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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02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31 22:00
조회
239
추천
6
글자
22쪽

리셋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01화



“검정 상혀어어억!!”


막사를 박차고 들어갔다. 쉬지 않고 달린 탓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해요!”

“일단 진정해. 네가 말한 대로 떠날 채비는 다 마쳤으니까. 무슨 일인지 정도는 듣고 떠나도 될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얼굴이 몇 보였다.


검정 상혁 직속의 남쪽 부대가 주를 이루었고.


다르미안, 세프니아 등 북쪽에서 맺었던 인연들과 리온을 비롯한 동쪽의 생존자들 또한 드문드문 보였다.


리온에게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작전에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설명을 듣고 모인 사람들인 것 같다.


“이걸로는 모자라요.”

“모자라? 사령관급이 3명이나 나서고 다른 초월자들도 있는데?”


이렇게 모여 준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모자란 게 사실이다.


“네. 모자라요. 저희는 신을 죽여야 하니까요.”


파장이 일었다. 죽어가고 있다지만 신이 주는 압박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검정 상혁의 표정 또한 심각해졌다.


“나는 기껏해야 신이 무언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그걸 대비하려면 신을 죽여야 한다?”

“네.”

“말해봐. 지구에서 뭘 깨닫고 온 건데?”


나는 텅 빈 공간과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신이 다시 한 번 빅뱅을 일으키려 한다는 사실 또한 들려주었다.


자리에 참석한 초월자 하나가 손을 들며 질문했다.


“가설일 뿐이잖아요?”

“일어날 확률이 높은 가설이고, 만약 실현되었다간 전 우주의 모두가 목숨을 잃을 가설이죠. 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나의 확답에 사람들의 얼굴에 착잡함이 내려앉았다. 어찌 되었든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도 신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과연 지금 출발해서 따라잡을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부터는 정말 시간 싸움이다. 멸망이 코앞까지 임박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상황이었지만 나는 이대로 뒈지기 싫다. 가능한 한 발버둥 칠 것이다.


“그러니. 인원을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누겠습니다. 선발대는 신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고, 그동안 후발대는 병력을 이끌고 합류해 신을 요격할 겁니다.”


이 작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신을 따라잡는 것. 이는 검정 상혁에게 일임할 생각이다.


어둠을 타고 달릴 수 있는 그의 권능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니. 검정 상혁이 나서지 않는다면 따라잡을 방법이 전무하다.


“검정 상혁. 도와줄 거죠?”

“... 그래.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네 계획이 더 좋아 보이긴 하네.”


그의 허락을 받았다. 나는 곧장 리온의 어깨를 붙들었다. 두 번째 조건은 그가 나서줘야만 한다.


“리온.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신을 죽일 수 있는 병력을 모아야만 해요. 그런데 여기서 부탁할 사람이 당신 밖에 없네요.”


리온을 비롯한 초월자들은 각자의 지지 세력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이 나선다면 적지 않은 병력이 모이리라.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승리에 취한 병사들을 일깨우고, 지고한 자 페트르를 두드려 패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이게 가능한 사람은 해방군의 3거두 리온뿐이다.


“부탁해요. 저희의 목숨이, 우주의 존망이 당신에게 달렸어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모든 사람들을 데려 와줘요.”


잠시 고민하던 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너에게 구해진 목숨이니 최선을 다해 갚도록 하지.”


결연한 표정을 보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설령 일이 잘 안 풀린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결과를 도출할 터.


“좋아요. 그럼 인원 분배를 합시다. 검정 상혁. 선발대는 몇 명 정도가 적당할까요?”

“나까지 3명.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니 최소 초월자 이상.”


나머지 두 자리 중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눈치를 살핀다. 선발대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하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검정 상혁. 그냥 둘이 갈...”

“저! 제가 가겠습니다.”


북쪽 전선의 세프니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군기를 바싹 잡았던 인물답게 눈치껏 나선 모양.


인원이 정해졌으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집결지를 선정한 후 곧바로 막사를 나섰다.


“좀 빠를 거야.”

“그게 무슨... 으악!”


검정 상혁은 곧바로 우리들을 어둠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총알과 같이 튀어나갔다.


“꺄아아악!!!”


참으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온 몸이 밀봉된 상태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다고나 할까.


차원을 접어서 넘어갈 때마다 내 몸이 뒤틀리는 것이 느껴졌다.


“끼야아아악. 끄아아악.”


평범한 초월자인 세프니아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다. 아무래도 격의 차이가 있다 보니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사실 나도 조금은 침음을 흘렸는데 그의 고함 덕에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다. 새삼 세프니아를 데려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정 상혁은 한참 동안 멈추지 않았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거 같은데, 어둠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인지할 수가 없었다.


