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16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0 16:35
조회
1,336
추천
38
글자
12쪽

1부: 파멸의 사도------ 8화

DUMMY



‘고객 만족 서비스로군. 쳇.’



이 형사는 한적한 골목에 차를 세웠다. 원룸 주변은 차로 가득 차 있어서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그가 막 주차를 마치고 안정화의 원룸으로 향할 때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 형사는 무슨 일인지 몰라 그녀를 부르려던 손을 내리고 주위를 살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남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안정화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이 형사는 급히 몸을 숨기고 사태를 주시했다. 그녀는 재빨리 원룸 건물로 들어가더니 밖을 살폈다. 걸어오던 남자가 지나간 후로도, 한동안 가만히 서 있던 그녀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이 형사도 슬며시 뒤를 따랐다.



안정화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음에 안심하며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문고리를 잡고 잡아당겼다. 하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그녀는 문틈에 검은 구두가 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두 위로 쥐색 바지와 하늘색 셔츠, 그리고 하나의 눈동자가 보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남자가 들어왔다. 이노명은 정화를 거칠게 밀쳐 넘어뜨렸다. 그는 넘어진 그녀 위에 올라타고 두 팔로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얼굴을 맞댄 채 말했다.


“미안하지만, 정말 내가 안 그랬어요. 믿어주세요. 당신 휴대폰이 필요해요. 미안해요.”


정화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죽음의 위협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온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는 짓누르는 남자의 완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정화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새끼가!”


갑자기 누군가 뛰쳐 들어오며 이노명의 등을 발로 걷어찼다. 이노명은 신음을 지르며 거실로 굴렀고, 뛰쳐 들어온 남자가 그 위를 덮치며 팔을 꺾어 제압했다.

이노명의 손목에 싸늘한 수갑이 채워졌다.



***



천사와의 두 번째 만남에 대해서는 부모에게조차 비밀로 하기로 했다. 놀림당하기도 싫고 걱정 끼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슈퍼 히어로의 낭만은 비밀스런 정체에 있었다. 가족조차 모르는 비밀, 그 낭만을 즐기기 위해서 한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교회를 나와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던 알렐루는 ‘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제자리에 멈춰 섰다. 교회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떠오른 것이다. 한 번에 계단을 뛰어올라 열쇠를 밀어 넣고 가볍게 돌렸다.


“어?”


둥근 막대 모양의 키가 힘없이 부러졌다. 다행히 문은 잠겼다고 생각했으나, 교체라도 하려면 일단 문을 열어야 한다는 걸 생각하니 다행한 게 아니었다. 당황한 알렐루는 문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스테인리스로 된 손잡이가 우그러들더니 강화유리가 힘없이 퍽 터졌다. 유리 파편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화들짝 놀란 알렐루는 파편을 피하려 계단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의 발이 딛는 곳마다 계단이 깨져나갔다.

그가 정신을 수습했을 때는 이미 교회 앞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파괴된 뒤였다. 알렐루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힘이 세졌다고 기뻐하던 것이 불과 몇 분 전이었다. 그는 자신의 통장 잔고가 바닥나는 것보다도 ‘도대체 뭐라 변명해야 할지’가 더 걱정스러웠다. 알렐루는 교회 앞에 주저앉아 한참 고민했다. 자신이 슈퍼 히어로가 되었음을 밝히지 않고는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시작부터 정체가 들통 날 위기에 빠진 알렐루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나님, 정말 죄송해요! 정말 죄송한데요, 이번엔 한 번만 봐주세요! 정말 죄송해요!”


그는 되지도 않는 기도를 하고는 자물쇠를 부숴 부러진 열쇠 조각을 꺼낸 후 부리나케 줄행랑쳤다. 아직 새벽이라 아무도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있을 새벽예배가 방해받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는 고민하느라 보도블록이 터져나가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그날 아침, 신정동 일대엔 큰 혼란이 일었고, 하룻밤 사이에 교회 일부와 인도가 처참하게 파괴된 사건이 뉴스에 나왔다. 이 일은 한동안 ‘세상에 이런’ 같은 미스터리 프로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다음날, 알렐루는 다시 교회에 들렀다. 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 용돈을 모았던 통장을 탈탈 털어 헌금함에 넣었다. 봉투에는 프린터로 인쇄한 간단한 사죄문이 적혀 있었다. 파괴된 보도블록도 보상하고 싶었지만, 그건 자신의 능력 밖이었다.


‘악당을 잡아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걸로 보상할게요!’


그렇게 멋대로 계산을 치렀다.



이 사건으로 알렐루는 힘을 세밀히 조절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매사 조심하려 애썼지만, 수시로 물건을 부숴 먹고, 문고리를 우그러뜨렸다. 부모님이 ‘도대체 뭘 한 거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그저 머리를 긁적이는 걸로 위기를 넘겼다.

도무지 힘에 적응되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는 밤마다 몰래 산으로 향했다. 사실 산이라기에는 좀 어색한 언덕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넓고 울창했다. 눈에 안 띄는 곳까지 들어간 그는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를 골라 쓰러뜨리고 맨손으로 조금씩 해체했다. 아카시아 나무를 고른 이유는 일본강점기의 잔재이며 그나마 쓸모가 적은 나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렇게 범칙금 부과 대상의 방법으로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한 훈련을 쌓아갔다. 모든 사회적 빚은 ‘악당체포 약속어음’으로 계산했다.

