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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13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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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신의 선택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200화



“아이고. 죽다 살았네. 덕분에 살았어요. 검정 상혁.”


남쪽 주둔지 병사들은 부상자들로 인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모든 힘을 소모했기 때문에 탈진한 사람들이 많았고, 리온을 비롯한 초월자들 또한 꽤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이 몸은 남쪽 전선의 사령관 검정 상혁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날 보는 그의 눈빛이 퍽 자랑스러워 보인다.


“내가 살린 게 아니야. 네가 살린 거지. 네가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로 출격하지 못했을 거다.”

“뭐... 그렇긴 하죠.”


겸양을 떠는 것도 정도껏이지. 별 거 아니라기엔 너무 커다란 전공이다.


단신으로 신을 상대하고 부대 하나를 구출했다. 그런 일을 또 누가 할 수 있겠나.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는데 아니라고 빼는 게 더 재수 없을 테니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병사들이 너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런데 검정 상혁은 오늘 날을 잡고 비행기를 태울 생각인 것 같다.


“... 구원자.”

“크큭.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검정 상혁이 킬킬거린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퉁명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칭송하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그럴 만하니까 그런 거지. 전쟁을 하다 보면 희망만큼 중요한 게 없어져. 희망이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맞이하게 해주거든. 그런데 네가 병사들에게 그런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구원자라... 괜히 해방군의 프로파간다에 사용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내 존재가 약자들에게 힘이 된다는데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검정 상혁도 저렇게 즐거워하니 뭐. 감수해야지.


그래도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화제는 아니다.


“그래서. 이제 해방군은 어떻게 한 대요?”

“신의 추격을 피해야지. 굳이 싸울 필요는 없으니까.” 해방군의 스탠스는 변하지 않았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손해를 입지 않겠다는 것이다.


몇 가지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신이 저희를 쫓을 텐데. 도망갈 수 있겠어요? 저희가 덩치가 이렇게 큰데?”

“이동수단이 있다. 더미들을 사용해서 교란을 줄 거고. 여차하면 다시 내 권능을 사용하지.”


검정 상혁은 자신의 코트 안자락을 나풀거렸다. 방금 전까지 저 어두컴컴한 공간에 숨어 덕을 봤던 사람으로서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행성들은 어떡해요. 신이 빡친다고 다 갈아버리기라도 하면?”

“행성의 시간을 멈추고 사람들을 대피시킬 거다. 그리고 신이 죽은 뒤 행성을 복원하여 그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을 생각이다.”


생각보다 괜찮은 계획이다. 나야 장난으로 우주 중소기업이라고 부르는 거지. 해방군은 이미 거의 모든 우주를 집어삼키지 않았나. 행성 몇 개 복원할 능력 정도는 있으리라.


나도 저번에 미니 지구를 만든 적 있어, 행성을 만드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네요. 신의 이동경로를 빨리 파악하는 게 문제겠지만.”

“그건 지원 부대에 맡기도록 하고. 우리는 우리 할 일을 준비해야지.”


우리가 할 일? 그게 뭐냐는 시선을 던지니 그가 무기를 들어 보였다.


“우리는 혹여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한다. 싸우지 않는 것이 제일이지만, 무력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니.”


참으로 타당한 말씀이다. 아마 검정 상혁이 세 명만 더 있었으면 이미 신을 끌어내리고도 남았을 텐데.


나도 그를 따라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해방군은 남부 전선으로 결집했다. 도망치기 위해, 싸움을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끝을 맞이하기 위해.


* * *


동쪽 전선 붕괴로부터 7일이 흘렀다. 긴장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별 일은 없었다.


신은 며칠간 해방군을 쫓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더미를 쫓다가 울분을 토하는 경우가 많았고, 진짜를 찾았으나 눈앞에서 놓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허탕치던 신은 결국 해방군을 쫓는 것을 포기했다.


그 대신 행성들을 파괴해 신의 분노를 잠재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런데 이거 어쩌나. 그렇게 나오리라는 걸 예측한 덕에 신은 빈 깡통을 차야만 했다.


행성을 부숴도 그 안에 사람들이 없으니. 신의 분노는 오갈 곳을 잃고 그 자신을 불태웠다.


7일간의 과정이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계획대로 진행하는 와중에도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고. 구성원들의 활약, 천운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기적이 겹겹이 겹쳐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다.


