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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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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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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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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DUMMY

그날 밤, 민주는 잠자리에 들어 상궁과 얘기 중이었다.

“상궁님, 저더러 조심하라고 하고서는 그렇게 막 대놓고 요리하고 그럼 어떻게 해요.”

‘아니, 저 아저씨가 내 음식에 대한 자존심을 자꾸 건드리잖아.’

“하하하, 음식에 대한 자존심. 사실 상궁님 요리는 울 할망보다 훨씬 맛있어요. 뭐랄까 입안에서 목으로 넘어갈 때 뭔가 자꾸 당기는 느낌이 들어요. 중독성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 요즘은 요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민주 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히히, 상궁님은 정말 좋은 분 같아요. 그 얘기 또 해주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응, 내인이 되기 얼마전에 생각시 중에는 내가 제일 나이도 많고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을 때였어. 후훗.’

“우와, 요즘 우리말로 짱인 거네요.”

‘짱? 후후··· 전하께서 소의 태아요리나 사슴의 태아요리를 즐겨 드시는 거야.’

“예에, 태··· 아요리요? 제가 생각하는 그 태아요리요?”

‘응, 암소나 암사슴의 뱃속에 든 새끼. 그것도 거의 태어나기 얼마전의 것으로.’

“세상에 잔인해라.”

‘그래서 내가 생각시들 하고 몰래 그 사슴들을 도망 시켰지.’

“어머머머, 잘하셨어요. 상궁님.”

‘그래서 수라간 뿐 아니라 궁궐이 발칵 뒤집히지 않았겠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잡혔어요?”

민주는 상궁이 해주는 얘기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

‘아니. 나 말고 세자마마.’

“어떻게요?”

‘그때 8살 되셨던 세자마마께서 전하와는 달리 사슴을 무척 예뻐하셨거든. 그래서 내가 생과방 출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사슴우리를 세자마마가 연 것으로 하자고 청했지. 안 그랬으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었거든.’

“우와, 그래서 세자마마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신 거예요?”

‘그랬지. 그것 때문에 세자마마는 이레 동안 근신을 명받아서 고생 좀 하셨지.’

“그래서 그 뒤부터는 연산군이 사슴고기를 안 먹었어요?”

‘웬걸 사슴고기에 한이 서렸는지 사슴고기를 워낙 좋아하셔서 사슴 꼬리 한 개에 면포 30필씩 거래되고 했었어.’

“면포 30필이면 잘 몰라도 엄청 비싼 거 같은데.”

‘그랬지.’

“연산군은 정말이지··· 하암. 연산군은.”

민주가 연신 하품을 하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후후후, 많이 피곤한가 보네.’


우빈은 우빈대로 옆방에 누워 잠을 청했는데 민주의 말소리에 잠들 수 없었다.

“꼬맹아 그만 궁시렁대고 이제 좀 자라!”

우빈이 민주가 자는 방에 대고 외쳤다.

“자나? 금방 조용하네. 쟤는 가끔 저렇게 혼자 이상하게 말할 때가 있어. 혼자 너무 외로워서 저리됐나?”

우빈은 가끔 이상해 보이는 민주의 모습을 혼자 있으면서 혼잣말하는 습관으로 생각했다.

‘흠··· 아직 어리긴 하지만 저 정도의 요리솜씨는 아무에게나 찾아 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솜씨야··· 그리고 내일 보면 제대로 알게 되겠지!”

우빈은 거의 한 달간 제주에 있으면서 민주의 요리를 지켜보았고,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는 이제 한 달 후로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 있는 진경은 진경대로 이른 아침부터 우빈 때문에 이영희 선생의 전화에 쩔쩔매고 있는 중이었다.

[진실장, 여태 진셰프 연락이 안됐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번주 안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드릴게요.”

[진실장이랑 진셰프, 내가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일처리가 미진하면 어디 함께 일하겠어요?]

이영희 선생의 목소리에 이제 짜증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주까지는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더는 못 기다려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거 없고, 이제 진실장이 결정을 해요. 나랑 같이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줘요. 이거 사람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선생님, 그게 아니고······.”

[나도 더는 못 기다리니까 지금 진실장이 결정해요. 아니라고 하면 내가 깨끗이 물러 날테니까.]

