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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572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1.17 08:43
조회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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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24화 그 여자의 죽음.

DUMMY

“이름이 뭐예요?”

여자는 가연의 스스럼없는 행동에 이름을 밝혔다.

“나는··· 최수진이라고 해요.”

수진도 가연이 앉은 옆에 나란히 앉았는데 가연이 보니 수진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었다.

“나는 저 아래 민박집에서 살아요. 제주 분 아니죠?”

“네.”

가연은 수진 옆에서 아무 말도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그러자 수진이 가연에게 물었다.

“몇 살이에요?”

“스무살이요.”

“어? 나하고 동갑이네.”

“그래요?”

“대학생이에요?”

“아뇨. 아빠가 작년에 바다에 나가 돌아오시지 않아서 대학 진학을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미안해요.”

“아뇨. 난 아빠가 꼭 돌아오실 거라고 믿어요. 대학생이에요?”

가연은 오늘따라 유난히 아빠 생각이 나 말하는 도중 눈물이 흘렀다.

“한국대 요리학과에 다니고 있어요.”

“부러워요. 나도 아빠가 돌아오셨으면 지금쯤 제주대 초등교육학과에 다니고 있었을 거예요.”

“아빠가 빨리 돌아오시길 바랄게요. 혹시 남자친구 있어요?”

“하하하, 아뇨.”

“종교는 있어요?”

수진은 왜 그런지 가연에게 꼬치꼬치 물었다.

“아뇨. 따로 믿는 종교는 없지만 아빠가 뱃사람이라서 바다신은 믿어요.”

“아······.”

“근데, 왜 혼자 여기 왔어요? 여기 늦게까지 있으면 위험해요.”

수진은 얼마동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내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그 사람의 부모님께서는 두 분 모두 목사님이세요.”

“······.”

“그런데요. 그런데요······.”

수진은 얘기를 하면서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자 가연이 수진의 들썩이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울지 말아요.”

“흑흑흑, 그런데 제가요. 제가요. 신내림을 받았어요.”

“예에?”

“흑흑흑.”

“어, 어떻게··· 목사님과 신내림이라니······.”

“그래서 그래서 너무 죽고 싶어요.”

가연은 수진을 위로해 주고 싶지만 도무지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수진씨······.”

“왜? 왜 하필 나냐구요. 왜요? 왜요. 흑흑흑.”

수진의 울음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지고 끊어질 듯 이어졌다.

“그 사랑하는 남자친구한테 얘기해 봤어요?”

“못해요. 절대 못해요.”

“······.”

“그사람 나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 볼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힘든데······.”

“난, 정말 죽고 싶어요. 너무 사랑하는데··· 지금도 그 사람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요.”

“내 생각에는 혼자 힘들어하는 것보다는 그 사랑하는 분하고 얘기라도 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사람은 이런 걸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정말 사랑한다면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누구보다 수진씨를 도울 거예요.”

“흑흑흑흑.”

수진은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와서는 아직도 울음이 남아 계속해서 울었고, 가연은 수진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알 수도 없거니와 뭐라 위로해야할 지 알 수 없어 울고 있는 수진의 등을 쓸어 주었을 뿐이었다.

“흑흑흑흑.”

얼마나 울었을까? 서서히 어두워지던 주위가 이제는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수진씨, 이제 그만 울고 우리 내려가요. 너무 어두워서 걱정이에요.”

“가연씨, 미안해요. 혼자 내려가세요.”

“어떻게 여기다 두고 혼자 내려가요.”

“난, 절대로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난요. 난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나아요. 그사람의 아내로 살고 싶었는데··· 나는 이제 그럴 수 없어요.”

“수진씨 그렇지 않아요. 힘을 내요. 아직 그분께 말도 꺼내지 않았다면서요. 한 번 둘이 깊이 이야기를 나눠 봐요. 그리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아뇨. 아뇨. 그사람 마음만 아플 거예요. 난, 난 신내림을 받는 것이 두려운 것 보다 그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워요.”

“왜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해요.”

“가연씨는 이해 못해요.”

“그러지 말고 내려가요.”

“싫다고 하잖아요! 제발 혼자 있게 해줘요. 제발요.”

수진은 가연에게 소리를 빽 질렀고, 가연은 어떻게 자신이 수진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가연은 날이 너무 어두워 사실 아까부터 민박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가 걱정이 되었다. 아빠가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았던 그때부터 가연이 조금만 멀리 나가도 또 조금만 가연이 늦게 들어와도 엄마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에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던 것을 생각했다.

‘엄마가 많이 걱정하고 있을텐데··· 어떻게 하지?’

“수진씨, 같이 내려가요.”

“가연씨, 제발 나를 혼자 있게 해줘요. 난 정말 혼자 있고 싶다고요. 제발요.”

수진의 목소리가 파도소리만큼이나 크고 처절하게 들렸다.

“알았어요. 그럼 조심히 내려와요.”

“흑흑흑흑.”

가연은 수진의 울음소리에 못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수진을 혼자 두고 성산일출봉을 내려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앞이 보이지 않고 파도소리만 거세게 들려 무서움이 일었다.

‘괜찮을까?’

가연은 수진이 걱정이 되었고, 그런 가연은 몇 걸음 내려가지 못하고 무서워져서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안 되겠다.’

가연은 내려가려던 마음을 접고 다시 뒤를 돌아 올라갔다. 절벽 쪽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지만 수진이 걱정되자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오던 길을 되짚어 갔다.

“수진씨? 수진씨 어딨어요?”

가연이 수진을 불러보았지만 수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디 갔지?”

