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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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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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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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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6.17 08:43
조회
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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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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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19)

DUMMY

" 따라와라. "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지시는 짧고 명료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아르모어 폰 피르쉬어는 말없이 일어나 젊은 장교의 뒤를 따랐다. 새벽같이 본성으로 끌려와 '세척' 당하고 다섯 평 남짓한 아무것도 없는 방에 처박혀 식사도, 화장실도 가지 못한 체 ' 다음 지시 '만을 기다린지 장장 9시간 만의 일이다.


기나긴 대기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목적지는 가까웠다. 불과 코너 하나를 돌았을 뿐인데 세밀한 장식들이 음각으로 새겨진 고급스러운 목재 문이 나타난다. 아르모어의 입이 절로 삐죽 튀어나왔다.


똑똑.


" 베르가입니다. "


끼이익...


장교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시종 계집애가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은 시종의 공손한 인사를 받으며 책상에 앉아 그들을 기다리던 사령관의 앞으로 나아갔다.


" 오, 그 친구인가? "


" 그렇습니다. "


" 흐음~ "


부관의 곁에 선 낮선 청년을 발견한 클루니 사령관이 온화한 목소리로 묻는다. 한 군의 사령관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호기심으로 가득찬 눈동자는 쉰을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묻어난다. 한동안 이 특별한 병사를 관찰하던 사령관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아차하는 표정으로 자리를 권했다.


"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사람을 불러놓고 실례를 했군. 앉게나. "


책상 앞에 놓인 의자는 하나 뿐이었기에 베르가는 한발 물러서 부동자세로 시립했다. 아르모어는 머뭇거리거나 헤매지 않고 곧바로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제법 낮은 편이었지만 아르모어의 앉은 키가 상당히 큰 편이었기 때문에 결국 사령관과 죄수병은 똑같은 높이에서 마주보게 되었다.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령관은 호오, 하고 작은 감탄을 터뜨리고는 본론을 꺼냈다.


" 자네의 활약상은 서면을 통해 충분히 전달받았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전공이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보고서엔 그 뛰어난 전공을 세운 주인공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더군. 자네가 직접 한번 소개해주겠는가? "


"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 그것 뿐입니다. "


존대는 하고 있지만 명백히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령관의 정중한 물음에 답하는 일개 사병의 태도치곤 지나치게 불손했다. 자연히 베르가의 이마에 힘줄이 돋는다. 그러나 정작 사령관은 별로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한손을 들어 베르가를 제지하고는 웃었다.


" 그런가, 쓸데없는 걸 물었군.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이 보고서의 내용으로 보나 자네의 몸으로 보나 기사처럼 육체의 힘으로 싸우는 타입은 아닌 것 같고, 마법이라 하기엔 자네는 회로학을 전공했다고 밝혔더군. 물론, 회로학도 하나의 훌륭한 학문이라 생각하네만 내 견문으론 글쌔, 이걸로 싸우는 장면은 상상하기가 힘들었다네. 기껏해야 도움이 될만한 소도구나 간이 마법진을 설치하는 정도인데 자네의 전공은 그런 것만으로 이룰 수 있는게 아니거든. 결국 내 머리론 끝내 답을 알 수가 없었다네. 정답은 대체 뭐였는가? "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꿍꿍이가 있는 질문 같기도 하다.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사령관의 속내를 간파한 것인지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는건지 알 수 없지만 아르모어는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즉답했다.


" 타고난 초능력에 마법적 지식을 참고해서 응용한겁니다. "


" 초능력과 마법의 조합이라... "


" 마법은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이니 조합이랄 것도 없습니다. "


아르모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설명하자 클루니 사령관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내가 알기로 초능력이란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으로 아는데... 어떤 능력이길래 마법적 원리를 응용할 수 있는건가? "


사령관이 의문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마법이 기초부터 외벽까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건물을 쌓아올리는 것이라면 초능력은 냅다 완성된 건물이 튀어나오는 것. 비록 결과물은 비슷할지라도 서로의 지식을 적용할 여지가 거의 없을만큼 초능력과 마법은 전혀 동떨어진 분야였다.


아르모어는 귀찮은 설명 대신 대기를 분해하여 마나 입자를 긁어모았다. 즉석에서 눈앞에 푸르스름한 마나 덩어리가 형성된다. 베르가의 표정에 경계의 빛이 떠오르고 클루니 사령관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나온다.


