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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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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1.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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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3화 그 여자의 죽음.

DUMMY

한편, 성산의료원에선 가연이 눈을 떠 곁에 앉은 정애를 보았다.

“아······.”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어머니.”

가연이 일어나 앉으려했다.

“그냥 누워 있어요.”

“······.”

“말을 하지 그랬어요.”

가연은 정애가 말려도 일어나 앉아 눈물을 보였다.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살다보면 다 그렇지.”

“······.”

정애가 한동안 분주한 의료진을 보더니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우리 우빈이 사랑해요?”

“······.”

“가연씨는 몰라도 우리 우빈이는 가연씨를 많이 사랑해요. 내가 걔를 알지.”

“······.”

“우리 우빈이 힘들어지면 이제 내가 못살아요.”

정애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 가슴께에 손을 대며 눈에 눈물이 번졌다.

“어머니.”

“내가 도와줄게. 우리 같이 이겨내 봐요.”

“어머니. 흑흑흑.”

정애의 손이 가연의 등을 따뜻하게 쓸어 내렸다.


그날, 늦도록 우빈은 나타나지 않았고, 요리경연 대회가 내일이라 모두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경과 다른 슈프림팀은 민주의 숙소에 모여 우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오빠는 왜 툭하면 전화를 안받냐고.”

진경은 민주 옆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오늘 둘이 손 맞춰본다고 온갖 재료는 다 준비시켜 놓고 이러면 안되지!”

“······.”

“민주야, 아무래도 오빠가 좀 늦을 거 같으니까 혼자라도 한 번 해봐. 우리가 옆에서 볼테니까.”

“아니 저, 저는 아저씨 오시면 같이.”

“지금 그럴 시간이 어딨어. 얼른 혼자라도 시작해.”

민주의 말에 진경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네? 네······.”

민주는 사실 요리사 옷을 입는 방법도 몰라서 목에 두르는 수건을 들고 쩔쩔맸다.

“아, 민박집이었다고 했지?”

진경이 친절하게 민주의 옷매무새를 만졌다.

“어서 해봐.”

‘어떻게 하지?’

진경과 상민, 황대리, 그리고 다른 슈프림의 주방장 몇 명이 민주를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는 얼어서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민주의 마음을 알리없는 진경이 팔짱을 끼고 다시 재촉했다.

“우리 없다고 생각하고 어서 해 봐. 지금은 우리 몇이 지켜보지만 내일은 수천 명이 볼 텐데 그래서 얼어서 뭘 어떻게 하려고 그래?”

“······.”

진경은 오빠 때문에 짜증이 나 있다가 민주의 얼어 있는 모습에 짜증이 폭발했다.

“어서 해보라구!”

급기야 민주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장내인, 아저씨, 이모 도와줘.’

“이거 원 우리 이래서 내일 대회 나갈 수나 있는 거야?”

칼날같이 서 있는 진경의 목소리에 민주는 더 이상 우물쭈물 할 수 없어 힘을 내 칼을 잡아 앞에 있는 닭을 잡고 닭을 무 자르듯이 자르려고 하니 앞에 있던 스탭들이 모두들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헐······.”

어지간히 잘 참아내고 부드러운 상민도 짧게 허탈함을 표했다.

“이거, 얘 요리할 줄 아는 거 맞아?”

“······.”

“민주야, 너 우리 오빠가 너랑 대회 나가겠다고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룬 줄 알아?”

“······.”

“너, 내일 주재료가 닭인데, 설마 손질조차 못 하는 거니? 안 해 본거야?”

“엉엉엉, 저 못하겠어요.”

진경이 화가 나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자 민주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돌겠다 이거, 지금 다른 팀들은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거 아냐.”

진경이 이마에 손을 짚으며 제자리를 돌았다.

“너무 얼어서 그럴 수도 있죠.”

상민이 중재를 하려 했지만 모두 요리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척보면 다 알 수 있어 민주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상민아, 오빠한테 다시 전화 좀 넣어봐. 난 속이 타서 여기 못 있겠다.”

진경이 밖으로 나가자 모두 뒤따라 돌아갔고, 민주는 그 자리에 서서 울음을 터뜨렸다.

“엉엉엉, 어떻게 해. 엉엉.”

그때, 가연이 현관에 들어서다 민주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 들어왔다.

“민주야, 왜 울어?”

“이모, 이모 나 요리 못하는 거 사람들이 다 알아버렸어!”

요리테이블이 만들어져 있었고, 각종 재료들이 가득했다. 가연은 오늘 우빈과 민주가 연습을 하기로 되어 있었던 걸 생각해 냈다.

“우빈씨는? 우빈씨는 어디 있어?”

