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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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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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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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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우빈의 슬럼프.

DUMMY

우빈의 슬럼프.



달콤하고 촉촉한 옐로우 벨벳케잌 사이사이에 상큼달콤한 자몽청을 발랐다. 또, 전체에 마찬가지로 자몽청을 곱게 바른 뒤에 마지막으로 허브 잎인 애플민트와 말로우로 장식하는 우빈의 손에 땀이 배었다.

‘이건 실패다······.’

우빈의 마음과는 다르게 여기저기서 후레쉬가 터졌고, 사람들의 감탄의 소리가 높았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대한민국 최고 스타셰프의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았던 신미연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고 우빈의 곁으로 다가왔고, 방청석에 앉은 많은 방청객들이 환호했다.

“정말 먹어보고 싶어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예.”

우빈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 요리가 얼마전 독일에서 대상을 받은 그 요리 중 하나 맞죠?”

“맞습니다.”

“어쩜, 진셰프님 외모도 이렇게 출중하세요? 여러분, 그렇죠?”

마이크를 잡은 신아나운서가 방청객들을 향해 말하자 방청석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예에!”

“저 뒷쪽에 현수막 든 학생들 좀 비춰주세요.”

신아나운서의 말에 카메라가 교복을 입은 한 무더기의 여학생들이 우빈의 사진과 그 옆에 사랑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모습을 잡았고, 그 자신들의 모습이 모니터에 잡히자 여학생들이 손을 흔들었다.

“역시 스타셰프 진우빈 선생님이십니다. 그럼 오늘 만들어 주신 이 요리의 이름이 있나요?”

“42-3 입니다.”

“예에? 42-3, 이름이 그렇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을 거 같은데 무슨 뜻인가요?

“독일에서 제가 단 번호가 42번이었습니다. 그래서 42-3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하하하하 그러시구나. 이 독특한 이름의 42-3. 제가 시청자들을 위해 방청객 여러분을 대표해서 한 번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빈이 작은 접시에 덜어내 아나운서에게 내밀었다.

“음, 향이 우선 달콤하고요.”

신아나운서가 작은 포크로 집어 입에 넣었다.

“음.”

방청객들의 시선이 아나운서에게 모두 쏠렸다.

“너무나 달콤하고 또 새콤함이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기가 막히네요. 여러분 제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구요. 정말 맛있어요.”

“와아아아!”

“그럼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신아나운서와 우빈이 자리에 돌아가 앉는 동안 카메라가 두 사람의 움직임을 잡아내고 있었고 자리에 앉자 신아나운서의 질문이 이어졌다.

“진우빈 셰프님 때문에 지금 비인기 학과였던 요리학과가 뜨고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인터넷에서 기사를 봤습니다.”

“어떤 가요?”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이번에 낸 책이 이거죠?”

신아나운서는 테이블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진우빈의 주방이야기.”

“네.”

“책이 출판된 지 이제 한 달이 안 되었는데 베스트셀러로 진입해 화재를 모으고 있기도 하죠.”

“그 동안에 해왔던 요리를 한데 모으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고 해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출판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어떠세요?”

“좋아요!”

“네, 여러분 우리 진셰프님 멋지죠?”

“네에!”

방청객들이 한 목소리가 되어 대답했다.

“네. 그럼 이건 제 사적인 질문인데요. 진셰프님, 지금 여자 친구 있으신가요?”

“하하하, 아직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

“그렇담, 제가 희망을 가져도 될까요?”

아나운서의 표정이 진지했다.

“예?”

“하하하하, 농담입니다. 고혹적이고 도시적인 외모와 다르게 진셰프님 귀여운 면이 있으시네요.”

“예에.”

우빈은 아나운서의 질문에 진땀이 났다.

“그럼, 여러분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는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

“······.”

“두 달 뒤에 있을 한국 세계요리경연 대회에 참가·자격을 따내셨는데 거기 참가하시려면 이인 일조라서 한 분의 셰프님이 함께 하셔야 할 텐데 누구하고 함께 하실 건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물망에 오른 셰프님들을 두고 내기를 걸기도 하는 등 많은 얘기들이 떠다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를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와아아아아!”

모두들 궁금했던 만큼 방청객에서 환호했고, 신아나운서가 웃으며 방청객을 돌아보았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씀뿐입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니 저희로서는 무척 궁금해지네요. 두 달 후에 있을 경연을 위해서 많이 바쁘실 텐데 어떤 요리를 선보이실 지 결정은 하셨나요?”

