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582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1.12 09:27
조회
96
추천
2
글자
8쪽

22화 그 여자의 죽음.

DUMMY

호텔로 돌아온 민주는 가연에게 깨알처럼 얘기를 쏟아내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녀석, 많이 긴장했었나 보네.”

“이모, 내일 새벽 기도 같이 가.”

졸음이 몰려오는 중에도 민주가 잊지 않고 말했다.

“어머? 후훗.”

가연은 엄마나 민주가 자신이 무녀의 길에서 얼마나 빨리 빠져나오게 하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건 가연 본인도 마찬가지였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가연이었던 것이다.


“가연씨, 자요?”

가연과 우빈의 객실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저쪽 담장에서 우빈이 가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연이 서둘러 민주를 바로 뉘이고 밖으로 나왔다. 파도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사이로 우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고, 우빈이 가연의 객실 정원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가연씨.”

“네, 우빈씨. 오늘 고생 많으셨죠?”

“하하, 저보다 오늘 민주가 많이 긴장했었죠.”

“네, 오자마자 저렇게 골아 떨어졌어요.”

“하하, 녀석 오늘 아주 잘 했어요.”

“네.”

“아까 우리 어머니 얘기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어떻게 그래요.”

“제게 다 생각이 있어요.”

“우빈씨는 대회 일에만 전념하세요. 제 걱정은 마시구요.”

“알았어요.”

“그럼, 편히 쉬세요.”

우빈이 돌아간 자리에 앉아 가연은 문득 5년 전 그날 일이 생각났다.

“그 여자 이름이 최수진이었었지······.”

좀 전에 우빈과 함께였을때는 몰랐는데 갑자기 바닷바람이 살 속을 파고들 듯 차고 매섭게 느껴졌다.



새벽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가연은 설핏 잠이 깨었다.

“가연씨 가연씨 가연씨!”

아직 밖은 깜깜했고, 가연이 간밤에 오래도록 생각에 빠져 늦게 잠이 든 탓도 있어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누구지?”

가연이 눈을 비비고 밖으로 나오자 정애가 부르고 있었다.

“우리 새벽기도 가요.”

“아, 예.”

가연은 빨리 차리고 나와 정애를 따라 교회로 향했다.

“내일부터 대회라 대회 잘 치르라고 기도하려니까 가연씨하고 꼭 같이 가고 싶어서요.”

“네.”

가연은 심장이 갑자기 쿵쾅 쿵쾅 쿵쾅 거세게 뛰는 느낌에 정신이 없어 겁이 날 지경이었다.

교회의 큰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몇 몇의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정애가 이끌어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정애의 기도는 고요했고, 길게 이어졌지만 가연은 무언지 계속해서 짓누르는 느낌과 함께 숨 쉴 수 없었고, 식은땀이 솟았다.

‘어지러워. 어떻게 해 너무 어지러워.’

가연의 눈에 모든 보이는 사물들이 흔들거렸고, 빙글빙글 예배당 천정이 돌고 있었다.

“저······.”

“응?”

기도를 하던 정애가 가연을 보았다.

“저, 어머니··· 저 너무 어지러··· 워요.”

가연은 힘겹게 말을 하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기절하고 말았다.

“어머, 이걸 어떻게 해. 가연씨 가연씨!”

정애가 가연을 불렀지만 가연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정애는 핸드폰이 없어 옆 사람이 119에 전화를 걸어 가연을 태우고 근처 병원으로 향해 가면서도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가연씨, 가연씨!”

정애가 가연의 손을 잡았지만 핏기 없는 가연의 얼굴처럼 가연의 손은 온기가 하나 없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병원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가연에게 링거액이 한 방울씩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정애는 우빈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빈아 우빈아!”

다급한 정애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넘어왔다.

[어, 어머니 왜요?]

“가연씨가 쓰러졌어!”

[예? 가연씨가 왜요?]

“몰라 교회에서 같이 기도하다가 그만······.”

[뭐라고요? 엄마 거기가 어디에요.]

“응. 여기? 여기가 어디더라. 아, 서귀포의료원이야.”

[알았어요. 지금 갈게요.]

우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어이 엄마가 가연을 끌고 교회에 갔으니 무녀인 가연이 버틸 수 없었던 거였다.

‘제발, 가연씨······.’


우빈이 놀라 달려오자 정애가 의사의 얘기를 전했다.

“전혀 이상이 없다는데··· 일시적인 쇼크 증상일 수 있다고 하는구나.”

