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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569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0.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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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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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0쪽

7화 우빈의 슬럼프

DUMMY

성산포 앞 민주민박에서는 팔 아프게 우산을 받쳐 든 민주가 우빈의 이마에서 물수건을 내리고 손을 대 열을 재보았다.

“어! 상궁님. 열이 내렸어요.”

‘그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상궁님 죽 좀 끓여주세요.”

‘너 이사람 아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그게 아닌가 봐?’

“아니 처음부터 막 반말로 말하잖아요. 그래서 그랬죠.”

‘흐흠. 역시 사람은 잘 생기고 볼 일이야.’

“누가 잘 생겨서 그런댔어요? 불쌍하잖아요. 아프니까 불쌍해서 그러죠.”

‘야, 이사람이 못 생겼어봐. 이 상황에 니가 우산 들고 물수건 갈아주고 하겠어?’

“상궁님은 괜히 그래. 언능 죽이나 끓여주세요.”

‘네네, 알았습니다요.’

‘스스스스스슥.’ 상궁은 요리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 민주의 몸에 빙의해 들어갔다.

민주의 몸에 들어온 상궁은 우빈에게 우산을 잘 받쳐 놓고 부엌으로 갔다.

“무슨 죽을 끓이지?”

‘저야, 요리는 그저 라면하고 계란후라이 뿐이라······.’

냉장고 문을 열자 상궁의 눈에 우유가 들어왔다.

“타락죽!”

‘엑, 다락죽이요?’

“아니아니, 우유를 넣어 만드는 타락죽.”

‘아아, 근데 우유로도 죽을 만들어요?’

“응, 옛날에 높으신 분들만 드실 수 있었던 궁중음식 중에 하나야.”

상궁은 바닥이 두꺼운 냄비를 달군 후 찹쌀가루를 약한 불에 미숫가루 색이 나도록 볶다가 약간의 물을 넣고 곱게 갠 후에 우유를 넣고 계속 저었다. 뭉근하게 뜸을 들이면서 저으니 부엌에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냄새가 정말 고소해요.’

“여기다 이렇게 소금하고 꿀로 간을 하면 고소하고 달콤한 타락죽이 되지. 후훗.”

상궁은 대추의 씨를 발라 돌돌 말아 썰어 꽃모양을 만들어 잣과 함께 죽 위에 예쁘게 장식을 했다.

‘우와, 정말 최고예요.’

“응, 가져가자.”

‘스스스스스슥.’ 상궁이 이제는 제법 가뿐하게 민주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아저씨 아저씨, 죽 좀 드셔보세요.”

신이 난 민주가 평상 옆에 죽 그릇을 내려놓으며 우빈을 깨웠다.

“아.”

우빈이 일어나 앉으려 하자 이마의 물수건이 떨어졌고 우산 살이 우빈의 팔에 걸리자 우빈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짜증 섞인 화를 냈다.

“으, 이건 뭐야?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에에?”

‘잉?’

우빈이 일어나며 다짜고짜 화를 내자 민주와 상궁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너! 뭐야?”

“뭐라고요? 이 아저씨가 정말?”

민주는 우빈의 말에 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민주야!’

“아저씨, 왜 자꾸 저한테 반말하세요? 그리고 나 아저씨 싫어요. 그래도 아저씨 아프니까, 아프니까··· 아픈 사람은 간호해야 하니까··· 근데 아저씨는 여태 걱정하고 간호한 사람한테 일어나자마자······.”

민주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

“저 꼬맹이가 지금 뭐라는 거야?”

우빈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민주야!’

상궁은 민주를 따라 나갔고, 우빈은 아직 어지러운 중에 일어났다가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 기분이 들었다.

우빈이 자신의 이마에서 떨어진 물수건과 옆에 놓인 죽 그릇을 보고 대충 사태가 파악 되자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이 우산은 뭐지? 설마 해를 가려주려고?”

우빈은 좀 전까지 자신을 위해 물수건을 얹어주고, 죽을 끓여주고, 또 해를 가려주려 했다는데에 생각이 미치자 꼬맹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상에서 내려 신발을 신으려할 때 발가락에 미끄덩한 게 가득 묻어 있었다.

“으으윽, 이건 또 뭐야? 물집! 아하하하하.”

우빈은 민주의 마음 씀에 이번엔 크게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하 아하하하. 꼬맹이 귀엽네.”

우빈은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타락죽을 보자 어제 먹었던 중독성 있게 입에 붙던 음식이 생각나 한 수저 입에 떠 넣었다.

“이런······.”

어제 먹어본 민주의 요리는 허기져 맛있게 느껴졌거나, 어쩌다 나온 요리가 아니었다. 고소한 맛이 깊었고, 달큰한 꿀맛이 함께 어우러져 흉내 낼 수 없는 맛이 감동과 함께 우빈의 미각을 자극했다.

‘이 꼬맹이 이거이거! 이런 맛이라면 요리에서도 고수 중에 고수만이 낼 수 있는 깊은 맛이 분명한데. 이게 도무지 말이 되냐구!’


민주는 민박집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 검은 현무암 위에 앉아 상궁에게 푸념하며 소리 내어 울었다.

“흑흑흑. 이게 뭐에요? 상궁님, 내가 저 아저씨 싫다고 했잖아요.”

‘울지마 민주야. 저 사람 생각보다 더 많이 아픈가봐.’

“무슨 아픈 사람이 저렇게 싸나워요? 내가 우리 할무니 오믄 우리 할망 오믄 다 이를 거야!”

‘······.’

“왜 상궁님은 방도 없는데 저 아저씨한테 방 있다고 해가지구.”

민주는 다리를 감싸 안고 고개를 묻은 채 울었다.

‘미안해. 나도 이럴 줄은 몰랐지.’