그저 세프니아가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다 반복하는 걸 보며 대략적인 시간을 유추할 뿐.


검정 상혁이 무리하는 것 같아 걱정되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 더더욱 방해를 해선 안 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몸을 뒤덮던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금 우주가 나타났다.


“도착한 건가요?”

“그래. 후우. 저. 앞에. 신이. 하아. 있다.”


검정 상혁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창백해 보이기도 한다.


“후욱. 먼저. 가라. 신이 거의 도착한 것 같아. 후우우.”


지근거리에서 신의 기운이 느껴졌다. 렌즈를 통해 확인해보니 녀석은 제 자리에 서 있는 중이다.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다.


‘저러면 거의 도착한 게 아니잖아.’


그러나 이를 입 밖으로 내뱉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고작 한 나절 만에 우주를 횡단했다. 신이 터지기 전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기적을 이룬 셈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검정 상혁의 마지막 자존심을 담은 ‘거의’라는 말은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먼저 가 볼게요!”

“케흑!”


세프니아의 뒷덜미를 붙들고 신을 향해 튀어갔다. 일초에도 수십 번씩 번뇌가 찾아왔다. 이렇게 달리다가 신이 터지는 거 아닌가 두려웠다.


그러나 심장은 쿵, 쿵 정상적인 속도를 유지했다. 설령 끝이 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거라 말하는 것처럼.


저 멀리 신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 줄 알았느니라. 반갑다. 박상혁. 이렇게 보는구나.”

“나는 별로 안 반가워. 퉤.”


인사와 동시에 전력을 담은 정권을 내질렀다. 빈틈을 노렸지만 효과는 없었다. 신이 손을 내밀자 나의 공격이 사라진 것이다.


“성격이 급하구나.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쌓여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친했다고? 말 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사이 아닌가?”


짐짓 여유로운 척 가장했다. 초월에 초월을 거듭했다고는 하나 신을 짓누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녀석을 어떻게든 자리에서 끌어내야 한다. 설령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신이 미미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그래. 그것도 괜찮지. 덤비거라.”

“질질 짜게 만들어주마!”


세프니아에게 신호를 준 뒤 공격을 개시했다.


해방군 전력을 부딪쳐도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그런데 고작 둘이 나선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나의 정점의 DNA와, 세프니아의 권능 ‘시간의 여행자’를 쏟아 부었음에도 신에게 유효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신의 주먹이 나를 향해 떨어진다. 도저히 피할 방도가 안 보인다. 일격은 버티겠지만 후속 공격을 맞는다면 위험하다.


그러나 나는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받아들였다.


“어흑. X발.”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전신을 두드렸다. 떨어져나가려는 관절을 이를 악 물고 붙들었다.


괜찮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다. 내가 무방비하게 나가 떨어졌으니 이제 신이 후속 타격을 입히기 위해 폭발 지점에서 벗어날 것이다.


일종의 기만책이다. 딸피가 보이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는가. 뼈를 취하기 위해서라면 살을 기꺼이 내줄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다음 공격이 쏟아지지 않았다.


“어째서?”


신에게 시선을 던졌다. 놈은 스포츠맨십 따위를 지키는 녀석이 아니다. 갑자기 살려줄 마음이 든 것은 더더욱 아니겠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


“... 내 의도를 알고 있던 거냐?”


녀석의 얼굴이 요란하게 일그러졌다.


“크흐흐. 크하하하하! 흐하하하학! 그 얼굴 보기 좋구나. 아주 마음에 들어!”


신에게 한 방 먹고 말았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조소를 날렸다.


“내가 널 기다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목숨이 스러지기 전에 네 놈을 없애기 위함일까? 아니! 어차피 사라질 목숨인데 뭐하러!”


입술을 짓씹었다. 녀석이 어떻게 내 의도를 알 수 있었을까. 왜 내가 유인할 거라 생각한 거지?


신의 몸을 폭파시켜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킨다는 건 이 우주의 아무도 모르던 사실이 아닌가.


그러니 나 또한 그 사실을 모르리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별다른, 잡다한 이유로 신을 찾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신은 내가 진리를 꿰뚫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었다.


“아해야. 나는 더 이상 네 놈을 얕보지 않느니라. 네 놈은 뛰어난 개자식이다.”