가장 활약한 것은 검정 상혁이다. 천국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습격하던 사람이다.


그는 권능을 사용하여 우주를 종횡무진 누볐고, 많은 사람들을 구출했다.


5일이 지났을 무렵. 신은 모든 걸 포기했다.


해방군이나 행성이 없는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해방군은 그 광경을 박제해 모두에게 흩뿌렸다. 그리고 승리를 선언했다.


“신의 시대는 끝났다! 제 죽을 곳을 찾아 떠도는 저 무기력한 모습을 보아라!”

“와아아아아!”


아직 전투태세가 풀린 것은 아니지만 꽤나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 병사, 간부 할 것 없이 웃고 떠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오직 나와 몇 명의 초월자만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나는 입술을 삐뚜름하게 만들며 고민에 잠겼다가 결정을 내렸다.


“검정 상혁. 저 저희 우주 좀 갔다 올게요.”

“... 그래. 다녀와라.”


말은 허락을 뜻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 내포된 감정은 달랐다. 그가 속으로 삼킨 말은 ‘너마저?’가 아닐까 싶다.


그는 며칠 전 모든 게 끝나기 전까지 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랬기에 나의 선택에 실망을 느낀 것이리라. 이러다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내 생각을 자세히 밝히기로 했다.


“그냥 좀 싱숭생숭해서 그래요.”

“... 그래?”

“네. 저희가 승리했다 그러는데 저는 요새 유독 찜찜한 거 있죠? 제가 이런 감은 또 잘 들어맞거든요.”


검정 상혁은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그도 나처럼 정체모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던 모양이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조사를 해보고 싶은데... 알다시피 다들 상태가 메롱이잖아요? 이겼다고 들떴는데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지 않겠어요?”

“그러겠지.”


사람들의 뇌는 간사하다. 자신이 믿고 싶은 선택지에 무한한 신뢰를 보인다. 그러니 나의 주장은 광기어린 열기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걸 통제하는 게 바로 지고의 3인의 역할이지만 그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 지고의 3인 중 하나, 지혜의 페트르가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의 파편에서 태어난 인격체로 지금까지 해방군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페트르의 선택은 언제나 적중했다. 중소기업으로 출발한 해방군이 부도를 면했던 것도 다 그의 덕이다.


무력은 검정 상혁이나 리온에 비해 떨어지지만 단체 내부의 입김은 페트르가 가장 강하다.


그런 그가 승리를 선언했으니. 병사들이 들어 처먹을 리가 없다.


어째서 그가 승리를 확신했는가. 정말 신이 죽는 것일까. 아니면 미래를 읽는 예언자도 지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예언으로도 읽을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려는 걸까.


지금은 모르는 일이다.


허나 나는 그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택지를 준비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래서 지구에 돌아가려는 거에요. 저희 우주에도 해방군만큼이나 신을 잘 아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유성아 씨?”

“네. 맞아요.”


별자리로 운명을 예측하는 천재 과학자 성아 누나라면 나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 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방군과 접선하기 전에, 성아 누나와 활동할 때는 이런 답답함이 없었다.


그 정도로 그녀는 유능하다. 절대 내 여자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검정 상혁도 공감하는지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이미 승리에 취한 사람들보다는 그녀가 더 자세히 알지도 모르지. 좋은 선택이야. 다녀와.”


이번의 ‘다녀와’는 저번 ‘다녀와’보다 적극적이다. 내가 안 간다고 그러면 검정 상혁이 대신 갈 것만 같은 기세다.


“네. 다녀올게요.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

“걱정 마라. 신은 이미 우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으니까. 설령 녀석이 방향을 바꾼다 하더라도 네 합류가 더 빠를 거야.”


그는 서두르지 말라는 조언을 건넸다. 아마 천천히, 미세한 단서라도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초월자들을 뒤로하고 우리 우주로 향했다.


다들 승리에 취해서 그런지 내가 떠나는데도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그 사실이 조금은 씁쓸했다.


내가 해방군의 마지막 희망이구나. 그리 되뇌며 나의 우주로 향했다.


지구는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멈춰 있었다. 보드 경기장의 심판은 출발 신호를 보내고, 사람들은 나에게 환호를 보낸다.


