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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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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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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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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2화 장내인의 죽음

DUMMY

빠른 악조에서 느린 악조로 바뀌자 흥청들이 뒤로 물러서고 연산주와 장녹수만이 가운데서 서로를 희롱하는 듯한 농염한 춤을 추고 있었다.

한참을 춤추고 나서 장녹수가 가면을 벗으며 연산주에게 말했다.

“백돌아, 내 속이 타는구나. 잠시 쉬는 것이 어떤고?”

“숙용, 어찌 내 마음을 그리 잘 헤아린단 말이냐? 여기 물을 가져오너라.”

연산주와 장녹수는 가면을 벗어 옆으로 놓으며 말했다. 얼굴이 발그레한 게 처용희를 추느라 힘을 쏟았던 것이다.

내인이 받쳐 든 물을 연산주가 녹수에게 먼저 마시도록 하고 자신이 물을 마셨다.

“주욱 마시거라. 주욱.”

“아, 시원하다.”

“어허, 그리 시원하냐? 내 더 시원하게 해주랴? 하하하하하.”

연산주가 녹수의 치마를 벗겨내자 속살이 그대로 비춰 보이는 속치마가 드러났다.

“하하하하.”

“백돌아, 어찌 나만 시원하겠느냐?”

녹수도 지지 않고 연산주의 웃옷을 벗겨내자 연산주는 호탕하게 웃음이 경회루를 울렸다.

“하하하하하, 나는 이 나라의 군주니라. 네가 감히 군주의 옷을 함부로 벗겼느냐? 내 너의 죄를 지엄한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니라. 이리 오너라.”

“호호호호. 어디 한 번 벗겨보시옵소서.”

연산주는 녹수의 당의를 벗겨 속적삼과 속치마만 남게 했고, 연산주가 녹수의 저고리를 벗기는 손놀림과 마찬가지로 녹수도 연산주의 옷을 한 겹 더 벗겨내며 농 짙은 장난을 쳤다.

“아하하하하, 이리 시원할 수 있단 말이냐? 참으로 시원하구나.”

“백돌아, 여기 흥청들도 모두 시원하게 벗으라 하겠느냐?”

녹수가 웃음을 흘리며 연산에게 말했다.

“옳지옳지, 숙용의 말이 옳다. 모두 겉옷을 벗으라.”

흥청들이 모두 연산의 말에 따라 겉옷을 벗어 버리며, 하하호호 웃고 흥성거렸다.

술잔을 기울인 연산은 이제 장녹수의 보드라운 하얀 속살을 더듬어 희롱했다.

“어찌 이리 매끄럽단 말이냐?”

“아이, 여기서 이럼 어째. 백돌아, 그만 하거라.”

“녹수 네가 부끄러움을 다 타느냐?”

연산은 녹수의 치마를 훌렁 뒤집어쓰며 녹수의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아아, 호호호호, 백돌아 간지럽다. 에잇, 호호호호.”

그때였다.

“전하 이제 이 음란한 놀이를 그만 두시옵소서!”

다들 놀라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았고, 그곳에 다름 아닌 김처선이 서 있었다.

흥성거리던 경회루 안에 있던 모두는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조용해졌다.

“무에? 무에야?”

연산주는 녹수의 치마 속에 묻었던 얼굴을 밖으로 내밀며 놀라워해 마지않았다.

“늙은 놈이 네 분 임금을 섬겼고, 경서와 사서를 대강 통하지마는 고금에 전하처럼 행동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네 놈이 살아 아직도 그 세치 혀를 놀리고 있구나. 활, 활을 가져 오너라! 내 이번엔 저 늙은 놈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야!”

“조정의 대신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늙은 내시가 어찌 감히 죽음을 아끼겠습니까?”

김처선은 이미 죽음을 각오하였기에 직언을 멈추지 않았다.

“빨리 활을 가져오너라! 내 이 내시 놈을!”

활시위를 잡은 연산주는 숨도 쉬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 김처선의 갈빗대를 맞혔다.

“으윽!”

“네 이노옴! 감히 내시 주제에.”

노기충천한 연산주가 김처선을 쏘아보았다.

