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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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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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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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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41,677

작성
13.02.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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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13)

DUMMY

분대원이 아무도 없었기에 소총과 마나등 하나만 덜렁 들고 혼자 남문 밖으로 내몰린 아르모어는 주변의 지형을 체크하며 혀를 내둘렀다. 남쪽으로 끝없이 펼쳐져있는 대수림이야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오히려 별반 감흥이 없었지만 뜬금없이 냅다 솟아있는 거대한 한 쌍의 절벽은 봐도봐도 기가막혔다.


' 아무리봐도 자연물 같지는 않은걸. '


상공에서 내려다봤을 때, V자 형상을 하고 있는 한 쌍의 절벽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불쑥 솟아 있었다. 게다가 그 규모마저 높이가 약 200m에 길이도 수km에 달한다. 상식적으로 이만한 규모의 절벽이 생성되는데 주변이 완벽한 평지일 수는 없다. 차라리 두 절벽만 남기고 일대의 땅을 파내버렸다던지 작은 산맥을 통째로 깎아서 만들었다고 보는게 훨씬 설득력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나름대로 추측을 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하늘에서 빛이 번쩍거렸다. 반사적으로 여왕의 눈을 활성화시킨 아르모어는 뜻밖의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 광역 디스펠? '


소모를 줄이기 위해 여왕의 눈을 상당히 억제해두었던지라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성벽에서 30m 정도 떨어진 구간부터 남쪽으로 5km 정도에 걸쳐 뻗어있는 부체꼴 모양의 공간은 유달리 마나 농도가 높았다. 물리력을 가질 정도로 압축된 것은 아니었지만 목욕탕에 김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사방이 마나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마법이란 본디 마력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현상을 만들어내는 학문.

뒤집어 말하면 배치하고 자시고 할 여유도 없이 사방을 마나로 가득 체워버린다면 제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손놓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안티매직필드. 마법사들의 절망이다.


그 저주받을 필드를 유지하고 있던 무형의 벽이 지금 깨져나간다. 남쪽에서 쏘아올린 거대한 디스펠 마법이 반경 수 KM를 둘러싸던 방벽의 한켠을 무너뜨린 것이다. 수습하기엔 너무나 큰 구멍을 통해 자유를 되찾은 마나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비록 고도로 압축된 마나가 아니었기에 폭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밀도가 떨어진 이상, 마법 사용을 억제할 수 없다. 오히려 적당한 공간에 충분한 마력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마법 사용이 훨씬 용이해진 상황이 되버렸다.


하지만 그것을 보면서 아르모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의아함이었다.


마나로 주변을 가득 체워서 마법을 억제하는 방식은 오로지 마법사에게만 통용되는 것이다. 체내에서 회로를 모두 짜놓고 냅다 완성된 현상을 만들어버리는 초능력자나 정령들에겐 소용없을 뿐더러 마법진을 기반으로 외부에선 마나만 충당하여 기능하는 기계에겐 오히려 마나 잔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최적의 상태가 된다.


무엇보다 이 상태는 기사들에게 큰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사방에 마나가 충만하면 신체가 마나를 흡수하기도 쉬워진다. 최대 마나량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딱히 위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마나 회복률이 높아지면서 지구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물론, 마나가 아무리 서포트를 해줘도 결국 움직이는 것은 근육이니만큼 신체의 단련도에 따라 효과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최소한 30% 이상의 지구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여기에 기사를 기사답게 만들어주는 AMF를 비롯한 다양한 서포트 마법진들이 넘쳐나는 마나를 빨아들여 무한정으로 가동되니 전투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효율의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진다.


즉, 이 필드는 마법사에겐 독이지만 그 외의 모든 사람이나 기계에겐 이득이 되는 환경인 것이다.


그런데 위치를 보나 파괴한 놈들로 보나 이 필드를 형성한 것은 남방군 측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엘프들의 주력은 전투 마법사라는 것인데 현대전에서 마법사가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한다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정히 마법사를 잡아야 한다면 굳이 많은 수고를 들여가며 대규모 필드를 설치할 것 없이 AMF가 탑제된 에어 바이크로 기동타격대를 꾸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한번 쓰고 끝나는 일회용이 아닌데다 범용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동타격대 쪽이 월등히 이득이었다. 결정적으로 기동타격대는 디스펠에 무력한 필드와 달리 기사단을 만나지 않는 이상, 쉽사리 무력화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필드를 형성했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기위해 여왕의 눈을 더욱 활성화시키자 오래지않아 정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가막혀 입을 떡 벌렸다.


