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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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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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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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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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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3화 오늘은 뭐 해먹지?

DUMMY

오늘은 뭐 해먹지?



“오늘은 뭐 해먹지? 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는데······.”

시장 앞을 지나며 이것저것 살피던 민주는 도저히 뭘 사야 할지 몰라 망설이며 혼잣말을 했다.

“도무지 먹을 게 없네.”

민주가 아무리 살펴봐도 오늘 집에 가서 해먹을 수 있는 반찬거리가 도통 눈에 띄지 않았다.

“힝. 또 라면 먹어야 해?”

서울에서 살던 민주는 중학교 때 부모가 교통사고로 죽고 제주 외가댁에 살게 되었고 할아버지가 몇 해 전에 작은 어선을 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아 민박집을 하는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얼마 전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는 바람에 집에 혼자 남아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했던 것이다.

‘먹을 게 이렇게 많은데 왜 없어?’

민주는 목소리가 들려 옆을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뭐지?”

‘홍합에 게에 꽁치에 삼치, 대하 줄줄이 있잖아. 꼬막, 고등어 다 제철이구만.’

또다시 들린 목소리에 민주는 옆을 돌아봤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지?”

‘······.’

“누구냐구?”

‘어? 너 내목소리가 들려?’

“그럼 말하는데 안 들려? 누구야? 어딨어?”

민주는 어디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인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어디?”

‘지붕 위에······.’

낮은 시장가게 지붕위에 앉은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사극 촬영장에서 빠져나온 듯 역사드라마에서 많이 보았던 모습이었다.

“아줌마, 거기서 뭐해요?”

민주가 지붕 위에 대고 말했다.

‘아줌마? 우씨··· 그냥 구경··· 근데 넌 내가 보여?’

“헤헤. 그럼요. 아줌마 귀신이구나?”

‘햐, 너야 말로 귀신이다.’

“제가 좀 그래요.”

‘넌 그런데 이렇게 먹을 게 많은데 무슨 고민이야? 봐봐. 홍합, 꽁치, 고등어······.’

“홍합? 고등어?”

민주는 할머니가 해주던 음식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맛있겠다··· 알았어요.”

결정을 한 민주가 생선가게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줌마, 홍합이영 고등어영 얼마우꽈?”

“아줌마, 홍합하고 고등어 얼마에요?”

“아까부터 혼자 뭐랜 고람시냐?”

“뭘 그렇게 아까부터 혼자 중얼 거린 거야?”

“아니우다.”

“아녜요.”

민주는 홍합과 고등어를 들고 시장을 빠져나오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귀신아줌마!”

‘응, 맛있게 해 먹어. 근데 나 아줌마 아냐.’

시장을 빠져 나온 민주는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맛있는 홍합탕과 고등어조림 생각에 신이나 집에 돌아왔지만 비닐을 열어 놓고 머릿속이 하얗게 돼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

생각해 보니 음식을 만들 줄 모르는 민주였다.

“너는 홍합, 너는 고등어······.”

한참을 홍합과 고등어를 쳐다보아도 해결책은 없었다.

“우쒸,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 먹으라는 거야?”

결국, 민주는 바라만 보다 홍합과 고등어는 냉장고에 넣고 또 라면을 끓였다.

“뭐야? 그 귀신 아줌마는? 아, 울 할망이 해주는 밥 먹고 싶다.”

물리도록 먹은 라면으로 또 저녁을 해결한 민주는 민주민박의 간판에 불을 켜고 마당 평상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철썩 철썩 쏴아아아아 쏴아아아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할망······.”

밤하늘의 별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더니 푸른빛을 쏟아내며 빛나고 있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전화벨이 울리자 민주는 마루에 냉큼 올라 전화를 받았다.

“민주민박입니다.”

[음, 할머니 안계시니?]

“네. 할머니 병원에 계세요.”

[병원? 왜?]

“교통사고로 입원하셨어요.”

[저런. 괜찮으신거니?]

“네. 괜찮으신데 뼈가 너무 약해서 오래 입원하셔야 한대요.”

[그럼 민박은 하니?]

“방은 빌려 드리는데 식사는 못해드려요.”

[······.]

“여보세요?”

[그럼··· 해 먹을 수는 있지?]

민주가 부엌을 한 번 돌아보더니 말을 이었다.

“네. 해 드실 수는 있어요.”

[그럼 방 하나, 한 달 이상 쓸 수 있을까?]

“한 달 이상이요?”

[그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응. 진우빈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예약해줘.]

“네. 진 우 빈 요.”

민주는 예약 달력에 이름을 써 넣으며 전화기 안의 남자 목소리에서 찬바람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근데요.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예약 같은 거 안해도 돼요. 몇 명이 오세요?”

