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17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16 22:00
조회
228
추천
5
글자
19쪽

주제파악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88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자율학습실을 쓰지 말라니요!”


현규를 비롯한 남우리 엘리트는 자율학습실 출입을 금지당해 발을 동동 굴렀다.


평소 아지트로 사용하던 장소였고, 이번에도 ‘타도 박상혁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금지라니? 아무런 이야기도 못 들었는데? 퇴출당할 이유도 없고. 부당한 대우라는 생각에 남우리 엘리트는 화를 숨기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안 쓰면 여길 누가 쓴다고요! 엘리트 자율학습실이잖아요! 엘리트!”


그들을 상대하는 경비는 죽을 맛이었다. 그냥 위에서 까란 대로 깠을 뿐인데 이렇게 짜증을 듣게 되다니.


결국 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책임소재를 회피했다.


“아~ 난 모르겠고. 이사장님 결정이야! 가서 따지던가.”


현규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줄어들었다. 이사장님이 왜 이런 개짓거리를 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짚이는 게 전혀 없었기에.


다른 엘리트들이 현규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리더였으니, 그가 이 사태를 해결해야 했다.


현규는 피식 웃으며 선언했다.


“모르면 물어보러 가면 되지 뭐.”

“이사장실에 간다고?”

“그래. 뭐 못갈 곳에 가냐? 야! 우리 남우리 엘리트들이야. 학교의 위상을 드높인!”


이사장은 높은 사람이지만 현규는 겁내지 않았다. 그동안의 공로가 있으니 이사장도 그들을 박대하지 못하리라는 계산이다.


하여 당당하게 이사장실로 우르르 몰려갔고. 예상대로 이사장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이 들어맞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이사장님이 자율학습실 사용을 막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맞다.”

“어째서입니까.”

“알 필요 없다. 나가려무나.”


이사장은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유라도 말해주면 뭐라고 따질 건덕지가 있을 텐데, 대뜸 어른의 권위를 사용해버리니 어찌 할 방도가 없었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이사장님이 저희한테 그러시면 안 되죠!”


현규가 남우리 엘리트를 선동했고, 녀석들은 이사장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선생보다는 자신의 리더를 더 따를 시기여서 그런지 거친 언행도 이따금 튀어 나왔다.


이사장은 그럴 거라고 예상을 했는지 천천히 전화기를 들어 학생주임을 소환했다.


“학생들이 난동을 피우는 군요. 교칙에 맞게 처벌하세요.”

“뭐라고요? 처벌? 우리를?”


그들의 말이 뒤엉켜 질척거렸지만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 팔뚝이 나무통만한 학년주임이 나타나 그들을 질질 끌고 갔기 때문이다.


남우리 엘리트들은 입학 후 처음으로 체벌이라는 것을 당했다. 그것도 흠씬 두들겨 맞았다.


학년주임실을 벗어나는 아이들은 엉덩이를 붙잡고 비척이며 걸어야만 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어.”

“X발 존나 아프네.”


이사장에게 욕을 박았으니 혼나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대상이 남우리 엘리트였다는 점.


평소 그들이 지각이나, 땡땡이 같은 걸 친다고 해서 혼나는 일은 없었다. 선생님들도 암묵적으로 용인해주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은? 꼬투리를 잡혀 과하게 얻어맞았다. 그것이 현재 남우리 엘리트들의 위상을 말하고 있었다.


현규는 한참을 인상을 찌푸리고만 있었다. 짚이는 게 없지는 않다. 어제와 오늘의 가장 큰 차이점. 그것은 박상혁의 등교 여부였으니까.


그런데 박상혁이 등교한 것만으로 이런 푸대접을 받는다고? 상혁과의 차이가 그 정도일까? 현규는 아니라 생각했다.


에이스의 등장만으로 버려지는 찌꺼기들이라니. 그건 너무 굴욕적이었다. 그의 자존심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 타도 박상혁 프로젝트의 계획이 세어나가기라도 한 걸까? 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 정도로 비상식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현규야. 어디 가려고?”

“다른 학교 애들이나 만나자.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남우리에 묶여 있겠냐?”


중학교 커뮤니티의 정점에 있는 그들이다. 아는 사람만 수백이며, 대다수가 그들에게 호의를 드러내고는 했다.


어차피 박상혁을 타도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교의 도움도 필요했기 때문에 남우리 엘리트는 미련 없이 다른 학교를 찾았다.


분명 든든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러나 이변은 계속되었다. 주변 어떤 학교를 가더라도 통제를 당하기 일수였으니.


