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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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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622,994
추천수 :
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2.05.26 11:50
조회
1,888
추천
29
글자
8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7 - 지옥 (6)

DUMMY

죄수병이란 근본적으로 양날의 검이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용병이나 다름없는 자들로, 용병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지켜봤자 자유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하면 주저없이 적전에서 도주하거나 심지어는 주인에게 칼날을 들이밀 수도 있는 존재였다.


이렇다보니 어떤 지휘관도 죄수병들을 가까이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죄수병을 잠재적인 적군으로 취급하여 분산시켜놓고 치밀하게 견제했다.


그것은 죄수병을 무려 4500여명이나 운용하는 아데발트 공작가 남부방면군, 통칭 남방군의 지휘관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 죄수대에 배속된 놈들은 중앙에 서고 정찰대, 돌격대, 추적대, 통신대에 배속된 놈들은 왼쪽, 특무대에 배속된 놈들은 오른쪽에 서라. 빨리빨리 움직여! "


연병장을 나선 죄수병들의 행렬은 내성 북문에 이르러 교관들의 지시에 따라 셋으로 나뉘어 각기 북쪽, 서쪽, 동쪽으로 갈라졌다.


셋으로 나뉜 죄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죄수대에 배속된 죄수들이었는데 아르모어도 이곳에 포함되어 북쪽으로 향했다.


지휘부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처럼 행렬은 내성에 인접한 연병장에서 출발해 민간인들이 사는 마을을 가로지르고 밀밭을 우회하며 약 15분 가량을 걸은 뒤에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초라한 천막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천막촌에 도달했다.


" 윽, 냄새. "


천막촌에 도착한 죄수들을 가장 먼저 맞이해준 것은 코를 틀어쥐게 만드는 지독한 악취였다.


인간의 배설물이 만들어내는 악취와 시큼한 땀내, 시체가 썩어들어가는 듯한 악취 등등... 마치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온갖 악취란 악취가 모두 뒤섞여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천막촌에서 나는 냄새는 기묘하고 추악했다.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일반 죄수들은 물론이고 지하감옥에서 1년을 넘게 생활한 아르모어조차 눈살을 찌뿌릴 정도였다.


' 이 정도면 지하감옥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겠는걸. '


천막 사이로 휘적휘적 돌아다니는 죄수병들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통일된 군복은 커녕, 걸레로도 쓰지 않을 듯한 낡고 헤진 옷가지를 되는대로 걸친. 아니, 그 너절한 옷가지조차 없어서 바지만 입은 사람이 태반인 그들은 소총만 없었다면 군인이 아니라 거지떼라 해도 믿을 만큼 추레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위생 상태가 한심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죄수들조차 기겁하게 만드는 선배들의 몰골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대체 얼마나 앞길이 험난하길래 저런 꼴이 되는 것일까!


그런 불안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관들은 자신들끼리 합의를 마치고 병사들을 가르기 시작했다.


" 자, 주목! 지금부터 배정받은 부대에 따라 줄을 선다. 왼쪽부터 1 죄수대, 2 죄수대 식으로 자기가 배정받은 부대를 찾아 이동하도록. 실시! "


제3 죄수대에 배정받은 아르모어는 재빨리 왼쪽에서 세번째 줄을 찾아 이동했다. 순식간에 혼란이 벌어지고 자신이 배정받은 부대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병사 몇몇이 짜증섞인 교관의 총알에 맞아 절명하는 소동 속에서 마침내 모든 병사들이 자신의 부대를 찾아 여섯줄로 서는데 성공했다.


작업을 마친 교관들은 명부를 들고 병사들을 하나하나 체크한 뒤, 배정받은 순서에 따라 줄을 서는 순서를 바꾸었다. 이에 따라 가장 나중에 배정받은 아르모어는 맨 마지막 자리로 이동했다.


" 좋아. 전원 이상없군. 그럼 지금부터 본 교관을 따라 이동한다. 알겠나! "


" 예! "


두려움이 섞인 죄수들의 우렁찬 대답을 마지막으로 자리 이동과 인원 파악이 끝나자 죄수들은 각자 교관의 인도에 따라 세 명의 사망자를 버려둔 체, 천막촌 안으로 진입했다.


