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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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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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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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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기사의 이야기 Ep.1 - 문이 열리는 날 (1)

DUMMY

2013년 1월 1일


2012년에 세상이 끝난다는 종말론을 비웃듯이 해는 오늘도 어김없이 힘차게 떠올랐다. 그저 달력이 한장 넘어갔을 뿐, 세상은 평온하다. 두툼한 유리를 뚫고 방안까지 온기를 전해주는 햇살을 노려보며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정진환은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푸욱 쉬었다.


" 제기랄, 어제로 세상이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


아직은 2학년이지만 선배들은 방학 도중에 졸업해버릴테니 이젠 빼도박도 못하는 고삼이나 다름없다. 자상하면서도 대학에 관해서만큼은 타협이 없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과 백만광년쯤 동떨어진 성적표를 상기하자 앞이 막막하다.


" 아, 씨. 이젠 어쩌지? 이러다 xx 대학 못가면 나 한강에서 뛰어내려야하는거 아냐? "


벌써부터 수능을 잡치고 불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자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마가 세상이 끝난 듯이 통곡하고 아버지의 철권이 얼굴에 틀어박히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 끙, 모처럼 고등학생인데 무슨 사건 안일어나나? 판타지 세상이나 무림이나 그도 아니면 하다못해 특별한 사건에라도 휘말려서 초능력이라도 생기면 좋겠는데 이놈의 세상은 왜 이리 태평한지. "


말도 안되는 불만불평을 터뜨린 진환은 습관처럼 컴퓨터를 켰다. 이러쿵저러쿵해도 수능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 구정을 지내는 진환에게 1월 1일은 귀한 공휴일이니 망하지 않은 세상을 탓하며 어영부영 넘겨버리기엔 아까운 노릇이다.


인터넷에 접속한 그는 즐겨가는 판타지 소설 카페에 접속해 새 글을 뒤졌다. 작가들도 세상이 망할 줄 알았는지 오늘따라 새로 올라온 소설이 한편도 없다. 실망한 진환이 마지막으로 자유게시판을 눌러보고 끄려는데 뜻밖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 응? 뭐야 이거? "


[판타지 세상에 가고싶은 사람 모집 중]


낚시성 짙은 제목이었지만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이기도 했다. 십중팔구 낚시겠지만, 이 답답한 현실을 탈출할 수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진환은 우연히 발견한 게시글을 클릭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저는 판타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인원은 저를 포함해 총 45명이고 이번에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판타지 세상에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있는 분들만 모십니다. 일시는 1월 6일 일요일 오후 3시까지 xx 동 qq 카페로 오셔서 '열쇠'를 찾아주십시오. 자세한 사항은 거기서 이야기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는데, 절대 농담이 아닙니다.]


" 뭐야, 이거? "


무심코 회원정보를 열람해본다. 글을 작성한 회원의 아이디는 '열쇠'로 카페에 어제 가입한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다. 댓글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낚시하지말라고 비웃고 있었지만 다른 사이트에서도 활동하는 사람들은 알만한 판타지 사이트엔 다 올라와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낚시라고 한다면 제법 공들인 낚시다. 진환의 마음이 흔들렸다. 무엇보다 xx동 qq 카페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이다. 낚시라면 그냥 커피한잔 마시고 나오면 그만이고 진짜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도 모른다.


진환은 휴대폰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버튼을 연타한다. 낚시라고 한다면 카페에 혼자 자리잡고 커피를 홀짝여야 하는데 영 모양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야자시간에 판타지 소설을 즐겨읽는 동지이자 어릴적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인 윤성훈에게 전화를 걸어 꼬드겼다.


" 어, 성훈아? 너 이번 일요일에 시간 있지? "



1월 6일 xx 동. 놀이터에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시소를 타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분 쯤 지났을까, 아파트 단지 쪽에서 빨간색 비니 모자를 쓴 진환이 어기적어기적 다가오는게 보였다. 작년에도 입었던 오리털 점퍼를 입고 나온 성훈의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 늦었어. 사람 불러놓고 이러는게 어딨어 임마! "


" 미안. 나가는데 엄마가 붙잡아서 좀 늦었어. "


" 에이, 씨. 미안하다면 다야? 오늘 커피 니가 쏴. "


" 야야야, 오분 늦었다고 그건 아니지. "


둘은 시덥잖은 이야기로 주거니 받거니 수작을 나누며 qq 카페로 향했다. 끊임없이 투닥대면서도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게 퍽 친한 사이인 모양이다.


" 근데 정말일까? "


한참 투닥대며 육교를 올라가던 성훈이 갑자기 화재를 바꿔 물었다. 그렇게 물어본들 진환이라고 알 리가 없다.


" 글쌔, 가봐야 알겠지. 낚시면 커피나 한잔 하고 나오면 그만이고. "


진환은 속으로는 진짜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로 대꾸했다. 성훈은 하긴, 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묘하게 조용한 반응을 보고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진환은 말로 물어보진 않았다. 대신 하얀 입김을 호호 불어 손을 녹이는 시늉을 하면서 갈길을 재촉했다.


" 쓰읍, 춥다. 얼른가자. "


" 그래. "


때마침 육교 아래의 전자제품 상가에서 티비 앵커가 몇십년만의 추위라며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말처럼 등 뒤로 불어오는 겨울 바람이 제법 매섭다.


