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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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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781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3.16 17:59
조회
1,584
추천
28
글자
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14)

DUMMY

" 아~ 진짜 지루하다... "


갑주를 차려입은 금발의 엘프가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긴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투덜거렸다. 팀의 호위로 와있는 혁명군의 전사 페이린이다. 임무에 나온지 아직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몇번이나 징징대는지 모른다.


" 페이린, 제발 작작 좀 해! 대체 언제까지 꼬마처럼 징징거릴거야? "


끝도없이 쏟아지는 불만불평을 한쪽 귀로 흘리려고 노력하며 애써 작업에 열중하던 단발의 엘프, 라비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다. 전장의 총성에 대비하여 출력을 잔뜩 높여둔 산음기(散音器)가 무색해지는 호통소리에 산전수전을 넘어온 노련한 전사도 순간적으로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순간일 뿐이다. 이내 삐죽 튀어나온 주둥이에서 불평이 흘러나왔다.


" 그치만 나 같은 고급 전력을 놀리고 있잖아. 이건 우리 혁명군 전체로 봐도 엄청난 낭비라구. "


사실 화를 내긴 했지만 그 점만큼은 라비도 동의하고 있었다. 혁명군의 동지이자 스폰서인 모론 사(社)가 개발한 무인병기 '대행자' 의 컨트롤 및 전투 데이터 수집 작업은 고될지는 몰라도 투사가 호위로 따라붙을 만큼 위험한 일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스텔스 장비 덕분에 레이더에 걸릴 일도 없고 레이더에 안걸리니 포격 날아올 걱정도 없다. 설령, 적군에게 밀려서 대행자가 전멸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비용이 아까울 뿐, 위험할건 없었다. 적은 이쪽의 위치를 파악할 방법이 없는 반면, 이쪽은 숲 전체에 대량으로 깔아놓은 정찰용 소형기 덕분에 적의 위치를 손바닥처럼 확인할 수 있는데다가 거리도 성벽으로부터 약 7.5km 이상 떨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지형조차 엘프들에게 극히 익숙한 대수림.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었다.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위험에 빠진다면 신문 1면 톱기사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라비의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 그렇게 한가하면 일이나 좀 도와주던가! "


" 에이, 난 기계엔 완전 잼병인걸. "


" 그럼 제발 좀 닥쳐! 거들진 못해도 방해는 되지 말아야 될거 아냐! 옆에서 자꾸 불평을 해대니까 집중을 못하겠잖아! 집중을! 엘프 둘이서 2천기가 넘는 대행자를 컨트롤하는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


" 윽... "


완전히 감정을 담아 폭발해버린 라비의 고함에 페이린은 찔끔한 얼굴로 검을 끌어안고 뒷걸음질쳤다. 그리곤 나무 뒤에 쭈구려앉아 음침한 기운을 내뿜으며 무슨 여자가 저렿냐는 둥, 앞으로 200년은 홀로 밤을 지셀거라는 둥, 온갖 험담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결국, 뭘 해도 페이린의 입을 닥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라비는 이를 빠드득 갈며 화면으로 주의를 돌렸다. 대부분은 자동으로 처리되긴 하지만 역시 개체가 2천을 넘다보니 직접 손봐줘야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 으휴... 마음같아서는 콱! "


그녀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직도 뒤에서 궁시렁대는 페이린을 도끼눈으로 돌아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명색이 전사라는 놈이 대체 왜 저럴까? 라비는 곁에서 말없이 화면을 주시하는 동료 리안과 빈둥빈둥 놀면서 온갖 불평을 쏟아대는 페이린의 꼬락서니를 비교하며 새삼 한숨을 쉬었다.


살짝 보라색 기가 도는 은발에 자수정 같은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마치 인형처럼 변함없는 표정으로 꿋꿋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엘프미가 좀 모자라긴 하지만 자기몫은 반드시 해내며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법이 없는 실로 유능하고 좋은 동료다. 보면 볼수록 눈꼽만치도 쓸모없는데다가 민폐란 민폐는 도맡아서 끼치는 어느 폐품 전사와는 영 딴판이다. 이번에 복귀하면 사제 속옷이라도 한벌 사줘야지, 하고 생각하는데 무감정한 리안의 눈동자가 그녀를 향해 돌아본다.


" 왜 그래? "


임무 수행중에 그녀가 화면에서 눈을 돌리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의아하게 여긴 라비가 묻자 그녀의 작은 입이 뜻밖에 긴장감 어린 목소리를 토해놓는다.


