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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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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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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9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0.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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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추천
6
글자
7쪽

1화 장내인의 죽음

DUMMY

장내인의 죽음



“상선어른.”

연상궁이 뒤따르며 부르는 소리에 김처선이 연상궁과 장내인을 돌아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자네였구먼.”

“이리 입궁하셔도 괜찮으십니까? 상처가 깊다 들었습니다. 정신이 없어 찾아뵙지 못해 송구합니다.”

연상궁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괜찮네. 걱정해줘 고맙네. 그보다 이번에 수라상궁이 되었다고?”

“송구스럽습니다.”

“연상궁 마마님께서 이제 곧 전하께 수라를 올리게 되셨습니다.”

“그만 하거라.”

옆에 있던 장내인이 눈치 없이 껴들어 연상궁이 말렸다.

“허허, 전하의 수라를 맡게 됐다니 쉽지는 않을 것이야. 입맛이 선대 전하들과 많이 다르시네.”

걱정스런 얼굴을 하던 김처선의 눈에 장내인의 옷이며 댕기가 바뀐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너도 이번에 품계가 올라가 내인이 된 게로구나.”

김처선의 얼굴에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상선어른께서는 어찌 저 같은 내인까지도 모두 기억을 하고 계시옵니까?”

“그것이 불만인 것이냐? 허허.”

“아니, 그것이 아니옵고.”

“내인이 되었으니 연상궁을 잘 돕도록 하여라. 내 보기에 연상궁은 그 음식이 일품이다.”

“네, 상선어른. 저는요 꼭 연상궁님 같은 상궁이 될 거예요. 저는 요리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그래그래.”

“상선어른, 활 독에 좋은 음식으로 듣자니 버섯이 좋다하였습니다. 출궁 길에 잠시 들리시지요.”

연상궁이 조심스럽게 김처선에게 말했다.

“하하, 내 받은 것이나 진배없네. 그리고 이깟 상처야 회복되면 그만이고··· 그보다 수라상궁이 되었다니 마음 단단히 잡수시게.”

“예. 제조상궁 마마님께 들었습니다.”

“폐하께옵선 생식을 즐겨하시니 참고 하시게. 내 바빠서 이만 먼저 가겠네.”

“살펴가십시오. 상선어른.”

“살펴가세요.”

연상궁이 백발이 성성한 김처선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보자 장내인이 말을 이었다.

“마마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선어른께서는 시릉내관까지 하셨고, 갑자년 그 피바람도 빗겨가지 않으셨습니까? 그나저나 흥청들이 먹성이 워낙 좋아 걱정입니다.”

“······.”

연상궁은 오늘따라 상선어른의 행동이 달라 보여 눈으로 상선어른의 뒷그림자를 쫓느라 장내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채홍사, 채청사가 이번에 또 흥청을 올려왔다는데 들으셨습니까?”

“······.”

“마마님! 마마님!”

“뭐라 했느냐?”

장내인이 여러 번 부른 후에야 연상궁은 장내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상선어른께서 오늘 이상하시지 않느냐?”

“예? 상선어른께서야 늘 저렇게 웃으시지 않으십니까?”

“그런 게 아니고 뭔가 다른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전 잘 모르겠는데요?”

연상궁은 뭔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되었다.


얼마 전, 사냥터에서 김처선이 연산주에게 바른말을 했다가 옆구리에 활을 맞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일로 환관들과 상궁들 모두 불안에 떨었다. 상선 같은 경우 지금까지 문종 때부터 모두 다섯 분의 임금을 모신 환관으로 연산주의 명으로 시릉내시가 되어 성종의 능에서 시묘살이까지 했었는데 오늘에 이르렀던 것이다.


김처선은 빠른 걸음으로 경회루 쪽으로 걷고 있자니 풍악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오늘도 연산은 흥청들과 처용희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내 오늘은 기필코······.’


김처선은 이른 아침에 아내 서 씨와 아들 이공신을 불러 이야기 했던 것을 떠올렸다.


“부인.”

김처선은 내시인 자신을 지극으로 내조해 온 부인 서 씨를 애잔하게 보더니 아들에게 말했다.

“공신은 듣거라.”

“예. 아버님.”

“오늘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영감······.”

“아버님······.”

“내 오늘 이 한 목숨 바쳐 주상 전하의 마음을 잡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죽을 것이다!”

부인 서 씨와 아들 이공신은 지난번 김처선이 연산에게 바른말을 했다가 활을 맞고 돌아왔을 때부터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이렇듯 직접 죽을 각오를 한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아버님.”

“영감.”

서 씨는 남편의 강직한 성품을 아는 지라 눈물을 안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양자로 들인 공신은 효자로 김처선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준 아들이었다. 김처선은 그런 자신의 아들 공신을 다시 한 번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는 일어섰다.

“되었다. 오늘은 내 혼자 가야 하느니.”

“아버님······.”

“영감······.”


김처선이 자신의 아내와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경회루를 올려 보고 있으려니 승선 김자원이 다가왔다.

“상선, 나오셨습니까?”

“승선, 전하께옵선 위에 계시는가?”

“그렇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네.”

“전하께옵서 상선을 얼마나 아끼시온데 그처럼 황망한 말씀을 하셔서 전하를 노하게 하셨습니까?”

“이보게 승선, 자네나 나나 이 나라의 녹을 먹는 신하 된 자로서 어찌 전하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단 말인가. 내 위로 네 분의 선대왕 마마님을 뵐 면목이 없으이.”

‘이 늙은이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만.’

자원은 늘 바른말을 하는 김처선이 또 일을 만드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 그러십니까? 의정부는 물론이고 승정원, 사간원, 사헌부의 대신, 대간들도 모두 조용히 있지 않습니까? 제발 일을 만들지 마세요. 상선, 군왕께옵서 즐거워하시도록 하는 것도 저희 환관 된 자의 도리 아닙니까?”

“그게 종묘와 사직을 받드는 승선의 입에서 나올 소린가? 오늘도 저렇게 흥청들과 처용희에 빠져 정사는 뒷전이지 않으신가?”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상선. 제가 전하를 곁에서 성심으로 보필해 정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원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처선에게 말했다.

“승선, 자네가 전하를 대신해 정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 이게 어디 제대로 된 나라꼴이냐 말일세.”

처선은 자원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만 두십시오. 어찌 이리 꽉 막히셨습니까? 관직이 정2품에 오른 환관께옵서 어쩌면 그렇게 전하의 마음을 모르십니까? 그렇다면 이제 그만 물러나시는 건 어떠십니까?”

“승선, 도대체······.”

김처선은 말을 하는 중에 답답함이 치밀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풍악소리는 처선의 마음을 점점 더 심란하게 만들었고, 전국에서 올라온 흥청들 속에서 연산주와 숙용인 장녹수가 뒤엉켜 처용무를 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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