“선생님······.”

진경은 더 이상 흥분해 있는 이영희선생에게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오늘 중으로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조직위에 함께 할 셰프를 통보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숨통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오빠, 너 나타나기만 하면 나한테 죽었어!’

“알겠습니다. 선생님. 저희하고 대회에 함께 나가는 걸로 진행하시죠.”

[진실장!]

“그 동안 죄송했습니다.”

[하하하, 진실장 그래요. 우리 잘 해봐요. 경연대회 우승으로 좋은 인연 만들어 봐요.]

이영희의 태도가 순식간에 달라졌다.

“예, 선생님.”

[그럼, 조직위에는 내가 통보해도 되겠죠?]

“예, 선생님.”

[그럼, 진실장 수고해요.]

“네.”

진경이 수화기를 내려놓는 것을 보며 상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장님, 괜찮으시겠어요.”

“이영희 선생 정도면 대한민국 최고야, 더 나은 사람 있어? 오빠도 이보다 더 좋은 누굴 데려 오겠어. 잘했다고 할거야. 아마.”

“대표님께 무슨 일 생긴건 아닐까요? 한 번도 이런 일 없으셨잖아요.”

“······.”

‘오빠는 도대체 뭐하는 거야.’

“신문사하고 잡지사들에서도 빨리 기사 싣게 해달라고 난리에요.”

“이제 이영희 선생님하고 하게 됐다고 기사 실으라고 해.”

“대표님 오셔서 안하겠다고 하시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저희 새우등 터지게 하지 마시고 조금 더 기다려보시는 건.”

“그만 좀 해 나도 머리에 지진 나 죽을 거 같다구!”

진경은 만만한 상민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래도······.”

“이게 확!”

진경이 상민에게 손을 올려보였다.

“아, 알았어요.”

진경은 오빠 우빈 때문에 짜증이 밀려와 상민의 말을 히스테리컬하게 받았다. 요즘 사무실과 레스토랑 분위기가 우빈이 자리를 오래 비워 전 같지 않았고, 지금 같은 독촉 전화에 직원들도 시달릴 대로 시달리고 있었다.

‘으이구, 내가 제주로 직접 오빠를 찾으러 가던가 해야지 원. 오기만 해봐라. 머리털을 다 뽑아 놔 버릴테니까!’


한편, 제주 성산포 앞 바닷가 민주민박집에선 상궁이 우빈의 앞에서 신선로를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모든 재료를 앞에 둔 상궁은 눈을 감고 자신에게 신선로를 설명하고 가르쳐 주던 상궁의 말을 떠올렸다.

‘신선로는 쇠로 된 화통이 달린 냄비에 불을 지펴 끓이면서 먹는 가장 호화로운 탕의 일종이다. 일명 열구자탕이라고도 하는데 열구자탕은 먹으며 즐거움을 주는 탕, 입에 맞는 맛있는 탕이라는 뜻이다.’

“자아 시작합니다.”

팡팡 상궁이 손바닥을 쳤다.

상궁과 한 몸이 된 민주는 침을 꼴깍 삼켰고, 우빈은 그런 민주를 바라보았다.

천엽, 간, 생선들은 깨끗하게 손질하여 각각 저냐로 부쳐, 나비 2㎝ 길이로 틀에 맞추어 알맞게 썰고 살코기로 된 쇠고기를 곱게 다져 양념하고······


그때, 민주의 할머니 병실에 딸 가연이 문병을 와 앉아 민주에 대해 묻고 있었다.

“어멍, 요즘 민주는 뭐하멍 살암신디 반찬 가지러도 안왐수과?”

“엄마, 민주는 어떻게 지네는데 반찬 가지러도 안와?”

“니 가이한테 뭐 서운하게 해시냐?”

“너 걔한테 뭐 서운하게 했어?”

“내가? 겅할 리가?”

“내가? 그럴리가?”

“그럼 다행이고 어제 잘 지냄다고 걱정말라고 전화는 왐다마는······.”

“그럼 다행이고 어제 잘 지낸다고 걱정말라고 전화는 왔는데.”

“뭐 좀 해먹엄신가? 가이 후라이도 잘 못하지 않애?

“뭐 좀 해먹나? 걔 후라이도 잘 못하잖아?”