“어머니······.”

“그런데, 우빈아 가연씨가 갖고 있는 이게 다 뭐냐?”

“······.”

“이거 무슨 무당들이 가지고 있는 거 아니니?”

우빈이 혹시 가연이 일어나다 들을까 싶어 정애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 실은 가연씨가······.”

“어쩐지, 어제 뭔가 이상해서 불교정도로는 생각했다.”

정애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어쩌시려고요?”

“뭘, 어째? 너는 어째 두 번의 연애가 다 무당이니?”

“예?”

우빈의 놀란 얼굴을 보더니 정애가 말을 이었다.

“설마 너 진짜 몰랐어. 수진이 죽기 전에 시름시름 아팠잖아. 수진이 엄마가 그러는데 신내림 받아 그렇다고 했었어. 그리고 얼마 후에 수진이 그것 때문에 실족사 했잖아. 수진엄마는 자살했다고 생각하더라. 방에 유서가 있었다고··· 어린 것이 너무 힘들어서··· 우리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인데 너하고 결혼 못 할까봐.”

“······.”

우빈의 머릿속이 뒤엉켰다.

“수진이 그렇게 가고 네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내가 아는데 너 지금 가연이 보는 눈빛이 얼마나 간절해 보이는지 알아? 내가 널 다시 힘들게 하면 그게 엄마야? 사실 엄마도 너 그런 사람 만나는 거 싫어. 근데 이제 보니까 내 사명이야.”

“어 어머니······.”

“대신 난 내 방식대로 할거야. 그건 말리지마. 하나님 종으로서 나는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받았으니까 그건 네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

우빈의 귀에 더 이상 정애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우빈아, 얘 우빈아!”

“······.”


우빈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병원을 빠져나와 수진이 실족사한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수진이가, 수진이가······.”

우빈은 슬퍼하기만 했지 수진이 자살했을 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신내림이라니 그때 수진이 자주 아프다고 했었는데 그게 그럼 신내림이었단 말인가······

“바보같이··· 내가 있었는데 나한테 말 못하고 혼자서······.”


날이 흐리고 운무가 가득 끼어 있는 일출봉을 빠른 걸음으로 오르는 우빈의 마음은 만갈래 실타래가 얼킨 것만 같았다. 정상에서 분지를 내려다보는 대신에 반대편 벼랑위에 서 보았다. 5년 전 수진이 실족사한 장소라고 와 본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운무가 가득 끼어 밑이 내려다보이지 않았지만 거센 파도소리가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우빈은 소주병을 돌려 마개를 따 입에 털어 넣었다. 평상시 미각에 영향을 줄까봐 뜨거운 음식도 차가운 음식도 피했고, 더군다나 술은 입에 대지 않는 우빈이었는데 오늘은 가슴속에 응어리져 차마 꺼내지 못했던 수진의 죽음을 대면했던 것이었다.

“나 때문에··· 내가 뭐라고······.”

우빈은 성산 벼랑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수진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이내 수진의 얼굴에 겹쳐 가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수진아 미안해. 나 이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사람이랑 행복하고 싶어. 그런데 정말정말 미안해 몰랐어. 그래서 미안해.”

우빈은 그때, 수진이 죽었을 때 이후 눈물은 처음이었다. 수진의 죽음이 준 충격 때문에 한 동안 말을 잃었고, 삶에 의욕을 잃고 방황했었던 우빈이 어느 날부터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눈물이 나지 않았었는데 지금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눈물을 손으로 한 번 만져보았다.

“수진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라간 셰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27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9 95 2 9쪽
26 26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8 89 1 10쪽
25 25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7 85 1 8쪽
24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6 2 11쪽
23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8 2 9쪽
»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7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6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1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16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4 103 3 10쪽
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30 4 6쪽
14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2 21.11.02 128 5 11쪽
13 13화 꼬인다 꼬여. +2 21.11.01 129 5 8쪽
12 12화 꼬인다 꼬여. +1 21.10.29 131 6 8쪽
11 11화 꼬인다 꼬여. +1 21.10.28 137 6 7쪽
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4 7 9쪽
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7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6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3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9 6 6쪽
5 5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0 247 7 13쪽
4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3 3화 오늘은 뭐 해먹지? +1 21.10.18 347 6 16쪽
2 2화 장내인의 죽음 +1 21.10.15 397 7 18쪽
1 1화 장내인의 죽음 +2 21.10.14 618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