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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막는 자-호 카테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5.07.14 14:52
최근연재일 :
2015.12.02 17:30
연재수 :
123 회
조회수 :
91,010
추천수 :
1,483
글자수 :
710,681

작성
15.07.23 16:35
조회
835
추천
17
글자
11쪽

1부: 파멸의 사도------ 14화

DUMMY



처음 보는 미남이었다.

소연은 마지막 젊음의 미련을 떨쳐버릴 남자를 찾았다고 믿었다. 둘만의 즐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쉼 없이 진동하는 그녀의 휴대폰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알코올의 힘을 빌려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결혼할 남자와 결혼에 대한 불안감. 그걸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 청춘에 대한 미련. 앞의 남자는 그 모든 것을 받아주고 용납하고 이해해 주었다.

대화가 끝나고 함께 춤을 추었다. 한 시간쯤 흔들고 나니 지쳐버렸다. 술기운이 약간 가시고 나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걱정과 죄책감을 불러왔고, 다시 더 큰 속박감과 반항심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모범적인 일상을 살아온 그녀는 익숙한 솜씨로 반항심을 억눌렀다. 아쉬움을 남기고 클럽을 나왔다. 구속된 현실이 그녀가 살아가야 할 공간이었다.

남자는 소연을 따라 나왔다. 너무 늦었으니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제안했다. 처음 만난 남자의 차에 탄다는 게 불안했으나, 워낙 친절했기에 마음의 경계는 높지 않았다. 더구나 고급 외제차는 소연의 마음을 더욱 풀어지게 했다.


‘오빠가 이런 남자였으면…….’


소연은 아쉬웠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사람은 오빠였다.

집 앞에 이르자 남자는 재빨리 내려 차 문을 열어주고,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의 신사적인 행동에 마치 기사의 수행을 받는 레이디라도 된 것처럼 황홀했다. 그와의 시간이 아쉬웠으나 이제 헤어질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탈은 오늘로 끝이었다.

둘은 서로 작별인사를 머뭇거렸다.


“오늘 즐…….”

“실례가…….”


머뭇거리던 두 입이 동시에 열렸다. 잠시 웃음이 흐르고 그녀가 말했다.


“먼저 말씀하세요.”

“아름다운 레이디께 실례인 줄 압니다만, 이대로 헤어지기는 너무 아쉽군요. 괜찮으시다면 차라도 한 잔 얻어 마실 영광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평소에 듣는다면 낯간지럽고 징그러울 말이었으나, 소연에게는 아직 알코올의 흥분이 남아있었다. 더군다나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얼굴은 느끼한 말을 황홀하게 바꾸었다.

소연은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담한 거실에 다시 맥주가 놓였다. 둘만의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소연은 잠시 ‘이 남자와 결혼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에 빠졌다.

그리고 짧은 즐거움은 급히 막을 내렸다.

그가 갑자기 일어섰다. 화장실로 향하는 듯했던 그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돌아온 그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있었다. 소연은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그의 우악스런 폭력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신사에서 악당으로 돌변한 그는 소연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연약한 여자의 힘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인 완력이 작용했다. 침실로 끌려간 그녀의 옷은 식칼로 난도질 되어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절망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것은 그녀의 평생을 좌우할 것이다. 살아남든 그렇지 못하든 그녀의 인생은 거기서 끝이었다.


‘미친년, 결혼을 앞두고 딴생각을 했으니 당해도 싸.’


자책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 위에 올라탄 그가 칼을 들이밀었다. 가슴에 닿은 쇠가 서늘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소연아!”


갑자기 현관이 열리며 누군가 뛰어들었다. 당황한 남자는 벌떡 일어나 안방 문 옆에 숨었다.


“오빠, 조심해!”


소연은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너무 긴장했던 탓에 한 박자 늦고 말았다. 오빠, 이노명은 이미 침실 안으로 뛰쳐 들고 있었다. 그의 목에 날카로운 식칼이 닿았다.


“칫, 문이 안 잠겼나 보군.”


김성환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살벌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누, 누구십니까?”


당황한 이노명의 목소리는 김성환의 목소리에 비하면 마치 까마귀처럼 투박했다.


“네가 저년의 애인인가 보군.”


분위기에 어울리는 험악한 말이었으나, 감미로운 목소리 때문에 여전히 현실에서 붕 뜬 느낌이었다.

이노명은 목에 닿은 칼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두 눈으로 연소연을 살폈다. 벌거벗겨진 상태였으나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안위를 확인하고 나자 자신의 여자가 수치를 당했다는데 분노가 치밀었다. 이노명은 위협을 무시하고 김성환에게 덤벼들었다.