" 이런 미친... 판타지 세상에서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


하지만 언제까지나 놀라고 있지만은 않았다. 특유의 마나를 꿰뚫어보는 눈으로 상대방의 전력과 그 원리에 대해 파악한 아르모어는 대수림 안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하늘에서 빛이 번뜩이는 순간, 많은 경험을 가진 고참병들은 반사적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수의 분대들이 가까운 불빛을 따라 뭉치기 시작하자 경험자가 없는 소수의 분대들도 다른 분대들을 따라 뭉쳤고 이내 숲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20여개 분대원들이 5개의 소대급 부대로 뭉쳤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 빌어먹을,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 "


" 야간 순찰이야 군대면 다 하는거지 뭐. 오히려 감시하는 새끼가 없으니까 차라리 속편하다. "


" X발, 자유시간을 줄려면 낮에나 주던가. 온종일 잡일하느라 피곤해 뒤지겠는데 이제와서 자유시간을 주면 뭐해. 다 필요없으니까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애당초 다른 부대 새끼들도 이렇게 시간이나 때우다 들어갈게 뻔하잖아. 시키는 새끼들이나 하는 우리들이나 이득볼게 없는데 뭐하러 시키는지 모르겠다 진짜. "


"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책 안잡히려고 하는 짓이지 뭐. "


이전의 전투로 고참병들이 전멸하는 바람에 신병들로만 구성된 제2 죄수대 7분대원들은 처음 겪어보는 야간 순찰의 불합리함을 성토하며 다른 분대들에게서 의도적으로 떨어져나왔다. 감시하는 간부가 없음을 간파하고 적당히 짱박혀서 시간만 때우다 들어갈 속셈이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끝나면 신속하게 복귀해야 했기에 성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서는 곤란하다. 수색하는 척,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던 7분대원들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순찰 범위에서 약간 벗어난 큰 나무 밑에 자리를 잡았다.


" 이쯤이면 되겠지. 그나저나 여기 나무 진짜 크다. "


나무에 기대앉으며 죄수병, 클라렌스 발작은 감탄을 터뜨렸다. 대수림의 나무들이 포탄에 얻어맞고도 쉽사리 꺾이지 않을만큼 크고 굵은 거목들이란 소문은 익히 들어왔지만 어느 정도는 과장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출력이 떨어지는 구형 대포에 맞아서는 정말 끄떡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 그러니까 여지껏 숲이 남아있지 보통 숲 같았으면 여긴 진작 황무지야. "


" 하긴, 달리 대수림이겠냐. "


그가 다시금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동료인 세론 칼디스는 피곤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말했다.


" 후아아암... 그래, 촌놈들은 구경 많이 해라. 난 잠이나 잘란다. 있다 끝나면 깨워줘. "


" 어이 잠깐, 너만 피곤하냐? 피곤하다고 전부 퍼자면 나중에 누가 깨워줘? "


" 그럼 어쩌라고. "


" 깨울 새끼를 정해놓고 자야지. "


" 빌어먹을, 이게 무슨 내일 아침까지 하는 짓인줄 알아? 이거 3교대라고! 기껏해야 두어시간 하면 끝날건데 망보기 걸린 새끼는 대체 언제 자란 말이야? "


" 왜, 쫄리냐? 안걸리면 될거아냐. "


" 나만 아니면 되는거지 뭘 따지고 들어. "


" 그러다 니가 걸린다. "


푸하하하핫.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담당을 선정하고 시간 종료까지 망을 봐야하는 불쌍한 희생양이 선출되자 7분대 병사들은 불편한 잠자리에도 불구하고 금새 골아떨어졌다. 동료들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클라렌스는 똥씹은 표정으로 걸터앉아 나무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빌어먹을, 왜 하필 나야. 나도 졸려 뒤지겠구만... "


자꾸만 감기려는 눈꺼풀에 저항하다보니 속편하게 퍼자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밉살맞게만 보여진다. 마음같아선 내버려두고 혼자 복귀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동료가 없다면 신병이 들어올 때까지 끊임없이 쏟아질 잡일을 혼자 처리할 수 밖에 없으니까. 결국 궁시렁대면서 화를 삭히는 수 밖에 없었다.


