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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301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12.28 22:00
조회
231
추천
5
글자
18쪽

검정 상혁과의 만남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196화



언젠가 검정 상혁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를 구해줬으며, 새로운 기회를 준 은인이었으니. 감사를 표하고, 그동안의 성취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갑작스러운 상황에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다행히 검정 상혁은 환대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그저 지구를 둘러보는 중이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감회에 젖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사이 멘탈을 다잡은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에요. 바쁘다더니 여기 지구에서 다 보네요?”


그러자 검정 상혁 역시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씨익 웃었다.


“그래. 오랜만이지. 네 활약 덕에 드디어 시간이 나서 말이야.”


검정 상혁이 건넨 손을 맞잡았다.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던 내가 이렇게 그와 대등하게 인사하다니. 감회가 새롭다.


“전쟁 상황은 좀 어때요?”

“하급 천사는 싹 소탕했고. 대천사랑 신만 남았어.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


슬슬 그럴 때라고 생각은 했다. 내가 신에게 큰 타격을 입힌 것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으니까 벌써 8년 째 싸우고 있는 게 아닌가.


나를 보는 검정 상혁의 눈빛이 따뜻하다.


“고맙다.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에이. 당신이 준 능력 덕분이죠. 뭐.”

“아니. 네 덕분이다.”


지나가는 말로 공치사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검정 상혁의 표정이 진지하다.“왕의 7가지 씨앗은 훌륭한 기물이지만 초월자를 양산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야.”

“그래요?”

“그래. 만약 그런 물건이었다면 내 권한으로도 네게 못 줬을 거다.”


따지고 보면 그건 그렇다. 언제나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우주 중소기업 해방군이 초월적인 능력을 남에게 줄 리는 없지.


그렇다는 말은 내가 이 자리까지 온 건 순전한 내 덕이라는 소린데... 내가 잘난 건 별로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래요. 제가 열심히 살긴 했죠.”

“푸흐. 그래. 그거 멋지군. 혹시 가능하면 내게도 보여줄 수 없겠나? 네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검정 상혁이 직접 지구에 방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이룩했는지 직접 보고 싶은 모양이다.


최후의 결전에서 신이랑 싸우다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타이밍도 적절하고.


그는 정중하게도 나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당신이라면 볼 자격이 충분하죠. 이걸 어디에서부터 보여줘야 하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방학숙제를 사촌 형에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지금 나이가 몇이지?”

“열아홉. 고3이죠.”

“그럼 수능 준비하는 건가?”

“겸사겸사요. 요즘은 이런 거 하고 살아요.”


손가락을 퉁겨 장소를 전환했다. 이동한 곳은 개인 창고. 그곳에는 그동안 내가 제패한 대회의 트로피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건...?”

“처음에는 심심해서 국내 대회 몇 개 나가던 게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하하.”


검정 상혁은 창고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그가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했다. 자기가 준 능력으로 양민 학살이나 하고 다니는 거냐면서.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었다. 검정 상혁이 정말 박상혁이라면, 인생의 밑바닥을 개처럼 굴렀던 그 상혁이라면 이 광경을 보고 화를 낼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검정 상혁의 볼은 터지기 일보직전처럼 빵빵해진 상태였다.


“푸흣. 흐. 흐으. 흐하하하하하학!”


결국 검정 상혁은 미친놈처럼 웃어젖혔다. 단칸방에서 살던 가난뱅이가 이렇게 세계 챔피언을 독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올 만도 하다.


나 역시 그가 어떤 느낌일지 알 것 같아 참지 못하고 같이 웃었다.


“프히히히. 킥. 크하하하하하핫!”

“우헤헤헤헷. 흐흐흐흐큭.”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 웃고 난 뒤 우리는 보다 깊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흐아. 대단한데? 정말 정도를 모르고 폭주하는구나?

“그럼요. 아마 당신이었어도 이렇게 했을 거면서.”

“그래. 나였다면 이미 세계 대통령쯤은 하고 있었을 거야.”


검정 상혁은 한 10년 쯤 젊어진 것 같았다. 내가 이룬 것들을 통해 지난 날 자신의 고통과 회환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다.


“그럼. 인기도 많겠네?”

“아... 많긴 한데.”

“한데?”

“이미 연애 관련 컨텐츠는 끝난 셈이나 다름이 없어서요.”