“그것도 지금부터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네. 그럼 두 달 후에 있을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 거두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독일대회 끝나고 지금 정신없이 바쁘시다 들었습니다. 유럽에서 인기가 상당하시다고요. 독일 정부지원으로 대학을 설립 중에 있다고 하던데 그건 뭔가요?”

“예, 독일정부에서 뮌헨에 지금 5개동 건물을 짓고 있는데 아마 후년에는 입학이 가능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여기서 우리 박수 한 번 쳐 드릴까요?”

“와아! 짝짝짝짝짝.”

“바쁘신 중에도 저희 프로에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희 프로가 약속한 시간은 여기까지라, 보내드리기가 무척 아쉽지만 곧 있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대한민국을 빛낼 요리를 선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오늘 스타셰프 진우빈씨를 모시고 한 시간 동안 행복했습니다. 시청자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요.”

카메라에 켜져 있던 빨간불이 꺼지고, 우빈은 모자와 앞치마를 벗었다.

“후우.”

“진셰프님 고생하셨어요. 실제로 뵈니까 훨씬 더 미남이세요.”

신미연은 웃으며 우빈을 보았다.

“아닙니다.”

“근데 진짜로 아직 같이 하실 셰프님 안 정해지셨어요?”

“네, 아직입니다.”

“네, 그런데 정말 젊은분이 대단하세요. 두 달 후에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아나운서가 가고 나자 우빈과 사진을 찍기 위해 방청객들이 몰려들었고 우빈은 방청객들이 사진을 찍어대자 얼굴을 찡그렸다.

“하나, 둘, 셋!”

‘찰칵.’

“여기 좀 봐주세요. 하나, 둘, 셋!”

‘찰칵.’

“우빈 오빠 사랑해요!”

“그만들 좀 하지.”

우빈은 오늘 요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었다. 그 때 진경과 상민이 뛰어와 중재를 했다.

“저, 그만요. 진셰프님 지금 피곤하시니까 여기까지 만요.”

상민이 학생들을 저지했고, 진경이 세트장 안쪽으로 우빈을 데리고 나갔다.

“진셰프님, 힘내세요!”

학생들이 우빈의 뒷꼭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내, 참······.”

“귀여운데 그냥 좀 봐주시지.”

진경이 투덜거렸다.

“그만둬!”


우빈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후우.”

얼마 전부터 요리가 생각처럼 되지 않는 우빈이었는데 우빈의 생각에 오늘 요리는 최악이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우빈의 동생이면서 비서인 진경이 서 있다가 말을 걸었다.

“셰프님. 괜찮으세요?”

“이런 방송은 질색이니까 이제 이런 짓 하지마.”

“요리프로는 잘만 하면서 그러더라.”

“그건 요리만 하는 거니까 이거하곤 다르잖아.”

“어쨌든 셰프님이 화면발 하나는 기가 막힌데 어쩌겠어요. 탄자니아에 있는 부모님께 물러 달라고 할 수도 없고.”

“장난할 기분 아냐, 이후 일정 다 취소해.”

“로비에 한국신문사 기자분하고 월간인재 잡지사 기자분이 지금 인터뷰 하겠다고 기다리는데 어떡하라고요?”

“질문이 뻔 하잖아. 해 줄 말이 있어야 인터뷰를 하지. 그냥 보내.”

“그래도······.”

“아님, 네가 대신 하던가?”

우빈이 진경을 곱지 않은 눈으로 봤다.

“알았어요. 참, 황미 셰프하고, 안상인 대표한테 전화 왔었어요. 그리고 궁중음식 기능장님이라고 하던데 이름이··· 하여튼 전화하셨었구요.”

“궁중음식 기능장? 이영희 기능장님?”

“아! 맞아요!”

“······.”

우빈은 집에 돌아와 여행 가방을 싸고 있었고, 그 옆에서 진경은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었다.

“셰프님 아니 대표님 이렇게 떠나시면 저희는 어떻게 해요?”

“너도 좋잖아. 그 동안 나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 했으니까 좀 쉬라고!”

“대회 앞두고 이런 적 없으시잖아요.”

“야, 나도 사람이야. 좀 쉬고 싶다고.”

“오빠, 그러지 말고 대회 끝나고 프랑스든 스위스든 가서 쉬면 되잖아!”

“너! 대체 왜 그래?”

“오빠야말로 왜 그래? 아직 누구하고 함께 요리할지, 뭘로 할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여행가방 싸고 있으면 나더러 어쩌라고?”

“연락 할게.”

“알았어. 그럼 같이 가!”