그들이 qq 카페에 도착한 것은 2시 50분 경이었다. 평소 절반쯤은 비어있는 카페지만 오늘따라 남는 자리가 없을만큼 사람이 제법 붐볐다. 진환과 성훈처럼 학생도 심심찮게 보였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도 많이 있었지만 삼십대를 넘은 어른들의 모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법 험한 인상의 사람도 적잖아 있었기에 진환과 성훈은 약간 기가 질렸다.


" 야, 여기 조폭 모이는데 잘못 들어온거 아냐? "


" 에이, 설마. 조폭이 뭐하러 판타지 세상을 가. "


둘은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빈 자리를 찾았다. 다행히 구석에는 빈자리가 몇 개 있었다. 자리를 잡은 성훈은 카라멜 마키아토를, 진환은 모카 라떼를 시켰다. 항상 느긋한 태도로 손님을 맞이하던 알바생은 오늘따라 신경질적으로 주문을 받아 카운터로 향했다. 몇 걸음 되지않는 거리인데도 세번이나 불려세워져 독촉을 듣는 모습을 봐서는 아무래도 커피와 빨리 만나기는 요원한 일인 듯 싶다.


" 이거 못해도 육십명은 되겠는데? "


" 이러다 진짜면 우리 못가는거 아냐? "


자리에 앉아 여유를 약간 되찾은 성훈이 주변을 돌아보며 혀를 찼다. 사이트와 전혀 상관없는 손님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45명이라는 정원을 체우기엔 충분해보였다. 진환이 그 점을 찍어 말하자 성훈은 그럴지도, 하고 성의없이 대꾸했다. 판타지 세상에 열의를 보이는 진환과 달리 성훈은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일견 쿨하게 보이는 태도에 진환은 내심 들떠있는 자신이 유치하게 느껴져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카페의 시계가 3시 정각을 가르켰다. 그때, 손님들 사이에서 한 청년이 일어나 말없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열쇠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 저에게 볼일이 있는 분들은 따라오십시오. "


스물 둘쯤 되었을까? 굵고 남자다운 멋진 목소리로 말한 청년은 보는 사람이 압도당할 만큼 굉장한 미남이었다. 더군다나 관심이 없어 정확히 어떤 브랜드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척 보기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정장에 멋진 시계를 차고 하얀 장갑을 낀 청년은 꽃미남 재벌 2세라는 설정으로 당장 드라마에 출현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지며 휴대폰 카메라가 쉴새없이 찰칵대며 그의 모습을 찍어댔다. 인터넷에 새로운 얼짱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를 본 진환은 괜히 주눅이 들었다. 동시에 저렇게 잘생기고 돈많아보이는 사람이 뭣 하러 판타지 세상 같은데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현대 정치극이나 기업드라마의 주인공 쪽이 쪽이 어울려 보인다.


둘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청년의 뒤로 사람들이 따라나가자 기껏 시킨 커피를 포기하고 주춤주춤 후미에 따라붙었다. 카페를 나서서 가늠해보니 모인 사람들 거의 전부가 그를 따라가는 것 같았다.


카페 밖에는 언제 준비한 것인지 대형 관광버스가 두 대나 준비되어 있었다. 정말로 판타지 세상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진환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 타십시오. "


청년이 버스의 문을 열고 앞장서 들어가면서 사람들에게 권하자 조용히 진환을 따라가던 성훈이 대뜸 물었다.


" 어디로 가는 겁니까? "


그의 눈초리는 의심의 빛을 띄고 있었다. 청년은 성훈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안심하라는 듯 가볍게 미소지어보이고는 말했다.


" 제가 소유한 VX호텔로 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여기서 딱 오분거리죠. 혹시 이상한 의심을 하고 계시는 분들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정히 못믿으시겠다면 이상한 곳으로 가는 즉시 차를 세우시면 그만입니다. 여기에 제 동료라곤 운전수 두분과 저밖에 없으니까요. 이만한 분들이 계신데 설마 무기도 없는 세사람을 겁내시는건 아니겠죠? "


사람들은 수근거리면서도 대충 수긍했다. 진환도 자신의 안일함을 탓하는 동시에 vx 호텔을 떠올렸다. 유명한 사성급 호텔로 하룻밤 숙박비가 20만원을 넘는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 그게 저 사람 거란 말이야? 진짜 엄청 부자인가본데... 그만한 부자면 리무진을 왕창 몰고오면 좋았잖아. 전세버스가 뭐야. '


진환은 놀라면서도 엉뚱한 것을 가지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고작 오분거리를 가는데 전세버스를 빌리는 짓도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버스를 탔지만 자가용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알아서 가겠다며 탑승을 거부했다. 청년은 늦어도 3시 20분까지는 오라고 당부했을 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진환과 함께 버스에 오른 성훈은 어딘가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버스는 정말로 vx 호텔로 향했다. 오분 거리라는 청년의 말처럼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입구에서 사람들을 쏟아낸 버스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청년은 종업원들의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으며 당당하게 호텔안으로 들어갔다.


" 이쪽으로 오시지요. "


청년은 자신의 말대로 정말 호텔의 오너라도 되는지 종업원들은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내부로 안내했다. 오히려 안내받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연신 둘러보기 바빴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결혼식장으로나 쓰일 법한 넓은 홀이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에 앉자 먼저 도착해 단상에 서 있던 청년이 시계를 두들겼다. 대기하던 종업원이 공손히 문을 닫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진환은 무심코 자신의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3시 20분 정각이었다.


===========================================================


이전 글을 쓰면서도 생각해둔게 있어 하루만에 금방 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프롤로그 격으로 적기 시작한 것인데 적다보니 그냥 본편 시작이 되어버렸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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