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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0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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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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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관측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85화



12살의 가을을 맞이할 무렵 완숙한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개월 수로 따지면 6개월이 넘었으며, 그동안 사라진 바엘의 목숨으로 따지면 아마 10000개는 넘었을 것이다.


바엘의 살신성인 덕에 이제 초월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가장 큰 깨달음은 초월자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점.


나의 경우는 ‘정점의 DNA’를 기반으로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능력 또한 DNA의 색채를 띄고 있다.


예를 들어 수호의 DNA의 경우, 초월 이전과 비교하여 출력이 올라간 것은 물론 새로운 성능 또한 추가되었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소리도 있지 않나. 이제는 몸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적의를 드러내는 존재를 알아서 구축하고 격살하고는 한다.


이런 식으로.


“크허어억!”


저 멀리서 쉬고 있던 바엘이 피를 한 움큼 뿜었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지랄이요!”


투덜거리는 바엘을 보며, 이번에는 외모의 DNA를 활성화시켰다.


외모의 DNA는 그동안 전투에서 쓸 일이 없던 개인 만족 원툴 능력이었지만, 초월의 영역에 발을 디딤으로써 쓸모를 찾을 수 있었다.


바엘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만 번 정도 죽다 보면 작은 동작만 보고도 내가 무슨 공격을 하려는지 알 수 있는 모양.


그러나 그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초超 외모의 DNA는 시각에만 의존하는 능력이 아니었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상대의 의사 결정권을 박탈하고, 나에게 헌신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효과였다.


바엘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마검을 소환한 뒤 사무라이들이 하는 것 마냥 배에다가 칼을 꽂아 넣었다.


“크아아악!”


칼에 찔리면 정신이 돌아올 법도 하지만 바엘은 멈추지 않고 내게 이로운 행위, 즉 자해를 이어간다.


초월의 영역에 이른 외모는 상대의 가치관마저 통째로 개변을 하고 마니까.


아마 숨을 쉬는 것보다도 내 명령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계속 당하다 보면 내성도 생기고, 상대가 격이 높은 경우 어느 정도 저항을 하기도 한다.


고개를 털어 최면을 날린 바엘이 피를 흘리며 소리쳤다.


“X발. 그 능력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나라는 개념이 통째로 뒤틀리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기나 해!”


나야 안 겪어 봤으니 모른다. 바엘의 설명에 따르면 오징어한테 육체의 통제권을 빼앗긴 느낌이라나. 제 몸이 제 몸이 아니게 된다고 한다.


뭐. 꼬우면 나보다 강해지던가.


어쨌든. 바엘을 줘패며 초월의 영역에 대해 탐구하고 분석했다. 이제는 신을 쓰러트리자는 연락을 받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해방군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가끔 사엘을 불러다가 물어봐도 그냥 잘 되고 있다고 말을 흐리기만 하고.


과연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회가 올는지 모르겠다. 이런 찜찜한 문제는 되도록 빨리 해치우는 게 좋은데 말이다.


“분명히 태초 이래 두 번 다시 안 찾아 올 기회라고 했었는데...”


그 정도 기회를 가지고도 굳히기에 못 들어가는 걸 보면, 역시 해방군은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뭐 어쩌겠나. 그 날이 올 때까지 샌드백이나 두드리고 있어야지.


“야 바엘!”


혹여나 이름이 불릴까 애써 외면하던 바엘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다가왔다.


못 들은 척을 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럴수록 더 아프게 맞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싫은 티를 내면서도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평소대로 두들기려다가 그냥 손을 내렸다.


저 녀석이 한 때나마 이 우주의 2인자였던 것을 떠올랐기 때문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예전에 신이랑 대판 싸운 적 있다면서?”

“... 그건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바싸고 노인.”

“별 걸 다 말하고 다니는군.”


말은 험하게 하지만 의외로 대답은 순순히 나왔다. 어쩌면 치부를 밝히는 게 대련이랍시고 쳐맞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걸지도 모른다.


녀석은 담담하게 당시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옛날에 철없을 적에. 제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에게 도전을 했습죠.”

“어땠는데?”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신과 맞서 싸웠는데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부터가 대답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의외로 할만 했습니다. 밀리긴 했지만 못 꺾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러다 알게 된 거죠.”