무엇이든 기초는 지겹고 따분한 법이었다. 알렐루는 답답한 심정을 꾹 눌러 참으며 며칠째 힘 조절에만 몰두했다. 되도록 한곳에서 여러 나무를 부수지 않았기에 훈련 현장을 쉽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어느덧 뒷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마다 나무귀신이 나타나 산속의 나무를 가루로 만든다는 소문이었다. 사람들은 눈앞의 증거에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과학적 해석을 하려는 사람, 나무를 파먹는 벌레에 의한 것이라는 사람,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사람, 귀신의 짓이라는 사람 등등이 파를 나눠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했다. 개중 용기 있는 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밤에 산속을 순찰하며 증거를 찾으려 했으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혹시 힘 조절 잘못해 누군가 다치게 하지 않을지 불안하여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왔던 알렐루는 힘 조절이 조금씩 익숙해지자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자마자 친구들마저 외면하고 홀로 시내로 뛰쳐나갔다. 친구들은 며칠 결석하더니 사람이 변했다고 입을 모았으나, 알렐루는 그런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정의사회구현에 쏠린 그의 정신은 주변의 모든 걸 무시하게 했다.

알렐루는 시선이 뜸한 골목을 찾아 질주했다. 아직은 속도를 올릴 때마다 바닥이 파손되곤 했으나 빈도는 점점 줄고 있었다. 그는 정수리의 신호를 따라 달렸다.

스스로 범죄 더듬이라 명명한 감각은 사용할수록 예민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어쩐지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보면 범죄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슈퍼 히어로가 되면서 더 예민해지긴 했지만, 그것은 선천적으로 갖고 있던 일종의 감각이었다. 그동안 감각을 그저 호기심이나 충동으로 착각했을 뿐이었다.

사람이 보이자 속도를 줄였다. 그래도 달리기 선수의 전력질주에 맞먹는 속도라 사람들이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웬 미친 녀석이냐는 눈빛으로 잠시 보고는 잊어버렸다.

알렐루는 대낮부터 남의 집 보안창을 뜯어내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야구모자를 깊이 눌러쓴 그는 알렐루의 접근도 눈치채지 못한 채 보안창 제거에 집중하고 있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위잉 작은 기계음이 들렸다. 깜짝 놀란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낯선 남자가 폴라로이드를 들고 자신을 찍고 있었다.


“이런, 미친!”


그는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으며 작업에 쓰던 빠루(노루발 장도리)를 휘둘렀다. 쇳덩이를 때린 듯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빠루를 놓쳤다. 고통스러운 듯 양손을 움켜쥔 그는 슬금슬금 도망칠 궁리를 했다.


“잘 나왔네요.”


폴라로이드 사진이 뚜렷이 나타나자 알렐루는 증거 사진을 슬쩍 보여주었다.

그리고 날아가 버린 빠루를 주워 엿가락처럼 고이 접어주는 무력시위를 선보였다. 도둑은 저항을 포기했다.


“그럼 경찰서로 가실까요?”


도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앞장섰다.

도둑을 경찰서에 넘긴 알렐루는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효율성이 없었다. 잡을 때마다 경찰서까지 왕복해야 하니 하루에 고작해야 한 명 내지 두 명을 체포하면 끝이었다. 그렇다고 들고 뛰기에는 범인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어려웠고 사람들 눈에도 띄는 행동이었다. 스파이더맨처럼 묶어놓을 장비도 없었고, 그럴 경우 범죄 증거를 제시하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의 폴라로이드 사진도 범행증거로는 불충분할 게 분명했지만,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

범죄자는 매일 늘어나고 있는데, 이래서야 정의사회구현은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했다.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지만, 제도권 밖에서 범인을 잡아 제도권 안에서 처벌받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응?’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달음질을 멈췄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범죄 더듬이가 짜릿하게 울리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강한 자극이었다. 그는 감각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영등포의 한 골목에 도착한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범행 현장은 찾을 수 없었다. 범죄 더듬이는 내비게이션처럼 범행 현장으로 안내할 뿐, 누가 무슨 범죄를 저지르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현장에서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그의 안목에 달린 일이었다.

그는 범죄 더듬이가 가리키는 장소를 중심으로 주변을 돌았으나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듬이의 감각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알렐루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골목을 살폈다. 전체적으로 낡은 분위기지만 으슥하거나 음침하지는 않았다. 양옆으로 작은 상점들이 보였고, 비록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영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범죄 더듬이가 가리키는 장소의 정면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이 있었다. 1층엔 청실홍실이란 촌스러운 이름의 주점과 토마토라 이름 붙은 분식점, 그리고 떡집과 부동산이 들어서 있었다. 2층과 3층은 ‘아방궁’이라는 중국집 이름이 붙은 여관이었다.

다시 더듬이가 강렬하게 떨렸다. 그와 함께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낡은 여관건물의 벽이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갈라지고 있었다.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분식집 쪽에서 가장 먼저 먼지가 일며 휘청거렸고, 아방궁 간판이 붙은 중앙의 출입구 기둥에 눈에 보일 만큼 큰 균열이 일어났다.

분식집에서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뛰쳐나왔다. 옆의 청실홍실 주점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몇 쌍의 중년 커플이 뛰쳐나왔다. 한적했던 1층 상가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온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2층과 3층은 달랐다. 뒤늦게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의 비명이 혼잡하게 울렸다. 서로 먼저 살아보겠다는 생존의 몸부림이 서로의 죽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해도 저물기 전, 낡은 여관에 무슨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인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건물 통로로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아직 빠져나와야 할 사람이 훨씬 많았지만, 이미 기둥은 힘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매몰 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1부: 파멸의 사도------ 25화 15.08.03 638 14 13쪽
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23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9 11 13쪽
22 1부: 파멸의 사도------ 22화 15.07.30 595 13 13쪽
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5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14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6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7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6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3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