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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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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2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8.04 11:10
조회
826
추천
13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26화

DUMMY



엄마는 형제를 돌보지 않았다. 항상 밖으로 나돌며, 집에 들어올 때는 지독한 술 냄새를 풍겼다. 집에 돌아오면 술은 술로 푸는 거라며, 다시 술을 마셨다.

동생과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나, 형은 언제나 부모처럼 동생을 돌봐주었다. 그는 형이 없었다면 어려서 죽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고마운 형.

그러나 형제의 섞인 피는 온전하지 않은 반쪽짜리였다. 쉽게 말해 씨 다른 형제였다. 아빠는 누군지 모른다. 수천 분의 1의 확률로 형제는 같은 아빠를 두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라는 음녀가 함께 밤을 지새운 남자가 워낙 많았기에 누가 아빠인지는 그녀조차 알지 못했다.

김성환은 태어나면서부터 음녀를 미워할 운명이었다. 술에 찌든 엄마의 젖을 빨면서부터 엄마의 품을 싫어했다.

허구한 날 끌고 오는 외간남자, 일 년에도 몇 번씩 바뀌는 아빠. 그들의 폭언과 구타, 차라리 행복한 무관심. 그 모든 것의 원인인 엄마를 증오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다섯 살 때 엄마가 죽었다.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온 엄마는 배고프다는 형과 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김성환은 어렸지만, 그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일곱 살이었던 형은 며칠째 일어나지 않는 엄마를 몇 번이고 깨우려고 흔들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지독한 냄새만 풍길 뿐 엄마는 일어나지 않았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냉장고며 싱크대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고작 말라비틀어진 옥수수 몇 개가 전부였다.

그의 기억에는 몇 달 같았던 며칠 동안, 생옥수수를 뜯어 먹으며 버텼다. 그리고 드디어 경찰에 의해 문이 뜯겨 나가고, 바깥 공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벌레에 먹히던 엄마가 실려 나갔고, 형제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늦은 나이에 고아원에 보내진 아이들은 양부모를 만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두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동생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어렸으니 형보다 나을법했지만, 두 눈 가득 담겨있는 증오 때문에 모두가 꺼리는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고아원을 주름잡는 패거리조차 어린 김성환은 건들지 않았다.


형은 머리가 좋았다.

죽어버린 엄마는 한 번도 말이나 글자를 가르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김성환은 다섯 살이 되도록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물론 글도 읽지 못했다.

하지만 형은 모든 것을 스스로 깨우쳤다. 배운 적이 없어도 스스로 글을 깨우쳤고, 책을 통해 모든 것을 배웠다.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어도 고아원의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았다. 때로는 교사보다도.

그런 천재적인 두뇌가 행운을 만들었다.


원장은 형에게 절대 입양될 일은 없을 거라며 기대마저 일축 시켰지만, 입양하러 왔던 중년 부부가 형의 재능을 알아보고는 어린 아기에 대한 입양을 포기하고 대신 형을 입양했다. 그렇게 두 형제의 운명이 갈라졌다.

중년 부부는 상류층이었다. 형은 좋은 음식과 좋은 옷, 그리고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처음 겪는 가족의 관심과 사랑은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으나, 차츰 익숙해졌다. 누가 뭐라 해도 그는 아직 어렸고, 어릴수록 환경에 적응하기 쉬웠다.

그의 천재성은 양부모의 자랑이 되었고, 그는 그 사랑에 보답하려는 듯, 시험을 볼 때마다 최연소 타이틀을 따냈다. 그것은 평생 이어졌다.

형의 은인이 된 양부모는 아들의 임관(任官)을 보지도 못하고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형은 죽은 양부모의 자랑으로 남기 위해 여전히 발버둥 쳤다.

형은 가족을 얻었다. 그렇다고 동생을 잊지는 않았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고아원을 찾아가 동생을 위로했다. 누구의 접근도 허락지 않던 동생도 유일한 혈육인 형만큼은 살갑게 대했다.


양부모도 형제의 애틋함을 알았다. 그래서 한때는 동생까지 입양하려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동생의 눈빛만 봐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으니 도저히 입양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 둘이 형제가 될 수 있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양아들이 동생을 돌보는 것에 대해서는 막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절대로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그런 결정이 미안했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양아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며 말했다.


