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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비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간 셰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감비
작품등록일 :
2021.10.14 10:11
최근연재일 :
2021.11.19 10:07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557
추천수 :
115
글자수 :
125,156

작성
21.11.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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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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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DUMMY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파란 하늘과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조그마한 집들이 올망올망하게 붙어 있는 모습은 사람냄새를 풍겼고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통영이었다.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은 동피랑 마을을 장식한 건 벽에 그려진 또 하나의 그림들이었다.

민주가 통영의 명물 꿀빵을 한 봉지 들고 가연을 앞질러 걸으며 벽화 앞에 섰다.

“이모, 여기 좀 봐, 날개야.”

“후후 우리 날개 없는 천사 민주, 여기서 사진 찍으면 딱이네. 어디 서 봐.”

“응.”

카메라 셔터 누르는 찰칵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우리 민주 카메라 발 잘 받네.”

“진짜, 이모 어디 봐봐.”

친구 주영이에게 빌려온 디지털카메라 안의 사진이 신기해 민주는 한 컷 찍을 때마다 뛰어와 자신이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이모도 서 봐.”

“그래.”

가연과 민주는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며 좁은 골목을 따라 꺾어지면 꺾어진 대로 계단이면 계단을 오르고 난간 옆길은 난간을 잡으며 꼭대기 동포루에 올랐다. 그냥 길도, 골목도 예뻤는데 곳곳에 벽화가 장식되어 더욱 예쁜 마을이었다.

“아아, 이모 여기 정말 멋져.”

“응, 그러네.”

통영항이 한 눈에 내려보였고, 언덕을 종기종기 싸고 있는 집들이 행복해 보였다.

“이모야, 여기 좀 봐봐. 드라마 촬영했대, 착한남자.”

“아, 여기였구나?”

“이모 이 드라마 봤어?”

“봤지. 마지막회에서 여기 나온 거 봤어. 드라마 안에서도 예쁘구나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더 멋진 곳이네.”

“응, 이모 여기 너무 좋아.”

“흐음. 이 짭조름한 바다냄새 좋다. 민주랑 함께라서 더 좋다.”

문득, 가연의 머릿속에 우빈의 얼굴이 떠올라 가연은 순간 머리를 흔들었고 가연은 매 순간 이렇게 불쑥불쑥 떠오르는 우빈에 대한 기억들을 애써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연은 어디선가 들은 내용을 무슨 주문처럼 외웠다.

“응? 이모 뭐라고?”

“아냐, 아무 것도 실컷 봐둬. 우리 내일 아침엔 다시 제주로 갈거야.”

“알았어, 이모.”

민주가 잠깐 무슨 생각을 하더니 가연을 불렀다.

“이모!”

“응, 민주야 왜?”

“이모 나 사실은 돈 많이 모았어.”

“후후, 그래? 얼마나 모았는데?”

“사백만원 넘어.”

“진짜? 우리 민주 부자네. 근데 네가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았어?”

“장이하고 같이 장사해서.”

“응, 그랬구나.”

“이모 나 그걸로 이모 씻김굿 해줄거야.”

가연은 통영항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민주를 봤다.

“민주야, 너?”

“이모, 내가 이모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럼 알지. 이 이쁜놈!”

가연은 자신이 무녀의 길을 가게된 것에 대해 어린민주 마저도 씻김굿을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민주와 가연은 3일간의 짧고도 알찼던 여행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민주민박집을 향해 걸었다.

“아, 걷기도 힘들다.”

“우리 이모, 늙어나 보다.”

“늙기는 누가 늙어. 아직 팔팔해.”

“알았어. 알았어. 아직 팔팔합니다요.”

민주가 가연을 앞서 걷다 옆으로 걷다 왔다갔다하며 신나 걷고 있었다. 부모가 일찍 죽어 할머니 손에 큰 민주는 민주를 잘 챙겨주는 이모가 너무 좋았고, 가연도 민주가 가엾어 언니 대신이라 생각하고 돌봤던 것이다. 그렇게 가연을 앞질러 걷던 민주가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민주가 앞으로 달려가 아저씨에게 안겼고, 가연은 더 발을 떼지 못했다.

“다 큰 아가씨가 이렇게 아무한테나 안기면 어떻게.”

우빈이 민주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헤헤, 너무 반가워서 그러죠.”

“녀석아 연락도 안받고 대체 어딜 갔다가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아저씨, 이모랑 저랑 통영에 여행 갔다 왔어요.”

“여행?”

“네, 너무 좋았어요.”

“그래, 그랬구나.”

우빈은 민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뒤에 얼음처럼 서 있는 가연을 보았다.

“이모랑 얘기 좀 할게. 먼저 들어가 줄래?”

“네.”

“가연씨.”

우빈이 가연의 앞으로 걸어오는 동안도 가연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열흘 정도 못 본 사이에 많이 야위어 있는 가연을 보자 우빈은 가슴이 아팠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가연은 애써 냉랭한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 동안 왜 연락도 없었어요?”

