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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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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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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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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8.11 11:00
조회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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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9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8 - 떨어진 별 (4)

DUMMY

" 으으음... "


클루니 사령관은 고통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코를 찌르는 약향과 벽지조차 없는 낮선 천장이 그를 맞이했다. ' 여기가 어디지? ' 혼란에 빠져있던 사령관은 이내 자신이 의무실의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을 파악하자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 나는... 분명히... '


" 정신이 드십니까? "


몸을 일으키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베르가의 모습이 보였다. 사령관은 무어라 말하려다가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 사령관에게 생긴 문제를 짐작한 베르가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안심시켰다.


" 파손된 치아을 인공 치아로 교체하느라 마취제를 투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마취가 완전히 풀리면서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


" 으음..... "


별일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자 사령관의 얼굴에 안도감이 서렸다. 이까짓 일로 불구가 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없는 것이다.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자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 말을 못하니 불편하군. '


지시를 내리려던 사령관은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리고 베르가를 향해 글씨를 쓰는 시늉을 해보였다. 이런 일이 생길거라 짐작하고 있었던 베르가는 지체없이 준비해둔 펜과 수첩을 건내주었다.


『고맙군.』


" 별말씀을. "


『내가 기절한 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보게.』


" 예. 리안 경은 큰 충격을 받긴 했지만 갑옷의 충격 완화 기능 덕분에 별다른 부상 없이 복귀했고 마법사 파르푼도 가벼운 두통을 호소했을 뿐,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아 복귀시켰습니다. 공녀님과 모의전을 벌였던 죄수병 피르쉬어는 가슴을 강하게 가격당해 현재 중태에 빠진 상태입니다. 의사의 소견으론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 "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은 이 세계의 의사들이 애용하는 완곡어법의 하나로 ' 이 환자는 죽는다. ' 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클루니 사령관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떨쳐버렸다. 어차피 기사 하나도 당해내지 못하고 죽을 정도라면 그가 기대했던 레벨의 인재라곤 볼 수 없었다.


' 필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술이 전부였던게지. 쯧쯧. '


마법을 쓴다는걸 모르는 상태라면 치명적인 한 수가 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마법을 쓴다는걸 숙지한 공녀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리라. 잠시 생각하던 사령관은 거침없이 글을 써나갔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되 끝내 숨을 거두거든 시신을 수습하여 아쉴리 신전에 묻어주게.』


" 너무 파격적인 대우가 아닙니까? "


아쉴리 신전은 아데발트 가문을 위해 공을 세운 인재들을 매장하는 곳으로 가장 명예로운 매장지는 아니었지만 2등 정도는 되는 곳이었다. 클루니 사령관의 권한으로도 정당한 명분이 없으면 상당히 억지를 써야 가능할 정도니 일개 평민 출신 죄수병의 매장지로는 파격적이라 할만했다.


『공을 세웠으면 마땅히 상을 주어야하지 않겠나. 피르쉬어는 혈혈단신이니 본인이 죽고나면 장례를 잘 치뤄주는 것 외에는 달리 보상할 방법이 없네. 하지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죄수병들이 크게 동요할 것이니 모쪼록 비밀리에 처리하도록 하고 죄수병들에겐 공을 인정받아 큰 상과 함께 자유를 얻어 나갔다고 선전하게.』


" 알겠습니다. "


아르모어는 죄수대 창설 이래 가장 큰 공을 세운 병사였기에 죄수병들뿐 아니라 일반 병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 인물이 본성으로 불려갔다가 시체가 되어 나왔다는게 알려지면 최악의 경우, 희망을 잃어버린 죄수병들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었기에 반드시 숨겨야 할 일이었다.


『보고를 계속하게.』


지시를 마친 사령관은 중간에 끊어진 보고를 재개시켰다. 베르가는 고개를 끄덕이곤 보고를 재개했다.


