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578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1.04 09:46
조회
102
추천
3
글자
10쪽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DUMMY

그 시각, 우빈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고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요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우빈의 이마에 땀이 송송송 맺혔고, 손바닥에도 땀이 났다.

우빈은 이영희선생과의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았지만 이제 민주와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이 기뻐 가연과 민주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기분이 좀 울적했다. 그래서 요리에 집중하며 잠시 가연에 대한 생각을 잊고 싶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가연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우빈의 손은 이탈리아 음식 ‘라비올라’를 만들고 있었지만 마음은 온통 제주도에 가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주도가 아닌 가연에게 가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단호박을 오븐에 구워 믹서기에 갈아 만토바 산 겨자 다진 것, 아몬드 가루, 소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넛맥, 레몬 제스트를 넣고 재료를 골고루 섞어 그대로 놓았다. 그리고 밀가루에 달걀, 소금, 물을 넣고 파스타 반죽을 해 얇게 밀어 두 장으로 나누어 두고, 처음 준비한 재료로 작고 동그란 모양의 소를 빚었다.

우빈은 밀대를 찾아 밀가루 반죽을 얇게 두 장으로 밀었다. 그 위에 5cm 간격으로 단호박 소를 나란히 올리고 위를 나머지 파스타 반죽 한 장으로 덮고, 아래 위 반죽의 가장 자리가 잘 맞물리도록 붙인 다음 톱니칼로 4cm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의 라비올라가 되도록 반죽을 잘랐다. 마지막으로 끓는 물에 라비올라를 넣고 삶아 접시에 담고 따뜻하게 녹인 버터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 가루로 버무렸다.

“흠. 냄새 기가막힌데?”

진경이 우빈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말을 걸었다.

“내가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오빠는 내가 아무나야?”

진경이 눈을 흘겼다.

“왜?”

우빈은 파스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엄마랑 아빠 오신대.”

“몇 년은 전혀 못 움직이신다고 하지 않았어?”

우빈은 계속해서 요리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랬지. 그래서 내 졸업식 때도 못 오신 거잖아. 이건 남녀차별이야.”

“이영희 선생한테는 연락 없었어?”

“세상에 거기만 조용해. 신문, 방송국, 인터넷까지 무슨 호떡집에 불난 것 마냥 난린데.”

“알았으니까 나가서 일 봐.”

“아아, 참 오빠 그 이민주라는 분 자료 좀 달래. 사진하고 생년월일.”

“그건 내가 조직위에 전화할게.”

“그 이민주라는 분 도대체 어떤 분이야?”

“······.”

“알았어. 오빠 나 배고픈데 라비올라 오빠 먹을 거 아니면 내가 먹어도 돼?”

“가져가.”

“근데, 오빠 기분별로야? 오빠같지 않아.”

“괜찮아. 신경 쓰지마.”

“아, 알았어.”

평소 성격이 괄괄한 진경도 크게 사고를 친 만큼 오빠 우빈의 눈치를 단단히 보고 있었다.


가연은 ‘천도제’가 모두 끝났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처음에 얘기했던 대로 요리경연대회가 끝나고 연상궁과 장내인이 저승으로 올라갔더라면 모두의 마음이 편했을 것이지만 우빈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연상궁과 함께 가려던 장내인이 사라지고 연상궁 혼자 저승으로 가고 나니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가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병실의 문을 열었다.

“어멍······.”

“엄마······.”

“어, 가연이 와시냐.”

“어, 가연이 왔구나.”

“응, 민주는 잠져?”

“응, 민주는 자네?”

가연은 피곤해 의자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야이가 하는 말이 다 무신 얘기라? 애가 무사 영 울맨?”

“얘가 하는 말이 다 무슨 얘기야. 애가 왜 이렇게 울어.”

“민주 많이 울어샤?”

“민주 많이 울었어?”

“그래, 장내인이라는 아이가 오늘 저승으로 올라간댄 하멍... 내가 야이가 울민 억장이 무너진다게.”

“그래, 장내인이라는 애가 오늘 저승으로 올라간다고 하면서··· 내 얘가 울면 억장이 무너진다.”

“내가 잘 달래 주크라.”

“내가 잘 달래 줄께.”

“야이도 혹시 너 모냥 무녀 된다해불믄 난 혀 깨물고 죽어부크라. 나가 더 살아서 그 꼴을 어떵 보나.”

“얘도 혹시 너 마냥 무녀된다고 하면 난 혀 깨물고 죽을란다. 내 더 살아서 그 꼴을 어떻게 보누.”

“어멍은······.”

“엄마는······.”

“늦어신디 어떵 가잰?”

“늦었는데 근데 어떻게 갈래?”

“그냥 우리 오늘 여기서 자사켜. 나도 너무 피곤하고.”

“그냥 우리 오늘 여기서 자야겠다. 나도 너무 피곤하고.”

“알았져, 그러믄 민주는 내 옆으로 올려불고 너는 거거서 자불라.”

“그래, 그럼 민주는 내 옆으로 올리고 너는 거기서 자.”

“응, 어멍.”

“응, 엄마.”

가연이 민주를 힘껏 안아 할머니 옆에 뉘이자 할머니는 자는 민주의 머리칼을 쓸었다.

“엄마 아무래도 민주 데령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올까부댄.”

“엄마, 아무래도 민주 데리고 잠깐 여행이라도 다녀올 까봐.”

“어디로?”

“어디로?”