“저 아저씨 미워!”

“아저씨, 진짜로 미워?”

우빈이 민주에게 다가오다 상궁에게 하는 민주의 말을 받았다.

‘앗!’

상궁은 놀랐지만 민주는 아직 우빈이 민주 곁에 온 걸 몰랐다.

“진짜로 밉다구요!”

“근데 아저씨 미운 걸 누구한테 그렇게 이르고 있어?”

우빈이 민주의 옆에 나란히 앉자 그제야 민주는 우빈을 보았다.

“어, 저리가요!”

“미안해, 학생. 용서해주면 안될까?”

우빈의 태도는 이제 달라져 있었다.

“필요 없어요!”

“학생, 그러지 말고······.”

우빈이 부드러운 말로 계속해서 민주를 달래고 있을 때였다.

그때, 꼬르르르르 꼬르르르륵 꼬륵 민주의 뱃속에서 요동치는 듯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

‘망신망신 강아지 망신 하필 이 아저씨 앞에서. 윽.’

민주는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고, 우빈은 딴청을 피우듯 휘이이이익 휘파람을 불었다.

‘민주야, 아저씨 용서해줘야겠다. 크크큭.’

상궁이 우스워 죽겠다고 웃으며 거들었다.

“내가 스파게티 맛있게 만들어 줄게. 이제 그만 용서해 줄래?”

이제 우빈이 민주를 달래고 있었다.

“스파게티요?”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에 민주는 언제 울었냐는 듯 동그란 눈으로 우빈을 보았다.

“응.”

“진짜요? 진짜죠?”

민주는 언제 화가 났었나 싶게 활짝 웃으며 기뻐 뛰었다.

‘쯧쯧쯔 뇌물에 약한 건 오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구만.’


우빈은 자신을 간호해준 민주를 위해 기꺼이 앞치마를 두르고 손바닥을 팡팡 쳤다.

“자아, 한번 시작해 볼까?”

요리할 때 만큼은 최고였고 즐거웠었는데 그걸 잊고 요즘 슬럼프에 빠져 힘들었던 우빈이었다. 그런 우빈이 지금 다시 요리에 대한 행복한 마음이 퐁퐁퐁 솟아났다. 미소를 짓고 요리를 하려는 우빈을 보자 민주는 자신이 그 동안 아저씨에 대해서 잘못 생각했던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대 되네.’

“그죠 상궁님. 우히히히.”

상궁과 민주는 우빈이 요리하는 모습을 기대에 차서 바라보고 있었다.


우선 프라이팬을 올려 약한 불에 버터를 넣어 완전히 녹았을 때 밀가루를 뭉치지 않게 볶아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재빨리 저어 후루루 끓이고 다시 그 위에 우유를 넣어 눌지 않도록 하며 한소끔 끓였다. 스파게티 면을 물이 끓었을 때 소금을 약간 넣고 면을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 넣은 다음 8분가량 삶아 낸 후 채반에 받쳐 물기를 제거하고 올리브유를 살짝 넣어 버무려 두었다. 우빈이 요리를 하는 모습은 진지했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요리를 하는 것처럼 빨려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흠,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정말 요리를 잘하네.’

다음은 팬에 베이컨을 넣고 볶아 기름기를 제거하고, 다진 양파는 올리브유을 두른 팬에서 볶다가 작게 잘라둔 브로콜리를 넣어 소금 간을 약간하고 살짝 볶았다.

“우와.”

양파와 브로콜리를 볶은 팬에 삶은 스파게티와 베이컨을 넣고 만들어 둔 크림소스를 부어 버무린 후 후춧가루와 파슬리가루를 뿌리니 멋진 스파게티가 완성되었다.

“와아, 정말 최고예요.”

민주는 스파게티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기뻐했다.

‘정말 잘하는데?’

상궁은 자신이 본 중에 최고로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만났다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 꼬마아가씨, 이제 용서해 주는 거야?”

“용서요? 용서는 이미 했죠. 헤헤.”

“뭐야 그렇게 쉽게 용서해 주는 거야? 우리 아가씨 마음이 너무 착하네.”

우빈이 민주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평상에 앉아 민주는 포크를 집어 들어 수저에 돌돌돌 말아 입속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더니 놀란 표정이 되었다.

“완전 대박이에요. 너무 맛있어요.”

민주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하하하. 꼬마아가씨가 좋아하니 좋네.”

“근데 아저씨 몸은 이제 괜찮은 거예요?”

스파게티를 돌돌말아 먹던 민주가 우빈에게 물었다.

“왜? 내가 아파 보여? 하하하.”

“아깐 정말 많이 아파 보이셨어요.”

“미안해요. 꼬마아가씨!”

우빈이 빙긋이 웃었다.

‘이사람 좋은 사람인지는 몰라도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다.’

상궁은 이제 이 우빈이라는 남자의 요리세계가 궁금해졌다.

그때, 돌담 사이로 낚시꾼들의 얼굴이 보이더니 마당 안으로 들어서며 한 마디 했다.

“그거 맛있어 보이는데 우리도 같은 걸로 줄 수 있나?”

“아저씨, 이건 파는 음식이 아니에요.”

민주가 대답하려는데 우빈이 냉큼 말을 받았다.

“아닙니다. 앉으세요.”

의외라는 얼굴로 우빈을 쳐다보는 민주 옆에서 상궁은 아까 우빈처럼 휘이이이익 휘파람을 불었다.

낯을 심하게 가리고 자신의 요리를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우빈으로서도 대답을 하는 순간 놀랐지만 낯선 여행지에서의 객기 정도로 생각하며 웃음이 났고, 민주와 함께 있어 이상하게도 즐거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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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3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9 6 6쪽
5 5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0 246 7 13쪽
4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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