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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하얀기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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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2.11.10 21:49
최근연재일 :
2016.12.31 21:49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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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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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17
글자수 :
1,341,677

작성
13.07.22 22:40
조회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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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7쪽

하얀 기사의 이야기 Ep.8 - 떨어진 별 (2)

DUMMY

" .....그래서, 예정보다 하루나 일찍 오셨다구요? "


" 응. "


" 그것도 수행원들 다 떨어뜨려놓고 혼자 말입니까? "


" 뭐 문제라도 있어? "


클루니 사령관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하는 젊은 여자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푸욱 쉬었다. 지난번 일로 철이 좀 들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이 사고뭉치 아가씨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붙들고 있어야 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 후우, 일단 숙소에 처넣어놓고 생각하자. '


사령관이 결론을 내렸을 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베르가가 들어왔다. 그제서야 사령관은 집무실 안에 베르가가 없었다는걸 깨달았다. ' 내가 무슨 일을 시켰던가? ' 이 시간에 베르가가 이유없이 자리를 비울 리 없으니 필시 자신이 무언가를 지시했을 터였다.


" 모의전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


베르가의 보고를 듣고서야 사령관은 오늘이 그 건방진 죄수병의 실력을 시험하기로 한 날이었다는걸 떠올렸다. 워낙 황당한 일을 겪은 탓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 그냥 뒤로 미룰까? '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을 놓치면 한동안 여유 시간을 내는게 힘들다는 생각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 알겠네. 곧 가보지. 자네는... "


" 모의전? "


아가씨를 숙소로 안내해드리게, 라고 말하려던 사령관은 눈빛을 반짝이며 흥미를 보이는 여자를 보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때어놓으려고 해봤자 헛수고임을 직감한 사령관은 체념의 한숨을 쉬면서 말없이 앞장섰다.


***


" 제법 어두워졌네. "


단상위로 올라서며 여자는 새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남방군 주둔지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던 하늘은 어느새 연한 먹물을 부어놓은 것처럼 어눅어눅해져 있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난다면 희미하게 남아있는 햇빛도 종적을 감추고 완전한 밤이 찾아올 것이다.


" 이런 시간에 해도 괜찮은거야? "


어둠은 모의전을 치르는 당사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관전이 힘들어진다. 모의전은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전투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밤의 어둠은 난감한 문제였다.


" 상관없습니다. 연병장은 조명 설비가 잘 되어 있으니까요. "


" 뭐야, 재미없게. "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밤에 모의전을 강행해야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싶었던 여자는 맥빠진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 ' 그럼 대체 뭘 기대하신 겁니까. ' 하고 사령관은 속으로 쏘아붙였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일군의 사령관이란 드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말 한마디 시원하게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며 단상을 올라가니 보라빛 로브를 입은 초로의 마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는 베르가도 함께 자리해야 했지만 아직도 밖에서 수색하고 있을 아가씨의 수행원들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에 단상 위에는 그 한 명밖에 없었다. 사령관은 그의 환영에 미소로 화답하며 단상 위에 준비된 자리로 향했다.


번쩍!


귀빈들이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마법사가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연병장의 사방에 설치된 마나등이 일제히 켜졌다. 수백개의 작은 마나등으로 이루어진 대형 마나등이 4개나 동시에 켜지자 연병장 전체가 대낮처럼 환해졌다. 약간의 과장된 연출로 무대를 밝힌 마법사는 정중하게 인사한 뒤, 귀빈들을 위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귀빈들의 눈앞에 오늘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들어냈다.


***


아데발트 가문의 기사, 산트 데 리안은 갑자기 쏟아진 밝은 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마나등이 켜진 것을 깨달은 그는 무의식적으로 단상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제나저제나 하던 사령관 나으리가 이제야 출두한 모양이다. 게다가 옆에는 젊은 레이디까지 하나 끼고 나타났다. 여자가 사령관과 동렬의 자리에 앉는 것을 확인하자 줄곳 굳어있던 리안 경의 표정이 펴지며 화색이 돌았다. 사령관과 나란히 앉는다는 것은 그에 걸맞는 고귀한 레이디가 틀림없었다. 기사가 숭배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레이디임을 확신하자 리안 경은 지체없이 여자를 향해 외쳤다.