신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막대한 힘을 가지고도 방심조차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는가?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운명을 조작했건만 네 녀석은 나의 힘을 갉아먹기만 했다. 덩치를 불려 분신을 해치웠고. 그 과정에서 나는 크게 수세에 빠지고 말았지. 이 몸이 죽음까지 몰린 것도 다 너의 활약 덕분이니라.”


마지막에 뒈지는 활약 따위는 필요 없다. 끝내 신을 꺾고 평안한 삶을 이룩하고 싶다.


“이 치졸한 새끼야! 나와서 싸워!”

“극찬 고맙군.”

“X발. 그딴 말은 또 어디서 배워 와서는. 왜! 못 이길 것 같아서 쫄리냐?”

“그래. 혹여나 나섰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을까봐 두렵구나.”


... 할 말을 잃었다. 설마 마법의 단어마저 효과가 없을 줄은 몰랐다. 누구보다 높은 존재니 분명 발끈할 거라 생각했건만.


“이 몸은 더 이상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방심하지 않고 확실한 승리를 챙겨가마.”

“씨팔.”


욕설을 내뱉으며 두뇌를 팽팽 돌렸다. 평소 그래왔던 것처럼 일발역전의 한수를 찾기 위해.


그런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신이 움직이지 않기를 고수하는데 어떻게 폭발을 막는단 말인가.


유전정보 폭탄? 같은 수단에 신이 세 번이나 당할 거라 생각하는가? 설령 맞더라도 돌아오면 어떻게 막을 건데?


검정 상혁이 돌아오면 힘을 합쳐 몰아낸다? 글쎄. 셋 다 너덜너덜해진 상태로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다.


해방군의 전력이 이 자리까지 당도하는 게 유일한 방법인데 아직 집결시간까지는 한참 남았다.


“사령관님!”


세프니아가 간절한 눈빛으로 매달렸다. 초월에 초월을 거듭한 나라면, 구원자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자신이 없었다.


“크하하하하. 그래. 이 몸은 바로 그 표정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것이니라. 좌절해라. 너의 사랑하는 것들은 이제 먼지가 되어 사라질 테니.”


녀석이 두 팔을 벌렸다. 안 그래도 거대한 형상이 볼록거리며 부풀었다. 갈라진 틈에서 위험한 빛이 새어나오는 게 꼭 폭발의 전조 같았다.


본능의 경종이 울렸다. 막아야 한다. 방법이고 자시고 어떻게든 저지해야 한다.


이를 아득 깨물었다. 사실 막을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닥터 스X레인지가 와서 고개를 존나게 휘저으면 손가락 하나 정도는 들어 올릴만하다.


단. 그 시나리오에는 내 생존이 결여되어 있다.


조건 하나만 제외하면 방법이 생기는데 그동안 이를 악물고 외면한 이유는 한 가지다.


죽고 싶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미친놈처럼 신과 마주하고 있는 것도 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다리가 떨렸다. 내 의식이 촛불처럼 꺼진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니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소중한 사람들이라도 살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세프니아. 어떻게든 해볼게요. 저 자식이 허튼 수작 못하게 지켜주세요.”

“Yes Sir!”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지막 남은 씨앗을 활성화시켰다.


두근.


심장이 박동 수를 높이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에 씨앗이 외형을 허물며 뜨거운 액체를 쏟아냈다.


내가 마지막으로 강화할 곳. 그곳은 다름 아닌 심장이었다.


“끄흐으윽!”


뜨거운 액체가 심장을 집어삼키며 고통이 해일과 같이 내부를 휩쓸었다.


“크허. 크허허헉. 으아아악!”


지금 상황에서 심장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정점의 DNA를 또 한 번 강화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 초월을 준비하며 씨앗을 가지고 능력 자체를 성장시키는 법을 터득했다.


한 번 한 일을 두 번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세 번째 초월로 나아가기 위한 이론은 숙지한 상태. 여분의 씨앗만 있다면 언제라도 진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굳이 시도하지 않은 까닭은 위험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초월했을 때 여파만으로 차원이 갈라졌다. 만약 준비가 부족했다면 내 몸 또한 조각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초월은 어떻겠나. 더 강한 힘을 얻는 대신 몸에 쏟아지는 부하 역시 마찬가지로 강해지겠지.


그래서 포기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보아도 살아남는 그림이 안 그려져서. 여기까지가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우려했던 대로 막대한 에너지가 내 체내를 넝마로 만들었다.


“흐아아아아아악!”

“사령관님! $%&DA.”


세프니아가 뭐라 말을 내뱉었지만 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고통이 귀를 멀게 만들고, 눈을 흐리게 만들었으며, 모든 감각을 차단했다.


“살...크읏.”


살려달라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하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를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억눌렀다.