" 마지막으로 공녀님은 얼굴을 난타당해 치아가 6개 부러지고 심한 타박상을 입으셨습니다. "


『그게 무슨 소린가?』


뜻밖의 말에 놀란 사령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르모어가 당했다기에 공녀는 당연히 무사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난타를 당했다니? 설마 근접전에서 밀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자신의 예측을 거듭 벗어나는 이야기에 사령관은 설명을 재촉했다.


" 저도 사태가 끝난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자세한 과정은 모릅니다. 다만 아가씨가 입은 상처로부터 추정하건데 적어도 20대 이상을 연달아 두들겨 맞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붓고 치아가 몇 대 부러진 정도로 끝난 것을 보아 아무래도 손대중을 해가면서 때린 것 같습니다. "


아르모어의 신체능력이 떨어진다곤 하지만 얼굴을 스무방이나 얻어맞았는데 아무리 튼튼한 기사라도 뼈가 버텨낼 리 없다. 그런데도 얼굴이 좀 붓고 이빨이 부러지는 선에서 끝났다는건 때린 사람이 사정을 봐줬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아르모어가 무슨 수로 공녀를 두들겨 팼단 말인가?


' 허허, 정말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군 그래. '


공녀의 몸에 큰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클루니 사령관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과정을 납득할 순 없었지만 어쨌거나 결과가 나와버렸으니 사령관은 그에 맞춰 지시를 내렸다.


『난타를 당했으니 얼굴에 성한 곳이 없을 터.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진 공녀님을 방 밖으로 내보내지 말게.』


" 이것도 덮어두실 생각이십니까? "


『그렇네.』


" 재고해주십시오. 아무리 공녀님이라 해도 일군의 수장을, 그것도 사령관님이 이끄는 남방군 영내에서 부당하게 폭행한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선 안될 일입니다. "


베르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동자에선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남방군을 대표하는 클루니 사령관에게 부당한 폭행을 가한 것은 곧 남방군 전체를 부당하게 폭행한 것과 같았으니 남방군에 소속된 자라면 마땅히 분개할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럴 수 없네.』


" 사령관님! "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사령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문장을 하대로 바꾸어 권위적인 태도로 이유를 설명했다.


『정식으로 항의한다면 공녀를 처벌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되면 이번 일이 만천하에 알려질 것이고 공작 전하의 입장이 크게 난처해진다. 가신된 도리로 주군을 곤경에 빠드릴 수야 없지 않은가? 또한 전말이 밝혀지면 우리들도 공녀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으니 결국 작은 일로 말미암아 모두가 곤경에 빠질 뿐이다.』


여기까지 단숨에 써내린 사령관은 잠시 펜을 멈췄다가 글을 이었다.


『젊은 귀족들은 모욕을 참지 않는다. 너 또한 젊은 귀족이니 부당한 모욕을 설욕하고 싶을 것이다. 허나, 너의 명예를 위해 따르는 병사들을 괴롭히지 마라. 병사들에 비하면 지휘관의 명예 따윈 단돈 1 데카트의 가치도 없다.』


사령관의 훈계에 베르가는 이번만큼은 납득하지 못했다. 그는 어릴적부터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 귀족. 당연히 명예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령관의 발언을 납득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베르가는 반론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계시니 내가 무어라 말해도 마음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 그렇다면 공연히 논쟁을 벌여 상관의 눈 밖에 날 필요가 없다. '


그런 베르가의 속을 알 리가 없는 사령관은 베르가가 자신의 말뜻을 알아들은 것이라 생각하고 경직되었던 표정을 풀고 한층 부드러운 필체로 지시했다.


『오늘은 수고했네. 이만 들어가서 쉬게.』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인사를 마친 베르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령관은 쉬라고 했지만 그가 내린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전에 들러야 할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일찍 자기는 글렀는데 내일도 해야할 일이 쌓여있으니 오늘밤도 푹 자기는 글러먹은 셈이다. 피곤한 수석 보좌관은 한숨을 푸욱 쉬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예전같으면 한시간 안에 뚝딱 써내렸을 글인데 뭐한다고 12일이나 걸렸는지 모르겠군요.

 

요즘 글을 통 안읽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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