식칼이 목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에 고개를 힘껏 뒤로 젖혀 그의 얼굴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얼굴을 피한 후 이노명의 정수리를 향해 식칼을 내리꽂았다. 연소연의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노명은 마치 마늘이 찧어지듯 식칼의 손잡이에 얻어맞고 기절했다.

한참 후, 이노명이 신음하며 깨어났다. 옆에서 연소연이 눈물짓고 있었다.


“오빠, 괜찮아? 미안해.”

“아냐, 내가 미안하지. 네가 이런 위험에 빠져있는 줄도 모르고 전화를 안 받는다고 원망만 하다니.”

“오빠…….”


핑크빛 분위기가 자리 잡을 때, 다른 이가 끼어들었다.


“지랄들 한다. 이 상황에 연애하고 싶냐?”


여전히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연소연은 벌거벗은 몸으로 이노명의 뒤로 숨었고, 이노명은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앉은 후 용기를 내어 물었다.


“원하는 게 뭐요?”

“한가지 묻자.”

“…….”

“너희 둘 중 하나만 살려준다면, 누굴 살려주면 좋을까?”


두 남녀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이노명은 자신의 등 뒤에 숨어 벌벌 떨고 있는 소연을 돌아본 후, 침을 삼키고 말했다.


“나를…… 죽이시오.”


연소연은 흐느껴 울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성환은 호탕하게 웃은 후, 다시 물었다.


“너, 저년의 정체를 알고도 사랑할 수 있겠어?”

“그게 무슨 말이지?”


이노명은 김성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올바른 결정을 위해 사실을 알려주지.”


이노명의 어깨를 잡은 소연의 주먹에 힘이 더해졌다. 이노명은 그 힘이 불길했다.


“오늘 저년이 너의 전화를 안 받은 것은 납치되어서가 아냐. 클럽에서 즐기느라 받지 못한 것이지. 저년은 결혼하면 즐기지 못하게 될 게 아쉬운 나머지 마지막 청춘을 불사르기로 했지. 그래서 나랑 뜨겁게 즐겼어. 그리고 이렇게 2차로 이 집에 와서 또 즐기던 참이지. 그래서 널 대신하여 심판해 주려던 참이었어.”

“오빠, 아니야. 오빠, 아니야…….”


연소연은 나지막하게 흐느끼며 읊조렸다. 하지만 이노명은 그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노명의 고개가 떨궈졌다.


“이제 다시 물어보지. 난 둘 중 한 명만 살려줄 거다. 누굴 살려줄까?”


이노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성환은 재촉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이노명이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


“우리 둘 다 살려줄 수는 없습니까?”

“저년은 널 배신했어. 너와 결혼하기 전에 바람을 피웠다고! 그런데 저년이 살기를 원해?”


김성환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약간의 감정이 실렸다.


“네, 소연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전 소연이가 살기 원합니다. 그녀가 없으면 전 살 수 없습니다.”

“저년이 널 배신했다고! 저 음란한 년이 딴 놈에게 엉덩일 흔들며 즐겼다고! 내가 아니었어도 이 남자 저 남자 붙어먹었을 거라고! 그런데 왜 살려줘!”


김성환은 흥분했다. 그의 광분에 두 연인은 바짝 긴장했다. 이노명이 용기를 냈다.


“둘 다 살려줄 수 없다면, 소연일 살려주세요……. 제가 죽겠습니다.”


이노명의 목소리는 갈수록 줄어들었으나, 그 의지만은 분명히 전해졌다.

김성환은 이노명을 노려봤다. 이노명은 담담하려고 애썼으나 살기를 뿜어내는 김성환의 눈빛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자연히 고개가 숙여졌다. 그의 귀에 들소처럼 흥분한 김성환의 콧김이 들렸다.


“좋아. 둘 다 살려주지. 대신, 저 창녀를 대신할 여자를 데려와. 저년보다 더 음란한 년으로. 그래야 대신할 자격이 있지 않겠어?”


이노명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향했다. 그의 등에 매달린 소연의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차마 떨쳐낼 수 없었다.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소연일 해치지 말아주세요.”


소연이 불안한 눈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이노명은 그녀를 안심시킬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다. 이노명이 입을 열었다.


“확 죽여버리기 전에 그만하고, 빨리 갔다 와.”


하지만 김성환의 말이 더 빨랐다. 그의 험악한 말에 연소연은 애인에게서 황급히 떨어졌고, 이노명은 현관으로 향했다. 그의 등을 향해 김성환이 다시 말했다.


“휴대폰은 놓고 가지.”


이노명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문으로 향하는 그를 보며 김성환이 다시 경고했다.


