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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577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1.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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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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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DUMMY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진진경, 너 무녀를 어떻게 생각해?”

우빈이 책상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던 손을 멈추고 테이블에 앉은 진경에게 물었다.

“무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차를 장난스레 홀짝이며 마시고 있던 진경이 우빈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다.”

“오빠 제주도 다녀오더니 이상해졌어. 어디 제주도 무녀랑 썸이라도 탔어?”

“······.”

“어? 이상하다, 오빠.”

“뭐가?”

“혹여라도 그랬다면 접어라. 오빠 우리 부모님이 어떤분이신지 몰라?”

“됐어, 관두자.”

“지금 엄마랑 아빠랑 탄자니아에서 선교활동 하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시는데······.”

“관두자고 했다. 그 보다 이영희 선생한테 연락 왔어?”

“아니 지금쯤 전화가 왔어야 하는데 너무 조용하네. 우리가 해 볼 수도 없고, 참.”

“큰일이네. 진경아 오늘이 며칠이지? 대회까지 며칠 남았어?”

“19일.”

“네가 전화 넣어봐.”

“알았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전화벨이 오랫동안 울렸지만 이영희 선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받네.”

“경복궁수라로 한 번 해봐.”

“알았어.”

상민이 재빠르게 명함을 찾아 전화번호를 건넸고, 진경이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네, 경복궁수라입니다.]

“네, 저는 슈프림 진진경 실장인데요. 이영희 선생님 계신가요?”

[슈프림이요?]

“네.”

[저··· 선생님··· 지금 안계신데요.]

“핸드폰을 안 받으셔서 그런데 선생님 멀리 가셨나요?”

[선생님··· 제가 메모 남겨드릴게요.]

“네, 전화 좀 꼭 부탁드린다고요.”

[네.]

“네, 안녕히 계세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진경이 난감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안 계시다는데? 어쩐지 전화를 피하는 느낌이야.”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다. 차 준비 좀.”

“네.”

상민이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오빠, 나도 같이 갈까?”

“아니, 너는 계속 이영희 선생한테 전화 넣어봐.”

“알았어. 다녀와.”


승용차 뒷좌석에 앉은 우빈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큰일이었다. 이영희 선생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어떤 출혈이 생기더라도 우빈은 자신의 생각대로 감행하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 후에 생길 일들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한숨이 새어 나왔다.

“휴우······.”

‘경복궁수라’ 기와대문을 지날칠 때 뒷좌석에 앉은 우빈이 한숨을 쉬자 운전을 하던 상민이 룸미러로 우빈을 보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차에서 내리자 지난번에 보았던 진수라는 사내가 응접실로 안내 했고, 우빈과 상민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과차를 앞에 두고 이영희 선생을 기다렸다.

“저, 선생님하고 약속하고 오셨나요?”

“아뇨, 전화를 안 받으셔서 제가 직접 왔습니다.”

“예, 선생님께서 지금 외출중이십니다.”

“언제쯤 들어오시나요?”

“그게 저희도 잘 모릅니다.”

“예,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많이 늦으실지 모르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예, 괜찮습니다.”

.

.




우빈과 상민이 서너 시간이 지나도록 응접실에 앉아 기다렸지만 이영희 선생에게선 연락도 오지 않고 끝내 만날 수 없어 우빈이 일어났다.

“가자. 아무래도 일부러 안 만나주시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요?”

“하여튼 가자.”

차에 올라 우빈은 진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이영희 선생 연락됐어?”

[아니, 진짜 수백 통은 한 거 같은데 전혀 안 받아.]

“그래 알았어.”

[거기도 안 계셔?]

“응. 이따가 7시쯤에 진경이 너랑 잘 연락되는 기자 있으면 사무실로 오라고 해.”

[왜?]

“이따 가서 얘기할게.”

[지금 들어오는 거야?]

“아냐.”

[알았어.]

상민이 비탈을 내려와 큰 길 앞에서 우빈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여의도 조직위로 가자.”


조직위 빌딩 안으로 들어서자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조직위원회는 얼마 남지 않은 대회준비로 바빠 정신이 없었다. 참가국 수가 120여 개국이었고, 각국 최고의 요리사들이 3일 동안 경합을 벌일 준비를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쿠, 진셰프님 어서오세요.”

박창걸 과장이 우빈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아니 대회 준비로 바쁘실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직접 나오셨어요. 저희가 가도 되는데.”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저한테 청탁 같은 거 넣으셔도 저는 못 들어드립니다. 하하하하.”

“그럴리가요. 하하하하.”

대회 포스터와 대회 때 입을 옷들이 사무실 한쪽에 쌓아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회의실로 들어가시죠.”

“네.”

회의실로 들어가는 우빈과 상민의 뒤를 박과장이 포스터를 들고 따라 들어왔다.

“이거, 어때요? 미남이신 건 알았지만 사진발 기가 막히게 받으시네.”

“과찬이십니다.”

“이영희 선생님하고 함께 요리를 한다니까 여기저기서 최고의 콤비라고 난리도 아닙니다. 하하하.”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

웃고 있는 박과장과 다르게 우빈이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했다.

“네.”

“우선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우빈이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하하, 그러시죠. 이거 역시 젊으셔서 일하기 좋단 말이에요.”

“제가 한 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영희 선생님하고 저하고 함께 대회에 나가는 걸로 되었는데 사실 저는 저하고 함께 요리할 사람이 이미 있습니다. 그 사람으로 변경 시켜주십시오.”