“제가 이렇게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옵고, 다만 전하께서 오래도록 보위에 계시지 못할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무, 무어라? 이놈이······.”

연산주는 다시 활시위를 당겼고, 그 활을 맞은 김처선이 바닥에 쓰러졌다.

“칼을 가져오너라! 어서 칼을 가져오라!”

취중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연산주가 김처선의 두 다리를 끊었을 때, 옆에 있던 흥청들과 내시, 내인들은 모두 붉은 피가 철철 흐르는 김처선을 보기만 할 뿐,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어디 일어나 걸어보아라, 처선아! 일어나 걸으란 말이다. 내 어명이다. 으핫하하하.”

연산주의 광기어린 목소리가 경회루를 쩌렁쩌렁 울렸다.

“전하께서는 다리가 부러져도 다닐 수 있습니까?”

김처선이 연산주를 쏘아보며 말하자 연산주는 칼을 들어 김처선에게 다가갔다.

“네 놈이 아직 이 세치 혀가 남아 나불댄단 말이더냐?”

연산주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고, 두 눈에서 쏟아내는 광기를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연산주는 급기야 들고 있던 칼로 김처선의 혀를 베어냈고,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직접 배를 갈라 창자를 끄집어내었다.

연산주의 손에 들린 김처선의 창자에서 선홍색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으헤헤헤, 이놈 어디 더 해 보거라! 이 내시 놈아!”

“전하, 전하께오선 조묘와 사지을 구거하게··· 저는 선대와 마마님드께······.”

김처선의 입에선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연산주에게 충신으로서 직언을 멈추지 않았다.

“내 이 늙은 놈을 그토록 아꼈건만 내시 주제에 감히··· 저놈의 시체를 범에게 먹이로 주어라.”

연산주는 화를 누르지 못하고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내 이런 고얀 내시 놈을··· 여봐라! 그놈의 이름자인 ‘처’자와 ‘선’자를 쓰는 놈은 엄벌에 처하도록 할 것이다. 괘씸한 놈!”

연산주는 술을 연거푸 마시며 계속해서 김처선에 대한 욕설을 해대다 그대로 술에 골아 떨어졌고, 연산주가 김처선을 죽였다는 내용은 삽시간에 궁궐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연산주는 분한 마음에 김처선을 죽인 후 시를 지어 승정원에 남겼다.


이토록 백성에게 잘 해왔건만

내시가 임금을 모욕할 줄이야

부끄럽고 아픈 마음이 극에 달해서

바닷물에 씻어도 한이 남으리.


바닷물에 씻어도 한이 남는다는, 분노가 극에 달한 시를 지어 남긴 후에도 연산주는 김처선의 이름자를 가진 대신들이나 백성들의 이름을 개명토록 했다. 그뿐 아니라 24절기의 하나인 처서는 ‘조서’라 바꾸었고, 자신이 즐기던 처용무를 ‘풍두무’로 바꾸게 하는 등 연산주의 김처선에 대한 분노는 그만큼 집요했다.


“흐윽 흐윽, 상선어른께서 그 인자하신 상선어른께옵서······.”

김처선은 자상한 품성을 지니고 있어 상궁과 내인들에게 항시 부드럽게 대했었고, 어느 누구에게도 친절했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내시와 내인치고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장내인은 아까 상선 김처선을 본 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마마님, 상선어른 불쌍해서 어째요. 흑흑흑.”

“어찌··· 흑흑흑.”

장내인과 연상궁은 궁궐 부엌 한쪽에서 들킬까 조심하며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보다 연상궁은 걱정이 앞섰다. 수라를 감독하는 상선내시였던 김처선이 죽자 갑자기 김자원이 상선내시가 되어 오늘 수라에 사슴의 태아요리를 올리라는 전갈을 보내왔던 것이다.

‘갑자기 사슴의 태아요리라니······.’


연상궁은 상선어른이 죽은 슬픔보다 당장에 자신이 산 사슴의 배를 갈라 그 안에 든 새끼를 꺼내 요리를 해야 한다는 데에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나저나 마마님, 사슴의 태아요리를 어찌 하시렵니까?”