“너도 성인이 됐으니 이걸로 동생을 돌보거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구나.”


양부모는 미안해했으나 형은 충분히 감사했다.

그 돈으로 동생이 살 집을 샀다. 동생은 외딴곳에 있는 낡은 집을 선택했다. 형은 이유를 알 수 없어 잠시 반대했지만, 동생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형은 집을 수리하라며 남은 돈을 주었다.

몇 년 후, 동생은 형이 수리하라며 줬던 돈과 매월 주는 생활비를 모아 집을 한 채 더 샀다. 그렇게 현재의 집과 지하실이 마련되었다.




김성환은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원망했다.

음란한 여자들을 난도질했던 것도 엄마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저주가 합쳐진 결과였다.

그는 형의 양부모가 사준 집에서 살게 된 17세 때, 처음 살인을 저질렀다. 그때 속에 억눌러왔던 무언가가 폭발했다. 첫 살인 이후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잘생긴 외모만 보여주면 음란한 여자들은 흥분하여 달려들었다. 외딴 집으로 끌어들여도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어서 안아주기만을 바랐다.

그렇게 달라붙은 여자들은,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산채로 잡아먹혔다. 처음엔 시신의 처리가 곤란했다. 외딴곳이었으니 도시에 비하면 야산에 묻기는 좋았으나, 그렇다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참 후에야 소각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모든 흔적은 지하실에 마련된 커다란 소각로가 없애주었다. 연료만 충분하면 뭐든 완전 연소시킨다는 기술혁명의 덕택이었다.



***



그는 클럽을 향했다. 빈 테이블에 홀로 앉아 우수에 젖은 눈으로 가만히 술잔을 기울였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발정 난 음녀가 달라붙었다. 하지만 둘이었다. 그는 적당히 상대하다가 정중히 돌려보냈다. 여자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서서 다른 수컷을 찾아 헤맸다.

그의 눈에 미친 듯이 흔드는 여자가 보였다.

댄스 플로어 중앙에 약간 높은 스테이지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에 봉춤을 출 수 있도록 여러 개의 쇠기둥이 박혀 있었다.

그 여자는 현란하게 봉춤을 추며 뭇 남성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이미 거의 벗은 듯한 복장이었음에도 부족한 듯 하나씩 허물을 벗어냈고, 그때마다 남성들이 환호했다. 남자들이 주위에 몰려들어 그녀를 더듬었다. 그녀는 그것을 즐기며 황홀한 표정으로 아무나 붙들고 키스했다. 그리고 남성들의 환호 속에 초미니스커트 속에서 검은색 속옷이 끌려 나왔다.

일곱 번째 음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김성환은 조용히 일어나 봉춤녀를 향해 걸어갔다.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광란의 현장을 물살 가르듯 편안히 헤치고 지나갔다. 그가 봉의 근처에 이르자 봉춤녀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시원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봉춤녀는 주위에 매달린 수컷들이 지렁이처럼 징그럽게 느껴졌다. 슬며시 봉에서 내려오자 남자들의 아쉬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그녀의 속옷을 흔들며 불렀지만,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김성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다가와 자연스레 그의 팔에 매달렸다.


“어머, 근육 좀 봐. 운동을 많이 했나 봐요.”


시답잖은 신상명세가 교환된 후, 여자는 신체를 더욱 밀착시켜왔다. 김성환은 그런 그녀를 끌어안고 말했다. 그녀의 귀를 간지럽히며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렀다.


“둘만의 시간을 갖죠.”


관능적인 미소로 대답한 그녀는 그와 함께 밖으로 향했다. 클럽 안의 남녀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여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꼬며 김성환에게 매달렸다. 김성환은 짜증이 치밀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냄새나는 년, 언제까지 더러운 색기를 흘리나 보자.’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 떨어져 내렸다.


-쿵!


그 충격에 김성환과 여자가 깜짝 놀라며 넘어지고 말았다. 여자의 비명과 함께 김성환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정체를 알고 난 그는 욕을 멈추고 말았다.