[할망, 우리는 잘 이서.]

“할망, 우리는 잘 있어.”

“누게랑 같이 이시냐?”

“누가 같이 있는 거야?”

[아 참, 아니아니 나 잘 있다고마씸.]

“아 참, 아니아니 저 잘 있다구요.”

“밥은 어떵 먹고 다념시냐?”

“밥은 어떻게 먹고 다녀?”

[걱정 말라게. 나 엄청 잘 먹고 이서. 요즘 민박에 손님도 하영 많고.]

“걱정마. 나 엄청 잘 먹고 있어. 요즘 민박에 손님도 진짜 많고.”

“밥도 못해주는디 뭔 손님이 많댄 햄시냐?”

“밥도 못해주는데 무슨 손님이 많아?”

[그게, 내가 만들맨.]

“그게, 내가 만들어.”

“너가 무신 음식을 만든댄? 라면 끓여 팔암시? 밥 못해 먹으민 이모한테 가그넹 먹으라게.”

“니가 무슨 음식을 만들어? 라면 끓여 팔어? 밥 못 해 먹으면 이모한테 가서 먹어.”

[나는 괜찮수다. 하영 잘 이시난 걱정 말라게. 할망이나 빨랑 나읍서양.]

“나 괜찮아. 엄청 잘 있으니까 걱정마. 할망이나 빨랑 나으라고.”

“알았져 알았져.”

“알았다, 알았어.”


할머니는 민주가 걱정돼 아까 한 통화 내용을 생각하고 있다가 옆에서 사과를 깎고 있던 딸 가연에게 말했다.


“가연이 니 집에 가멍 민주 좀 들여다 봐그넹 가불라.”

“가연이 너 집에 갈때 민주 좀 들여다 보고 가거라.”

“안 그래도 할망신, 할아방신이 민주한테 가보랜햄져? 이따 들릴거라.”

“안 그래도 할망신, 할아방신이 민주한테 가보라데? 이따 들릴거야.”

“뭔 말 이서?”

“뭔 말 있어?”

“아니 잘 모르쿠다. 요즘 나도 통 바빠그넹 정신이 어수다.”

“아니 잘 모르겠어. 요즘 나도 통 바빠서 정신없어.”

“무사? 겅 손님이 많아?”

“왜? 그렇게 손님이 많아?”

“아니, 그게 아니고 오백 년째 구천을 떠도는 귀신인디 며칠 있다가 굿을 해그넹 올려 보내드리려고.”

“아니, 그게 아니고 오백 년째 구천을 떠도는 귀신인데 며칠 있다가 굿을 해서 올려 보내드리려고.”

“니너 이제 그런 것도 햄시냐?”

“이제 그런 것도 하나?”

“응.”

“응.”

“빨리 내가 돈 모아그넹 너를 빼내야 할건디게”

“빨리 내가 돈 모아서 너를 빼내야 할긴데.”

“엄마는 또 그램져. 나 괜찮다니까.”

“엄마는 또 그런다. 나 괜찮다니까.”


가연의 엄마는 돈이 없어 신병으로 앓고 있던 딸에게 씻김굿을 못해줘 저렇게 무녀의 길을 가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가연은 마을에서도 손꼽히는 미인에 효심이 깊은 착한 딸이었다.

“들어보민 귀신들 얘기라도 겅 딱할 수가 어서.”

“들어보면 귀신들 얘기라도 그렇게 딱할 수가 없어.”

“무사?”

“왜?”

“연산군 때 수라 상궁인디 자기 때문에 내인이 한 명 죽었댄. 겅해서 그 내인한테 미안해부난 내인 찾잰 계속 구천을 떠돈 거라.”

“연산군 때 수라 상궁인데 자기 때문에 내인이 한 명 죽었대. 그래서 그 내인한테 미안해서 내인을 찾느라 계속 구천을 떠돈 거야.”

“기냐?”

“그래?”

“그래신디 도저히 못 찾겠다멍 자길 이제 저승으로 보내 달랜.”

“그랬는데 도저히 못 찾겠다고 자길 이제 저승으로 보내 달래.”

“보내민 이제 안오는 거라?”

“보내면 이제 안오는 거야?”

“그렇지.”

“그렇지.”

