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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04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24 22:38
조회
244
추천
4
글자
19쪽

사랑의 형태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94화



맞았다. 그것도 많이 맞았다. 여자 손이 그렇게 매운 건지 처음 알았다. 설마 초월자의 방어력을 뚫을 줄이야.


나의 4다리 선언 이후, 우리들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가장 기뻐한 것은 별자리 연구소의 유성아.


자신의 마음을 꽁꽁 숨기고 짝사랑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사자가 나타나 고백을 한 셈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성아는 어버버 하면서도 나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은근슬쩍 엉겨 붙었다.


4명 중 네다리에 대해 가장 반발심이 적었던 사람이다.


애초에 유전자만 받아갈 각오까지 했던 만큼 연인이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히 기뻐했다.


갑작스러운 관계 변화가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종종 연구실을 찾아 그녀와 시간을 보내곤 한다.


네 사람 중 나와 정신연령이 가장 비슷한지라 대화 코드가 잘 맞아 좋다.


반면 가장 싫어한 사람은 크리스티나였다.


차였으면 차였지 양다리는 인정하기 싫단다. 자기가 승윤, 한별, 성아를 합친 것보다 예쁜데 왜 같은 선상에 놓여야 하냐면서.


솔직히 말하면 크리스티나가 이렇게 반대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도착하기 전만 해도 초인류 협회는 필요에 의해 유전자를 주고받는 일이 잦지 않았던가.


크리스티나는 그런 집단의 수장이었던 만큼 연애에 개방적일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녀가 너그러운 건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다.


승윤과 한별, 성아가 각자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크리스티나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쩌면 나를 존경하는 만큼, 그 옆자리 역시 완벽한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그 위치에 자신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야심찬 여인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을 것이다.


정말 너무하다고, 소원 들어주기로 해놓고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고 욕을 쏟아부은 그녀는 생각을 바꾸기 전까지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녀는 단순히 부하 이상으로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하던 사람이다. 한동안 옆자리가 허전할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자업자득이니 견뎌야지.


한별 누나는 크리스티나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충격을 받은 편이다.


한국인으로서 1부 1처 문화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 이외의 경우를 생각해 본 적 없었을 것이다.


한별 누나 또한 잘나는 배우인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 그녀 혼자로는 남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괴로웠겠지.


누나는 나에게 실망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는 말 또한 꺼냈고. 그 뒤로는 촬영장에서 마주치더라도 조금 서먹하다.


그래도 무시는 안 당하니 최악은 아니다. 언젠가는 그녀를 설득할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승윤이. 승윤이는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나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친구 이상의 단계를 밟아가며 기쁨을 표출하고 있다.


상반된 감정이 뒤섞인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하굣길에서.


“상혁아 같이 가자...”


어깨가 축 처진 상태에서 울적하게 하교권유를 하는 것이다.


내가 말없이 손을 내밀면 승윤이는 흐물흐물한 손으로 이를 붙잡고 서서히 활력을 회복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기분이 좋아졌다 싶으면 망설이는 얼굴로 묻는다.


“상혁아. 우리 파...팔짱 낄까?”

“그러자. 여자친구의 부탁인데.”

“여자친구...!”


그 때부터 승윤이의 텐션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변한다. 보통 교문을 지날 때 즈음 그런다.


그 뒤로는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연인끼리의 시간을 보낸다.


또 얼마 안 있으면 네다리라는 생각에 축 처지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그녀의 행복을 채워주고 있다.


4명의 여인을 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계획은 야심차게 시작한 것에 비해 삐그덕거리는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초월자라고 하더라도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법. 할 수 있더라도 그래서도 안 되고.


지금 당장은 고백을 받기 전 상황보다 힘들고 껄끄럽지만 미래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믿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집중할 수밖에.


* * *


2009년. 17살이 되었다. 나의 소속은 이제 고등학생이다.


그동안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심심해서 국내의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가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고.


한국을 세상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로 만들었다가 국제 분쟁이 일어나 서열정리를 하러 다녔으며.


스타X크래프트라는 e 스포츠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리그X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으로 판을 옮겨 또 한 번 싹쓸이를 할 생각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꿈꿨던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채우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덕분에 별명도 많이 생겼다. 폭군, 양심도 상도덕도 없는 놈, 개X끼, 어째서 하늘은 아무개를 낳고 박상혁을 낳았단 말인가 등등.