이대로 터져 죽고 끝낼 게 아니라면 에너지를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한다. 그래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신체로 억누르고, 날아가려는 정신을 붙잡았으며,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자 폭주하던 에너지가 차차 육체에 깃들었다.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갈라져 그 자리에 에너지를 보관했다. 눈과 귀, 코 등 머리의 모든 구멍에서 타오르는 빛이 흐르고. 땀샘에서 노폐물이 아닌 푸르스름한 연기를 내뱉는다.


온 몸에 성한 곳이 한 군데 없지만. 세 번째 초월을 끝마친 것이다.


“쿠웨에에엑!”


역류하는 토사물을 내뱉었다. 가득 찬 에너지에 의해 자리를 잃은 내장이 핏덩이와 함께 떨어졌다. 이제 정말 끝이다.


“후우.”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고통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몸 상태는 지금이 최상이다.


이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힘이 내 안에 깃들었다.


세프니아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다. 저건 희망의 눈물일까. 안타까움의 눈물일까.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을 하나 했더니 세 번째 허물을 벗었구나. 대단하군. 아주 놀라워.”


말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아마도 저 녀석의 표정도 다르지 않겠지.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고작 세 번의 초월로 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그거 참 오만하군.”


신의 말은 사실이다. 세 번째 초월을 마친 직후 녀석과의 격차를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죽어가는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직 큰 간격이 존재했다.


세 번째 초월을 마쳤음에도 신을 힘으로 꺾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그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다른 수는 없었으니까.


어느새 풍선처럼 부푼 신이 클클 웃으며 물었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의 의식을 방해할 수 있겠느냐.”

“아니.”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다.


“하지만 초월을 선택함으로 할 수 있게 된 것도 있거든.”


한 손을 들어 올려 저 멀리 있는 나의 우주에 에너지를 전송했다.


이 우주에서 신 다음으로 강한 존재가 강렬한 염원을 담았다. 설령 또 한 번 폭발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방파제 역할을 해 주리라.


신은 그걸 보고 떨떠름하게 말을 내뱉었다.


“같잖은 수작이군. 차라리 저 힘으로 네 몸을 지키지 그랬느냐?”

“지랄 마. 여기서 맞는 거랑 저기서 맞는 거랑 같냐. 그리고 X발 같다고 하더라도 네가 나를 살려둘 거 같아?”

“하하하하. 그렇긴 하지. 그래. 네 행성의 생존은 네 분투에 대한 보상인 걸로 하자꾸나. 나는 박상혁 너만 죽으면 아무래도 좋다.”


구질구질한 녀석. 결국 지 힘으로 해결을 못하겠으니 자살하는 거면서 잘난 척은.


나는 삐뚜룸하게 웃으며 세프니아를 불렀다.


“세프니아. 당신 권능이 시간에 간섭하는 거죠? 최대 출력으로 나한테 날리세요.”

“... Yes Sir!”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는 걸 보니 그 날 교육을 참 잘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있습니다!”


날아든 권능을 붙잡아 조금 손보았다. 목적지를 변경하고, 그곳까지 도달할 수 있게 에너지를 보강했다.


그리고 책을 한 권 생성해 세프니아의 권능을 묻힌 후 다시금 날려 보냈다.


초월해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이런 일도 할 수 있다.


“저게 무엇이냐.”

“역사책이야. 신이 파멸한 과정과 치졸한 최후가 기록되어 있지. 새롭게 태어날 세상에 선물해주고 왔어.”

“... 불가능하다. 저 책이 미래를 향한다 하더라도 폭발을 이겨낼 수는 없다.”

“과연 불가능할까? 아닐 걸?”


만약 책이 빅뱅을 뚫고 지나간다면 소멸되겠지. 그런데 빅뱅을 건너뛴다면? 새로운 우주로 곧바로 전송된다면?


세프니아의 권능은 이동이 아닌 워프에 가까운 개념이다. 거기에 초월을 세 번이나 거듭한 내가 손을 보았으니 분명 별 탈 없이 도착하겠지.


“축하해.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도 네가 누군지, 어떤 신이었는지 알 수 있겠네.”


자그마치 빅뱅 이전의 기록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다.


신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고, 밀려났으며, 추한 선택을 내렸는지 알게 될 것이다.


신이 왜 reset 버튼을 눌렀는가. 균형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이대로는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자신의 누를 지우기 위함이다.


과거의 과오를 지우기 위해 녀석은 자신의 소멸을 각오했다.


그래서 박제시켰다. 내가 죽을 때 죽더라도 녀석이 추한 행적을 세탁하는 꼬라지는 보지 못한다.