시설 이용을 거부당하는 건 기본이고, 다른 학생들을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심지어 취급이 안 좋은 학교에서는 억지로 쫓겨나기도 했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들은 마주치는 어른들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X발. 단체로 돌기라도 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누굴 잡아먹는다는 것도 아니고.”


푸대접을 받을수록 아집이 생겨 꿋꿋이 다른 학교를 전전했고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성과는 없었다.


헛걸음이 반복되었다. 몸이 늘어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몇 엘리트들은 어딜 가더라도 자신을 반기는 곳이 없을 거라는 걸 깨닫고 현규의 눈치를 살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멈춰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현규는 멈추지 않았다.


“현규야 이제 그만...”

“닥쳐! 갈 사람은 가! 그리고 다시는 내 얼굴 볼 생각 하지마.”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현규도 이미 상황이 많이 이상함을 알고는 있다. 그럼에도 그는 도저히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발을 바쁘게 움직였다.


‘젠장. 젠장. 젠장! 칭찬하고 추켜세울 때는 언제고.’


현규의 행군이 멈춘 것은 처음으로 대화가 통하는 교장을 만난 후였다.


환대를 받은 건 아니다. 그냥 쉴 곳과 마실 물 정도를 내어줬을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남우리 엘리트는 감사했다.


눈치가 보여 따라오기는 했지만 미성숙한 심신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지 오래였다.


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자니, 업무를 마친 교장이 교장실로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저희가 갑자기 찾아온 탓인걸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역시 남우리 중학교의 학생은 어른스럽구만.”


아주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남우리 엘리트의 어깨가 펴졌다. 그래. 이거였다. 한 때는 이런 칭찬을 매일같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에 곧바로 어깨가 구부러지고 말았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로 온 건가?”

“그게 말입니다. 자율...”


현규는 차마 학습실을 빌리고 싶다는 말을 마저 내뱉지 못하였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권리가 박탈되었다는 분노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현재 상황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옆 학교에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남우리 중학교에서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서 장소를 구걸하는 게 웃기지 않나.


남우리 중학교 자율학습실이 모두 문 닫은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물론 이웃 학교들에게 거부를 당했기 때문에 이렇게 외곽까지 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망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현규는 처음으로 자신의 처지가 꽤나 처량함을 깨달았다.


수치스러움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지만,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화제를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자율?”

“자율학습 방식 정착을 위해 인근 학교들과 교류를 하고 있거든요. 여기 선우 중학교에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해 허가를 받으러 왔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자연스러운 커브였다. 누구나 선망하는 남우리 엘리트의 공부법을 전수해준다는데 어떤 교장이 반대를 하겠나.


활동 장소를 얻음과 동시에 선우중 엘리트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남우리 엘리트들은 하나 같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조금 갑작스러운 감이 있군. 미리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고.”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분명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네.”


결국 현규와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거부를 당하고 말았다. 그나마 호의적이던 곳에서마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친구들만이라도 보고 가는 건 괜찮을까요?”


어떻게든 성과를 남기기 위한 발버둥이자, 교장의 진의를 살피기 위한 확인이었다.


만약 학생끼리 만난다는데 방해를 한다면 선우중학교의 교장 역시 조금 친절할 뿐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다는 방증이었으니까.


현규의 간절한 바람은 외면당했다. 교장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공부 잘 하고 있는 학생들을 굳이 방해할 필요는 없지.”


입에 발린 거짓말이다. 현규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거짓말! 도대체 왜 다들 그러시는 겁니까? 평소에는 놀러 오라고, 애들 공부 좀 가르쳐 달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니! 왜 오늘은 죄다 모르는 척을 하는 거냐 이 말입니다!”


유일하게 친절을 베푼 교장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상황이 아이러니했다. 험한 대접이나 받자고 손을 내민 게 아닐 텐데.


그러나 이미 멘탈이 산산조각난 아이들은 더 이상 인내하지 못했다.


선우중학교의 교장은 잠시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현규 학생. 돌멩이 좀 사가겠나?”

“... 네?”

“우리 학교 운동장에 이쁜 돌멩이가 참 많아. 나는 현규 학생이 돌 좀 사갔으면 좋겠어.”


뜬금없는 소리다. 노망이라도 온 게 아닌 이상 돌멩이를 왜 돈 주고 산단 말인가.


헛소리 하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하면 점잔하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교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이 아닌 이상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 같다.


“싫습니다.”

“왜지?”

“그런 쓸모도 없는 걸 왜 돈을 주고 삽니까? 저는 그렇게 낭비할 돈 없습니다!”


이번에도 이상한 소리를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교장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맞는 말이지. 그 말로 자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신하겠네.”


현규는 상황을 따라가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외면당하던 이유를 깨달았다.