한참을 울던 장내인이 이제 생각난 듯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연상궁을 보았다.

“사옹원에 다녀올까요?”

“······.”

연상궁은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마님, 홍숙수 어른께 빨리 연통을 넣어야 오늘 수라에 올릴 수 있을 듯합니다.”

오랫동안 말이 없던 연상궁은 결심을 한 듯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장이야, 내 상궁이 되어 처음 전하께 올리는 요리니라.”

“네, 마마님.”

“아무리 상선의 명이라고는 하나 차마 사슴의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내 요리를 할 수는 없구나.”

“마마님, 맞아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잔인합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연상궁이 말끝을 흐렸다.

“대체 어찌하시려고 그러시옵니까?”

“내게 생각이 있다.”

“정2품의 상선어른도 전하의 눈밖에 나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런 날 또 무슨 불벼락을 당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차마 난 못하겠다.”

“마마님.”

“내 오늘 저육장방탕을 올릴 것이니라.”

“저육장방탕이면······.”

“이는 궁중에 큰 행사 때에만 올렸던 귀한 음식이니 아마 잘 넘어갈 수 있을 것이야.”

“마마님,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그래, 그러니 너는 사옹원에 가서 제주에서 올라온 전복이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그리고 오늘 잡은 돼지고기의 연한 살도 함께 준비토록 하거라.”

“네, 마마님. 다녀오겠습니다.”

장내인은 기분이 좋아져 연상궁을 뒤로 하고 사옹원으로 뛰어갔지만 연상궁은 자신의 결단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상선 어른이 계셨다면······.”


연상궁은 이내 자신에게 내려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장내인, 그리고 다른 내인들과 함께 ‘저육장방탕’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이 끓거든 생강편을 먼저 넣고 돼지고기와 소간, 천엽을 넣도록 하여라.”

“네. 마마님.”

“육수는 어찌 되었느냐?”

“마마님, 이정도면 잘 우러난 듯싶습니다.”

가마솥을 열자 구수한 육수의 냄새와 하얀 김이 솥 밖으로 빠져나왔고, 연상궁이 그 국물을 한 국자 떠 맛을 보며 말했다.

“조금만 더 두어라.”

“네. 마마님!”

연상궁이 장내인을 돌아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저육장방탕’은 돼지고기와 전복을 고아낸 진한 육수와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작년에 죽은 인수대비가 특히 좋아했던 요리였다.

연상궁은 익은 돼지고기와 소간, 천엽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육수에 무, 배추, 각종 버섯 등 20여 가지의 채소를 썰어 넣었다.

“전복과 해삼을 가지고 오너라!”

“여기 있습니다. 마마님.”

“그래.”

물에 불린 전복과 해삼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말린 국화꽃과 새우젓, 다진 마늘을 넣는 연상궁의 손은 부지런했다.

“마마님, 저육장방탕을 이 그릇에 담으면 어떨까요?”

장내인이 어디서 찾아 왔는지 근사한 청자색 사기그릇을 들고 있었다.

“오냐, 그 그릇에 담자꾸나.”

그릇에 야채와 돼지고기, 전복 등을 돌려 담고 진한 육수를 부은 다음 잣과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올려 마무리했다.

“휴우.”

“와아, 너무 멋져요. 마마님, 냄새가 끝내줘요.”

“그러냐. 후훗.”

장내인과 다른 내인들도 연상궁의 ‘저육장방탕’에 탄성을 질렀지만 연상궁은 아직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 고생 많았다. 가자.”

“예에.”


내인들이 준비된 상을 들고 연상궁은 ‘저육장방탕’을 들고 연산주와 중전이 기다리고 있는 온돌방으로 향해 걸었다. 장내인도 뒤따르며 자신도 상궁이 되면 연상궁 같은 상궁이 되리라 다짐했다.

‘우리 연상궁 마마님 최고!’


동쪽에 연산주가 앉고 서쪽에 중전 신 씨가 나란히 수라상을 받기 위해 앉아 있었는데 낮에 있었던 김처선의 일로 연산주의 눈치를 보느라 방 안의 모두는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있었다.