[한 명. 예약 안해도 되면 안해도 된다고 말을 해주면 될걸 뭘 그렇게 묻니?]

“······.”

[여보세요? 한 명이라고!]

“알았다고요!”

민주는 갑자기 기분이 울컥해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빌려 줄 방은 두 개 뿐이지만 할머니가 있을때는 낚시 손님들 식사를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음식 만들 사람이 없어서 손님들이 뚝 끊겼다. 그런데 다짜고짜 반말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니 확 짜증이 몰려들었다.

수화기를 내려놓던 우빈은 우빈 대로 쉬면서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제주도 토속 음식을 맛보려나 했다가 쬐끄만 꼬맹이의 퉁명한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했다.

“예약 안해도 된다면서 몇 명이냐고 묻기는 왜 물어? 이 꼬맹이가! 어휴 참자 참아!”


민주민박은 성산 바다 앞 해 돋는 마을에 있었고,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성산일출봉과 우도에 들어가기가 용이해 허름하기는 해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었다. 또 해녀인 할머니가 직접 바다에서 따온 싱싱한 해산물들을 가지고 요리를 하니 그 맛이 또 일품이라 다녀간 어떤 이들이 블로그에 올려놓아 문의전화도 많은 인기 있는 민박집이었다. 그런데 여름시즌이 시작될 무렵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는 바람에 민주도 방학 내내 병원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어서 손님이 거반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요즘 같은 가을 찬바람이 나는 때에는 낚시 손님들이 많은데 낚시꾼들에게 식사를 해주지 않는 민박집은 인기가 없었다.


“할망만 나오믄··· 내일은 이모네 가서 밥 먹고 와야겠다.”

민주는 오름 넘어 가연 이모를 생각했다. 이모는 5년 전부터 이유없이 몸이 아프다가 6개월 전쯤 내림굿을 받아 무녀가 됐는데 가끔 귀신을 보는 민주를 안타깝게 생각했었다.


다음날, 민주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시장 앞을 걸어갈 때였다.

‘홍합하고 고등어 맛있었어?’

목소리가 들려 지붕을 보니 어제 그 아줌마귀신이 또 지붕에 앉아 있어 민주는 삐죽 골이 난 얼굴로 말했다.

“맛있긴 뭐가 맛있어요?”

‘왜? 상했어? 어제 진짜 싱싱하던데?’

“싱싱이야 했지요. 근데······.”

‘근데?’

“음식을 할 줄 모르는데 뭘 어떻게 해 먹어요?”

‘뭐? 우하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

“왜 웃어요? 귀신아줌마 웃지 마세요.”

‘이제 보니 너 요리할 줄 모르는구나?’

“치. 몰라요!”

민주가 그냥 가게 앞을 지나치려 할 때였다.

‘휘리릭.’

귀신 아줌마가 지붕에서 펄쩍 날라 민주 앞에 내려왔다.

‘그럼 내가 요리 해줄까?’

“아줌마가 어떻게요?”

민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간단해. 네가 네 몸을 잠깐 나한테 빌려주면 돼!’

“그럼 진짜 요리할 수 있어요?”

민주는 이모의 걱정할 얼굴이 떠올랐지만 더 이상 라면이 먹고 싶지 않았고, 이모네 가려니 오름을 하나 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아줌마의 얘기에 솔깃했다.

‘그럼. 내가 이래봬도 임금님의 수라를 담당했던 상궁이시다.’

“임금님? 상궁이요? 그래서 머리에 그런 걸 쓰고 있는 거예요?”‘그럼. 이건 상궁의 표상이지.’

상궁이 가체를 만지며 우쭐해 말했다.

“그럼 잠깐 몸 빌려줄 테니까 음식 좀 해주세요. 저는 이민주라고해요.”

‘민주? 나이가 몇이야?

“열아홉 살이요. 두 달 있으면 스무 살이요.”

‘어? 나하고 동갑이네.’

“동갑이요? 상궁이 그렇게 어려요?”

‘아니아니, 미안 막내 내인이랑 동갑이라고······.’

“아아. 그보다 먹을 것 좀 해주세요.”

‘그건, 아주 간단해. 나한테는 식은 죽 먹기야.’

“예쓰!”

‘예쓰?’

“아. 알았다, 좋다는 뜻이에요.”

‘응. 그럼 네 몸에 들어가게 허락해 주는 거지?’

“알았어요. 근데 요리하는 동안만이에요.”

‘예쓰.’

“하하하하.”

‘그럼 들어간다.’

“예.”