이대로 시간을 풀면 금메달을 따놓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직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다. 그런데 군 면제라니 언어도단이다.


곧바로 성아 누나의 연구실로 이동해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퉁겨 성아 누나에게 시간을 돌려주었다.


“오늘은 어떤 별이... 헉! 자기님? 언제 오신 거에요?”


호칭이 살짝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맨날 존칭을 하다가 안 하면 어색하다는데 어떡하겠는가.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라? 사람들은 왜 멈췄을까? 스미스? 유진씨?”


혼란에 빠진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사정을 설명했다.


“해방군 일 때문에 잠시 시간을 멈췄어요.”

“시간을 멈추다니! 그렇다면 별들의 흐름을 무한정 관측할 수 있는 꿈만 같은...”

“누나의 도움이 필요해요.”


푼수와 같은 모습이 뚝 그쳤다. 잠시 후 그녀는 업무를 볼 때처럼 유능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신이 어딘가 처박혀서 뭘 하려는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나는 해방군 상황실에서 집어온 우주 지도를 펼쳐 보였다. 신은 여전히 텅 빈 공간을 향해 이동하는 중이다.


성아 누나는 턱을 괴고 지도를 보았다. 한참을 지켜보며 중얼거리고 콧잔등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안해요. 정말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힘들 것 같아요.”


말끝에 물기가 뚝뚝 떨어진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조차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무척 서러운 모양.


안타까움에 탄식이 나올 뻔 했지만 속으로 삼켰다.


처음 보는 우주의 비밀을 풀라니. 아무리 해방군과 지식 교류를 하고 있는 성아 누나라고 하더라도 힘든 것이 당연하리라.


그런데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모두 가설이에요. 확실하지 않으니까 걸러서 듣는 게 좋을 거에요.”


가설? 미안하다더니? 내 명석한 두뇌는 금방 상황을 캐치했다.


아무래도 그녀 스스로의 기준이 너무 높았던 것 같다. 명확한 답을 들려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소리였던 모양.


그러나 나는 추측이라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다.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에게 응원을 보냈다.


“우선. 텅 빈 공간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어요.”

“... 네? 하지만 저렇게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모르겠다고 한 거에요. 우주에는 텅 빈 공간이 존재할 수 없어요.”


성아 누나의 첫 마디는 파격적이었다. 현 상황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우주는 빅뱅으로부터 탄생했고, 그 여파로 확장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네. 학교에서 배웠던 거 같네요.”

“그런데 빈 공간이 어디 있겠어요. 잔해물들이 우주를 빼곡하게 메웠는데.”


성아 누나가 손짓하자 모니터의 우주가 반짝였다. 별들이, 행성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것이다.


“행성간의 거리가 유독 멀 수도 있지 않나요?”

“그건 사람의 관점으로 보니까 그런 거죠. 우주의 기준으로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거리뿐이에요. 나아가면 반드시 행성이 나오는.”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은 정말로 빈 공간을 누비고 있었다. 주위에 행성이나 별들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삭막한 곳이다. 그렇다면 저곳은 어디인가.


“아. 그러고 보니 우주에는 물질이 없는 보이드라는 공간이 있다고 들었던 거 같기도 한데.”


인터넷 지식을 끄집어 봤지만 이내 기각되었다.


“보이드는 아닐 거에요. 보이드는 텅 비어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아니거든요. 비어있게끔 보일 뿐이니까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단어 선택에 심혈을 기울이더니, 조심스레 입 밖으로 자신의 추측을 내뱉었다.


“저는 진원지라고 생각해요.”


진원지. 사건이나 소동을 일으킨 근원이 되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폭발로 형성된 공간에서 파편이 없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진원지뿐이에요. 고온의 열이, 터져 나오는 에너지가 파편들을 밀어 내니까요.”


성아 누나가 말하는 사건은 ‘빅뱅’이 분명하다. 이 우주를 탄생시킨 폭발. 그렇다는 말은...


“저곳에서 우주가 탄생했군요.”

“아마도요. 그럴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신이 왜 저기로 갔는지는 짚이는 게 없네요. 미안해요.”


신의 목적을 모르는 이상 그녀의 추측은 절반의 답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실마리를 잡은 거 같아요. 고마워요. 누나.”