" 이상해. 약 3km 남쪽에서부터 전투용 대행자의 신호가 자꾸 끊어졌다가 이어지길 반복하고 있어. "


" 뭐? "


놀란 라비가 리안이 말하는 지점을 확인해보았지만 그녀로서는 큰 이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나싶어 정찰용 소형기의 마나 스캔기록도 확인해보았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 딱히 걸리는게 없는데? 그냥 기분 탓 아냐? "


문제를 찾지 못한 라비의 반문에 리안은 대답 대신 화면의 몇몇 포인트를 찍어 배치되어 있던 대행자들을 재배치시켰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라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동 명령을 받은 100여기의 개체 중 8개체가 명령을 무시한 체, 여전히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기체 이상으로 보기엔 너무 숫자가 많고 밀집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정지한 대행자들의 위치를 이어보면 남쪽을 향한 일직선이 나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일직선이 계속 남쪽으로 이어진다면... 정확하게 라비들과 만나게 되어 있었다.


" 철수해. "


화면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라비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던 사이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페이린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이건 전사로서 내린 명령이야. 항명은 허락하지 않아. "


" 알겠습니다. "


그 기백에 눌려 반사적으로 복종하긴 했지만 페이린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최우선 임무는 어디까지나 대행자의 전투 데이터 수집. 데이터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교전보단 철수를 선택하는 것이 옳았다. 더군다나 적들은 이쪽의 주력인 대행자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이래저래 아직 거리가 있을때 철수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철수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컨트롤러를 자율 모드로 맞춰놓고 둘로 분해하여 각자가 타고온 에어 바이크에 실어올린다. 불과 10분도 되지않아 철수 준비가 끝나고 맴버들은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적들이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해도 숲 속에서 3km 거리를 벌써부터 돌파하진 못했을 터. 그야말로 여유로운 퇴각이었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타앙!


막 시동을 걸고 이동하려는 찰나, 남쪽에서 총성이 터져나왔다. 새파란 마나탄이 라비의 정수리를 향해 유성처럼 날아든다. 라비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을 우연히 발견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사물도, 사고도 정지한 가운데 새파란 마나탄만이 무심하게 전진했다.


마침내 그녀의 뇌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인지한 순간,


은빛의 갑주가 가까스로 끼어들어 죽음의 푸른 빛을 막아섰다.


팅!


갑주에 근접한 마나탄은 급격히 힘을 잃더니 보이지 않은 막에 막혀 힘없이 소멸했다. 동료의 죽음을 막아낸 페이린은 아직도 멍청한 표정을 지은 체, 움직이지 않는 라비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버리곤 일갈했다.


짜악!


" 정신차리고 빨리 퇴각해! 전장에서 꾸물댈 시간이 어디있나! "


" 예, 예엣! "


그 일갈에, 라비는 반사적으로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았다. 그저 전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숲 속에선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그녀의 에어 바이크는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알아서 장애물을 피했다. 앞서가면서 원격으로 라비의 바이크를 컨트롤해준 리안 덕분이었다.


한편, 습격자는 라비와 리안이 눈앞에서 도주하는 꼴을 얌전히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숲 한쪽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와 놀라운 속도로 둘의 뒤를 뒤쫒는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어느새 무장을 갖춘 장발의 전사가 앞을 막아섰던 것이다.


번쩍!


섬광같은 검격이 습격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작가의말

지각!

분량 짧음!

재미 없음!

 

불량작가의 삼요소를 한몸에 갖췄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12 키노mk2
    작성일
    13.03.16 18:17
    No. 1

    엘프약점은 역시 귀일까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나탁공
    작성일
    13.03.16 21:39
    No. 2

    작가: 끝났다!
    독자는 마침내 나의 밀당에 패해 길들여졌다!
    지각! 분량짧음! 재미없음! 후후후후후
    이걸로 그 누구든 이 d3884를 길들일자는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미천한 독자들이여 나의 지각과 밀당 앞에 엎드려라!
    으하하하하!
    앗, 아니 추천이 올라갔잖아!

    독자: 내가 추천을 눌렀다... 어떤 기분이냐 추천을 받은 기분이,
    이제부터 너를 길들이는데 평점으로 충분하다!

    아하하 오랫만입니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스킨크
    작성일
    13.03.16 21:40
    No. 3

    재밌는데 분량이 적구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잠수타기
    작성일
    13.03.16 23:50
    No. 4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언젠가 완결은 나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카라기
    작성일
    13.03.17 09:23
    No. 5

    음.. 제가 막 30대에 접어 들었는대요, 이거.. 제가 죽기전엔 완결 나겠죠? 미래에 있을 할멈이랑 오순도순 감자를 까먹으며 업데이트를 확인하고 싶진 않은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03.17 11:47
    No. 6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3.03.17 21:51
    No. 7

    오랜만입니다 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ㅋ 카라기님 댓글 정말 빵터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3.20 12:01
    No. 8

    으앜 다음화가 보고싶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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