“지금까지 상대했던 게 신의 분신에 불과했다는 걸?”

“네. 싯팔.”


신은 아바타의 형식으로 우주를 통치하고 있다. 당연히 아바타는 본신보다 약할 수밖에 없고.


나도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은 놀랐다. 고작 아바타가 저렇게 무지막지한데 본체는 어떤 존재일까 싶어서.


그런데 바엘은 나와는 달랐던 모양이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아직 분신조차 제대로 쓰러트리지 못했지만 그 본체라는 놈의 낯짝을 찢어발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권능을 사용하여 본체와 맞닥뜨렸습니다.”


신은 일개 필멸자가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인과를 뒤집는 바엘의 권능으로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었을 터.


그 뒤로는 뭐 안 들어도 뻔하다.


바엘은 고개를 푹 숙이며 떨었다.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방심하지도 않았고요. 신의 공격에 52만 가지 대응책을 떠올리며 맞받아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신은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그냥 시선을 이쪽으로 던졌을 뿐이죠. 그러나 모든 게 끝났습니다. 저를 따르던 악마들이 대부분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남은 건 한 줌의 악마 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초월자의 힘을 완숙하게 갈무리한 나조차도 그런 무위를 보일 수는 없었기에.


새삼 신이란 작자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대인지를 실감했다.


악마의 왕 바엘은 신의 대적자로 탄생하긴 했지만 1등과 격차가 확연한 2등이었던 셈이다.


그는 아직도 끔찍하다는 듯 얼굴을 쓸어 내렸다.


“솔직히. 어떻게 벗어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능력으로 도망간 건 아니고 아마 외부 존재의 개입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뒤로는 지옥에 박혀 숨어 살았지요.”


그래서 저렇게 신나게 지상으로 뛰어나왔던 건가. 신이 사라져서?


그런데 바로 이렇게 목줄이 채워지고, 코가 꿰이다니. 어찌 보면 바엘도 꽤나 기구한 삶을 산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별로 측은하지는 않다. 그래봤자 대량 학살범인데 뭐.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눈치 챈 바엘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자신을 옹호했다.


“불합리함이 나를 이루는 근원입니다. 내게 있어 산제물을 바치는 건, 당신들이 배를 채우기 위해 육식을 하는 것과 같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말은 교묘하게 잘한다.


그러나 바엘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인간이 육식을 이어가고 있는 까닭은 인간이 생태계의 최상위포식자이기 때문이며. 바엘 역시 그 규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악마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도 인간세계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 왜냐, 바엘은 나보다 약하니까.


“뭐. 그래도 나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왜요? 뭐가요? 진심입니까?”


상당히 의아했던 건지 바엘의 입에서 의문이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그러나 나와의 만남은 분명 바엘에게 있어서 유의미한 사건이 될 것이다.


“생각해봐. 나와 만나고 그동안 너는 어떤 일을 겪었지?”

“맞았죠. 맞았고? 가끔은 시다바리 일 좀 하다가. 또 맞았네요.”

“맞아. 너는 샌드백 역할을 통해 내가 이 힘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을 주었지.”


이 지구상에서 바엘 말고는 감당할 수 없는 업적이다.


“그렇게 강해진 이 몸은 신의 본체와 싸워서 이길 테니까. 결국 바엘 너도 간접적으로나마 승리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는 거지.”


원래라면 몇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상대다.


그러나 나 박상혁을 통해 작게나마 승리에 기여를 했으니 녀석에게 있어서는 최상의 결과를 뽑아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조금 더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

“흠. 하루 종일 맞기만 하는데 때린 사람한테 감사를 표해야 하는군요?”

“어허. 세상을 너무 삐딱하게 보는 거 아냐?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결국 끝내 감사 인사를 받아낸 이 몸은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십니까?”

“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어쩐 일이십니까? 평소에는 못해도 6시간은 꼭꼭 채워서 주먹다짐을 하던 양반이?”

“나도 마음을 좀 다잡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구태여 바엘을 두들겨 팰 필요는 없다. 차라리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게 더 효율적일 터.


원래는 사엘이 먼저 연락하기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계획 변경이다.


신의 본체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놈이라면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옳겠지.


바엘은 혹여나 내 마음이 변할까봐 부리나케 숙소로 도망갔다. 홀로 남은 나는 품에서 운석을 꺼내 사엘을 소환했다.