마치 하늘에서 운석처럼 떨어진 것은 사람이었다. 그가 떨어진 자리의 아스팔트 포장은 폭탄이 터진 것처럼 방사형으로 깨져있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멀쩡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압도된 두 사람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말을 못했다.


“분명 여기였는데?”


20층 건물에서 뛰어내린 알렐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범죄 센서가 가리킨 사람이 누구인지 찾았다. 그제야 눈앞에 넘어져 있는 두 남녀가 보였다.


“죄송합니다.”


알렐루는 재빨리 사과하며 둘을 일으켜 세웠다.

여자는 한눈에도 놀기 좋아한다는 게 보일 정도로 헐벗은 패션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선 색기가 흘러넘쳤다. 여자는 그 와중에도 알렐루에게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옆의 남자친구는 상관없는 건가?’


알렐루는 애써 시선을 외면했다.

옆의 남자는 마치 조각 같았다. 건장한 몸과 두꺼운 팔뚝은 남성다움을 물씬 풍기고 있었고, 우수에 젖은 눈동자는 남자인 자신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굵은 이목구비는 조화롭게 빛났고, 짧은 머리가 얼굴을 돋보이게 했다.

알렐루는 잠시 그의 얼굴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실례했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알렐루는 급히 다른 골목으로 사라졌다. 범죄 더듬이가 근처를 가리켰으니 분명 주위에 무언가 있을 거였다. 그걸 찾기 위해 골목을 샅샅이 뒤졌으나 범죄현장은 발견하지 못했다.


“뭐지? 더듬이가 고장 났나?”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이 형사가 보낸 문자였다.


[늦어서 미안하다. 이제야 서에 들어와 몽타주를 보낸다. 젠장, 오늘도 밤샘이다. 홧팅!]


그리고 사진이 한 장 담겨있었다.

긴 곱슬머리 사이로 보이는 시원한 이목구비, 조각 같은 얼굴. 분명 어디서 본 얼굴이었다.


‘이런! 머리가 짧다고 의심조차 안 하다니!’


범죄 센서는 고장 나지 않았다. 다만 한심한 자신의 안목이 범인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알렐루는 ‘제발, 찾을 수 있기’를 빌며 달렸다. 그가 달리며 일으키는 돌풍에 사람들이 휘청였지만, 알렐루는 멈추지 않았다.

클럽의 영업시간이 끝났는지 앞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알렐루는 가로등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좀 전의 남녀는 찾을 수 없었다.

이미 범죄 더듬이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인지 감각에도 걸리지 않았다. 알렐루는 제발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길 바랐다. 아니면 일곱 번째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기에.




‘제기랄, 도대체 그놈은 뭐지?’


김성환은 바짝 긴장한 채 운전하고 있었다. 아직도 팔에 돋은 소름이 진정되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놈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었다. 마치 뱀 앞에 놓인 쥐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놈을 피해 도망치느라 미리 확보해둔 수술 장소를 버리고 차에 올랐다. 끝까지 팔을 붙들고 안겨오지 않았다면, 수술 재료마저 버리고 도망쳤을 거였다.


“성환 씨, 아까 그 사람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아요?”

“벌써 다른 남자 생각하는 건가요?”


김성환은 애써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여자는 교성 어린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설마, 이렇게 멋진 남자가 옆에 있는데, 딴생각하겠어요? 단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이상하다는 거죠.”


김성환은 얼굴을 봐도 알아볼 수 없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화이트 페이스. 그놈이 나를 쫓는 건가?’


등골이 서늘했다. 하긴 그 난리를 쳐놨으니 놈이 자신을 쫓는 다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남은 숫자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더욱 조심하기로 다짐했다.


‘이제부턴 집에서 수술해야겠군.’


야외에서 수술하는 것은 들킬지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더욱 짜릿했다. 하지만 조금 더 강렬한 쾌락을 느끼겠다고 사명을 팽개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그의 삶은 한없이 무가치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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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파멸의 사도------ 25화 15.08.03 637 14 13쪽
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23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8 11 13쪽
22 1부: 파멸의 사도------ 22화 15.07.30 595 13 13쪽
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2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1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5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8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7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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