“읏. 고맙다 말해줘서 고마워요. 행복해요.”


얼굴을 붉히는 그녀를 껴안고는 다시 한 번 시간을 멈추었다.


실마리를 찾았으니 이제 뒤엉킨 실타래를 풀 시간이다.


우주가 시작된 장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곳일까. 나는 알 도리가 없지만, 알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


며칠 전 내가 구한 지고한 존재가 때마침 태초의 별이 아니던가. 나는 곧바로 운석을 꺼내 사엘을 호출했다.


“무슨 일이냐.”

“리온 씨 바꿔요.”

“지금 요양 중이신 분을 말단인 내가 어떻게...”

“내가 찾는다고 하면 받을 거에요.”


생명의 은인이다. 이 정도 부탁을 못 들어주겠는가.


사엘은 궁시렁 거리며 떠났고 잠시 후 리온의 중후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나를 찾았다고 들었다.”

“네. 안부를 묻고 싶긴 한데 그러지 못하는 점.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우주가 시작한 곳은 뭐하는 곳이에요?”

“... 말 그대로다. 우주가 탄생하고 내가 눈을 뜬 곳이지.”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그는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신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건 알고 계세요?”

“그래. 그렇더군.”

“내버려둬도 괜찮아요? 거기 뭐 없어요?”

“없다. 말 그대로 텅 빈 곳이야.”


음. 우유를 마시려는데 껍데기가 제대로 안 벗겨지는 느낌이다. 초코바를 샀는데 네 귀퉁이 비닐이 다 떨어져나간 것 같다.


목적지에 도달했는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 같은데 턱 막히고 말았다.


어떻게 이를 뚫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리온이 도움을 주었다.


“죽을 곳을 찾아서 이동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요?”

“녀석도 거기서 태어났거든. 나보다 깊숙한 곳에서.”


의도치 않게 신의 출생의 비밀을 듣고 말았다. 신이 우주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우주의 탄생과 함께 신이 나타난 거였다.


탄생과 죽음. 시작과 끝. 상반된 두 가지를 한 곳에서 이루려 하다니. 그건 무슨 의미일까.


시작과 끝은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제 자리를 찾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윤회를 따라 생각을 전전하다가 갑자기 위화감이 떠올랐다.


“신은 빅뱅으로 탄생했다면서요. 그럼 빅뱅은 누가 일으킨 거에요?”

“글쎄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건 왜?”


이상해서 그렇다. 소가 송아지를 낳지, 송아지가 소를 낳는 경우는 없다. 빅뱅을 일으킨 존재는 분명 지금의 신보다 위대한 존재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존재는 어디로 갔는가.


찾아볼 수 없다. 태초의 별이자 우주의 산증인인 리온도 알지 못한다. 정말 감쪽같이 사라졌다.


불현듯 소름이 돋았다. 나는 왠지 그 답을 알 것만 같다.


“우주가 되었구나.”


위대한 존재는 스스로의 몸을 터트려 이 우주를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


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의 탄생도, 신이 우주의 질서를 해치지 못하는 것도 다 납득이 된다.


위대한 존재의 죽음이 신의 탄생을 이끌었다. 탄생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것만 같았다.


신의 진짜 목적을 깨달았다. 녀석은 제 몸을 터트려 해방군에게 넘어간 이 우주를 리셋하려는 것이다.


빅뱅이 다시 한 번 일어나면 기존의 우주는 모두 사라질 테니. 새롭게 태어난 신이 새로운 질서를 확립할 수 있으리라.


신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 제 몸을 터트릴 생각이다.


그가 우리를 놓쳤다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굳이 찾지 않은 거였다. 어차피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승리를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죽기 일보직전이다. 발버둥을 치더라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힘들 것이다. 해방군은 물론 전 우주가 모두 파괴될 테니까. 나의 지구도, 소중한 사람들도 모두 먼지가 될 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화에 끝낼 생각이었는데 분량 조절에 실패해 3화 정도 더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3연참을 준비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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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2.12.31 271 6 29쪽
201 리셋 22.12.31 240 6 22쪽
» 신의 선택 22.12.30 241 5 18쪽
199 구원자 22.12.30 228 5 23쪽
198 북쪽 전선 22.12.29 220 4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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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힘을 숨긴 찐따?가 되다 22.12.15 248 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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