기록을 남겼으니 아무리 때를 벗겨도 지워지지 않는다. 녀석은 실패한 신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야 조금 속이 시원하다. 입가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맺힌다. 내가 죽는다고? 그래 죽이라 그래. 사랑하는 사람도 지켰겠다. 신도 엿 먹였겠다. 이제 미련은 없다.


신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내 계획을 알아차리고, 초월에 성공해서, 때마침 근처에 존재하는 시간의 권능을 활용했다고? 왜 또 일이 이렇게 되는 거냐! 왜!”

“내가 운이 조금 좋아서.”


내 DNA 중 가장 사기 능력은 다름 아닌 ‘행운’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고, 모든 여건을 나에게 유리하게 조성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내가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준비해 준 것이다.


나는 머리를 붙잡은 신을 향해 이죽였다.


“아. 뭐해 안 죽고? 안 터져?”

“아니.”

“뭘 아니야. X발아. 빨리 뒈져!”


상황이 반전되었다. 이제 신은 망설이고 내가 재촉한다. 깔끔했던 백지에 오물이 묻었기에 녀석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미끼를 던지면 대어가 걸릴 것 같다.


“참고로. 미래로 전송한 책 있잖아. 아직 취소할 수 있다? 혹시 모르지 나를 붙잡아다 고문하면 술법을 취소할지도 있잖아?”


신도 함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는 반응이 다르다. 움찔거리며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아니다. 나 그냥 죽을래. 이미 되지도 않는 초월한다고 뒤지기 일보 직전인데 좀 더 살아서 뭐하냐? 안녕 세상. 다음에 찾아올 우주를 잘 부탁해. 거기는 꽤나 재밌을 거 같으니까.”


나는 과장스럽게 죽는 연기를 했다. 그러자 빵빵하게 부풀던 신의 육체가 갑자기 활동을 정지했다.


다시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더 이상 형형한 빛도 나오지 않는다.


저 녀석. 대폭발의 코앞까지 도달했던 걸 강제로 되돌린 모양이다.


“역시. 네 놈은 직접 죽여야 성이 풀리겠구나!”

“해 봐! X발아!”


세프니아의 목덜미를 붙잡고 빠르게 튀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폭발을 막는데 성공했다. 이제 결집 장소로 도주하기만 하면, 이 짓거리도 끝이 난다.


물론 그 전에 붙잡히면 아무 소용없겠지만.


“세프니아! 검정 상혁은 어느 쪽에 있는 거죠?”

“저기. 저기에요!”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달리자 익숙한 사람이 등장했다. 검정 상혁은 아직 숨을 다 고르지 못했는지 낯이 창백했다.


그러나 지금은 쉬고나 있을 때가 아니다.


“검정 상혀어억!!!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도망! 도망!”


그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우리 뒤를 쫓는 신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어둠을 세팅했다.


우리는 또다시 익숙한 감각을 느끼며 차원 속으로 침잠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예고했던 대로 3편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런데 작업이 조금 늦어져 한 번에 올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12시가 되기 전까지는 다 올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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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5월 21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05.22 716 0 -
203 재미없고 지루한 해피엔딩 +2 23.01.01 348 6 27쪽
202 22.12.31 271 6 29쪽
» 리셋 22.12.31 240 6 22쪽
200 신의 선택 22.12.30 240 5 18쪽
199 구원자 22.12.30 227 5 23쪽
198 북쪽 전선 22.12.29 219 4 21쪽
197 검정 상혁과의 만남2 22.12.29 225 5 22쪽
196 검정 상혁과의 만남 22.12.28 232 5 18쪽
195 고3의 숙명 22.12.27 232 5 17쪽
194 사랑의 형태 22.12.24 244 4 19쪽
193 사랑과 전쟁 2 22.12.23 232 5 22쪽
192 사랑과 전쟁 22.12.22 237 5 19쪽
191 흑역사 박람회 22.12.21 246 5 18쪽
190 차원의 틈 22.12.20 221 5 18쪽
189 참교육 22.12.17 235 5 17쪽
188 주제파악 22.12.16 228 5 19쪽
187 힘을 숨긴 찐따?가 되다 22.12.15 247 5 22쪽
186 졸업, 입학 22.12.14 251 5 15쪽
185 관측 22.12.13 265 5 18쪽
184 악마와 함께하는 제주도 투어 22.12.10 257 5 18쪽
183 바엘 22.12.09 230 5 20쪽
182 제주도 현장학습 22.12.08 253 5 25쪽
181 샌드백 필요 22.12.07 267 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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