안 걸렸고, 아역배우 유한별 누나는 이미 중2병이 지나갔다.


심지어 한별 누나는 중2병도 재미없었다. 연기를 향한 갈망 때문에 통통 튀는 감정을 티내지 않고 제어하다니. 아마 같은 나이 대에서 저렇게 성숙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 한별 누나도 나가리고. 남은 건 승윤이 혼자인데...


- 절친한 친구 장승윤의 경우.


사실 승윤이는 초등학교 시절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해맑고, 낙천적이며, 내 옆자리를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도, 지금도 나를 발견하면 손을 흔들며 달려온다.


“상혁아!!!”


그래. 바로 이렇게.


“상혁아. 상혁아. 히히. 또 보니까 좋다.”


말하는 것도, 성격도 초등학교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체적 성장이 없었냐? 그건 아니다. 이제는 어린 애라고 부르지 못할 정도로 여성적인 특징이 두드러졌다.


그런데 왜 하드웨어는 발전하는데 소프트웨어는 그대로일까.


다빈이처럼 숨기는 게 있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고민을 해도 답이 안 나왔기에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려서 험한 일을 많이 겪어서 중2병에 면역이 생겼을지도 모르지 않나.


친구 된 입장으로써는 차라리 잘된 일이다. 만약 승윤이가 머리를 염색하고 치마를 줄이며 담배라도 폈다간 그 자리에서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르니까.


승윤이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맑게 있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인생에서 1번만 즐길 수 있는 흑역사 박람회 관람을 끝마쳤다. 생각대로 즐겁고 보람찬 시간이었다.


...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중2병 박람회가 야간개장을 시작했다.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승윤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던 승윤이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꺼내 들었다.


승윤이와 크리스티나의 만남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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