처음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선망을 받았는데, 마음이 가는 대로 다 쓸어먹고 다니다 보니 슬슬 미움 스택이 쌓이기 시작했다.


초보자 구역에서 깽판치는 고인물 이미지라고나 할까. 잘난 건 알겠는데 저렇게까지 해먹고 싶냐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 질문을 직접 들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응. 짜릿해. 늘 새로워. 최고야!”


단순한 업적이 아니다. 인생 1회차 때 내가 동경하던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이룬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의외로 욕을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원색적인 비난은 몰래 정보부대에게 명령을 내려 잡아 족치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그 또한 관심과 부러움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


가끔은 날을 잡고 악플들을 골라 읽으며 킬킬 웃곤 한다.


어쨌든.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제 2회 천하제일 박상혁 스카우트 대회 역시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세계 최고의 고등학교가 또 새롭게 탄생하고 말았다.


뭘 해도 사건과 사고를 몰고 다니는 사람답게 그동안 정말 시끌벅적한, 별의 별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변화를 한 가지만 뽑자면 여자친구들의 변화를 꼽을 것이다.


결국 4명의 여자친구가 연인 관계에 대해 합의를 내렸다.


언제나 내부의 혼란을 잠재우는 것은 외세의 침입이다.


내가 여러 분야들을 제패하며 명성을 떨칠 동안 이득을 챙긴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사회는 언제나 천재를 반긴다. 천재는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며, 그로 인해 해당 분야의 부흥을 이끌기 때문이다.


바둑이 그랬고, 야구나 골프가 그랬으며, e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이 몸은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하며 모든 분야를 휩쓸지 않았나.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한국 문화 홍보대사 그 자체였다. 이제는 한 분야를 정복하고 퇴출당하는 것이 하나의 컨텐츠가 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했고, 와달라는 초청장은 쌓여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부가적으로 이득을 보는 게 누구일까. 바로 기자들이다.


기자들의 팬은 멈추지 않았다. 나의 행보를 예측하고, 평가하며, 칭송했다. 그것만으로도 증쇄를 어마어마하게 찍을 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 꽃이 바로 ‘연애 찌라시’라 할 수 있다.


기자들은 나와 엮을 수 있는 여성이란 여성은 모두 엮어서 기사를 써내리고는 했다.


심지어 한 번 마주친 여성이나 아예 마주치지 않은 여성까지도.


그럼에도 신문사에 철퇴가 떨어지지 않은 것은 그들의 찌라시가 대부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들이 파악한 것보다 많은 접촉들이 있었다.


그들이 써 내린 연애기사들을 쌓아올리면 빌딩을 세울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기자들이 파악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취미를 빌미로, 우연을 가장하여, 아니면 노골적으로 접근을 하고는 나를 소유하려 들었다.


어떤 이들은 미약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서슴없이 나신으로 유혹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숨 쉬는 것만큼이나 염문이 자주 퍼지면 숨긴다고 하더라도 숨길 수가 없는 법이다.


당연하게도 네 명의 여자친구 또한 그 사실을 똑똑히 인지했다.


그 중 일부는 내가 유혹당하는 걸 직접 목격하기까지.


승윤이는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흘리며 나의 옆에 착 달라붙기도.


이는 내가 처신을 잘한다고 해서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믿음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아니었고.


다시 말하지만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는 건 언제나 외세의 침입이 있었을 때였다.


그래서 비밀리에 4명의 회동이 열렸다.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 네다리를 용인한 적은 없지만, 그와 관련한 이슈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 없었더라면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까.


시간이 흘러도 사랑이 식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네 사람은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굳히고 공고히 하려고 마음먹었다.


지금 상황이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4명의 경쟁이 아닌 40명, 아니 400명의 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느니 지금처럼 4명의 선에서 막는 것이 싸게 먹힐 수 있었다.


하여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였지만, 합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4명의 연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었기에.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요 쟁점은 데이트 시간 분배였다.


승윤과 성아의 경우 공평하게 4분할을 하자는 입장이었고, 크리스티나와 한별은 그게 불공평하다는 입장이었다.


크리스티나와 한별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상혁이랑 시간을 많이 못 보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다. 더 많은 시간을 분배해 달라.’


승윤과 성아 또한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상혁이는 그동안 공평하게 시간을 투자하려 했다. 튕긴 것은 그쪽이면서 왜 우리가 양보를 해야 하냐.’