“저희에게 자리를 마련하고, 만남을 주선하는 게 시간낭비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맞네. 아마 다른 교장, 이사장들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게야.”


남우리 엘리트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차라리 외압이나, 어른의 사정이 있었다면 이해가 갈 텐데. 자신들이 쓸모가 없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규가 그들을 대표하여 물었다.


“저희는 매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만?”

“그것도 입선 정도일 뿐, 최고는 아니었지. 자네들과 비슷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은 많았어, 그럼에도 남우리 중학교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


맞는 말이다. 남우리 학생들도 이를 자각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결론도 내린 상태였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우리에게서 가능성을 본 거 아닙니까? 분명 머지않아 수석을 차지할 실력이라고 말입니다!”

“크흐흐.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교장이 웃었다. 실내로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보이는 미소였다.


“아닙니까?”

“아닐세. 물론 교직에 선 모든 선생들이 원석을 발견하려고는 하네. 거기까진 맞아. 하지만 원석은 가꾸지 않은 상황에서도 빛이 나는 법이야. 그런 원석에게는 지원이 아깝지 않지.”


그 말은 남우리 엘리트들은 원석이 아니라는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 받고 있는 대우는 원석이 아닌 돌멩이에게 해당하는 대우에 속했다. 몇 시간이나 뺑뺑이를 돈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그들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왜 그동안 우리는 지원을 받았을까요?”

“그거야 뭐... 그동안 쏟아진 관심이 자네들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지.”


망치로 얻어맞은 것만 같은 표정이다. 눈은 커졌고 반대로 미간은 좁아졌다. 남우리 엘리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냉정한 사회의 평가를 받았고, 큰 충격을 얻었다.


“박상혁.”


누군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누렸던 혜택과 호의가 다 박상혁을 향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


현규의 목소리가 떨렸다.


“박상혁이 그러랍니까? 우리들에게 잘해주지 말라고? 별 것 아닌 놈들이니 무시해도 된다고?”


교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없었네. 그저 안부인사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전부였어.”

“그게 전부라고요?”


현규는 분노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사실에 허탈함과 울적함을 느꼈다. 상대는 주먹을 내밀지 않았다. 때문에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은 오갈 곳을 잃고 방황했다.


“무슨 계획이던가요.”

“새로운 세상을 구상할 지성집단을 만들고 싶다는구나. 실력자들을 직접 뽑겠다는데?”


상혁의 계획은 기존의 체계를 완전히 뒤엎었다. 모든 권력이 상혁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남우리 중학교는 빈 깡통이 되었으니 더 이상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잘 보일 필요는 없으리라.


어차피 새로운 집단이 탄생할 텐데. 굳이?


권력의 이양구조를 깨달은 현규는 정말 그동안의 혜택이 본인들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조금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고, 그 사실을 자각하며 화들짝 생각을 털어냈다.


서운할 게 뭐가 있나. 현규에게 상혁은 과대평가 받는 녀석에 불과한데.


서운하다는 감정은 무의식적으로나마 그가 상혁을 우러러보고 있었음을 의미했다.


주변의 시선은 이해했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현규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상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 우리도 충분히 재능 있는 학생들입니다.”

“현실을 보게 이 친구야. 자네는 괜찮은 학생이지만 자네 정도의 학생들은 드물지 않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은 왜 이 자리에 나오셨습니까?”


이를 악 물었다. 폼으로 우두머리를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 상황을 파악하고 활로를 찾았다.


“왜 저희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시는 거죠? 원석도 아닌 돌덩이한테 시간을 허비하실 필요는 없지 않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 말이야.”


현규와 아이들은 기회가 찾아왔음을 직감하고 눈이 빛냈다.


“그게 누군가요.”

“상혁이의 새로운 지성집단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그런데 마땅히 보낼 사람이 없는 이들.”


한국에서 상혁만큼 핫한 소년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을 받았고 이번 지성집단 형성 역시 마찬가지.


자신의 사람을 집어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야 상혁과 만날 건덕지가 생길 테니까.


그러나 교단에 서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지식인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여 그들은 지인들을 통해 보낼만한 사람을 구하곤 했다.


“그러니까 교장 선생님은 다른 분께 저희를 팔아넘기시겠다는 이야기신가요? 그것도 상혁이 밑으로 들어가라고?”


교장의 심산은 뻔했다. 현규는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잘 깎으면 다른 곳에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남우리 엘리트에 대한 명성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니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겠지.


현규는 그 사실을 눈치 채고 따졌지만 교장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라고 생각하자고. 자네들이 원하는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을 걸세. 정말 실력이 있다면 새로운 그룹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수 있지 않겠나. 일종의 증명의 장인 셈이지. 복수의 기회고 말이야.”