“경찰에게 알리겠다는 둥 허튼짓하지 마라. 내가 잡힐지 안 잡힐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년이 끔찍하게 죽는다는 건 확실하다.”

“명심하겠습니다. 소연일…… 부탁합니다.”


이노명은 적당한 단어를 찾아내지 못했다.


“지금이 두 시 반. 두 시간 안에 와라. 아니면 시체만 보게 될 거다.”


이노명이 급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김성환은 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그것을 수건에 적혀 벌벌 떨고 있는 연소연의 코를 틀어막았다. 잠시 후 그녀는 잠들듯 기절했다. 그녀의 기절을 확인한 그는 잠시 차에 다녀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약병이 들려있었다.

그는 소연이 기절해있는 침실문을 닫고, 좁은 거실로 통하는 모든 문과 창문을 봉인했다. 그리고 탁자에 유리로 된 넓적한 그릇을 놓고 그 안에 유리병의 액체를 전부 부었다.

다이에틸 에테르(Diethyl ether/전신마취제로 매우 강한 휘발성이 있다.)의 달곰한 향을 확인한 그는 문을 살짝 열고 발코니로 나갔다.



두 시간이 거의 다 지날 때쯤 두 남녀가 들어왔다.


“남자 혼자 사는 집답지 않게 달콤한 향기가 나네요.”


짙은 화장을 한 여자가 들어오며 말했다. 문이 닫히고 잠시 거실을 둘러보던 여자가 갑자기 쓰러졌다. 깜짝 놀라 그녀를 붙들던 이노명도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러나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짧은 순간 안정화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조작하려 애썼다. 점점 의식이 흐려졌다.

김성환은 그들이 기절한 것을 보고 발코니의 문을 열고 거실을 환기했다. 그는 한참을 환기한 후에야 마스크를 쓰고 거실로 들어왔다. 마취제가 완전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 마스크를 벗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이대며 활짝 웃었다.


“스마일.”


여러 차례 사진을 찍은 그는 식칼을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소연 위에 올라타고 수술을 시작했다.


“나쁜 년, 더러운 년.”


수술을 집도하는 그의 입에서 더러운 말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바닥은 온통 피로 흥건해졌다. 수술 중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온몸의 고통이 생생히 전달될수록 눈이 커졌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려 비명을 지를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고통으로 다시 기절하길 반복하다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술이 끝났다.

그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더러운 년, 내가 깨끗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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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부: 파멸의 사도------ 25화 15.08.03 637 14 13쪽
24 1부: 파멸의 사도------ 24화 15.08.01 686 11 13쪽
23 1부: 파멸의 사도------ 23화 15.07.31 698 11 13쪽
22 1부: 파멸의 사도------ 22화 15.07.30 595 13 13쪽
21 1부: 파멸의 사도------ 21화 +1 15.07.29 715 15 13쪽
20 1부: 파멸의 사도------ 20화 15.07.28 663 14 13쪽
19 1부: 파멸의 사도------ 19화 +1 15.07.27 734 15 14쪽
18 1부: 파멸의 사도------ 18화 15.07.25 812 12 12쪽
17 1부: 파멸의 사도------ 17화 15.07.25 842 16 11쪽
16 1부: 파멸의 사도------ 16화 15.07.24 658 13 12쪽
15 1부: 파멸의 사도------ 15화 15.07.24 772 14 11쪽
» 1부: 파멸의 사도------ 14화 15.07.23 836 17 11쪽
13 1부: 파멸의 사도------ 13화 15.07.23 888 17 11쪽
12 1부: 파멸의 사도------ 12화 15.07.22 916 22 12쪽
11 1부: 파멸의 사도------ 11화 15.07.22 914 20 12쪽
10 1부: 파멸의 사도------ 10화 15.07.21 1,046 22 12쪽
9 1부: 파멸의 사도------ 9화 15.07.21 1,039 23 11쪽
8 1부: 파멸의 사도------ 8화 15.07.20 1,336 38 12쪽
7 1부: 파멸의 사도------ 7화 15.07.20 1,414 26 11쪽
6 1부: 파멸의 사도------ 6화 15.07.18 1,735 26 12쪽
5 1부: 파멸의 사도------ 5화 +1 15.07.18 1,985 28 12쪽
4 1부: 파멸의 사도------ 4화 +2 15.07.17 2,322 32 11쪽
3 1부: 파멸의 사도------ 3화 +1 15.07.17 2,372 34 11쪽
2 1부: 파멸의 사도------ 2화 +1 15.07.16 2,828 36 11쪽
1 1부: 파멸의 사도------ 1화 +2 15.07.16 5,45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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