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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08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17 10:10
조회
2,371
추천
34
글자
11쪽

1부: 파멸의 사도------ 3화

DUMMY



“하나님, 왜죠? 왜요!”


그의 울음 섞인 질문은 허공을 메아리칠 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면 이럴 수 없다’는 의심이 자라났다. 그러나 동시에 ‘응답하지 않으셔도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알 수 없었다. 말씀대로 살려 할수록 왜 더 힘들어야 하는지, 남을 도우려 할수록 왜 더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왜 하나님은 선하시다면서 세상은 악인이 득세하는지…….

온몸이 쑤시고 아팠으나, 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돕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도울 능력은 없었다. 무능한 자신이 싫었다. 한심했다. 억울했다.

왜 무능한 자신이 이렇게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남을 도와야 하는 건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자신보다 능력이 좋은 사람들도 피하는데, 왜 무능한 자가 매달려야 하는 걸까? 그렇다고 남들은 인정해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오해만 잔뜩 사곤 했다. 지금까지 무력한 힘으로라도 남을 도우려 발버둥 쳤지만, 사례하려거나 감사인사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오해를 사거나 곤란을 겪은 적이 훨씬 많았다.

억울한 마음이 강해지자, 처음 가해자로 경찰서에 끌려갔던 때가 떠올랐다.



고2 겨울이었다. 고3을 준비하며 학원에서 공부하고 늦게 귀가하는 길이었다.

지하철 빈자리에 앉아 졸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쪽 출입구에서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와 싸우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술에 취했는지 뻘건 얼굴로 욕을 퍼붓고 있었고, 젊은 여자는 그런 아저씨에게 울먹이며 따지고 있었다.

알렐루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가만히 귀 기울였다. 젊은 여자는 중년 남자에게 추행범이라 했고, 남자는 누명을 씌운다며 욕을 퍼부었다. 지하철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누구도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귀찮은 일은 질색이지만, 싸움 구경은 재밌다는 듯 수군거리기만 했다.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더니 결국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중년 남자가 화를 참지 못하고 젊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사람들은 “저, 저!”하는 소리를 낼 뿐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젊은 여자의 비명은 더욱 비참해졌다.

알렐루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추행범을 향해 돌진했다. 어깨로 추행범의 가슴을 들이받은 후, 가슴에 올라타고 몇 대 주먹질했다. 자신의 행동에 깜짝 놀라 주먹질을 멈췄을 때, 추행범은 잘못했다고 빌었다.

비록 폭력을 썼지만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가 추행범의 가슴에 올라탄 채 제압하고 있을 때, 지하철 문이 열리며 경찰이 들이닥쳤다. 알렐루는 ‘그래도 신고해 주는 사람은 있구나.’ 생각하며 추행범 위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현행범으로 경찰서에 끌려갔다.

알렐루는 끌려가기 전 주위를 둘러봤지만, 추행당했던 젊은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 소문 나는 게 싫었거나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 일로 알렐루는 곤욕을 치렀다. 그 아저씨가 추행범이라 제압했을 뿐이라는 말은 소용없었다. 멀쩡한 직장인에, 한 가정의 가장인 어른을 구타한 싹수없는 청소년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알렐루의 부모는 치료비와 합의금을 물어야 했고, 알렐루는 한동안 집안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런 일을 당하고도 알렐루의 오지랖은 멈추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곤란한 일을 제법 피할 수 있었지만, 졸업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에서 그의 ‘할’이라는 별명이 유명해진 것은 선배의 놀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입생 MT에서 술 취한 여 학우를 도와주다가 성폭행범이라는 누명을 쓰자, 당장 유명인사가 되었다. 다행히 증인이 있어서 누명은 벗었지만, 감옥 문턱까지 갔다 온 데다가, 한동안 학우들의 눈총까지 받아야 했다. 물론 지금도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신입생 티를 벗어가던 시절,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학우를 위해 보증을 섰다가 한 학기 등록금을 대신 갚기도 했다.

한번은 놀이터에서 중학생쯤 되는 녀석들이 또래 한 명을 집단폭행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노한 알렐루는 그들을 향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 소리에 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때릴 만큼 때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중학생들은 알렐루가 도착하기 전에 도망쳐버렸다. 알렐루는 쓰러진 학생을 병원으로 옮겼다.

그 후 학생은 폭행범으로 알렐루를 지목했다. 알렐루는 다시 치료비와 합의금을 물어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 학생이 왜 자신을 폭행범으로 지목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학생을 목숨 걸고 구조했더니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당시엔 좀 허무하기도 했지만, 인사치레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기에 보람은 남았다.

성폭행당할 위기의 여자를 구하다가 칼에 찔리기도 했고, “강도야” 소리에 쫓아가다가 날아온 돌에 이마를 찍히기도 했다. 싸움을 말리다가 양쪽에게 몰매를 맞기도 했고, 도둑을 쫓다가 도둑으로 몰리기도 했다.

남을 돕는 것, 그것은 보람된 일이지만 또한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자신처럼 무력한 사람이 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동안 당한 것에 비하면 오늘 맞은 것은 별것 아니었다. 그럼에도 유난히 억울하고 서러웠다.