검정 상혁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고, 나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첩을 뒤졌다.


직접 만나게 해주는 것도 문제는 없지만 이왕이면 비대면으로 설명을 처리하고 싶었다.


갓난아기가 자고 있는데 굳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지뢰밭 위에서 굳이 탭댄스를 추지 않는 것처럼.


긁으면 부스럼이 나올 것만 같다. 겨우 4명의 균형을 맞춰놓았는데 굳이 변수를 만들 이유는 없지 않나.


나는 사건이 없는 지금의 평온한 상태가 딱 좋았다.


몇 개의 사진을 엮어 슬라이드를 만들었고, 이를 검정 상혁에게 보여주었다.


“여자친구들이에요.”


핸드폰을 건네받은 검정 상혁의 눈동자가 빛났다.


“이 친구가 그 승윤이?”

“네. 제가 신이랑 맞다이를 뜨게 된 이유기도 하죠.”

“으흐. 추억 속 예쁜 동창생과 연애라니 풋풋하네. 오. 그 다음은 유명한 아역 배우인가?”


검정 상혁은 중얼거리며 사진을 구경했다. 그 또한 상혁이었기에 여친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흐뭇함과, 음흉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말은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이 전부 전해졌다. 그렇게 구경하던 중 그의 손이 갑자기 우뚝 멎었다.


“이 사람은 어쩌다가 만난 거야?”

“누구요. 유성아 씨요?

“아니. 유성아 씨는 똑똑하고 착하고 마음까지 넓으니까 이상하지 않은데. 이 사람 말이야.”


승윤, 한별, 성아가 아니라면 한 사람밖에 없다. 검정 상혁의 손가락은 크리스티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크리스티나요?”

“아. 그래. 크리스티나. 그런 이름이었지.”

“초인류 협회라고 재능 있는 사람들 모아놓은 집단이 하나 있는데 거기 집어 삼키면서 만났어요.”


그러자 검정 상혁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잠시만 기다려 봐라.”


검정 상혁은 주머니에서 해방군 전용 통신기를 꺼내 한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그곳에는 크리스티나에 대한 정보가 적혀져 있었다.


“우리 해방군은 각 우주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들을 기록해두거든. 크리스티나도 그 중 하나야.”


[크리스티나 – 아름답고 똑똑하다. 그러나 절대로. 어떠한 경우에서도 영입을 시도하지 말 것.


오만하고, 질투심이 강하다.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3번의 스카우트가 있었고, 3번 모두 해당 지부의 분란을 야기해 자멸하게 만들었다.


이득보다 피해를 불러오는 여성이다. 다루기가 굉장히, 아주, 말도 안 되게 어렵다.]


작성자는 다른 세계의 크리스티나에게 원한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글에서 악감정이 뚝뚝 흘러 넘친다.


그래서인지 검정 상혁도 나를 걱정하는 것 같다.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웃으며 그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 정도로 나쁜 여인은 아니다.


“괜찮아요. 우리 크리스티나는 그저 이상적인 사랑을 추구할뿐이에요.”

“... 그래?”

“네. 1m 근처에는 어떤 여자도 못 들어오게 하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며, 매일 엄청난 사랑고백을 요구하긴 하지만 막 그렇게 저한테 피해를 입힌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게 피해 아닐까?”

“아니에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요. 검정 상혁 씨. 혹시 교제하는 분이 계신가요?”

“아직은 없다. 첫 번째 삶을 마감한 이후로 지금까지 신을 죽이겠다는 생각만으로 살아왔으니까.”


그럴 것 같았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도 신과 싸우던 사람이었으니 연애를 할 틈이 있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혹여나 대업에 방해가 될 까봐, 자신의 약점으로 남을까봐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겠지.


그러나 이제 신의 타도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도 슬슬 알아둬야 하는 사실이 있다.


내가 눈칫밥을 먹고, 등짝을 맞아가며 터득한 진리이기도 하다.


“잘 들어요.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그렇겠지.”

“아니요. 잘 모르시는 것 같아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행복은 스스로의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에요. 저는 지금 행복해요.”


보다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자 그의 눈이 커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한 것 같다.


크리스티나가 살짝 고집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 이상 문제가 아니게 된다.


네 명이 가끔 투닥 투닥 다투면 골치가 아프지만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될 문제다.


살면서 좋은 부분만 보려고 노력하면 그곳에 바로 행복이 있다.