“수진씨! 수진씨!”

가연은 수진이 못 들은거라 생각하고 더욱 큰소리로 불러봤지만 수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연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설마··· 설마······.’

“수진씨!”

가연은 수진이 죽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몸이 떨려왔다.

“아아··· 어떻게? 수진씨!”

가연의 눈에 눈물이 흘렀지만 가연은 아랑곳 않고 목이 터져라 수진을 불렀다. 제발 지금 수진이 대답만 해준다면 제발 그래만 준다면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 무엇도 욕심내지 않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하고 또 빌었다.

“엉어어엉엉엉엉, 어멍······.”

가연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벼랑의 바위를 더듬으며 울었다. 입고 있던 옷이 헤지고 손에 피가 났지만 자신이 지금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좀 전까지 체온을 나누었던 수진을 꼭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가연은 수진을 찾을 수 없자 눈물만 흘렀다.

‘도대체 그 신내림이 뭐길래? 그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말도 못하고 이렇게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

몇 시간을 수진이를 부르고 또 불렀고, 바위를 더듬으며 수진을 불러 봤지만 들려오는 거라고는 거센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뿐이었다.

가연은 이제 더는 수진을 부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마치 시체처럼 천천히 어둠을 뚫고 성산일출봉을 내려와 불이 켜져 있는 민박집으로 걸었다.

“가연아! 가연아! 어디 이시냐?”

“가연아! 가연아! 어디 있니?”

“가연아!”

“가연아!”

가연은 집 쪽으로 걸어오다 쉰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동네를 헤매고 있는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어··· 어멍.”

가연은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되어 나와 주지 않았다.

“거기 가연이라?”

“거기 가연이니?”

“흑흑흑. 어, 어멍.”

“흑흑흑. 어 엄마.”

가연의 엄마는 가연에게 뛰듯 다가와 가연을 품에 안고 오열했다.

“이것아, 이것아 도대체 어딜 갔당 와시냐? 흑흑흑.”

“이것아, 이것아 도대체 어딜 갔다가 온 거야? 흑흑흑.”

“엉엉엉. 어멍, 엉어어어.”

“이것아, 도대체 무신 일이라? 어떵 된거라?”

“이것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거야?”

가연은 엄마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자 기절을 했고, 가연의 엄마는 기절한 딸 가연을 업고와 방안에 눕혀 간호했다. 입고 나간 옷은 죄 해져있었고, 손과 손톱에 피가 엉겨있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무사? 어디 갔당 이모양이 된거라? 흑흑흑. 이것아 니 아방도 아직 안 돌아와신디 너 잘못되민 엄마는 죽어부러.”

“왜? 어딜 갔다가 이 모양이 된거야? 흑흑흑. 이것아 네 아빠도 아직 안 돌아왔는데 너 잘못되면 엄마는 죽어.”

가연의 엄마가 가연을 밤 새워 간호했지만 가연은 신열에 들떠 헛소리까지 해댔다.

“누구냐? 너는? 어째서 천신과 지신이 너를 택했거늘 네가 거부한다는 말이냐? 허이허이. 나는 싫소. 나는 천신도 지신도 그 어떤 신도 싫소.”

가연은 깨지 않은 채로 헛소리를 하니 가연의 엄마는 가슴이 졸였다.

“가연아, 아가 가연아··· 정신 좀 차려보라게.”

“가연아 아가 가연아... 정신 좀 차려보거라.”

가연이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온갖 긁힌 상처투성이로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성산에서 20살 여대생이 자살을 했다고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그 여대생이 이곳에서 자살을 하겠노라 부모에게 유서를 남겨 서울에서 부모가 내려온 것이었다. 구조대원들과 자살한 여대생의 부모와 인근 사람들이 몰려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찾지 못하고 사흘 만에 돌아갔다. 그렇게 폭풍이 휩쓸고 가듯 사람들이 돌아간 저녁 가연이 눈을 떴다. 가연의 엄마는 가연이 이제 깨어났으니 다행이다 여겼지만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가연아!”

가연의 엄마는 놀란 가슴을 쓸며 가연을 부둥켜안고 이젠 됐다고 가연을 꼬옥 안았다.

“······.”

“아가, 아가 이것아 어멍은 너 잘못되는 줄 알고 나가 너 까정 잃는 줄 알고 .. 흑흑흑.”

“아가 아가 이것아 엄마는 너 잘못되는 줄 알고 내가 너까지 잃는 줄 알고.. 흑흑흑.”

“······.”

“이것아 뭐라고 말 좀 골아봐. 내가 속이 다 타그넹 재가 되부는줄 알았져게.”

“이것아 뭐라 말 좀 해봐. 내가 속이 다 타 재가 되는 줄 알았잖아.”

“······.”

“가연아?”

꼬박 사흘을 고열에 헛소리를 하던 가연이 눈을 뜨고서는 실어증에라도 걸린 듯 말이 없었고 눈에 초점도 흐렸다.

“가··· 연아?”

그날 이후, 가연은 말이 없었고, 자주 바다에 나가 눈물을 흘렸다. 가연이 그나마 엄마와 몇 마디라도 나눌 수 있기까지는 석달이 넘은 시간이 흐른 후였고, 가연은 이유 없이 몸이 아팠다. 병원을 다녀도 가연이 도무지 어디가 아픈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신이 내려 아픈 것을 왜 몰라? 천신, 지신, 동자신··· 신이 선택했어. 어서 신내림을 받아야지 안 그럼 죽을 수도 있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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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7 85 1 8쪽
»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6 2 11쪽
23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7 2 9쪽
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5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1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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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7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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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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