“뭐라고요? 내가 얼마나 전화를 많이······”

가연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떨리고 있었다.

“핸드폰이 고장 나 있었어요. 그리고 일이 생겨서 수습하느라 정신없이 바빴구요.”

가연의 눈에 눈물이 떨어지며 우빈의 몇 마디 말에 언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전화라도 해 주지······.”

“미안해요. 일을 마무리 짓고 연락한다는 게 그만··· 이리와요.”

우빈은 가연을 당겨 오랫동안 안았다. 우빈의 따뜻함이 가연의 가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연과 우빈을 몰래 지켜보던 민주는 입을 막고 웃었다.

“우히히히히.”


우빈은 가연과 바닷가에 앉아 그 간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 놓았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다 내 잘못이죠.”

“그럼, 대회는······.”

“민주하고 나가야죠. 대회 장소도 제주 국제컨벤션센타예요.”

“네.”

우빈과 가연은 말하는 내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내일 같이 올라가요.”

“같이요?”

“네. 대회전에 함께 연습 좀 하고 대회 때 내려오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저까지요?”

“안되겠어요. 가연씨 얼굴 보고 싶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 이제 만난 게 두 번째인 걸요.”

“사랑이라는 게 만나는 횟수와 관계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우빈씨······.”

“설마, 가연씨는 안 그랬어요?”

“몰라요.”

가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은 그 동안 서로를 간절히 원했던 만큼 오늘도 또 밤새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장내인 장내인!”

민주가 애타게 장내인을 불렀지만 장내인은 대답이 없었다.

“장내인, 이제 너 요리대회 나가게 됐어! 어디 간거야? 이제 너 소원 풀게 됐다고··· 진짜 간거야? 설마? 아니지? 장내인!”

아무리 불러도 장내인이 대답이 없자 민주는 놀라서 가연에게 뛰어갔다.

“이모! 이모!”

“어 민주야 왜?”

화들짝 우빈과 가연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이모, 장내인이 없어 내가 아무리 불러도 장내인이 없어.”

“그게 무슨······.”

“진짜야 이모, 진짜 없어.”

“어쩌지? 그럼 안 되는데······.”

“요리대회 어떻게 하지?”

“요리대회? 장내인이 누군데?”

우빈이 궁금증이 일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앗!”

민주가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입을 막자 가연이 민주대신 가까스로 대답했다.

“응, 민주 친구인데 요리대회 구경하고 싶다고 했다고 하는거예요.”

“그거라면 내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으니까 걱정 하지마. 그리고 대회 장소가 제주거든.”

“예.”

“아침 일찍 올라가야 하니까 오늘은 그만 자자.”


가연과 민주는 잠자리에서 들어서 하늘이 꺼지게 걱정을 했다.

“이모, 진짜 그날 장내인이 저승에 안간 거 맞아?”

“맞다니까.”

“근데 왜 우리 앞에 안 나타나는 거야?”

“글쎄, 그건 이모도 잘 모르겠다.”

“이모, 장내인이 아니면 난 대회에 못 나가!”

“그건 이모가 더 잘알지. 계란후라이도 겨우 하는 넌데.”

“오겠지?”

“그래, 연상궁님이 그러던데 대회구경만 하고 올라가겠다고 했대.”

“휴우 그럼, 오겠구나. 근데 이모, 그럼 연상궁님은 혼자 올라가신 거야?”

“응. 자자, 너무 피곤하다.”

“하암, 이모 나도 너무 피곤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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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그 여자의 죽음. +1 21.11.17 85 2 11쪽
23 23화 그 여자의 죽음. +3 21.11.15 87 2 9쪽
22 22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2 96 2 8쪽
21 21화 그 여자의 죽음. +2 21.11.11 85 2 8쪽
20 20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2 21.11.11 80 1 12쪽
19 19화 미성년자는 대회 참가불가. +1 21.11.11 84 1 10쪽
18 18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3 21.11.08 112 3 11쪽
» 17화 난, 꼭 민주랑 요리할 거야. +2 21.11.05 111 3 8쪽
16 16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4 102 3 10쪽
15 15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1 21.11.03 129 4 6쪽
14 14화 사랑은 시작되었지만··· +2 21.11.02 127 5 11쪽
13 13화 꼬인다 꼬여. +2 21.11.01 128 5 8쪽
12 12화 꼬인다 꼬여. +1 21.10.29 130 6 8쪽
11 11화 꼬인다 꼬여. +1 21.10.28 136 6 7쪽
10 10화 연상궁님··· +1 21.10.27 163 7 9쪽
9 9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6 166 6 20쪽
8 8화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구. +1 21.10.25 185 7 14쪽
7 7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2 202 8 10쪽
6 6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1 218 6 6쪽
5 5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20 246 7 13쪽
4 4화 우빈의 슬럼프. +1 21.10.19 262 6 13쪽
3 3화 오늘은 뭐 해먹지? +1 21.10.18 346 6 16쪽
2 2화 장내인의 죽음 +1 21.10.15 396 7 18쪽
1 1화 장내인의 죽음 +2 21.10.14 616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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