‘스스스스스슥.’ 장내인이 민주의 몸에 빙의해 들어오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하아하아.”

그 바람에 민주는 거친 숨을 내쉬었고, 빙의에 성공한 상궁은 신이난 목소리로 외쳤다.

“얏호! 들어왔다.”

상궁은 민주의 몸에 들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팔을 쭈욱 뻗고서 빙글빙글 제자리를 돌았다.

‘그렇게 좋아요?’

“좋아좋아, 너무 좋아.”

‘후후후, 귀신은 많이 봤지만 이런 빙의는 처음이에요.’

“그래? 넌 어떻게 귀신이 보여?”

‘오름 넘어 이모가 무녀세요.’

“무··· 무녀?”

상궁은 갑자기 놀란 표정이 되었다.

“괜찮아요.”

그때, 민주가 혼자서 떠드는 걸로 본 생선가게 주인이 민주에게 걸어왔다.

“야, 너 괜찮나?”

“얘, 너 괜찮니?”

“네. 괜찮아요. 아줌마. 대하하고, 전복 좀 주세요.”

상궁은 신이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귀신아줌마 아니 상궁 아줌마. 저 돈이 별로 없어요.’

“아, 그래? 미안.”

“뭐라고?”

“뭐라고?”

비닐봉지를 한 장 뜯어 대하와 전복을 담으려던 아줌마는 민주가 뭐라 하는 소리에 물었다.

“아, 아니 아줌마. 죄송해요. 내일 사러올게요.”

“겅허라.”

“그래라.”

생선가게 아줌마가 손을 털며 생선 위의 파리를 쫓았다.

“왼종일 서서 궁시렁 거리더니··· 빨리 가불라.”

“왼종일 서서 궁시렁 거리더니··· 어여 가거라.”

“네.”

뛰어 시장 통을 빠져 나온 민주는 웃음이 터졌다. 아니 민주와 상궁은 함께 웃음이 터졌다.

“아아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한참을 웃던 상궁이 민주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어제 그 고등어하고 홍합 있지?”

‘네. 있어요.’

“그럼, 우리 그거 먹자.”

‘좋아요.’

민주와 상궁은 서로 뜻이 잘 맞았고, 기분이 좋았다.

‘이쪽으로 쭈욱 걸어서 옆으로 돌면 맨 끝에 민주민박 간판이 보일 거예요. 거기가 우리 집이에요.’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집이라니. 너무 좋다.”

민주의 몸을 빌린 상궁은 입구에 주인이 없다는 표시를 내리고 안으로 들어가 먼저 부엌으로 향했다.

“이야, 부엌이 엄청 넓구나. 딱. 내 스타일이야.”

‘우리 집 부엌은 불편한 게 많은데. 괜찮아요?’

“내가 사용하기엔 딱이야!”

‘맞아. 옛날 사람이지?’

“배고프지? 내가 금방 맛있는 밥 해줄게. 기다려 봐.”

‘네.’

“쌀은 어디 있어?”

‘뒤를 돌면 항아리에 있어요.’

“응.”

‘그리고 어제 사온 홍합하고 고등어는 냉장고에··· 참, 상궁님은 옛날 사람인데 냉장고를 알아요?’

“크크크큭, 나는 냉장고의 변천사까지 꾀고 있지. 여기서 오백년을 살았는데.”

상궁은 냉장고를 열어 능숙하게 홍합과 고등어를 꺼내들었다.

‘아하, 그렇구나.’

“이제, 가만히 지켜만 봐. 내가 맛있게 해줄테니.”

‘이야, 기대돼요.’

“후훗.”

상궁의 손놀림은 제법 프로같이 움직였다.

‘아줌마. 아니 상궁님, 정말 멋져요. 그런데 상궁님은 왜 시장 지붕에 있었어요?’

“사연이 길어······.”

‘······.’

“사실은 내가 임금님께 올린 수라가 잘못되었다고 상궁마마님하고 우리. 아니아니 내인들하고 상궁인 나하고 죽임을 당했거든.”

‘어머어머어머. 임금님이 누군데요?’

“연산군.”

‘우와, 그 폭군 연산군요?’

“너도 알아?”

‘네. 국사시간에 배웠어요. 진짜 폭군이었구나. 그래서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억울해서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데 음식이 너무 만들고 싶은 거야. 그래서 사람들한테 빙의를 했는데 자꾸 쫓겨나서 지난달에 제주도 여행객 몸에 빙의해서 왔지.”

‘아아아.’

“여긴 귀신의 천국이라고 들었는데.”

‘들었는데요?’

“타지에서 왔다고. 텃세가 너무 심해서 그냥 시장 지붕에서 구경하며 지내고 있었던 거야.”