가연의 엄마는 이대로 딸이 무녀의 길에서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지만 겉으로 내색도 못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한편, 요리에 열중하고 있는 상궁은 쇠고기를 다져서 물기를 뺀 두부와 함께 양념해 작은 완자를 빚고 밀가루에 굴려 달걀을 씌워 지지고 있었다.

‘제법이란 말이야. 어떻게 저 신선로를 직접 해 본적이 있다는 건가? 레시피 책자 하나 없이 어떻게?’

우빈은 자신이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상궁은 부지런히 끓는 솥에 양지머리를 넣고 무를 넣고 삶았다. 무가 거의 익었을 때 꺼내 마름모 모양을 내 썰고, 국물은 충분히 더 끓게 두었고, 고기를 건져 간장과 소금, 후추로 맛을 냈다. 미나리는 부쳐서 엽전 모양과 같이 썰고, 달걀은 흰색과 노란색 지단을 부쳐 같은 모양으로 썰어 두었다. 민주는 민주대로 우빈은 우빈대로 숨죽여 상궁의 요리에 방해 되지 않게 지켜보았고, 상궁은 임금님께 올릴 요리이기라도 하듯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들며, 행복한 웃음을 웃었다.전복은 잘 불려서 살짝 쪄서 무르게 만들어 가장자리를 베어 내고 얇게 썰어 참기름에 볶고 해삼도 삶아서 넷으로 잘라 양념했다. 석이버섯도 다져 계란흰자와 섞어 지단을 부쳐서 썰고 표고와 느타리버섯은 물에 불려 동그란 모양으로 썰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 양념했고, 당근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동그란 모양으로 썰어 놓았다. 은행은 겉껍질을 까서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치면서 국자 뒷부분으로 으깨면서 껍질을 벗겼고, 호두는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건지면서 속껍질을 벗겼다.

상궁은 이마의 땀을 닦고, 신선로 그릇을 내려 썰어 놓은 무를 간장, 다진 파,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을 넣고 무쳐서 밑바닥에 먼저 깔고 그 위에 쇠고기를 얹고, 또 그 위에 전과 전복, 해삼, 버섯, 당근, 미나리, 지단을 색을 맞추어 돌려 담고 호도, 은행, 잣, 완자로 장식했다.

“휴우.”

이제야 숨을 몰아쉬는 상궁이었다.

마지막으로 국물을 붓고 뚜껑을 덮었다.

“이걸 화통 속에 숯불을 넣고 올리면 끝이에요.”

민주와 우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민주도 민주지만 우빈은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너, 대체 너란 녀석은······.”

우빈이 마음 같아서 민주를 안아주고 싶지만 두 손을 덥석 맞잡았다.

‘아, 아저씨?’

“아저씨?”

“민주야, 너 나하고 같이 요리 대회 나가지 않을래?”

“에? 요리대회요?”

‘그게 무슨······.’

“응, 한 달 후에 세계요리 경연대회가 있을 거야.”

“에에? 세계요리 경연대회요?”

“응.”

“그럼 아저씨 요리사였어요?”

“맞아.”

“저, 할래요. 저 거기 참가 할래요!”

상궁은 신이 나서 손바닥을 쳤지만, 민주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상궁님!’

“민주야 미안.”

‘상궁님. 그런 게 어딨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결정한거다.”

“네, 그럼요!”

상궁이 신이나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민주의 이모 가연이 마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민주야!”

“어? 누구세요?”

상궁이 가연을 보며 아무생각 없이 물었다.

‘우리 이모요!’

“이모? 아, 미안.”

스스스스스슥 상궁이 민주의 이모라는 말에 민주의 몸에서 재빨리 빠져 나오자 얼결에 민주는 가쁜 숨을 쉬었다.

“하아하아하아.”

“너? 이모한테 누구세요?”

“이모!”

민주는 이모에게 달려가 어린아이처럼 안겼다.

“이녀석. 뭐 해먹고 살길래 이모 집에 통 오지도 않고 할머니 병원에도 안 간거야?”

“힝. 이모야.”

가연이 민주의 머리칼을 훑자 민주가 이모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진우빈이라고 합니다.”