“주님, 이제 그만 둘래요. 너무 힘들고…….”


알렐루의 하소연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그는 설움에 허덕이다 지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알렐루의 정신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지 않았음에도 눈꺼풀을 뚫고 환한 빛이 들어왔다. 벌써 동이 튼 것인지 잠시 고민했지만, 새벽기도회 소리를 듣지도 못했을뿐더러 아무리 날이 밝아도 본당이 이렇게 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렐루는 눈을 뜨고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눈앞이 하얬다. 티 하나 없이 하얀 벽이 서 있는 것처럼, 하얀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하얀 벽이 밝은 빛임을 본능 적으로 알았다. 환하고 밝은 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으나 눈은 부시지 않았다. 신기하다는 생각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기도하다 잠든 그 자리였다. 눈앞의 밝은 빛만 빼면 모든 게 그대로였다.

알렐루는 손을 뻗어 빛을 만지려 했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알렐루야.”


부드럽고 다정한 소리였다.


“네?”


손을 멈추고 얼빠진 대답을 했다.


“나는 천사 가브리엘이다.”


그 말과 함께 빛이 서서히 줄어들며 양옆으로 뻗은 하얀 날개가 보였다. 날개의 색이 원래 하얀 것인지, 빛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고, 흔히 상상하는 것처럼 깃털이 달린 날개도 아니었다. 눈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빛으로 된 세 쌍의 날개가 활짝 펼쳐져 있다고 느껴졌다.

빛이 줄어들자 날개의 윤곽을 희미하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가브리엘이라는 천사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의 얼굴과 몸은 세로로 기다랗게 보이는 빛의 덩어리일 뿐이었다.

빛이 말했다.


“네 억울함과 한탄을 주께서 들으시고 나를 보내셨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알렐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슬프거나 서러워서 흘린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자신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손등에 떨어질 때까지 알렐루는 그것을 알지도 못했다. 마치 원래 흐르던 것처럼 눈물은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알렐루의 감정과 상관없이 흐르는 눈물이었지만, 그럼에도 흐르는 눈물만큼 마음이 시원해졌다.

알렐루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서럽고 간절하게 기도했던 것인지, 왜 홀로 통곡하고 있었는지 떠올렸다. 얻어맞고 울었다는 것을 떠올리자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깨달았다.


“제게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 나쁜 놈들을 혼내 줄 수 있는 능력, 이 땅에 정의를 세울 수 있는 능력……. 제가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워요.”


알렐루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호흡이 가빠지고 눈물이 나왔다.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의 사나이가 어린아이처럼 우는 것이 한심했다. 그래서 더 서러웠다.

빛 가운데서 손이 뻗어 나오더니 알렐루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부모님의 손길처럼 따스했다.


“주께서 네 마음을 아시니, 네 기도가 이뤄지리라.”


이렇게 쉽게 소원이 허락될 줄 몰랐던 알렐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브리엘을 바라보았다.


“너는 지금부터 세상의 악을 막는 자가 되리라.”

“제가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주께서 네게 능력을 주시리니 너는 능히 사명을 감당하리라.”


천사의 응답에 알렐루는 호기심이 일었다.


“저…… 무슨 능력인가요?”


천사는 잠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마치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잠시 후, 고개를 숙여 알렐루를 보았다. 가브리엘의 얼굴은 보이지는 않았지만 미소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진중하던 천사의 목소리가 조금 더 따뜻해졌다.


“세 가지 능력을 고르거라. 주께서 그 능력을 네게 주시리라.”


가브리엘의 말에 알렐루는 의문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능력이라면, 단 하나라 해도 역사를 바꿀만한 힘일 테지. 하물며 세 가지라면…… 세계를 정복하고도 남을 능력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세 가지지? 한 개도, 열 개도 아닌 세 가지라니.’


알렐루가 생각하는 동안 가브리엘은 재촉하지 않고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뒤늦게 천사의 시선을 느낀 알렐루는 의문을 접고 재빨리 대답했다.


“힘, 스테미너, 맷집!”


그동안 공상 속에서 수없이 슈퍼 히어로가 되곤 했다. 그런 상상들을 통해 슈퍼 히어로에게 필요한 능력의 순위를 정했었다. 백범 김구는 첫째도 독립, 둘째도 독립, 셋째도 독립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하나님께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고 하신다면 이 세 가지를 말하겠다며 혼자 상상하곤 했다.

힘이 약한 슈퍼 영웅은 없다. 모든 ‘맨’ 시리즈의 히어로들은 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강한 힘, 그것은 영웅의 기본이었다.

지치지 않는 스테미너. 히어로의 과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절대 지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더라도 지치지 않는 체력이 필요하다. 또한, 그것의 우리말은 ‘정력’이 아니던가! 스테미너는 빠질 수 없는 남자의 로망이었다.

마지막으로 강철 같은 몸이 필요했다. 아무리 힘이 세고, 지치지 않는 체력이 있어도 악당의 공격 한방에 뻗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미사일에 맞아도 끄떡없는 강철같은 몸. 그것이 현실성 없는 맷집이라면, 최소한 동네 양아치에게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의 튼튼함은 필요했다.

가브리엘이 말했다.


“첫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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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5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5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1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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