수라에는 흰쌀밥과 미역국이 올라 있었지만 원하면 바꾸어 올리기 위해 수라 옆 책상반에는 팥밥과 곰탕이 준비되어 있었고, 작은 뚝배기에 새우젓국으로 간을 맞춘 맑은 조치와 된장으로 간을 한 토장조치가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또, 생선찜과 동치미, 배추김치, 깍두기와 간장, 초장, 초고추장, 새우젓국, 겨자즙이 준비되어 있었고, 12가지 반찬으로 고기누름적과 김, 더덕구이, 전유어, 편육, 나물, 생채, 조림, 젓갈, 장아찌, 강회 등 색색이 화려한 만큼 맛도 일품인 갖가지 음식들이 두 개의 대원반상에 올려 있었다.

모두가 숨죽여 조용한 가운데 늙은 기미상궁이 소원반상에 앉아 은제 잎수저를 들어 음식들을 하나하나 검식하고 있었다.

‘제발······.’

장내인은 마음속으로 무사히 넘어가기를 빌고 또 빌었다.

검식을 마친 기미상궁이 입을 열었다.

“드시옵소서.”

기미상궁이 물러나고 연산주와 중전의 수라를 돕는 상궁 여섯 명이 대원반상 옆에 앉았다. 먼저 연산주가 은으로 된 잎수저를 들어 동치미를 한 수저 입에 넣었고, 뒤이어 중전이 수저를 들었을 때였다.

“이것이 무엇이냐?”

상을 둘러보던 연산이 입을 열었고, 일제히 놀라 연산주를 바라보았다.

“예?”

상선 김자원이 연산주 옆으로 다가갔다.

“상선은 말하라. 이것이 무엇이냐 말이다!”

자원은 황망한 표정이 되어 연상궁을 쳐다보았다.

“그것이······.”

김자원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연산주가 다시 노기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내 오늘 사슴의 태아고기를 맛보겠다 했거늘 어찌하여 이것이 올라온 것이더냐?”

곁에 서 있던 연상궁이 수라상 앞으로 냉큼 다가와 엎드렸다.

“전하, 전하께옵서 몸이 허 하신 듯 하와 저육장방탕을 올렸나이다.”

“뭐라? 짐의 말을 거역했다는 것이냐?”

“······.”

“고개를 들라!”

연상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산주를 보았다.

“짐이 몸이 허한 듯해서 사슴의 태아고기는 안 된다는 뜻이더냐?”

“전하, 그것이 아니옵고······.”

연상궁이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중전이 놀라 말을 거들려고 했다.

“전하!”

“중전은 가만히 계시오. 오늘 내시 놈이 나를 능멸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상궁년이 나를 또다시 우롱하고 있지 않소?”

연산주는 몸을 일으켰다.

“······.”

연산주가 서서 연상궁을 내려 보자 연상궁은 물론이고 곁에 있던 내인과 내시, 상궁들 모두 벌벌 떨었다. 장내인은 겁에 질려 눈물이 흘렀다.

‘연상궁 마마님!’

“그리고, 이것은 작년에 죽은 그 노망난 대비가 좋아하던 저육장방탕이 아니더냐?”

“전··· 하.”


연산주는 작년 갑자년에 자신의 어미 폐비 윤 씨에 대한 복수로 아버지 성종의 후궁이었던 엄숙의와 정숙의를 궁 뜰에 결박시켜 그들의 아들인 안양군과 봉안군에게 어미를 때리게 하고 죽인 뒤 시신을 가져다 찢어 젓을 담가 산과 들에 흩어 버렸다. 그리고 그에 병들어 자리에 누워있던 인수대비의 몸을 들이받아 죽게 만들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3년 상까지 폐지할 정도로 원한을 품었었다. 지금 연산주가 말하고 있는 노망난 대비는 인수대비를 가리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산주의 눈은 또다시 광기로 이글거렸다.

“네년이 일부러 내게 대비가 좋아하던 음식을 올렸더란 말이냐?”

“전하······.”

연상궁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누가 시켰느냐? 감히 내게 이따위 것을 올리라고 누가 시켰느냐?”