" 아리따운 레이디시여! 리안 가문의 산트가 청하오니 부디 당신을 위해 싸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


위풍당당하게 창을 짚고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청하니 그 모양새가 실로 기사답다. 하지만 청을 받은 레이디는 떪은 표정을 짓더니 사령관을 향해 돌아보며 물었다.


" 쟤 갑자기 왜 저래? 돌았나? "


기사가 레이디를 위해 싸운다던지 레이디에게 승리의 영광을 약속한다던지 하는 일은 흔해빠진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둘 사이에 어느 정도 면식이 있을 때나 하는 행동이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다. 물론, 상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 아가씨도 충분히 정상이 아니지만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리안 경에게 직접 폭언을 퍼부을 기세라 클루니 사령관은 재빨리 사정을 설명했다.


" 그는 기사로서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아가씨에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


" 명예? "


" 오늘 모의전은 그를 평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맞은편의 죄수병을 평가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입니다. 정규 기사가 일개 사병의 실력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서 불려온 셈입니다. 더군다나 그 사병은 특별히 위명을 떨친 인물도 아니다보니 저 기사, 리안 경으로서는 모욕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지요. "


" 하지만 내가 저 요청을 받아주면 단순한 전투력 측정기가 아니라 레이디의 영광을 위해 싸우는 기사가 된다? "


" 그렇습니다. "


" 흐응. "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여자는 " 허락한다. " 하고, 기사를 향해 짧막하게 화답해주고는 별안간 코웃음을 치더니 사령관을 돌아보며 비아냥거렸다.


" 당신, 맨날 좋은 사람인 척 비실비실 웃고 다니는 주제에 의외로 성격 더럽네. "


결과적으로 모욕을 피할 구멍을 만들어주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일 뿐, 사령관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그녀를 대신할만한 다른 귀부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다리는 기색도 없다. 결국 기사의 명예를 위한 배려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는 말이다.


고결한 신분에 걸맞지 않게 천박한 말투이기는 했으나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기사에게 있어서 명예가 얼마나 소중한 줄 아는 사람이 적도 아니고 부하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한 간단한 조치조차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악의 가득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 '성격이 나쁜' 사령관은 노골적인 비아냥에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로 해명했다.


" 물론, 아가씨가 없었으면 리안 경은 지독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모의전을 치르고 나면 그는 더 이상 오늘의 일을 치욕으로 느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밑에서 올라온 보고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만, 저 죄수병에겐 기사조차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실력이 있으니까요. "


" 흐응. "


그 말에 여자는 처음으로 병사 쪽에 시선을 주었다. AMF가 내장된 두터운 갑주와 금속제 장창으로 무장한 리안 경에 반해 병사의 무장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무기라곤 소총 한 자루 뿐이고 방어구는 아예 전무하다. 솔직히 말해서 실력과 상관없이 ' 저게 상대가 되긴 되나? '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절망적인 격차였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여자의 호기심을 폭증시켰다.


' 과연 어떻게 저 열세를 뒤집을까? '


일군의 사령관은 승패가 뻔히 보이는 싸움을 구경하러 나올 만큼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전시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행차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 틀림없이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게 대체 뭘까?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그녀의 마음을 기대감으로 가득 체웠다.


" 시작하지. "


사령관의 말에 마법사는 고개 숙여 예를 표하고 오늘의 주인공들을 향해 돌아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 시간은 무제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에게 항복을 받아내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쪽이 승리한다. 질문있나? "


그는 잠시 기다렸지만 연병장 위의 두 사람은 서로를 주시하느라 돌아보지도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마법사는 마침내 기다림을 끝내고 소리높여 무대의 막을 올렸다.


" 그럼 지금부터 모의전을 시작하겠다. 양자 준비, 시작! "


***


투타타타타타탕!


아르모어는 시작과 동시에 소총을 연사했다. 시퍼런 마나탄이 굉음과 함께 리안 경을 향해 폭우처럼 쏟아졌다. 제 아무리 신체능력이 좋은 기사라고 한들 총알보다 빠르진 않다. 제 아무리 튼튼한 갑옷이라고 한들 초음속으로 날아드는 7마기 마나탄을 막을만큼 튼튼하진 않다. 그러므로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총알비에 얻어맞은 기사는 보기에도 처참한 시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갑옷에 내장된 AMF라는 대마법이 상식을 뒤집는다.