이권을 가지고 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서로에 대한 불만, 질투, 불편했던 속내 등을 가감 없이 토로했고 그 때문에 회담이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합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결과를 정해두고 하는 논의가 아닌가. 합의를 도출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선 서로의 양보가 필요하다.


결국 외세의 침략에 대한 걱정이 그녀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네 명은 합의를 마친 날 나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리고 자신들의 결정을 들려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터져 나오는 기쁨은 진심이었다.


“고마워. 다들. 내가 정말 잘 할게.”

“그 말 지켜주세요. 몇 배는 잘해주셔야 해요. 후회하게 만들면 안 돼요.”

“맞아 상혁아. 바람은 절대 안 돼!”


네 사람은 서로에게 보내던 견제를 나에게 집중시켰다. 앞으로는 나 홀로 네 사람의 투정과 질투를 다 감당해야만 한다.


내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된 셈이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정말로 행복하다.


“그럼 우리 같이 밥이나 먹을까?”

“아니! 그 전에 할 게 있어 상혁아!”


오랜만에 요리 솜씨를 발휘해볼까 했는데 승윤이 제동을 걸었다.


먹는 걸 정말 좋아하는 그녀인데 식사를 거르다니. 보통 중요한 일인 아닌 것 같다.


네 명은 눈빛을 주고받았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건지 대표로 크리스티나가 나와 두 손을 벌렸다.


“응? 손?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네. 상혁님의 스케줄 표를 조금 만지고 싶어서요. 아. 초청장 온 것도 있으면 주시고요.”


마치 제 물건을 달라는 것만 같은 당당함이다. 나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 이유를 물었고 네 사람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여자가 있을 법한 스케줄은 다 캔슬시킬 거야.”

“상혁이는 여자친구가 네 명이나 있으니까 만날 필요가 없잖아?”

“하. 건방진 년들. 감히 누구한테.”


기본적으로 나의 일정은 개인 매니저 유니티나 비서실장 X가 관리한다.


아무리 크리스티나가 최측근이라고 하더라도 이에 간섭하는 건 월권행위다. 하물며 내가 직접 선정한 행사들인데 그걸 취소하겠다고? 내 체면이 있는데?


나는 팔짱을 끼며 결정을 내렸다.


‘음. 그냥 줘야겠다.’


병법서의 대가 손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때로는 논리적 모순이 있더라도 굳이 지적하지 않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결과적으로 싸움을 피할 수 있지 않았는가. 내가 이긴 셈이나 다름이 없다.


어쩌면 손자 선생님도 여자친구가 여럿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순순히 스케줄 표를 내밀었고 네 사람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달려들어 표를 난도질했다.


그동안 쌓였던 원한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순순히 내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만약 끝까지 버텼다면 물어뜯기는 것은 표가 아닌 나의 목덜미가 되었으리라.


“아. 맞다. 꼭 가야 하는 행사도 있는데.”

“그건... 괜찮아요.”


크리스티나의 미소가 의미심장했다. 다른 이들 또한 그 오묘한 웃음을 공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미소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 *


“어머. 오늘 저희 무에타이 한국 선수권 대회를 빛내주셔서 감사해요. 정말 멋졌어요.”


여느 때처럼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대기실로 돌아오니 한 여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을 본 기억이 있다. 분명 무에타이 판의 아이돌이라고 불리던 여성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일이냐는 눈빛을 보내자 그녀가 은근슬쩍 거리를 좁히며 속삭였다.


“표면상의 이유는 인터뷰에요. 상혁님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꽤 많거든요. 저 또한 그 중 하나고요. 후훗.”


후훗이고 자시고 빨리 인터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그녀는 눈치가 없는 건 아닌지 질문을 시작했다.


“정말 탁월한 실력이셨어요. 프로 분들도 입을 벌리면서 보시던 걸요? 혹시 비결이라도 있을까요?”

“어려서 배운 적이 있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무에타이 협회장님이랑 안면이 있으시다고 하셨죠.”


그렇다. 이제는 협회장이 되어버린 홍 관우 사범과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다.


나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이기도 하고, 엄마의 동생과도 같은 유리 누나의 남편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매형인 셈인데, 그 양반이 눈물을 질질 흘리며 부탁을 하는데 매정하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나온 것이고.


인터뷰를 하는 여성은 매형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 누나가 있으시구나. 그럼 혹시 여자친구는 있으세요?”


누나와 여자친구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실히 대답해주었다.


“네. 일반인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습니다.”