내가 4다리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모를까. 여친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상 내 행복의 최선은 지금과 같다.


아마 검정 상혁도 연애를 하게 되면 내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고생하는 기간도 줄어들 것이고.


검정 상혁은 공부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토크에 공백이 생겼다. 나는 연애 이야기가 나온 김에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초월자는 보통 여러 명이랑 사귀나요?”

“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 나만 해도 그렇고. 한 명만을 사랑하는 경우도 없진 않아. 그런데 비율로 따지자면... 하렘을 차리는 경우가 더 많네.”


음. 아무래도 사람 사는 곳은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하다.


“심한 녀석은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만 도시를 건국했을 정도니까.”

“확실히 그건 좀 심하네요.”

“너도 아는 녀석이다. 행성 여왕 다르미안의 이야기야. 그녀의 신랑 수집은 우주와 차원을 가리지 않지. 아마 너한테도 연락이 갔을 걸?”


그랬다. 초월자들에게 초대장을 종종 받곤 했는데 그 중 가장 빈도가 높았던 것이 다르미안이다.


찜찜한 마음에 거절했었는데 안 가길 잘했던 것 같다. 만약 네 사람에게 그 사실을 들켰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등짝에 손바닥 자국이 찍히다 못해 갈비뼈까지 파고들었을 것이다.


검정 상혁은 부르르 떠는 내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고생이 많군.”

“행복하다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는 차원의 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그동안 얻은 전리품 중에 남자에게 참 좋은 약이 있는데, 아마 곧 필요할 것 같다면서.


나는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해인 올해가 몇 개월이나 남았는지 세어 본 뒤 말없이 검정 상혁의 선물을 품에 챙겼다.


언제나 내게 아낌없이 베푸는 검정 상혁이었다.


* * *


평화로운? 여자친구 이야기가 지난 후, 우리는 서로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검정 상혁은 특히 나의 진화 과정에 흥미를 감추지 않았다.


“초월의 영역에 이른 건, 왕의 7가지 씨앗을 컨트롤 해낸 게 가장 주효하지 않았나 싶구나.”


지금이야 정점의 DNA 만만세이지만 초창기에는 참 까탈스러운 능력이었다.


활성화되는 부위도, 시기도 다 자기 멋대로였으니까. 이에 고삐를 채운 것이 주효했다는 해설이다.


“네가 선정한 7가지 재능의 총량이 인간의 한계보다 컸던 게지. 그래서 초월자로 재구축된 것이고. 선택을 조금만 잘못 했어도 그 날 쓰러진 건 신의 아바타가 아닌 네가 되었을 거야.”


인간이 신의 영역에 이르는 것이다. 기적으로도 설명하지 못할 테지.


그런데 나는 신의 영역에 이르고도 또 한번 초월했다. 기적을 무더기로 쏟아부어도 쉽게 이룰 수 없는 위업이다.


“설마 씨앗을 토대로 시스템 자체를 강화시켜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어. 이 정도면 내 ‘공허의 아귀’랑 붙어 볼만 할 거 같은데?”


검정 상혁이 감탄했다.


공허의 아귀는 검정 상혁이 베이스로 삼는 초월 능력이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며 제 몸집을 불리는 어둠이라고 한다.


검정 상혁의 모습이 까만색인 것도 아마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제 신마저도 집어 삼키려 하는 저 어둠이 나의 능력을 고평가했다는 게 중요하다.


과연 정말 할 만한 걸까? 아니면 립 서비스? 상대는 신이랑도 맞상대가 가능하다는 우주 최강 급의 사나이다.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차오르는 호승심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럼 한 수 부탁드립니다.”


손가락을 퉁겨 차원의 틈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아무리 대련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두 사람의 싸움을 행성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검정 상혁은 실로 즐겁다는 듯 히죽 웃으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묵직한 압박감이다. 움츠러들지 않기 위해 일부러 등을 꼿꼿이 세우며 나 또한 대항했다.


“후우.”


나에게서 퍼져나간 기운이 꿈틀거리는 어둠을 밀어낸다.


두 힘이 맞닿았을 뿐인데 차원에 미약한 금이 생겼다.


초월자끼리의 대결에서는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예상조차도 뛰어넘는 것이 초월자이기 때문.


그러니 내 할 일을 잘 하는 게 효과적이다.