슈우우우~ 쾅!


" 뭐, 뭐야!? "


그러던 중, 남쪽에서 무언가 쏘아올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이 환해지며 폭음이 귀를 찔렀다. 클라렌스는 물론이고 잠들어있던 분대원들까지 깜짝 놀라 일어나 총을 찾느라고 허둥거린다. 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빛을 보며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댔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소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의 빛은 이내 사그라들었고 순찰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도 들리지 않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편안하게 잠들어서 보낼 시간을 찜찜한 마음에 잠들지 못한 체 보낼 뿐이다. 밤의 숲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고 7분대 병사들은 다른 분대의 소란스런 움직임을 알지 못한 체 고립되어갔다.


그런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소리없이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는 무언가가 나무를 타고 이동한다. 그것을 처음 목격한 것은 투덜거리는 와중에 우연히 시선을 돌리던 세론 칼디스였다.


" 어? 저게 뭐야? "


" 뭔데? "


" 저 앞에 나무에 붙은거 말이야. "


세론이 가르키는 나무에 마나등을 비춰보자 시커먼 거미의 모습이 들어났다. 숲에 곤충이 있다는 것 자체는 이상할게 없었지만 그 놀라운 크기에 병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 으아, 저게 뭐야? "


" 거미 같은데? "


" 무슨 놈의 거미가 저렇게 커? "


거의 장정 몸뚱아리만한 대형 거미의 모습에 병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거미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던 클라렌스는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미의 갑각이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거리가 멀어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생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검게 칠을 한 나무 같이 보였다. 게다가 갑각의 이음새마다 은은한 푸른색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아무래도 보통 거미가 아닌 것 같았다.


" 어이, 뭐하려는거야? "


" 이런 거미가 흔할 리 없잖아. 당연히 잡아야지. "


그는 조심스럽게 거미를 향해 다가갔다. 이렇게 진귀한 생김새의 거미라면 틀림없이 환장하고 달려들 수집가들이 있기 마련이다. 운이 좋으면 이거 한방에 팔자가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징그러운 거대 거미가 마치 보물상자처럼 보였다.


철컥!


" ....어? "


하지만 그의 생각은 현실과 조금 많이 달랐다. 갑자기 거미의 등판이 열리더니 짤막한 총신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너무 뜻밖의 일이라 클라렌스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멈춰선 순간, 퓨슉! 하는 나직한 소음과 함께 푸른색 탄환이 그의 콧등에 명중했다.


털썩!


콧등을 파고들어간 탄환은 클라렌스의 뒷통수에 작은 구멍을 뚫으며 튀어나왔다. 얼굴에 검지손가락이 들어갈만한 터널이 뚫린 클라렌스의 육신이 힘없이 허물어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들의 표정에 경악이 어린다. 반사적으로 소총에 손이가고 집중사격이 이어졌다.


투타타타타탕!


남방군의 제식소총 OP-3가 7마기 탄환을 쏟아낸다. 흥분한 신병들은 잔탄이 떨어질때까지 거미를 쏘고 또 쏘았다. 하지만 거미에게 쏟아진 푸른 탄환들은 대부분 빗나가거나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튕겨져나왔다.


" AMF!? "


소총이 소용없자 세론이 경악성을 내뱉었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미의 몸을 지키던 무형의 방패가 푸른색 파편을 튀기며 깨져나갔다. 단순한 실드. 기껏해야 4~5발을 맞고 깨져나간 것을 보면 소형기답게 출력 자체는 별로 높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실드가 시간을 벌어준 사이, 거미는 재빨리 나무 뒷편으로 도망쳐버렸다.


" 놓치지마! 내버려두면 또 기습을 걸어올지 몰라! "


이쯤되면 거미의 정체가 적군이 만든 전쟁 병기라는 것쯤은 돌대가리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런 병기를 얌전히 놓아줬다간 언제 어디서 기습을 당할지 몰랐다. 그 희생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실드를 깨어버린 참에 완전히 끝을 내버려야했다.