“아하. 역시 이렇게 잘생기고 몸이 좋으신데 여친이 없으실 리가 없죠?”


그녀의 손길이 내 몸을 훑는다. 나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손을 쳐냈다.


“뭐하시는 겁니까?”

“에이. 시합 후에는 호르몬 때문에 불끈불끈하시잖아요. 여친 분이 얼마나 성숙한지는 몰라도 그거 다 감당 못할 걸요? 나는 감당할 수 있는데~”


나에게서 떨어진 손은 이제 그녀의 얇은 옷을 잡아 늘인다. 안 그래도 민망했던 옷이 한층 더 망측해졌다.


“저 좋다는 사람 많아요. 솔직히 상혁 씨 여친보다 예쁠 자신도 있고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


어... 그럴 거 같은데? 골키퍼가 4명인데 틈이 있으려나, 하나 같이 야신 급으로 뛰어나기도 하고.


내가 말없이 지켜보자 그녀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뭐. 뭐에요. 왜 그렇게 봐요?”

“아뇨. 그... 힘내세요.”


똑똑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처럼 때마침 누군가가 대기실을 두드렸다. 그리고 허락을 받지도 않고 들어왔다.


무에타이 여성은 다급히 옷자락으로 몸을 가려야만 했다.


“뭔가요! 허락도 안 맡고 들어오시면...”


그녀는 말을 다 내뱉지 못했다. 지금 들어온 여성의 미모가 숨을 턱 막을 정도로 빼어났기 때문이다.


“실례. 상혁님께 보고드릴 사항이 있어서.”


오늘따라 화장에 힘을 꽉 준 크리스티나는 무에타이녀의 앞에 서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다가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흘렸다.


“골키퍼가. 뭐? 하핫!”


그 한 마디로 충분했다. 무에타이녀도 예쁜 편이긴 하다만 아름다움을 타고난 크리스티나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뭐라도 반박을 하기 위해 입을 오물거렸으나 끝내 말다운 말은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격차가 너무 컸기에. 결국 그녀는 황급히 대기실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내 곁에 붙어서 다가오는 여성들에게 꼽을 준다. 그것이 크리스티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나는 크리스티나가 건네는 서류를 건네 받으며 물었다.


“이제 좀 속이 시원해요?”

“네. 조금은요.”


당연히 시원해야지. 내게 초청장을 보낸 기관들에게 헛짓거리 하지 말라고 협박하고, 신문사에 연애 찌라시 금지령을 내렸으며, 이렇게 옆에 딱 붙어서 호위까지 하고 있는데 속이 안 시원하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아마도 근시일내로 내 주변 반경에 여자라는 생명체는 모두 자취를 감출 것 같다.


크리스티나는 내 옆에 앉아 머리를 기댔다.


“감사해요.”

“뭐가요?”

“이렇게 우리가 맘대로 설치는 거, 당신이 배려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똑똑한 여인답게 나의 노고를 알아주었다.


내가 알기로는 선택지가 단 하나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걸 선택했다고 감사를 받다니...


이럴 때는 굳이 모순을 지적하지 않는 편이 좋다. 괜히 말을 꺼냈다간 저 감사마저도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은은한 미소로 대답할 수밖에.


잠시 눈을 맞추고 있는데 크리스티나의 눈이 깜빡거렸다. 무언가 원하는 반응이 있다는 신호다.


나는 정점의 두뇌에게 그녀의 요구사항을 분석하라 명령했고 이내 최적의 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오늘 정말 예뻐요. 크리스티나.”

“아이 참. 당신께서 그렇게 말해주니까 정말 행복하네요.”


다행히 정답을 맞췄다. 그녀의 입가에 행복어린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 행복이란 건 유지하기 겁나게 힘든 거라는 생각을.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후회와 번민을 억누르며 제압했다.


4명을 선택한 건 잘 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 그렇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작가의말

지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이브라고 논 것은 아니옵고. 방 안에서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사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상혁이의 이야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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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구원자 22.12.30 227 5 23쪽
198 북쪽 전선 22.12.29 219 4 21쪽
197 검정 상혁과의 만남2 22.12.29 225 5 22쪽
196 검정 상혁과의 만남 22.12.28 232 5 18쪽
195 고3의 숙명 22.12.27 232 5 17쪽
» 사랑의 형태 22.12.24 245 4 19쪽
193 사랑과 전쟁 2 22.12.23 232 5 22쪽
192 사랑과 전쟁 22.12.22 237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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