호통을 치던 연산주는 자신의 옆에 섰던 호위무사의 긴 칼을 ‘스릉’ 뽑아 들었다. 그에 장내인은 연산주를 쏘아보다가 연상궁의 옆에 머리를 조아리며 앉아 울었다.

“전하, 연상궁 마마님은 그저 전하를 위해서 음식을 만드셨습니다.”

“하, 이건 또 뭐란 말이냐?”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장내인은 연상궁이 위험에 처하자 돕고 싶었던 것이다.

“어찌 이러느냐?”

연상궁이 옆에 앉은 장내인에게 작은 소리로 말하며 연산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전하, 모두 소인의 잘못이옵니다. 이 내인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연상궁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

“마마님?”

장내인은 옆에 앉은 연상궁을 한 번 보고는 연산주에게 다시 말했다.

“전하, 죽을 때 죽더라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호, 네가 죽는 것은 알고 있더란 말이냐?”

“예,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말해보라.”

장내인은 침을 꼴깍 삼키고 말을 이었다.

“사슴의 태아고기와 소의 태아고기를 즐겨 드시는데 그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 줄은 알고 계시옵니까? 전하는 전하의 입에 맛있는 음식만 생각하시지만 저희는 그것을 만들어 올릴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아시옵니까?”

“왜 이러는 것이냐?”

연상궁이 잡아끌어도 장내인은 하던 말을 멈추지 않았다.

“······.”

연산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장내인이 하는 말을 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백성들이 전하의 입맛을 맞추느라 진상품을 올려대는 것이 또 얼마나 힘든 줄은 아시냐구요? 백성들이 전하와 함께 노는 흥청들을 가리켜 ‘흥청망청’이라고 하는 것은 들으셨습니까?”

연산주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흥청망청? 네년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그 주둥이를 더이상 못 놀리게 해주마!”

연산주의 광기 어린 눈이 반짝였고, 그 길로 장내인의 목에 긴 검자욱이 나는 동시에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내인 주제에··· 감히 나에게··· 나라꼴이 말이 아니구나.”

“장아? 장아?”

연상궁이 쓰러진 장내인을 불렀다.

“마마님. 마마님. 전 마마님이 너무 좋았어요. 요리하는 것도 좋았고요.”

연상궁에게 안긴 장내인의 귀 뒤로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고 연상궁은 죽어가는 장내인을 안고 연산주를 노려보았다.

“흥, 너도 죽여주마.”

연산주의 피 묻은 검이 연상궁의 목을 베어 연상궁이 쓰러졌고, 연산주는 그 자리를 떠 숙용 장 씨인 장녹수에게 향해 갔다.

그 자리에 있던 내인과 상궁, 내시들은 모두 경악했고, 입을 막고 울었다.

“장아, 장아 괜찮으냐?”

“마마님, 괜찮으세요?”

연상궁이 장내인의 가슴께로 쓰러지다 장내인의 옆으로 넘어졌는데 장내인의 가슴에 연상궁의 가체가 떨어졌다. 장내인은 가까스로 연상궁의 가체를 안고 서서히, 서서히 몸이 식어갔다.


‘마마님! 마마님!’

장내인이 연상궁을 불렀다.

‘응? 이상하다. 마마님! 마마님! 정신을 차려보시어요?’

장내인이 연상궁의 몸을 흔들었지만 이미 숨을 거둔 연상궁은 말을 하지 못했고, 장내인이 연상궁 옆에 누운 사람을 보니 자기 자신인 장내인이 피를 토해 죽어 있는 모습이었다.

‘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내가 내가 죽은 것이야?’

장내인이 곁에 선 상궁과 내인, 내시들을 보자 자신이 보이지 않는 듯 바닥에 죽어 있는 장내인과 연상궁을 보며 울고들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장내인의 손에는 연상궁이 쓰던 가체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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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7 85 1 8쪽
24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6 2 11쪽
23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8 2 9쪽
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5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1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16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4 102 3 10쪽
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30 4 6쪽
14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2 21.11.02 12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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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4 7 9쪽
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7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6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3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9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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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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