갑옷 근방까지 도달한 탄환들은 보이지 않은 막을 거치며 99%의 위력을 잃어버린 체, 두터운 갑주에 부딛쳐 푸른 입자를 흩뿌리며 허무하게 증발한다. 마법이 만들어낸 기적에 힘입어 리안 경은 빗방울을 뚫고 달리듯, 총알비를 뚫고 적을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100미터, 50미터, 30미터, 5미터, 1미터!


눈 깜짝할 사이에 백여발의 탄환을 뚫고 접근한 기사가 자신의 신장보다 긴 장창을 힘차게 내지른다. 단순하지만 달려오는 힘과 속도가 고스란히 담긴 강력한 찌르기가 무력한 병사의 몸을 향해 짓쳐들어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패가 갈리려는 순간, 아르모어는 미련없이 소총을 놓아버리면서 오른발로 바닥을 굴렀다.


터엉!


그러자 바닥에서 자그마한 얼음 기둥이 솟아나와 창끝을 강하게 올려쳤다. 그 바람에 궤도가 어긋나 창날은 하늘 높이 올라가고 리안경은 옆구리를 훤히 들어낸 체, 상대를 향해 달려가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 주머니에서 총알을 꺼내 양손에 나눠 쥔 아르모어는 엄지손가락으로 총알을 고정한 왼손바닥을 앞으로 쭈욱 뻗었다.




멈추지 못하고 달려오던 리안 경의 흉갑을 앞으로 뻗은 아르모어의 왼손이 받아낸다. 기사의 몸이 정지하자 오른손에 쥐고 있던 총알에서 마나의 칼날이 뿜어져나와 리안 경의 목덜미를 노렸다. 단 한번의 기습 마법으로 적의 목줄을 틀어쥐게 된 아르모어는 기사의 목에 겨눠진 칼날에 마력을 더하며 나직히 말했다.


" 그만하지? "


' 제기랄! '


고작 죄수병이라고 상대를 너무 얕본 것이 화근이었다. 하다못해 눈을 가린 붕대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봤다면 이처럼 경솔한 돌격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차분히 근접전을 펼쳤다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테지만 애석하게도 역사에 '만약'은 없다. 이미 승패가 명확히 갈린 상황에서 억지를 부려봤자 자신만 구차해질 뿐이었기에 리안 경은 억울한 감정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 졌다. "


불과 40초도 지나기 전에 나온 패배 선언이었다.


***


" 뭐야, 시시하게. "


상상 이상으로 허무하게 모의전이 끝나자 여자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사령관도 그녀의 생각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모의전인데 제대로 된 실력을 끌어내지 못했으니 의미가 없군. 저자에겐 미안하지만 재시합을 시킬 수 밖에 없겠어. "


아르모어의 승리는 리안 경이 그에 대해서 무지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미 상대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 재시합이라면 그런 이점은 거의 사라져버린다. 당연히 처음보다 훨씬 힘든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전을 하게되면 자연히 밑천을 꺼내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야말로 비로소 이 모의전의 목적은 달성된다.


문제는...


" 그럼 이번엔 내가 할래. "


" ....예? "


클루니 사령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하는 아가씨를 보고 기가막혀 입을 떡 벌렸다. 지금 이 미친 계집애가 뭐라고 그랬나? 고귀한 레이디가 천박한 죄수병과 자진해서 모의전을 치르겠다고!?


" 지금 제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


" 뭐, 괜찮잖아. 좀 있으면 실전도 나갈건데 모의전 쯤이야 애교로 봐줘. "


" 안됩니다. 절대 안됩니다! "


괜히 싸우게 내버려뒀다가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남방군이 통째로 뒤집힐 판인데 허락해줄 턱이 있겠냐! 심지어 실전이라니!? 그러다가 아가씨가 죽기라도하면 문자 그대로 피바람이 불어닥칠 일이다. 여러 사람의 안녕과 자신의 목을 위해서라도 절대 허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러나 말을 들어먹으면 왜 사고뭉치겠는가?