“사엘. 지금도 해방군은 신과 싸우고 있어요?”

“그렇다.”

“그러면 저도 그곳에 가볼 수 있을까요?”


여느 때처럼 늘어졌던 사엘의 목소리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아직 때가 아니다. 너는 우리가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히든카드인 만큼 결정적인 시간에 쓸 것이다.”

“아뇨. 맞다이 뜨러 가는 거 아니에요. 그냥 구경 좀 하려고.”


그러자 딱딱하던 사엘의 말투에 흥분이 한 스쿱 더해졌다.


“너도 알겠지만 신과의 전투는 최전선이 아니고서야 관측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전투가 없을 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으며, 설령 전투가 있다고 하더라도 계약 이행으로 카운트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은가?”


한 마디로 해방군은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을 예정이라는 소리.


저렇게 깐깐하게 따지는 모습이 조금 웃기기까지 한다. 평소에 속고만 살았나. 아니면 계약을 잘못 맺어 손해라도 본 건가?


짐작가는 것이 없지는 않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심경이 변한 이유는?”

“실제로 마주하고 싶어서요. 대충 준비를 끝낸 것 같은데 내가 제대로 준비한 게 맞나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직접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여기까지 와서 뒤질 수는 없지 않나.


최후의 결전이 언제가 될지 모르니 시간이 날 때 미리 준비할 생각이다. 바엘의 경험담을 들으면 그만큼 어마어마한 상대인 것 같으니까.


사엘은 즉시 최전선의 좌표를 찍어 건네주었다. 그러자 머리 위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떠올랐다.


“여긴 어디에요?”

“다른 차원의 지구. 그 중에서도 힘을 잃은 신이 아득바득 버티고 있는 보루.”


신은 나와의 결전을 거치며 크게 힘을 잃었다. 해방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몰아붙였고, 그 상황에서 신이 선택한 것은 선택과 집중.


어차피 이전처럼 전 우주를 다스리는 건 불가능하니, 자신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만 빠르게 꽉 쥐고 버틴 것이다.


몇 우주를 포기한다면 이전과 같은 무위를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당연히 해방군은 신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고. 녀석의 우주를 끄트머리부터 야금야금 집어삼키고 있다고 한다.


해방군이 알려준 위치는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세계. 나는 그곳으로 향해 먼발치에서 신을 관찰할 것이다.


“근데. 우주에는 어떻게 가죠? 가 본 적이 없는 건 아닌데. 막상 갈려니까 잘 모르겠네.”

“초월자는 더 이상 한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초월자에게 있어 우주는 하나의 공간에 불과하지.”


거창하게 말했지만 결국 쫄지 말라는 소리다. 하긴. 생각해보면 검정 상혁도 우주에서 걸어 다니지 않았던가. 나라고 못할 건 없지.


초월에 이른 자의 걸음은 때로는 우주를 건너뛰기도 한다.


숨을 고르고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한 발자국 내딛었다. 눈을 뜨니 그곳에 광활한 어둠이 펼쳐졌다.


길고 긴 밤 속 별들이 빛 알갱이처럼 박혀 있다. 2회차 인생을 시작할 때 봤던 광경이 오버랩되며 코끝이 찡해졌다.


그러나 이런 작은 사건 하나하나에 붙잡혀 있을 시간이 없다. 앞으로 보고 겪을 광경들은 이보다 더 찬란할 테니까.


다행히 우주에 진입했다고 몸이 뻥 터지는 일은 없었다. 정확한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숨을 쉬는데 무리도 없고.


나는 발걸음을 떼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드넓은 넓이만큼이나 수많은 형태의 은하가 자리하고 있었다. 심심하면 가끔은 우주를 탐사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화살표가 투명해질 즈음 격렬한 투쟁의 파동이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구나.”


파동이 생성되는 행성 앞에 서서 안력을 돋우었다. 그러자 세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가 눈에 들어왔다.


흰 날개를 단 천사들이 지리멸렬하게 도주하고 있다. 무기를 든 인족들이 이를 뒤쫓아 척살한다.


인족의 구성은 다양했다. 기이한 기운에 휘감겨 허공을 떠다니는 사람, 미래기술의 집약체를 전신에 휘감은 사람, 인간인지 싶을 정도로 기괴한 생물, 그리고 악마.