우빈이 고개를 숙였다.

“그게··· 무슨······.”

“죄송합니다.

“언론 자료는 물론이고, 이렇게 진셰프하고 이영희 선생이 인쇄된 포스터까지 다 나와 있는데 이제 와서··· 대회도 이제 이십일도 안 남았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아니고 이영희 선생하고 무슨 문제 있어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데 굳이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박과장의 웃는 얼굴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제가 꼭 함께 요리를 하고 싶은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 걸 미리 말씀해 주셨어야지요?”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

“알겠어요. 독일 대회 우승자로 이번 대회에 함께 할 요리사를 정하는 건 진셰프 고유권한이니까.”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큰일은 큰일이네 계속 밤샘 작업해야겠네. 사실 위원장님도 지금 대회 문제로 미국협회 본사에 가셔서 15일에나 오실텐데······.”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박과장님.”

“알겠습니다. 그럼 함께 요리할 요리사님의 이름하고 성별, 경력사항 기재해주시고 돌아가세요.”

“예.”

“대신 대한민국 대표로서 꼭 우승하셔야 합니다. 파이팅!”

박과장이 애써 우빈에게 웃어보였다.

“꼭 우승하겠습니다.”

“하하하.”

우빈은 용지에 이민주, 여자, 경력 없음 이라고 쓰고 나자 웃음이 났다.

“풋.”

상민이 가슴 졸이고 있다가 우빈이 웃음을 터뜨리자 용지를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대표님?”



제주의 성산 앞바다에 앉아 민주와 장내인은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3일 앞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민주야, 울지마. 나는 네 덕분에 그 동안 요리도 할 수 있었고··· 흑흑.’

“난, 네가 해준 음식을 먹기만 했을 뿐 해준게 아무것도 없는데. 엉엉.”

‘흑흑흑, 네가 내 요리를 맛있게 먹어줘서 얼마나 행복했는데.’

“엉엉엉, 장내인 안가면 안돼? 여기서 나하고 계속 같이 살면 안 돼?”

‘미안해 민주야,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가야한대. 흑흑흑.’

“장내인··· 엉엉엉.”

‘민주야, 흐응 엉어엉.’

민주와 장내인은 그새 정이 들어 헤어지기가 힘이 들었던 것이다. 민주와 장내인을 보고 있는 연상궁의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장내인.’

그때, 집 쪽에서 가연이 걸어오며 민주를 불렀다.

“민주야, 여기있었구나?”

“이 이모!”

민주는 가연을 보자 달려가 안겨 울었다.

“이모, 이모 장내인 안 가면 안돼? 엉엉엉.”

가연은 안고 있는 민주의 머리칼을 쓸었다.

“울어, 실컷 울어.”

“이모 어어엉엉엉.”

“연상궁님, 장내인, 3일 후에요. 3일 후에 여기서 할거예요. 저는 아직 영이 깊지 못해서 못 하구요. 제 신어미가 해주실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민주야, 혹시 우빈씨한테는 연락 온거 없니?”

“응, 이모 내가 혹시나 싶어서 계속 전화 걸어봤는데 안 받아.”

“휴··· 그래.”

가연은 마지막까지 우빈을 믿고 싶어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우빈으로부터는 어떤 연락도 없었고, 거는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있는 우빈이 원망스러웠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빈이 사무실에 들어오자 진경이 뛰어와 맞았다.

“오빠.”

“응, 기자들은?”

“회의실에.”

“가자.”

회의실 문을 열자 십여 명의 기자들이 왁자하게 떠들다가 우빈을 보고 조용해 졌다.

“갑자기 진셰프님께서 저희를 부르셔서 놀랐습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우빈이 기자들 틈에 끼어 들어갔다.

“무슨 말씀을 하실지 기대됩니다.”

“이번에 선 보일 요리에 대해서인가요?”

“죄송합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결혼발표라도.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회의실 안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저 실은 이번 대회에 이영희 선생님과 함께 나가지 않는다는 말씀 드리기 위해 기자님들을 오시라고 했습니다.”

“예?”

“이영희 선생님하고가 아니면 어느분하고 나가시는 건가요?”

“그건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고, 확실한 것은 이영희 선생님과 나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거 이거.”

“이미 내정된 셰프님이 계셨으면서 왜 그 동안 이영희 선생님하고 나간다고 하신겁니까?”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그럼 함께 대회에 나갈 셰프님은 이영희 선생님보다 실력이 더 나은분이라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이런, 대한민국 최고의 이영희 선생님이 아닌 다른 요리사분이라니 저희로서는 기대가 됩니다.”

“이영희 선생님께서는 이런 내용을 알고 계십니까?”

“아직 모르고 계실겁니다.”

“그럼, 베일에 싸인 그분은 언제 공개하실 겁니까?”

“곧 여러분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거 정말 궁금합니다.”

“그럼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서둘러 말을 마친 우빈이 회의실 문을 닫으며 큰 숨을 몰아쉬었다.

“진경아,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

“오빠, 근데 진짜 같이 요리할 셰프가 누구야?”

“그건 나중에 알려줄 테니까 기자들 기사 함부로 쓰지 않게 단속 잘해.”

“응, 알았어.”

“그리고 상민아.”

“네.”

“주방에 얘기해서 조직위에 40인분 특식으로 좀 보내드리고.”

“예, 알겠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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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6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1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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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30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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