“야! 진진경! 네가 가면 그게 쉬는 거냐? 차라리 안가고 말지.”

“오빠!”

“동생아!”

한참을 실갱이를 하던 진경이 오빠 우빈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왔다.

“오늘 5층 특실에 장차관님들 오셔.”

“진진경, 내가 누차 말했지. 그런 거 신경 쓰지 말라고······.”

“오빠, 어떻게 그래 이 바닥에서······.”

“관두자, 네가 그런 것까지는 안 말려. 그렇지만 나를 좀 그냥 내버려 둬!”


결국 진경과의 실랑이에서 승리한 우빈은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날씨는 꾸물꾸물 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구름은 뽀송뽀송 뭉게뭉게 새하얗게 우빈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고 있었다.

우빈은 몇 년 동안 종횡무진 쉬지 않고 달려왔고,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나니 그간에 피로가 몰려옴과 동시에 슬럼프가 찾아왔던 것이다.

5년 전, 사랑했던 수진이 대학 1학년 요리학과에 다니며 우빈에게 여러 가지 요리를 해줬었는데 죽은 수진을 그리워하며 수진의 요리를 하던 우빈이 지금 이렇게 요리로 최고의 셰프가 되어 있었다.

“후후후.”

우빈은 수진과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여행지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의 날씨는 맑은 날보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서울의 흐린 날과 대조적으로 하늘색이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제주에 올레길이 생기면서 더 많은 볼거리와 갈 곳을 제공하니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았고,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넘쳐났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에서 우빈은 몸 안으로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우빈은 5년 전 수진과 함께였던 올레 길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오빠, 올레길이 스무 개가 넘어 일 년에 하나씩 온다면 오빠랑 나랑 이십년 넘게 함께 와야겠다.”

수진이 올레길 안내종이를 펼쳐보며 웃었다.

“수진아, 누가 너랑 이십년이나 함께 한데? 하하하하.”

“오빠 그 말 책임질 거야?”

“아냐아냐, 난 수진이랑 이십 년이 아니라 펴엉생 함께 할 거야.”

“그럼, 나 잡아봐라. 베.”

혀를 내민 수진이 우빈을 뒤에 두고 앞서 달려갔지만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앞에 가득해서 더 나갈 곳이 없던 수진은 금방 우빈에게 잡히고 말았다.

“잡았다!”

“힝. 학생들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평생 나랑 함께 하는 거다.”

“이건 아니다.”

수진은 우빈의 품에서 투덜거렸고, 그런 수진이 귀여워서 우빈은 놓아주지 않고 입을 맞췄다.

“사랑해 수진아!”

“오빠!”

“나랑 평생 함께 할거야? 안 할거야?”

“이거부터 풀어줘.”

“아니, 대답하면 풀어줄게.”

우빈이 수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알았어, 알았어.”

“뭘 알았는데?”

우빈이 그윽하게 수진을 내려다보았다.

“오. 오빠하고 펴엉생···.”

수진의 얼굴이 붉어진 것만큼이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생?”

“함- 께- 하- 겠- 다- 고-.”

“나도 나도 수진이하고 평생 함께 할거야. 사랑해 수진아.”

“사랑해. 오빠.”


우빈은 혼자 이곳 올레 길을 걷고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었고, 과거의 그 때 그 시간 속에 있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수진의 기억이 섞여 우빈에게 불어오고 있었다. 우빈은 수진과 함께였던 그 때를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다.

그렇게도 사랑했던 수진이 함께 왔던 제주에서 그 해 여름 갑자기 실족사를 했고, 그 후 우빈은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 차가운 사람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나마 수진이 해주던 요리를 생각하며 요리하는 것이 즐거운 우빈이었다.

“수진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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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8 88 1 10쪽
25 25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7 84 1 8쪽
24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5 2 11쪽
23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7 2 9쪽
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5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0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2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0 3 8쪽
16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4 102 3 10쪽
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29 4 6쪽
14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2 21.11.02 127 5 11쪽
13 13화 꼬인다 꼬여. +2 21.11.01 128 5 8쪽
12 12화 꼬인다 꼬여. +1 21.10.29 130 6 8쪽
11 11화 꼬인다 꼬여. +1 21.10.28 136 6 7쪽
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3 7 9쪽
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6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5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2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8 6 6쪽
5 5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0 246 7 13쪽
»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3 3화 오늘은 뭐 해먹지? +1 21.10.18 346 6 16쪽
2 2화 장내인의 죽음 +1 21.10.15 396 7 18쪽
1 1화 장내인의 죽음 +2 21.10.14 616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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