" 이런! "


그러나 나무 뒤로 돌아가는 순간, 병사들은 사방에서 번뜩이는 은은한 푸른빛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나무 뒤에는 실드가 벗겨진 거미를 포함해 8마리나 되는 거미들이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방에 적절하게 포진된 탓에 화력을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 당황한 병사들이 도주하려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퓨슈슈슈슈슉!


" 으아아아악!!! "


거미들은 탄환을 낭비하지 않았다. 한명에 한발씩, 빗나가는 일 없이 착실하게 명중시킨다. 관통력이 높은 탓인지 저지력은 높지 않아 총에 맞고도 두어명이 응사하며 저항했지만 명중률이 형편없이 떨어졌는데다 실드를 장비한 거미들에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러나 거미들은 부상병들의 숨통을 끊는 대신 소리없이 물러났다. 그 모습을 목격한 세론은 구멍이 뚤린 왼팔을 부여잡으며 분한 듯이 이를 갈았다.


" 제기랄, 어차피 내버려둬도 죽을거라 이건가? "


몸이나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동료들과 달리 운 좋게 팔에 맞는 것으로 끝났지만 뼈까지 깔끔하게 관통된 탓에 의수라도 달지 않는 한, 평생 불구로 지내야 할 판이었다. 게다가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이대로라면 과다출혈로 죽을 판이다.


그는 급한대로 옷을 찢어 오른손과 이빨로 힘겹게 팔을 동여매 지혈한 뒤, 동료들의 상세를 살폈다. 응사했던 두어명은 여전히 숨이 붙어 있었지만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응사한 탓인지 도저히 자력으로 걸을 상태가 아니었다. 상황을 파악한 세론은 주저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 사, 살려줘... "


" 세론! 제...발... 제발... 나도... 데...려가! "


부상을 입은 동료들의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를 불렀지만 세론은 대꾸도 없이 돌아섰다. 고작해야 오늘 하루 보았을 뿐인 동기들을 위해 자신이 희생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더군다나 이미 치명상을 입은 놈들이 아닌가. 자신조차 살지 죽을지 장담할 수 없는 판국에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놈들을 위해 희생할만큼 세론 칼디스는 선량한 인물이 아니었다.


불과 몇분 사이에 7분대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는 지혈에도 불구하고 피가 배어나오는 상처를 붙든 체, 이를 악물고 성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


투타타타탕!!!


한편, 즉석에서 뭉친 다섯 소대들은 남쪽에서 몰려오는 거미들과 교전하고 있었다. 본래 기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거미들의 움직임과 공격은 은밀하고 조용했지만 화력은 한참 모자랐다. 애초에 소형기의 한계로 탄환 자체가 저출력이라 사거리가 극히 짧았는데다 구조상의 한계로 희미한 마나광이 새어나왔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수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소대들을 기습하기란 지난한 일이었다.


타앙!


후방에서 접근하는 거미들을 주시중이던 고참병이 먼저 저격하자 후임들의 난사가 뒤따른다. 일단 위치가 들켜버린 이상 사거리, 위력, 기동력 모든 면에서 뒤쳐지는 거미들에게 승산은 없다. 순식간에 실드가 벗겨지고 갑각에 구멍이 숭숭 뚫려 쓸모없는 잡동사니로 전락한다. 결국 몇분 지나지 않아 별다른 성과 없이 50기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자 거미들은 슬금슬금 남쪽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 와후, 이겼다! 이거 별 것 아닌데요? "


" 닥치고 남은 탄창이나 잘 세어놔! "


신이나서 쏴제끼던 신병이 거미들의 후퇴를 확인하고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고참의 표정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 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탄창과 후방의 도주로를 체크한 뒤, 남은 시간을 가늠하며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 젠장, 놈들이 오기전에 빨리 교대시간이 되야하는데...! "


그런 병사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이어 터져나오는 총성에도 불구하고 성벽에서는 아무런 신호도 들려오지 않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2월은 2월입니다!

 

2시간 뒤면 3월이지만 하여튼 2월임!

 

그럼 다음달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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