“통영에 주영이 살암잖아. 거기 잠깐 다녀오크라.”

“통영에 주영이 살잖아. 거기 잠깐 다녀올게.”

“알았져 겅해불라. 민주 콧바람 좀 넣어주고 와불라.”

“그래 그래라. 민주 콧바람 좀 넣어주고 와라.”

“응, 어멍 나 피곤한게 먼저 자크라.”

“응, 엄마 나 피곤하다 먼저 잘께.”

가연은 간이침대에 길게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 시각, 우빈은 가연의 신당과, 민주민박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 반 서운함 반으로 기분이 계속해서 다운되어 있었다. 오후에 상민이 우빈의 수리된 핸드폰을 가져왔고, 열어본 통화기록 목록엔 수리된 직후부터 찍혀 있어 오늘 아침까지 가연과 민주가 전화를 걸었던 내용은 없었던 것이다.

“쳇, 아무리, 제주도라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핸드폰이 없을 수가 있어?”

우빈은 답답한 마음에 짜증이 일었다.


그 날 이후 며칠 동안, 우빈은 그 간에 자리를 비운 일로 거의 사무실에서 시간대 별로 업체와의 미팅을 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간혹 핸드폰을 들여다봤지만 제주의 가연과 민주에게서는 단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이거, 너무하네. 아무리 제주도라지만 신문도 안 보나?”

우빈은 높이 쌓여진 결재서류를 천천히 훑어보며 사인을 하느라 오전 시간을 거의 보냈고, 오후에는 대회에 선 보일 요리를 결정하기 위해 또 모든 자료를 살피다 보니 밤이 늦었다. 우빈은 머리를 뒤로 재꼈다 앞으로 하며 뒷목을 만졌다.

‘으으으.’

그때,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오빠!”

“진실장, 여긴 회사야.”

“그보다 오빠 이영희 그 여자가······.”

“왜? 무슨 일이야?”

“결국 오빠랑, 우리 슈프림을 고소했대.”

“뭐야?”

기어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드는 우빈이었다.

“대단하시네. 이영희 선생.”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우선 얘기 들어보고······.”

“괜찮을까? 대회 앞두고?”

“괜찮아, 괜찮아, 오빠 아직 안 죽었어? 오늘은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강변호사님께 내일 연락해서 좀 들어오시라고 해.”

“아 알았어.”

“나가 봐.”

제주도 다녀와서 좀 부드러워졌다 싶었던 우빈이 다시 전처럼 까칠해진 걸 느끼며 진경은 문을 닫았다.

‘여태 그랬던 것처럼 잘 해결하겠지······.’

진경이 나간 후 우빈은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 손가락을 깍지 낀 자세로 생각에 잠겼다.

“휴우.”

우빈은 갑자기 가연과 민주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서 가연이 웃어준다면 힘이 날 것만 같았고, 민주가 만들어준 음식들이 먹고 싶었다.

“아아······.”


다음날, 기자들은 이영희가 우빈을 고소한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 강변호사보다 먼저와 진을 치고 있었다. 1층 로비에서 경비들이 막아서 기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건물 밖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상민이 창을 열 때마다 간간히 들려왔다.

“어떻게 하죠?”

상민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강변호사님은 아직이야?”

“네.”

“곧 오시겠지.”


강변호사는 법원에 들러 접수된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고서 우빈의 사무실로 건너왔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서류봉투에서 복사된 서류 뭉치를 꺼내 우빈에게 내밀었다.

“이게 고소된 고소장 복사본 입니다. 한 번 살펴보시죠.”

서류를 살피던 우빈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 중에 강변호사는 말을 이었다.

“아주 제대로 걸었던데요? 걸리면 크게 걸리겠어요.”

“하하하. 싱겁게 놀면 재미없죠.”

“단순한 건이 아니고 이미 신문과 모든 매체를 통해 전국에 보도된 내용이라······.”

“합의 조건이 있는지 한 번 들어보세요.”

우빈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할 수 없죠.”

“개인적으로 묻는 건데요. 제가 요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영희 선생을 마다한 데에는 그분보다 더 뛰어난 셰프님하고 함께 요리를 하시는 거겠죠?”

“하하하. 뛰어난 셰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뭐든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요.”

“정말 이번 대회 기대가 큽니다. 꼭 우승하시기를 바랍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영희 선생측 변호사를 한 번 만나보겠습니다.”

“예, 대회전에 끝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래야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안 나가겠습니다.”

강변호사를 배웅하기 위해 진경이 따라 나갔고, 우빈은 큰 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라간 셰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27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9 95 2 9쪽
26 26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8 88 1 10쪽
25 25화 세계선수권 요리경연대회. +1 21.11.17 85 1 8쪽
24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6 2 11쪽
23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8 2 9쪽
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6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1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3 3 11쪽
17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4 103 3 10쪽
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30 4 6쪽
14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2 21.11.02 128 5 11쪽
13 13화 꼬인다 꼬여. +2 21.11.01 129 5 8쪽
12 12화 꼬인다 꼬여. +1 21.10.29 131 6 8쪽
11 11화 꼬인다 꼬여. +1 21.10.28 137 6 7쪽
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4 7 9쪽
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7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6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3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9 6 6쪽
5 5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0 246 7 13쪽
4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3 3화 오늘은 뭐 해먹지? +1 21.10.18 346 6 16쪽
2 2화 장내인의 죽음 +1 21.10.15 397 7 18쪽
1 1화 장내인의 죽음 +2 21.10.14 618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