우빈은 갑자기 등장한 미인에 깜짝 놀랐다. 더구나 민주가 얘기했던 그 무녀가 지금 앞에 있는 연예인 뺨치게 이쁜 이 사람이라니··· 우빈도 어지간한 예쁜 연예인은 수도 없이 봐 왔었는데 민주의 이모를 보는 순간 심장이 고장 났는지 거세게 뛰었다.

“누구? 민주 남자친구? 잘생겼네.”

빙긋 웃음을 흘리는 가연이었다.

“하하, 농담도, 이모님 저는 민박집에 묶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 죄송해요.”

“근데 어디서 뵌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우빈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가연에게 건네자 가연이 명함을 천천히 보더니 이내 눈이 커지며 다시 우빈을 보고 말했다.

“스타셰프 진우빈요?”

“하하.”

“이모? 유명한 사람이야?”

민주가 가연의 손에 매달려 명함을 들여다봤다.

“어머어머어머. 안녕하세요. 얘는 텔레비젼을 안보니까 모르지. 대한민국 최고 요리사 진우빈 셰프를 모르네?”

“헐······.”

“만나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서가연입니다.”

가연이 깜찍하게 우빈에게 악수를 청했고, 우빈이 그 내민 손을 잡으며 황송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야말로 이런 미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역시, 고수였구만. 후 잘됐다. 대회라니. 내 요리솜씨를 드디어 세상에 보일 기회가 왔구나!’

“아저씨, 우리 이모 진짜 이쁘죠?”

“흠흠, 그렇구나.”

가연은 평상에 앉아 민주의 머리칼을 쓸며 우빈과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한 달 후에 열리는 세계요리 선수권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민주하고 함께 나가려고 합니다.”

“예. 예. 예? 우리 민주랑요?”

가연은 황당한 얘기에 놀라다 나중엔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가연의 맑은 웃음소리는 마당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담장을 넘었다.

“······.”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저, 민주 이모님. 눈가에 눈물 좀 닦으시고요.”

‘이 여자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쁘구나.’

“하하하하, 죄송해요. 아하하하하하. 우리 민주랑 어딜 나간다고요? 하하하하.”

“이모······.”

“얘랑요? 차라리 저랑 함께 나가시죠.”

“예? 이모님께서 민주학생의 요리솜씨를 잘 모르시나 본데요. 이게 민주학생의 솜씨입니다.”

우빈은 아까 민주가 만든 신선로를 가연에게 내밀었다.

“서 설마요?”

가연이 웃음을 멈추고 민주를 쳐다보았다.

“······.”

“민주야, 너 이모 똑바로 봐!”

“이모······.”

가연은 좀 전까지 자지러지게 웃던 모습과 달리 화가 난듯 했다.

“사실입니다. 제가 지금 옆에서 지켜보았으니까요.”

“죄송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모르지만 우리 민주는 그런 대회에 나가지 않습니다.”

가연은 단호했다.

‘어어?’

상궁이 당황한 것 말고도 민주와 우빈 모두가 가연의 얘기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모님······.”

“민주야 잠깐 이모 집에 가자. 내가 너 주려고 한 걸 깜빡 잊고 왔네. 죄송해요. 오늘은 제가 급한 일이 있고, 다음에 또 봬요.”

“알았어, 이모.”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가연은 민주의 등을 떠밀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빈은 이제 요리대회에 함께 참가할 대상인 민주를 찾았는데 갑자기 찾아온 미모의 이모라는 사람이 민주를 데리고 가니 당황스러웠다. 이내 이모는 무슨 화난 사람 모양으로 민주를 데리고 가버리고 민주가 남긴 신선로만 상 위에 남았다.

“······.”


우빈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보다 가연이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뇌리에 남아 여운을 남겼다. 처음 민주에게 이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무녀라는 말에 머리에 무슨 뿔이라도 났을 거 같아 꺼려지던 우빈이었는데 이뻐도 너무 이쁜 가연이었다. 그 깊고 매혹적인 눈매와 콧날, 웃을 때 패이는 보조개, 가늘고 긴 손가락까지··· 우빈은 숨이 막힐 만큼 예쁜 가연에게 무조건적으로 끌리는 자신이 이상했지만 쿵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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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5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0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2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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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3 7 9쪽
»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7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5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2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8 6 6쪽
5 5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0 24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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