“복수...”


복수. 사람의 마음을 참으로 두근거리게 만드는 단어다. 남우리 학생들은 언제 기운을 잃었냐는 듯 다시금 열의를 불태웠다.


애들의 의지를 확인한 현규는 교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잘 되면 소개시켜준 나의 공로를 잊지 마시고.”

“물론입니다. 저희를 직접 스카우트 하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드리죠.”


교장은 손을 내밀었고 현규는 웃으며 그 손을 붙잡았다.


현규는 눈앞의 교장을 조심스레 살폈다.


입은 조금 험했지만 다른 이들이 남우리 엘리트를 외면할 때 유일하게 그들을 맞이해준 사람이다. 또 새로운 기회를 준 사람이기도 하고.


덕분에 남우리 엘리트는 새로운 목표를 다질 수 있었으니 은인이라면 은인인 셈.


하여 친분이 있던 사람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딱히 짚이는 건 없었다. 평소에 친한 사이는 아니었던 모양.


하긴 그들이 활동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른들을 만났던가. 그의 영특한 두뇌로도 전부 기억을 못하는 게 정상이다.


설마 떠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별 일이라도 생기겠나. 그럴 리가 없지.


현규는 이내 상념을 정리하고 교장이 소개해준 인물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 * *


현규가 떠난 뒤 교장은 갑갑한 셔츠를 푸르고 목을 긁었다. 그러자 살가죽이 벗겨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얼굴이 흐물흐물한 인두겁처럼 녹아 내렸다.


얼굴을 뒤덮은 껍질을 벗은 교장은 이전과 달리 훤칠한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X. 전설적인 스파이며, 현재는 박상혁의 충실한 종복이다. 오늘도 그는 상혁이 지시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던 중이다.


잠시 후 또 다른 교장이, 아니 진짜 선우중학교의 교장이 들어와 중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그... 하시려던 일을 잘 되신 겁니까?”

“네. 덕분에.”

“허허. 교장실을 비워달라니.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려는 건지 저는 짐작도 못하겠습니다요.”


그 말을 들은 X는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다.


분수를 모르는 꼬맹이들을 금은보화로 가장한 함정으로 빠트렸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혁규는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아라. 그동안 남의 권세로 누리던 혜택을 모두 회수한 게 어떻게 벌이 되겠나. 그냥 제 자리를 찾았을 뿐이지.


그러니 처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X의 권유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그는 이미 늪에 빠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현규가 욕심을 부릴수록 주변의 상황은 더욱 그를 옭아맬 것이다.


선우중학교의 교장은 X의 미소를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괜한 것을 물어보았다 후회했다.


그는 가슴 위로 십자가를 그어 부디 일이 원만하게 끝나기를 기도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 23.01.02 141 0 -
공지 12월 17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12.17 77 0 -
공지 11월 11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11.11 84 0 -
공지 연재주기는 화, 수, 목, 금, 토 오후 10시입니다. 22.08.07 96 0 -
공지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1 22.06.06 181 0 -
공지 5월 31일 연재 공지입니다. 22.05.31 138 0 -
공지 5월 21일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2.05.22 717 0 -
203 재미없고 지루한 해피엔딩 +2 23.01.01 349 6 27쪽
202 22.12.31 272 6 29쪽
201 리셋 22.12.31 240 6 22쪽
200 신의 선택 22.12.30 241 5 18쪽
199 구원자 22.12.30 228 5 23쪽
198 북쪽 전선 22.12.29 220 4 21쪽
197 검정 상혁과의 만남2 22.12.29 225 5 22쪽
196 검정 상혁과의 만남 22.12.28 232 5 18쪽
195 고3의 숙명 22.12.27 232 5 17쪽
194 사랑의 형태 22.12.24 245 4 19쪽
193 사랑과 전쟁 2 22.12.23 233 5 22쪽
192 사랑과 전쟁 22.12.22 237 5 19쪽
191 흑역사 박람회 22.12.21 246 5 18쪽
190 차원의 틈 22.12.20 222 5 18쪽
189 참교육 22.12.17 236 5 17쪽
» 주제파악 22.12.16 229 5 19쪽
187 힘을 숨긴 찐따?가 되다 22.12.15 248 5 22쪽
186 졸업, 입학 22.12.14 251 5 15쪽
185 관측 22.12.13 266 5 18쪽
184 악마와 함께하는 제주도 투어 22.12.10 258 5 18쪽
183 바엘 22.12.09 231 5 20쪽
182 제주도 현장학습 22.12.08 253 5 25쪽
181 샌드백 필요 22.12.07 267 5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