" 쫑알쫑알 시끄럽네 정말. "


여자는 얼굴을 한번 찌푸리더니 가벼운 몸놀림으로 단상에서 뛰어내렸다. 제법 높은 단상이었지만 착지는 놀랄만큼 가벼웠다. 연병장으로 내려온 그녀는 해산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던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는 사이 클루니 사령관은 단상 아래로 내려가며 외쳤다.


" 리안 경! 아가씨를 이쪽으로 모셔오게! "


사령관의 목소리에서 다급한 마음이 묻어나자 리안 경은 당황했다. 귀한 신분인 것은 알았지만 일군의 사령관이 체면이고 뭐고 직접 달려나올 정도로 중요한 인물일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혼란은 잠시 뿐. 그는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여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 죄송하지만 돌아가주십시오. "


" 싫다면? "


" 부득이하게 실례를 범할 수 밖에 없겠지요. "


리안 경도 높으신 분에게 밉보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군인에게는 상관의 명령이 최우선. 좋은 싫든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 아, 그러셔? "


그러자 여자는 떫은 표정을 짓더니 기습적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워낙 가까운 거리였는데다 상대가 전투력이 없는 레이디라고 생각하던 리안 경은 이번에도 허를 찔려 순식간에 목 가리개를 잡히고 말았다. 당황한 그가 대응하려고 한 순간, 여자는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를 들어올리더니 등판부터 바닥에 패대기쳐버렸다.


콰앙!


어찌나 세게 내리쳤는지 몸무게 72kg, 갑옷 무게 66kg, 도합 138kg의 거구가 공처럼 바닥에서 튕겨졌다가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아무리 터프한 기사라도 이만한 충격에 멀쩡할 리 없는 법. 여자는 정신을 잃고 대자로 뻗어버린 리안 경을 가차없이 걷어차 연병장 한구석으로 처박아버렸다.


'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 '


리안 경이 간단히 제압당해버리자 사령관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제법 유능한 기사라고 여겼던 그의 평가가 암반층을 뚫고 지하 깊숙히 파고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사실 리안 경으로서는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에 억울한 감이 있었지만 높으신 양반은 언제나 낮으신 양반의 상황을 헤아려주지 않는 법이다.


" 멈춰주십시오, 아가씨! "


하지만 리안 경의 희생(?)이 완전히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사이에 열심히 달려온 클루니 사령관이 현장까지 도달한 것이다. 기어이 훼방을 놓으려는 사령관을 보자 여자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 아... 진짜 끈질기네. "


" 아가씨, 제발 체통을 지켜주십시... 헉! "


빠악!


짜증이 가득한 아가씨의 중얼거림을 미처 듣지 못하고 그녀를 말리려던 사령관의 눈앞이 난데없이 날아든 주먹으로 가득 찼다. 뒤따라오던 마법사가 경악하며 실드를 씌우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여자의 주먹이 사령관의 얼굴을 정통으로 후려갈기며 이빨조각이 하늘로 비산했다.


" 잔소리 작작 좀 해라. 무능한 자식아. 안그래도 마음에 안드는데 쫑알쫑알 시끄러워 죽겠네. "


"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


" 됐으니까 너도 그냥 퍼질러 자라. "


상상도 하지 못한 사태에 놀란 마법사가 기절한 사령관을 안아들며 소리쳤다. 지극히 정당한 항의였지만 여자의 대답은 무자비한 손바닥이었다. 생전 전투와 인연이 없었던 가엾은 학자 마법사는 무력하게 이마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 그냥 모의전 한번 해보겠다는데 방해하는 놈들이 왜 이리 많아? "


리안 경과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은 방해꾼들을 연병장 구석으로 던져버린 그녀는 개운한 얼굴로 아르모어를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 기다리느라 수고했어. 이제 나랑 2라운드를 즐겨보자고 죄수씨. "


***


작가의말

마음은 일간지인데 현실은 월간지. 그리고 분량과 퀼리티는 1일 2회 연재

 

그래도 다음달부터는 여유가 좀 생기니 업데이트가 조금은 빨라지지 않습니다.

 

그야 시간이 문제가 아니니까

 

***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부작용으로 여자가 좀 쌍년이 되어버렸지만 딱히 상관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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