낡고 비루한 천막들이 한줄씩 늘어선 천막촌은 처음 세줄까지는 평지 위에 있었지만 그 뒤로는 완만한 내리막길 위에 세워져 있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배설물 냄새가 심해졌다.


' 제기랄, 똥내 한번 지독하군. 끝에 화장실이라도 있나? '


자연히 한걸음 한걸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죄수들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갔다. 이제 충분하니 제발 좀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호소가 표정이란 물감으로 얼굴 위에 새겨졌다.


하지만 그런다고 교관의 발걸음이 멈출 리는 없다. 야속한 교관은 자신도 악취에 고통받으면서도 꾸준히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결국 아르모어의 예상대로 지독한 배설물 냄새를 풍기며 허술하게 줄지어선 목조 건물들이 보일 때까지 내려온 뒤에야 비로소 교관의 발걸음이 멈췄다.


마지막에서 세번째 줄, 그 중에서도 가장 왼편에 위치한 천막 옆에 멈춰선 교관은 자신을 따라온 죄수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악취 때문에 일그러진 얼굴로 설명을 시작했다.


" 여기 한줄로 늘어선 25개의 천막들은 앞으로 네놈들이 죄값을 치를 때까지 소속될 제3 죄수대의 주둔지다. 이 천막 하나하나는 최대 10명으로 구성되는 분대의 생활 공간이자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갈 집이니 위치를 잘 기억해둬라. "


' 최대 10명이라고? '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아르모어는 새삼스럽게 천막을 돌아보았다.


자세히 살펴본 천막은 꽤 크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6~7명이 사용하면 딱 맞을 정도로, 아무리 살펴봐도 10명이나 들어갈만큼 넓어 보이지는 않았다. 하물며 무기니 옷가지니 하는 개인 사물을 넣어둘 공간까지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그러나 불평을 터뜨릴 만큼 간이 큰 죄수는 아무도 없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졸지에 목숨이 달아난다는걸 이미 충분히 경험한 그들이다.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며 이어지는 교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그럼 지금부터 분대를 배정해주겠다. 무기 지급을 비롯한 자세한 사항은 각 분대의 고참들에게 전달받도록.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는데 하극상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하지 않는다. 벌집이 되어 똥통에 처박히기 싫으면 명심하도록. "


고참들을 적당히 매만져서 이곳에서나마 좀 편하게 생활하려던 몇몇 죄수들은 하극상을 금지하는 교관의 엄포에 인상을 찌뿌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몸 좀 편하자고 벌집이 될 수야 없는 노릇이니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수 밖에 없었다.


말 한마디로 좀 날렸다 하는 죄수들을 고민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교관은 서류를 뒤적여 인원 보충이 필요한 분대를 선별하고 인원을 배정하기 시작했다.


" 그럼 지금부터 내가 숫자를 부르면 앞에 선 순서대로 나와라. 1분대 세명, 3분대 두명, 7분대 한명... "


분대 배정은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것처럼 순식간에 끝났다. 대부분은 고참이 있는 부대에 배정되었지만 13분대처럼 분대가 전멸해서 처음부터 왕고로 들어가는 신병들도 있었다.


감방 생활을 겪어본 죄수들은 대부분 환경이 열악할수록 텃세가 심하다는 법칙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선임없는 부대에 배속된 동기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희비가 갈렸던 부대 배정이 마무리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거리를 모두 완수한 교관은 일이 끝났다는 만족감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자, 그럼 이것으로 내가 알려줄 것은 끝났다. 각자 같은 분대에 배정받은 동기들과 인사 나누고 분대 천막으로 가서 고참들의 지시에 따르도록. 이상, 해산! "


" 수고하셨습니다! "


" 오냐. 열심히 살아남아서 자유를 쟁취하길 바란다. "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덕담을 남긴 교관은 죄수들을 내버려두고 왔던 길을 되짚어 올라가버렸다.


교관이 사라지고 천막촌 한복판에 남겨진 신병들은 자연스럽게 분대별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 23분대에 배정받은 아르모어는 같은 부대에 배정받은 세명의 동기들을 찾아가는 대신 혼자 터벅터벅 천막을 향해 이동했다.


앞날을 생각한다면 이래저래 동기들끼리 뭉치는 것이 유리했지만 아르모어는 어차피 불행으로 박살날 미래 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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