수많은 격투기를 접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교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정권.


이제는 숨 쉬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거력의 주먹을 내지르...려는 찰나. 변수가 발생했다.


꾸루루룽.


어디선가 천둥이 울렸다. 이곳은 차원의 틈이니 기상활동 같은 건 전혀 없을 터.


참고로 내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다.


한계까지 차올랐던 기운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검정 상혁은 드물게 붉어진 얼굴로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힘을 너무 끌어 올린 모양이야. 잠깐만 시간을 줄 수 있겠니?”


그는 소지 중인 보존식을 섭취할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내 의견은 조금 달랐다.


“대련은 미루고 우리 식사나 하러 갈까요? 오랜만에 우리 지구 음식이나 먹고 가요.”

“그럴까? 그거 좋은 생각이다.”


검정 상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많은 우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먹어봤겠지만, 그래도 고향음식만한 것이 또 없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식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겠지.


“맛있는 식당 좀 알아?”

“아무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여드릴게요.”


공교롭게도 우리 두 사람은 입맛이 비슷하다. 그러니 가장 맛있게 먹을 음식도 정해져 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낸 뒤 앞장서서 그를 안내했다.


그가 내 깜짝 선물을 발견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았다. 티가 나는 순간 서프라이즈가 아니게 될 테니까.


우리가 삼길동에 진입한 후에도 검정 상혁은 나의 의도를 눈치 채지 못했다.


초인류 협회 인원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즐비했기에 상류층 동네 분위기를 풀풀 풍겼기 때문이다.


아마 그 중 한 곳에 데려가리라 생각한 모양. 그러나 내 발이 멈춘 곳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주택 아닌가?”

“그런 컨셉의 맛집이에요. 자 들어갑시다. 들어가 보면 알아요.”


검정 상혁의 두뇌가 제 할 일을 하기 전에 그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검정 상혁은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알아차린 듯하다.


그렇다. 내가 검정 상혁을 데리고 온 곳은 바로 우리 집이었다.


그는 머뭇거렸다.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내딛는 발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건 말건 나는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집 안쪽에 소리쳤다.


“엄마! 저 밥 먹으러 왔어요!”


내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집 안 쪽에서 어머니가 나오셨다.


“아들~ 빨리 왔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용.”

“으휴.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는 건지. 옆에 분은?”

“응. 친한 친구에요. 같이 밥 먹으려고요.”


갑작스러운 방문이지만 어머니는 검정 상혁을 친절하게 맞이해주셨다.


“아들 친구면 아들이나 다름이 없지. 어서 들어와요.”


그러나 정작 검정 상혁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동자 안에서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다. 톡 건드리기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다.


그런 그를 이끌고 부엌으로 넘어갔다. 그곳에는 할머니가 그릇에 음식을 담고 계셨다.


“할모니!”

“우리 귀여운 손주 왔어? 이 할미가 상혁이 좋아하는 거 많이 했으니까 많이 먹어야 한다?”

“네!”


내가 좋아하는 건 동시에 검정 상혁이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한 식탁에 그를 받아들였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거침없이 갈비찜을 학살했다. 조기 구이를 발라서 먹었으며, 닭도리탕의 다리를 뜯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검정 상혁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을 한참 동안 두 눈에 담고 있다가 아주 느리게 수저를 들었다.


검정 상혁은 밥을 크게 떠 찌개와 같이 입에 넣었다.


콧잔등이 찌푸려졌다. 앙 다문 입술이 올라가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윽고 넘친 눈물 한 방울이 그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어머. 울어요? 혹시 밥이 입맛에 안 맞아요?”

“아뇨... 밥이 맛. 이써흑. 으허헝.”


결국 감정의 댐이 터지고 말았다. 한 번 터진 둑은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모두 쏟아져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태산과도 같던 사내가 이제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따뜻한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내가 과거로 회귀한 뒤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더 이상 가족이 나 때문에 고생하지 않아서 기뻤고, 잘난 아들이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니 이 식사는 내가 검정 상혁에게 대접하는 감사의 표현이다.


최소한의 보은이고, 내 두 번째 삶의 증명이다.


검정 상혁은 아주 오랫동안 그 식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집필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중으로 완결을 낼 생각이라 내일부터는 연참을 달릴 것 같습니다.


언제나 읽어주시는 분들 덕에 큰 힘을 받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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