종족에 상관없이 신을 적대한다는 생각만으로 모인 연합군이다. 뭉쳐놓으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실력은 제법 괜찮은 듯하다.


천사의 머릿수가 속절없이 줄어든다. 그 광경을 응원하고 있자니 조금은 악당이 된 것만 같은 기분.


그러나 그래봤자 신의 수하라는 생각에 이내 마음이 평온해졌다. 팝콘이 있었다면 즐겁게 먹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나쁘지 않다. 사엘이 징징 거리며 우는 소리를 한 것 치고는 해방군에게 상당히 유리한 양상이 아닌가.


어쩌면 최후의 결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 전황이 뒤집어졌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처음엔 미약한 울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울림은 지속됨에 따라 폭발적으로 덩치를 키웠고. 극한에 도달한 뒤에도 절대 멈추지 않았다.


본능에 경종이 울렸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나조차도 안심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방어막을 형성했고, 그와 동시에 세계가 폭발했다.


콰과과광!


천사를 사냥하던 해방군의 머리가 펑! 펑! 펑! 터져나갔다. 순식간에 전력의 3분의 1이 증발했다. 수적 우위가 뒤집혔고 이제는 천사들이 공세에 나설 차례였다.


연합군이 계속 쓰러져 나갔지만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의 시선은 광역 공격의 진원지에서 꼭 붙들려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신.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무한한 에너지가 그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 두려운 존재가 정확히 나를 직시했다.


바엘과 같이 마주치자마자 존재가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는 것만으로 나의 여력이 뭉텅이로 소비되는 게 느껴졌다.


초월의 영역에 발을 들였지만 그럼에도 나와는 격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저런 거와 정면에서 싸워야 한다는 말이지.”


아주 잠깐이지만 해방군과의 거래를 후회했다. 그냥 어찌 되더라도 우리 지구 내에서 일을 끝냈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예 등을 돌리지 않은 것은 초월자로써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고작 도망가기 위해서 그 힘든 역경을 견뎠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물러섰지만 도망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영겁과 같은 몇 초가 느리게 흘렀다.


변화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창공에서부터 벌어졌다.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여럿이 차원을 부수고 나타났다. 나와 같은 경지에 있는 자들이다. 그 중 몇은 나로써도 끝을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들이었다.


총 13명의 초월자가 신을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악한 신을 쓰러트린다! 이 우주에 해방을!”

“해방을!”


찬란한 등불 여럿이 모여 태양을 가리웠다. 그제야 신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쾅! 콰광! 쿠과광!


충돌이 벌어질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소멸한다. 초월자들의 전투는 차원을 무너트릴 에너지를 수도 없이 뿜어냈다.


눈이 바쁘게 저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적의 약점을 찾아보지만 쉽게 발견할 수 없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깊어져만 간다. 한참을 지켜보던 중 사엘의 부름이 나를 일깨웠다.


“이제 후퇴할 거다.”

“...”

“이번 전투의 목표는 천사의 머릿수를 줄이는 것이다. 초월자의 투입도 신을 묶어두기 위함이고.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전투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


해방군들이 물러난다면 내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고립되어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니까.


나는 초월자들의 전투를 마지막까지 두 눈에 담은 뒤 물러날 채비를 했다.


“후우...”


오기 잘했다. 오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고 안주할 뻔했다.


그래도 강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이다. 현재 내 위치에서는 결코 엔드라인에 이르지 못한다.


목적지를 눈에 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오늘의 발걸음은 끝을 내려 한다.


“그래도.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신과 마주했고 내 부족함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게 내가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라서.


한 방 먹여줄 생각이다.


몸 안에 흐르는 방대한 에너지를 오른손에 집중시킨 뒤, 한 걸음 내딛으며 전력을 다해 터트렸다.


쿵!


100%. 여지껏 내지른 적 없는 나의 극한이 신의 영역을 짓이기며 나아갔다.


그 순간만큼은 해방군도, 천사도, 신조차도 모두 나를 우러러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더 이상 미련 없이 나의 지구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만나는 순간은 결코 오늘과 같지는 않으리라 다짐하며.


조용하고도 긴 밤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선호작 댓글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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