상궁은 홍합과 고등어를 손질하며 민주와의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연산군이면 많이 무서웠겠다.’

“말도 마. 얼마나 잔인한지··· 나도 죽었잖아.”

‘무오사화, 갑자사화로 많은 사람을 죽였죠?’

“맞아맞아, 무오년하고 갑자년에 사화가 있었어. 넌 그걸 어떻게 알아?”

‘히. 국사시간에 배웠어요. 맞다. 장녹수도 나오던데.’

“녹수 그 간악한 년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 흥청년들.”

상궁은 이를 갈았다.

“그건 그렇고, 다 된 거 같은데.”

‘음. 냄새가 끝내줘요.’

민주는 눈을 감고 맛있는 냄새를 맡았다.

“흠흠. 그렇지, 내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니까.”

상궁이 상에 음식을 정갈하게 담아 평상에 올렸다.

잠깐만.”

‘스스스스스슥.’ 장내인이 빙의 됐던 민주의 몸에서 빠져 나오자 민주는 다시 가쁜 숨을 쉬었다.

“하아하아하아.”

‘어서 먹어봐.’

“혼자 먹어요?”

수저를 들고 민주가 물었다.

‘귀신은 먹을 수 없잖아. 흠향하는 거지.’

“그럼. 잘 먹겠습니다.”

민주가 숟가락을 들어 홍합탕을 한 숟가락 떠 입에 넣었다.

“우와우와 대단해요. 정말 맛있어요.”

민주도 아까 상궁이 했던 것처럼 팔을 쭈욱 뻗고 빙글빙글 돌았다.

‘후후훗, 정말 그렇게 맛있어? 그럼 이 고등어조림도 먹어봐.’

“맛있고요. 또 너무너무 좋아요. 매일 여기서 혼자 너무 외로웠었어요.”

‘응, 너도 외로웠구나?’

“크크크큭, 밥도 너무 쫀득쫀득 맛있어요.”

‘나는 사실 최고상궁이 되는 게 꿈이었어. 그렇게 억울하게 죽지만 않았어도······.’

“이 정도 실력이면 정말 최고상궁이 될 수 있었을 거 같은데요.”

‘난, 요리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워.’

“헤헤. 저는 먹는 게 제일 좋은데.”

‘참, 근데 넌 왜 이 집에 혼자 살아?’

“할아버지께서 5년 전에 배타고 나가셨다가 못 돌아오셔서 할머니랑 둘이 사는데 할머니께서 지금 병원에 계세요. 그리고 여기는 민박집인데 할머니가 안 계시니까 낚시꾼들한테 밥을 해주지 못해서 손님들이 뚝 끊겼어요.”

‘안됐다······.’

그 때, 민주와 상궁의 눈이 마주쳤다.

“상궁님!”

‘저기!’

“하하하하하.”

‘푸우하하하하.’

“여기서 상궁님이 음식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안되긴 왜 안돼. 내가 부탁하고 싶은데?’

“고마워요.”

‘나두나두나두. 고마워. 근데 네 몸에 들어갔을 때 오백년 동안 들어가 본 어떤 몸보다 편했어.’

“히히히.”

‘민주라고 했지? 근데 내가 너한테 빙의해서 들어가는 건 비밀이어야 해. 안 그럼 사람들이 나를 또 네 몸에서 쫓아내려 할 테니까.’

“비밀 지킬테니 걱정 마세요. 그런데 이 고등어조림 어쩜 이렇게 맛있어요? 할머니가 해 주는 건 시원하고 매콤한데 이건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입에 쫙쫙 붙는 거 같아요.”

‘고마워.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니까 나도 행복해. 얼마 만에 해 본 요린지······.’

민주는 평상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상궁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매일 혼자서 외롭게 있던 민주에게 상궁은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일어나!’

“······.”

‘일어나. 민주야.’

“응? 누구야?”

민주가 졸린 눈을 비볐다. 밤에 상궁과 함께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민주는 늦잠을 자는 중이었다.

‘내가 아침 밥 해줄게.’

“아, 상궁님. 저 너무 졸려요. 상궁님은 안 졸려요?”

‘나? 난 귀신이잖아. 민주는 계속 자. 아침밥은 내가 할게.’

“아아, 밥? 하아아아암. 알았어요. 들어오세요.”

‘스스스스스슥.’ 장내인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민주의 몸으로 빙의해 들어가는 것이 즐거웠다.

‘저는 그냥 잘게요.’

“그래그래. 히히히.”

상궁은 부엌으로 가 앞치마를 매고 손을 씻었다.

“흠. 오늘은 무슨 음식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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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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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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