“이모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아저씨 안와서 진실장님이 계속 전화했는데 전화도 안받고··· 엉엉엉.”

“흑흑흑.”

가연도 민주의 울음에 울음이 터졌다.


그 최수진이라는 여자만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의 삶이 무녀의 길을 걷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아니 어쩌면 끝까지 자신이 거부했어야 옳았을지도 몰랐다.


5년 전, 며칠 내리던 비가 개이고 바다색과 하늘색이 꼭 같은 어느 날 가연은 민박집에서 엄마 일을 도우면서도 하루 종일 마음은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멍, 이 상만 내어 가면 끝?”

“엄마, 이 상만 내어가면 끝이지?”

가연이 엄마에게 물었다.

“응. 무사?”

“응 왜?”

“나 이거만 내어주고 밖에 나갔다 오클.”

“나 이것만 내어주고 밖에 좀 나갔다 올게.”

“다 저녁에 어딜 간댄?”

“다 저녁에 어딜 간다고 그래?”

“잠깐이면 돼. 해지기 전에 들어오클.”

“잠깐이면 돼. 해지기전에 들어올게.”

“알았쪄.”

“그래.”

가연은 쟁반에 음식을 담아 평상에 앉은 손님들에게 차려 주고는 밖으로 나섰다. 집에서도 파도소리가 들리니 바다를 일부러 찾진 않지만 가연은 비가 많이 내리고 흐린 날이 많은 제주에서 간혹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보이는 날은 가슴이 두근거려 바다를 찾곤 했다.

“아아······.”

가연은 팔을 벌려 바다내음을 맡고 제일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가연은 이번엔 한 숨을 내 쉬었다.

“휴우······.”

오늘따라 가연의 마음이 이유 없이 심란했다. 아니 이유 없이 심란한 게 아니라 학창시절 전교 일등을 놓쳐본 적이 없는 가연이었지만 가연이 지금 부모님의 민박집에서 일을 돕고 있는 사이 친구들은 모두 육지로 대학을 갔고 취직을 했던 것이다. 가연의 생각대로였다면 가연은 지금쯤 제주대학교의 초등교육과에 입학해 열심히 교사로서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었지만 작년겨울에 아버지가 바다에 나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아 실종됐을 거라 생각은 하면서도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아버지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날 아침, 아빠가 배를 타러 나가면서 가연의 등을 토닥이며 했던 말을 가연이 기억했다.

“우리 가연이 조금 이시믄 대학생인디 아방이 고기 많이 잡아오크라. 등록금 걱정하지 말라게.”

“우리 가연이 좀 있으면 대학생인데 아빠가 고기 많이 잡아올게. 등록금 걱정하지 말어.”

“호호호. 아빠 진짜 하영 잡아옵서.”

“호호호. 아빠 진짜 많이 잡아와요.”

“알았져.”

“그래.”

가연은 갑자기 아빠 생각에 눈물이 솟았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던 가연의 옆으로 가연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 하나가 눈물을 흘리며 가연을 지나쳐서 성산일출봉 쪽으로 길을 잡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저 여자아이도 무슨 슬픈 일이 있나보네.’

가연은 자신의 옆으로 지나친 여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혼자서 이 시간에 성산일출봉엔 무슨 일이지? 위험한데?’

얼마쯤 누군가 여자를 따라 올라가지 않을까 기다려보았지만 여자는 일행이 없는 듯 아무도 여자를 따라 성산일출봉 쪽으로 올라가는 이가 보이지 않았다. 여름철이라 성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해가 지려하고 있어 올라갔던 사람들도 모두 내려올 시간이었다.

‘어쩌지?’

가연은 이제 막 불이 켜진 민박집 간판을 보다가 이내 앞서 간 여자를 따라 일출봉으로 길을 잡아 오르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걸었지만 여자가 보이지 않자 가연은 잰걸음으로 걸음을 재촉 했다. 성산일출봉에 다 올랐는데도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가연은 이쪽저쪽으로 여자를 찾아보았다.

‘아아아, 위험해.’

여자는 관광객들이 다니는 길에서 벗어나 위험을 알리는 표지를 넘어 깎아지른 절벽 끝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가연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여자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여자는 가연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가연을 쳐다보았다.

“누, 누구세요?”

“나는 서가연이라고 해요.”

가연은 여자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걸어 여자의 옆에 앉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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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8 88 1 10쪽
25 25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7 85 1 8쪽
24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6 2 11쪽
»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8 2 9쪽
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5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1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16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4 102 3 10쪽
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30 4 6쪽
14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2 21.11.02 12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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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4 7 9쪽
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7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6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3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9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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