" 설마 아무런 장치도 없이 마나를 컨트롤하는 것인가!? "


" 그렇습니다. "


" 허허, 이건 마치 옛 시대의 마법사들 같군. 정말 놀라워. "


현대의 마법사들 중 마나를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0.5%도 체 되지 않는다. 마법사 2천명에 한명 꼴. 마법사 자체가 오랜 시간을 들여 육성하는 전문직으로서 그 수가 결코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희귀한 인재인 셈이다.


" 동시에 좀 아깝군. 자네 같은 능력자는 회로학보단 전투 마법사의 길을 걸었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이라도 한번 배워보는게 어떤가? 자네가 원한다면 좋은 스승을 소개해줄 수 있네. "


비록 전투 마법사가 총기와 AMF의 보급으로 전장의 주역 자리는 내어주었지만 서포터로서의 입지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하물며 기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만큼 전투 능력까지 뛰어나다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한 레벨의 전투 마법사는 세계적으로 따져도 현재까지 알려진 인간 중에선 서른명이 체 되지 않을 것이다.


클루니 사령관 입장에선 전투 마법사가 될 자질만 보이더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였다. 하물며 이미 뛰어난 전투 능력을 입증한데다 더욱 강해질 여지가 넘치는 원석이 눈앞에 있는데 가만히 내버려둘 이유가 없다. 사령관이 짊어져야할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전투 마법사의 가치는 높았다.


이는 아르모어 입장에서도 대단한 기회였다.

전투 마법사처럼 가치있고 희소한 존재는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높은 대우를 받았다. 고위 귀족 밑으로 들어간다면 설령 노예 출신이라 할지라도 단승 작위 정도는 어렵지 않게 받아낼 정도였다. 사형 날짜만 기다리던 죄수가 당당한 귀족이 될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란 표현이 딱 어울렸다.


" 자네 정도의 인재라면 남작자리 하나쯤은 문제없네. 내가 보증하지. "


누구라도 혹할 수 밖에 없는 조건에 사령관이 쐐기를 박듯이 찬란한 미래를 약속한다. 그저 ' 예. ' 라고 대답하는 것만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파리목숨이 당당한 남작님이 된다. 시궁창에서 빠져나와 환하게 빛나는 인생의 탄탄대로를 걸어가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위와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부. 그것으로 지탱되는 무탈한 가정.


지구에서부터 꿈꿔왔던 이상일 것이다.


그 눈부신 미래에 대해 잠시 생각하던 아르모어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 아, 진짜 못해먹겠네. "


시체 냄새를 풍기는 금의(錦衣)를 입고 뼈로 쌓아올린 성을 쌓고 피범벅이 된 손으로 가족을 끌어안는다.


" 시덥잖은 개소리는 집어치워. "


남의 미래를 짓밟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 네놈은 그냥 이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지, 그것만 생각하면 돼. "


죄악 위에 쌓아올린 행복이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다.


얄팍한 행복 뒤에 도사린 불행이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


" 승리를 위해서 나란 도구를 어떻게 잘 써먹을지, 그것만 생각하면 된단 말이야. "


행복으로 가득찬 미래에 저주를 보내고


불행으로 가득찬 미래에 냉소를 보낸다.


그렇다, 미래 따윈 필요없다.


아르모어 폰 피르쉬어란 인간에게 내일은 필요없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다음편이 늦어진 이유입니다.

 

그게, 처음 썼을때는 나름대로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었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어떻게 변화할지도 다 생각을 해뒀었는데...

 

어느틈에 다 까먹어버렸지 뭡니까. 데헷~! 데헷은 개뿔이 -_-

 

작가가 주인공 머릿속을 알 수가 없으니 전개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와 그냥 생각없이 지르기로 했어요.

 

제가 언제 깊이 생각하고 글 썼나요.

 

먼저 질러놓고 나중에 고치는거죠. 그러다 대차게 말아먹지 괜찮아 어차피 원판부터가 개판이야.

 

그와는 별개로 이달과 다음 달은 연재 속도가 좀 안나올 것 같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랜덤이긴 합니다만...

 

요즘 실적으로 봐선 빨리 나오진 않을 것 같아요.

 

아아, 선작 줄어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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